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하는 일 중 하나는 별명 또는 이름을 짓는 것이다. 이름이야 조금 신중하게 짓는 편이지만 별명은 상당히 즉흥적으로 짓곤 한다. 그래서 우엉맘의 별명은 둥딩스, 우영이의 별명은 우엉이, 다예의 별명은 따공(다예 공주)이이다. 따공이는 다예라는 이름보다 더 자주 부른다. 그래서 다예도 다예라는 이름과는 별도로 자신의 별명이 따공이라는 것을 잘 안다. 때로는 따공이 아냐, 따공이 싫어라고 하지만.
이렇게 별명을 짓는 사람들은 주변 가족뿐이 아니다. 주변에서 이래 저래 알게되는 사람 중 별명이 없는 사람은 대부분 별명을 붙여준다. 그래서 우멍맘의 친구들도 대부분 별명이 있다. '인절미'. '조마담'등. 마담이라고 하면 술집이 연상되기 때문에 어감이 좋지 않다. 그러나 조마담은 우엉맘 친구의 마음 씀씀이 때문에 좋은 뜻으로 붙여준 별명이다. 우엉맘의 친구중 친구의 생일부터 대소사까지 꼬박 꼬박 챙겨주는 친구가 있다. 이렇게 챙겨주는 것이 마치 큰 언니 같아서 붙인 별명이다.
이처럼 나는 별명을 붙일 때 생김새나 그 사람의 역할등 들어보면 대부분 수궁할 수 있는 별명을 자주 붙인다. 우엉맘의 별명이 둥딩스인 것은 애를 낳고 80Kg에 가까이 늘은 체중 때문이었다. 뚱띵이라고 부르면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에 쌍디읃은 디읃으로 바꾸고 영어의 s를 붙여 만든 별명이다. 그래서 영문 이니셜로 적으면 항상 'DDs'라고 적어 준다. 내가 올린 동영상을 보면 제작: DoA/DDs라고 적혀있는 것을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엉맘이 휴대 전화를 초기화했다. 자동응답 모드로 바뀐 것을 되돌리려고 하다가 모르고 초기화를 시킨 것이다. 나이는 나보다 8살이나 어리지만 신세대 용어는 하나도 모르고 컴맹인 구세대 아줌마라 휴대폰도 설정 해준대로만 사용한다. 그래서 벨소리도 받아 주고 휴대폰 초기화면도 바꿔주었다. 물론 휴대폰에 표시되는 이름도 IM-K200에서 '둥딩스 벼락통'으로 바꾸어 놓았다.
휴대폰의 이름이 둥딩스 벼락통으로 바꿔주니 우엉맘과 함께 다니는 아주머니들이 왜 벼락통인지 계속 궁금해 하는 모양이었다. 둥딩스야 그 이름에서 뜻이 나오지만 벼락통은 아무래도 상상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원래 벼락통은 벼락(전기)로 통(대화)하는 장치(휴대폰)이라는 뜻으로 써 준 것인데... "벼락 맞을 놈"이라는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나쁜 뜻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아무튼 지금은 다예를 낳았을 때보다 30Kg 가까이 살을 뺐지만 우엉맘의 별명은 여전히 둥딩스이다. 나는 뚱뚱하다고 해서 그것을 탓하거나 살을 빼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살을 빼지 않아도 예쁘다"고 칭찬해 준다. 대신에 이렇게 별명을 이용해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준다. 아마 모르긴 해도 우엉맘의 끝없는 다이어트의 동력은 바로 알게 모르게 가하는 이런 스트레스가 일조 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