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이야기 VII - 원칙없는 우리사회2

2008/09/22 10:58

원칙없는 사회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원칙이 없다는 점이다. 원리원칙이 존재하고 누구나 그 원리원칙을 따르는 사회라면 광우병 문제는 애시당초 발생하지 않았다. 원산지 표시가 철저하고 원산지 표시를 어기는 경우 처벌이 확실하며, 수입업자가 쇠고기의 월령 표시를 확실히 한다면 설사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 온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 이유는 설사 이런 쇠고기가 들어 온다고 해도 팔릴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즐겨보는 토론 프로그램 중 하나가 MBC100분 토론이다. 그러나 난 MBC의 100분 토론과 같은 프로그램을 왜 방영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토론이 무엇인지로 모르고 출연한 토론자문제의 본질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주변말옆에서 변죽만 치는 토론 내용 때문이다. 손석희씨의 균형있는 사회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며, 우리사회의 굴찍 굴찍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온 토론 프로그램이지만 필요성에는 항상 의문이 든다.

얼마 전 전국민의 관심을 끌은 광우병을 비롯해서 이명박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자사고와 같은 교육 문제, 고환율, 고유가로 표시되는 경제문제, 부동산 대책에 이르기까지 토론 프로그램에서 다룬 모든 문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원칙없는 사회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원칙이 없다는 점이다. 원리원칙이 존재하고 누구나 그 원리원칙을 따르는 사회라면 광우병 문제는 애시당초 발생하지 않았다. 원산지 표시가 철저하고 원산지 표시를 어기는 경우 처벌이 확실하며, 수입업자가 쇠고기의 월령 표시를 확실히 한다면 설사 광우병에 걸린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 온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 이유는 설사 이런 쇠고기가 들어 온다고 해도 팔릴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이런 원리원칙이 통용되지 않는다. "권력의 유무에 따라, 돈의 있고 없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원리원칙이 바뀐다".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은 임기응변은 될 수 있어도 이 것이 모든 국민이 따라야하는 원칙이 되지는 못한다. 비단 원칙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조항도 돈과 권력에 따라 바뀐다. 이런 사회에서는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강제로 따를 수 밖에 없도록 법으로 규제한다. 이렇게 법으로 규제를 하면 이제는 그 규제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한다. 이렇다 보니 국론은 항상 분열된다.

교통단속시 단속범 증가

미국은 가짜다라는 책이 있다. 미국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단지 나쁜 나라가 아니라 나름대로 합리적인 사람들이 모여 그 합리성을 위해 나가는 사회라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을 보다 보면 국내 교통단속에 대한 재미있는 의견이 나온다. 바로 교통단속을 하면 단속범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보통 단속을 하면 사람들이 주의하기 때문에 평상시 보다 단속범이 줄어야 한다. 그런데 반대로 단속을 하면 단속범이 폭증한다. 이 것은 평상시 적용하는 교통단속 규칙과 단속시 적용하는 교통단속 규칙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평상시 적용하는 규칙을 적용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주의를 하는데 단속범이 증가할리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이다. 요즘에는 이런 교통경찰을 찾기는 힘든 것 같다. 그러나 예전에 고향에 갈 때면 부모님께서는 만원짜리를 꼭 1000원짜리로 바꾸셨다. 그리고 그중 3000원을 면허증 뒷면에 보이도록 껴두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일로 단속에 걸리면 면허증을 드리고 교통경찰은 면허증 뒷면의 돈을 빼간다. 물론 딱지는 끊지 않는다. 서울에서 곡성까지 가다 보면 많게는 5~6번, 적게는 2~3번 정도 이런 단속에 걸렸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교통경찰의 단속에 걸렸을 때 법을 모르는 일반인이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선배형과 명절 때 교수님댁을 방문한 뒤 선배형의 차를 타고 올 때 일이다. 차선변경을 문제로 교통경찰이 차를 세웠다. 그러나 운전경력이 오래됐고 교통법규에 대해 나름대로 빠삭했던 선배가 차선변경이 불법이 아니라는 것을 교통경찰에 이야기 했다. 선배의 주장에 할말을 잃은 교통경찰은 바로

"안전벨트 안매셨네요?"

라고 했다. 그 형은 당연히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지만 옆자리에 있던 내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것을 발견한 것이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운전면허증 뒷편에 끼워둔 오천원을 빼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요즘은 이런 경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이런 무원칙은 차고 넘친다.

도시가스의 휑포

알다시피 도시가스는 대부분 독과점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도시가스 업체에서 가스비는 물론 각종 공사비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 20여년전에 가스파이프 1M를 공사하는데 100만원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만큼 도시가스 업체에서 폭리를 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혼인초이니 8년전의 이야기이다.

