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에덴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아마 중학교에 다닐 때였던 것 같다. 일주일 내내 똑 같은 꿈을 꾼적이 있다. 꿈의 내용도 모두 똑 같다. 상당히 이국적인 곳에서 아리따운 아가씨와 밀회를 즐기는 꿈이었다. 그런데 꿈의 마지막에는 꼭 홍수가 나고 이 아가씨와 헤어진다. 손을 잡고 있다가 물에 휩쓸려 헤어지면서 이 아가씨가 외치는 말은 언제나 라 에덴이었다.
라 에덴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아마 중학교에 다닐 때였던 것 같다. 일주일 내내 똑 같은 꿈을 꾼적이 있다. 꿈의 내용도 모두 똑 같다. 상당히 이국적인 곳에서 아리따운 아가씨와 밀회를 즐기는 꿈이었다. 그런데 꿈의 마지막에는 꼭 홍수가 나고 이 아가씨와 헤어진다. 손을 잡고 있다가 물에 휩쓸려 헤어지면서 이 아가씨가 외치는 말은 언제나 라 에덴[1]이었다.
생전 처음 듣는 말이었고 학교에 와서 아이들과 선생님께 물어 봤지만 라 에덴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라 에덴'이라는 말을 알게된 것은 이보다 한참 지난 대학교 때였다. 우연히 꿈 이야기를 하다가 예전에 꾼 신기한 꿈 이야기를 친구에게 해 주었다. 그러나 독실한 신자였던 녀석은 라 에덴이 에덴의 동쪽을 뜻하는 라틴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교회에 다닌 것도 아니고 세상에 라틴어라는 말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라 에덴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은 전생에 그곳에 살았을 가능성이 많았을 것이라는 녀석의 설명. "내가 세계 최초의 인류, 아담"이라고 농을 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기억하는 에덴의 동쪽은 아담이 이브의 꼬임에 속아 선악과를 먹은 뒤 에덴의 동쪽에 추방되서 살았다는 창세기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에덴의 동쪽
이런 사연 때문에 에덴의 동쪽을 제목으로 하는 소설, 영화, 드라마는 대부분 선과 악, 그리고 이상향이라는 명제가 등장한다. 스타인벡의 소설 에덴의 동쪽, 스타인벡의 소설을 영화화한 제임스딘이 열연한 에덴의 동쪽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
250억을 들인 대작이다. 송승헌 주연이지만 조연도 호화배역이다. 이미숙, 이종원, 조민기, 김성겸, 유동근, 정혜영, 박근형등. 월화드라마 추천작으로 꼽기에는 조금 더 두고 봐야하지만...
최근 MBC에서는 250억을 들인 대작 에덴의 동쪽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판권이 이미 50억에 일본에 판매됐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는 요즘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아울러 지난 월요일 스페셜을 방영하고 어제 1, 2회를 방영했다.
첫회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신나는 질주신으로 시작한다. 영화가 10분 이내에 관객의 시선을 끌지 못하면 실패하듯 드라마 역시 첫회에 관심을 끌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이런 것을 의식한 듯 MBC 에덴의 동쪽은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질주, 그리고 동철(송승환)과 신태환의 깊은 원한으로 시작된다.
광산촌의 풍경과 이종원
많이 본 장면이다. 혹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이종원이라는 배우의 이름을 알린 드라마, 바로 젊은이의 양지이다. 이 풍경을 보며 젊은이의 양지를 떠올린 사람은 나 뿐만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훌쩍 나이든 중년 배우, 이미숙과 짝을 이룬 이종원을 보니 세월의 질주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해살을 부리고 싶지 않아 자세한 줄거리는 이야기 하지 않겠다. 기본적으로 이 드라마는 춘희네(기철네)와 신태환네의 얽히고 설힌 복수, 선과 악의 대립, 그리고 운명적으로 거부된 사랑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첫회에는 이런 복선이 자주 등장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신태환의 애인이었던 간호사, 미애(신은정)의 임신, 기철의 처, 춘희의 임신, 태환의 처, 오윤희(나현희)의 임신이다. 아울러 '이 아이 맞습니까?'라고 묻는 기철의 대사에서 아이의 운명이 뒤 바뀔 것이라는 것은 쉽께 알 수 있다.
오뉴월에 서리를 부르는 여자의 한
미애: 이제부터 내인생은 신태환의 인생을 심장을 갈기 갈기 찢기위한 인생일테니까
신태환: 사라져
미애: 사라져도 안심하지 마라.
신태환: 잊어버려
미애: 잊지도 말고 기다려, 죽지도 말고 기다려, 죽은 너라도 무덤에서 꺼내 그 목을 자르고 복수하고 말테니까.
1회의 내용은 다소 진부했다. 탄광촌과 파업. 그리고 자신의 야망을 위해 파업을 막으려는 신태환. 그리고 비겁한 결투. 그러나 마지막에 미애의 절규는 이 드라마가 심상치 않은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것을 내 비친다. 귀신을 방불케하는 어두운 표정. 그리고 날카로운 메스를 휘두르는 미애. 그리고 찢어지는 듯한 절규.
250억을 들인 대작이라고 하지만 1, 2회는 그런 대작의 풍모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는 범상치 않다. 이미숙의 노련한 연기, 악역이지만 비겁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조민기를 비롯한 조연들의 연기 역시 볼만하다. 2회는 기철의 죽음과 신태환의 술수가 빛난다. 그리고 막장을 일부러 폭파하고 구조대로 들어가는 신태환. 그리고 이번 사고가 사고가 아니라 음모라는 것을 알고 절규하는 동철.
나이는 어리지만 표정은 일품이다. 대작의 풍모는 이런 소소한 하나 하나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와 같은 진행이라면 드라마 왕국 MBC의 부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더 신기한 건 난 '라 에덴'이라는 말을 꿈에서 처음 들었고 뜻은 대학교를 간 뒤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