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영
남편 박재성이 사표를 내던지고 나가자 진지하게 미쳤냐고 말하는 최가영. 그러나 남편이 사라지자 어두운 표정은 기쁨으로 바뀐다. 그러나 이런 최가영의 속내를 미리 짐작한 고은지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염정아의 표정도 재미있지만 고은지의 표정 역시 상황을 짐작하게 해준다.
나는 SBS 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는다. 최근에 본 일지매가 모래시계와 더블어 끝까지 본 드라마이다. SBS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이유는 식객에 대한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원작을 작의적으로 해석하는 SBS 방송작가와 배역에 녹아 나지 못하는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때문이다. 배우들이 과장된 연기는 배우 그 자신의 문제라기 보다는 드라마를 연출하는 PD의 요청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SBS를 열심히 보게만든 드라마가 있다. 바로 워킹맘이다.
깐깐하고 일잘하는 대리 최가영(염정아분). 월드컵 중계를 보다가 실수를 하고 만다. 바로 회사 최고의 얼빵 박재성(봉태규분)과 잠을 잔 것. 얼빵 박재성은 최고의 호기를 맞는다. 일잘하지 능력있지 여기에 예쁘기까지 한 최가영.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혼인을 하자고 울며 조른다. 얼빵 박재성은 눈에도 차지 않는 최가영. 그런데 그 하룻 밤에 역사가 만들어 진다. 임신을 기회로 박재성은 다시 울며 호소한다. 혼인을 해도 일은 계속 하고 싶은 최가영. 박재성이 아이들은 시어머니가 맡아 줄 것이라고 꼬셔 최가영과 혼인에 성공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 박재성의 한 설깔 하는 누나 박인혜(김가연분)가 덜컥 이혼을 한 뒤 아이를 맡아 달라고 친정에 들어온 것이다. 결국 최가영은 퇴사를 하고 집에서 대한민국 아줌마로 살아간다. 그런데 문제는 얼빵 박재성. 자신을 이용하려는 동료 여사원 고은지(차예련분)의 꼬임에 놀아난다. "남매는 멍청했다"는 시리즈를 만들어도 성공할 것 같은 박재성의 누나 박인혜. 일을 핑계로 최가영에게 자신의 아이까지 맡기고 애인과 수영장으로 놀러를 간다. 역시 일을 핑계로 대고 고은지와 수영장에 간 박재성. 그리고 수영장에서 만난 얼빵 남매. 이런 사실을 알게된 최가영. 회사 동료들 모임에 참석했다가 전 상관으로 부터 계약직 제안을 받는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 봐줄 사람이 없다. 그리고 벌어지는 절묘한 해프닝... 중략 ... [헤살은 이제 그만]
최가영과 새엄마 김복실 여사의 농간으로 퇴사한 박재성이 다시 회사에 복귀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역시 최가영이 한수 위다.
최근 일지매를 보고 SBS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은 개선됐기 때문에 워킹맘 1회분을 봤다. 오랜만에 TV에서 보는 염정아. 그리고 생긴 것 자체가 코메디인 봉태규. SBS 드라마 답게 연기들이 조금 과장스럽다. 그러나 최가영과 봉태규를 제외한 인물들은 의외로 진지하다. 또 상황들이 아주 절묘하다. 일 중독자 최가영은 시누이 박인혜 예상치 못한 이혼 덕에 회사를 퇴사한다. 또 아이를 봐줄 친정 엄마가 필요해서 아버지와 혼인한 김복실 여사(김자옥분)는 신혼 여행 첫날 애보기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상황도 절묘하지만 반전도 재미있다 막히다.
이런 '절묘한 상황들'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예상치 못한 반전'. 그리고 이런 상황이 만들어 내는 절묘한 웃음. 예상외로 워킹맘은 재미있었다. 상황이 만들어 내는 웃음이라는 시트콤의 철학을 그대로 이어 받은 듯하다. 일반 시트콤처럼 에피소드 형식이 아니라 일반 드라마 형식이다. 따라서 시트콤으로 봐야할지 드라마로 봐야할지 애매하다. 그러나 상황이 만들어 내는 웃음 상당히 절묘하다.
그러나 남편이 사라지자 어두운 표정은 기쁨으로 바뀐다. 그러나 이런 최가영의 속내를 미리 짐작한 고은지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염정아의 표정도 재미있지만 고은지의 표정 역시 상황을 짐작하게 해준다.
속내를 들켰지만 기쁘기는 한량없다. 또 속내를 짐작하고 비웃는 듯한 고은지의 표정도 예사롭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