내가 신혼집을 잡은 곳은 목동의 한 다세대 주택이었다. 내가 이사할 때가 집을 지은지 거의 15년 정도 된 집이었다. 바퀴벌레가 많아 한달 내내 바퀴벌레를 잡고, 신혼살림을 장만했다. 밥을 먹으려면 가스레인지를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가스 업체에 연락했다. 그리고 도시가스 업체에서 가스렌인즈를 연결하기 위해 왔다. 그러나 연결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다.

그냥 가버린 이유는 간단했다. 법이 바뀌어서 외부 쇠파이프가 가스레인지 근처까지 와야 하는데 당시 연립은 베란다(창문)까지만 가스파이프가 와있었기 때문이다. 즉 창문 앞까지 쇠파이프가 오고, 창문부터는 고무파이프로 연결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 것은 불법이고 따라서 수십만원의 공사비를 들여 쇠파이프를 집 안쪽으로 들이지 않으면 가스레인지를 연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조금 어이가 없었다. 새로 가스파이프 공사를 하는 경우라면 집 안쪽까지 공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나 예전법에 따라 이미 공사된 것이고 이전에 이미 사용하고 있던 곳이다. 그런데 바뀐 법을 빌미로 가스레인지를 연결해 주지 않겠다는 도시가스 업체의 말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구나 이 집은 내 집이 아니라 셋집이었기 때문에 20만원에 가까운 공사비를 물 이유도 없었다.

결국 주인 아저씨께 연락을 드렸다. 그리고 온 답변.

"그 자식들이 뭘 몰라서 그런 것이니까. 조금 기다려요. 사람이 와서 해줄거예요"

그리고 다시 온 가스업체.

"아. 이 집 주인이 사무관이세요. 진작 얘기하시지"

어이가 없지만 사실이다. 일반인에게는 법을 들먹이며 '안된다'고 하면서 밥을 해먹던 말던 신경도 쓰지 않던 업체. 그런데 모구청 사무관으로 있던 주인 아저씨의 전화한통에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와 공사를 해준 것이다.

원칙,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법적으로 해 줄 수 없는 부분이라면 대통령이 와도 해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원칙이고 그런 원칙이 지켜져야 힘없고 가난한 사람도 그 원칙을 믿고 살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원칙은 아주 간단하다. 힘없고 빽없는 사람에게는 휘어지지도 않는 쇠자(철로 만든 자)지만 힘있고 빽있는 자에게는 언제나 신소재 고무줄이다.

힘이 곧 정의

꽤 오래 전에 돌던 유명한 말이 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다. 탈주범 지강헌이 이말을 했을 때가 1988년이니 이미 20년 전에 나온 이야기이다. 그러면 이미 2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한화 짐승연 회장은 맞고 들어온 아들을 위해 마피아식 피의 보복을 감행했다. 결과는?
삼성의 . 그 결과는?
이명박은 . 그 결과는?

우리나라에서는 힘이 곧 정의다. 힘이 있는 자는 어떤 짓을 해도 법으로 용서를 받는다. 돈이 있는 자는 어떤 짓을 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 우리사회의 두번째 문제는 바로 힘이 곧 정의인 사회라는 점이다.

우리사회가 나갈길

진나라에 흉년이 들어 도적이 들끓자 도적을 잘잡는 사람(극옹)을 고용했다. 극옹이 도적을 잡는 방법은 간단했다.

저는 그자의 눈과 눈썹 사이를 봤습니다. 물건을 볼 때 그자의 눈엔 욕심이 가득 찼습니다. 사람을 볼 때 그자의 눈엔 부끄러움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가까이 갔을 때 그자의 눈엔 두려움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극옹은 며칠 뒤 도적의 공격을 받고 죽고만다. 이 소식을 들은 진경공은 이일을 예언한 양설직을 불러 하문하다.

대저 꾀로써 꾀를 막는 것은 마치 돌로 풀을 눌러두는 것과 같습니다. 풀은 반드시 돌 틈을 비집고 자나고야 맙니다. 무법한 놈들을 엄한 법으로 금하는 것은 돌로서 돌을 치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두 개의 돌은 다 깨어지고 맙니다. 그러므로 도적을 없애는 방법은 그들을 교화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즉, 그들에게 염치를 가르치는 것이 그 첩경입니다. 결코 도적을 많이 잡는 것이 도적을 없애는 길은 아닙니다. 그러니 상감께서는 문무 백관들 중에서 어질고 착한 사람을 골라 백성들에게 어질고 착한 길을 밝히게 하십시오. 마침내는 착하지 못한 자들이 스스로 감화될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도적쯤을 근심하실 것이 있습니까?

