[사진 출처: '변학도가 순정파?' 180도 비튼 新춘향전 '춘향이 온다']
며칠전 자주보던 드라마 두개가 종영됐다. 그중하나는 16부작으로 예정됐던 쾌걸 춘향(17부로 종영)이다. 이 '쾌걸 춘향'을 보면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물론 철부지 이몽룡도, 왈가닥 성춘향도 아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패 죽여야하는 변학도이다.
꽤 오래전에 상영된 더락(The Rock)이라는 영화가 기억난다. '더락'을 보면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악인, 허멜 장군이 나온다. 생화학 무기를 훔치고, 이 생화학 무기를 이용 정부를 협박한다. 그러나 협박에 실패하자 미련없이 생화학 무기의 사용을 포기한다. 생화학 무기의 사용을 권유하는 부하에게 던진
난 군인이지 악마가 아니다
라는 말은 '선과 악의 경계가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더락을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점은 영화의 재미가 아니라 사고의 다양성이었다. 흔히들 선으로 알고 있는 것들도 따지고 보면 악인 경우가 많고, 악으로 알고 있는 것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선인 경우가 많다. 즉, 선과 악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점이다.
우리에게 독립 투사였던 김구는 FBI에서는 세계 최고의 테러리스트이고,
미국에게는 최고의 테러리스트인 오사마 빈 라덴은 아랍 민족에게는 민족적 영웅
쉬리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도 이와 비슷한 것이었다. 쉬리 이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등의 많은 영화가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국내 영화중 쉬리를 최고 꼽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북한 동포의 삶을 애끓듯 절규하는 박무영, 그 박무영의 캐릭터만으로도 '우리 사회가 이러한 다양성을 포용할만큼 성숙해졌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있는 두 드라마, 쾌걸 춘향과 해신에서도 두명의 악인이 나온다.
변학도와 염장
변학도. 기품있고, 세련되며, 냉철한 사업가로 춘향을 차지하기위해 이몽룡에게 음모를 가하는 인물. 그러나 그러한 음모가 비열해보이지는 않는다. 사업을 위해, 사랑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지만 사업에도 사랑에도 절대 넘지 않는 선이 있기때문이다.
쾌걸 춘향: 만화같은 설정에 개성있는 캐릭터들로 상당한 성과를 보았다. 처음에는 너무 만화같은 인물 설정때문에 과연 인기를 끌 수 있을까하는 의심을 했지만 짜임새있는 구성과 빠른 진행, 개성있는 캐릭터들때문에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영웅시대를 보느라 쾌걸 춘향은 주로 다운받아서 봤지만 가벼운 드라마라 큰 무리는 없었다. 월요일이 기다려지게했던 두 드라마가 거의 동시에 끝이나 조금 서운한 감도 있다.
염장. 장보고의 숙적으로 후일 장보고를 토벌하는 토포사. 그러나 염장 역시 자신의 일과 사랑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지만 일에도 사랑에도 절대 넘지 않는 선이 있다.
해신: 해신 임상옥이라는 이전 글에서 알 수 있듯 상도와 스토리가 너무 비슷하다. 그래서 인지 초기에는 무척 재미있었던 드라마지만 요즘은 조금 지루한 느낌이다.
서로 다른 드라마의 빛나는 두 조연의 역할 및 설정이 너무 비슷하다. 예전의 드라마들처럼 절대악과 싸우고 있지 않지만 재미있다.
악은 반드시 악이 아니다. 선 또한 반드시 선은 아니다. 나와 다르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 이 것이 우리 사회가 가고있는 길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