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일이다. 대학교 방학은 조금 긴 편이라 방학중에 15~30일 정도를 혼자 여행을 하곤했다. 물론 돈 한푼없이 무전여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내 다른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주로 친척이나 친구, 아는 형들을 만나곤 했었다.
할아버지는 빈농이다. 땅 몇평 가지지 못한 빈농. 부가 대물림되듯 가난 역시 대물림된다. 그래서인지 고모 역시 아주 가난한 집에 시집을 갔다. 자식 복은 있으신지 상당히 많은 자녀를 두셨고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어 열심히 사셨지만 여전히 가난한 그런 집이었다.
보성에 아는 형이 있어서 만나러 가는 길에 이 고모님댁을 방문했다. 처음으로 찾아온 장조카 때문에 고모부님 생신 때도 잡지 않은 닭을 잡았다. 고모님 댁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배낭을 매고 고모님 댁을 나섰다. 버스를 기다리며 배낭 앞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던 난 배낭 앞주머니에 덩그러이 놓여있는 피다만 담배 반갑을 보았다.
처음에는 웬 담배인가 했지만 이내 그 담배가 고모님이 넣어놓으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으로 찾아온 조카에게 용돈이라도 주고 싶으셨지만, 담배 한갑이라도 사주고 싶으셨지만 천원짜리 한장없어 고모부님께서 피우시던 담배 반갑을 넣어 두신 것이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 선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 구석이 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