다시 그런 인물을 묻는 진경공에게 양설직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사회만한 인물이 없습니다. 그는 신용있는 말을 하며, 의리 있는 행동을 하며, 너그럽되 아첨하지 않으며, 청렴하되 소견이 좁지 않으며, 강직하되 반항하지 않으며, 위엄이 있으되 사납지 않습니다. 상감께서는 잊지 마시고 사회를 등용하십시오.

즐겨읽는 열국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이니 이미 천여년이 지난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이 이야기를 우리사회가 나갈 방향으로 보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천여년이 지난 지금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윗자리부터 깨끗한 사람으로 채우는 것이 우리사회가 나갈 길

이라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최악의 선택을 한 셈이다. 아울러 이런 선택이 최악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문제는 이런 뼈저림이 오래가지 않는 다는 것.

남은 이야기

첫 신혼집 주인은 모구청의 사무관이었다. 이 아저씨에 대한 인상은 아주 인색한 구두쇠다. 먼저 신혼집은 원래 110V로 공사됐지만 나중에 220V로 바뀐 집이었다. 그런데 220V로 공사를 하면서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 딱 하나의 콘센트만 220V로 바꾸고 나머지는 110V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가전제품은 모두 220V였기 때문에 이 콘센트 하나에서 거실, 안방, 작은 방까지 선을 직접 뽑아 사용했다. 물론 전등도 110V였고 따라서 구하기도 힘들 110V 전구를 구해 사용했다. 여기에 도배할 돈을 아끼기 위해 도배대신에 온톤 페인트를 칠해 두었다. 이 정도로 돈을 쓰지 않는 아저씨였다.

신혼집을 꾸린 연립은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었고 전세가 끝나기 몇달 전 몇달전 재개발이 최종 확정되었다. 따라서 나 역시 계약 기간을 남겨두고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남은 기간을 고려해서 이사비를 요구했다. 3개월 정도 남아있는 상태에서 이사하는 비용의 절반인 50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주인 아저씨는 거절했다. "이사를 하라면서 계약금(전세금의 10%)을 먼저 주었는데 세상에 그런 주인이 어디에 있냐"는 것이었다. 법적으로 세입자를 이사시키려면 계약금을 먼저 주도록 되어 있었지만 아저씨는 이런 것을 모르시는 듯했다. 결국 재개발 추진위에서 방문했다. 요구하는 금액을 들은 추진위분은 "어이 없다"는 듯 웃으면서 "정말 50만원을 요구"했는지 되물었다.

이사기간을 남기고 이사를 가기 때문에 이사비의 일부를 요구한 것이라고 하자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면서 "집을 구하라"는 말만 남기고 갔다. 알아보니 옆동의 사람은 계약기간이 끝났지만 이사비 '200만원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었다'. 이런 사정을 들었는지 다시 주인 아저씨로 부터 연락이 왔다. 이사비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사가 진행되고 모든 짐을 싸자 일단 계량기를 차단했다. 구두쇠인 이 아저씨가 전기요금까지 물고 나올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전에 전화해서 현재까지 나온 전기요금을 확인했다. 잠시 뒤 주인아저씨가 전세금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전기세, 수도세를 알려 드리고 차액을 달라고 하자 다시 한전에 전화하는 것이었다. 내 기억으로 아마 몇십원 정도 차이가 났던 것 같다. 그 몇십원까지 계산한 뒤 차액을 내게 주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 아저씨를 무척 싫어할 것 같지만 내가 만난 공직자 중 존경하는 몇 안되는 공직자가 바로 이 아저씨이다. 세상물정을 몰라 당연히 주어야 하는 계약금으로 생색을 냈지만 아마 이 아저씨가 전세를 살 때는 계약금을 주는 주인이 없었을 것이다. 부모님도 예전에 그렇게 계약금도 받지 못하고 세를 구하러 다니셨기 때문이다.

이 아저씨가 이 연립에서 이사한 것은 아파트를 분양받았기 때문이다. 구청 사무관이면서도 고작 가진 재산은 아파트와 이 연립이 전부이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런 재산은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것이 아니라 10원짜리 하나 아끼며 모은 것이다. 나는 이런 공무원을 거의 보지 못했다. 세입자에게 심하다 싶을 정도로 짠 분이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나에게만 짠 것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가족 모두에게 이런 짠 삶을 강요하면 정직하게 살아온 몇 안되는 공무원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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