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 소송 카페에서 온 메일 한통

2008/08/04 10:11

대한민국 변호사

수천억 재산가와 인기 탤런트의 이혼으로 벌어진 재산분할 청구 소송. 그런데 그 금액이 만만치 않다. 무려 1000억이다. 이중 10%가 수임료이니 단 한건으로 100억을 버는 엄청난 소송이다. 그러나 제목은 "대한민국 변호사"이지만 내용은 '대한민국 변호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 이유는 변호사들이 이혼과 분할청구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혼 당사자가 다시 결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변호사를 생각해 보면 얼마나 현실성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인기는 바닥이다.

목차

옥션 해킹 사건

얼마 전 옥션에서는 국내 최대(아마 세계 최대)의 사용자 정보 유출 사건이 있었다. 나 역시 옥션회원이고 따라서 주민등록 번호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정보가 유출된 피해자였다. 옥션덕에 기존에 사용하던 비밀번호를 사용할 수 없어서 다른 사이트를 돌아 다니며 비밀번호를 바꿨다. 또 요즘도 바꾸지 않은 사이트를 만나면 비밀번호를 바꾸고 있다.

옥션의 사용자 정보 유출 사건은 규모면에서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옥션 발표 천만명이고, 추산하기로는 천팔백만명의 정보가 유출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워낙 방대한 양의 사용자 정보가 유출되었기 때문에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마자 여기 저기서 변호사들이 사람을 끌어 모아 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나는 옥션 사태를 통해 얻어야 할 것들에 밝힌 것처럼 소송만이 능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소송 보다는 보안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옥션 사태가 발생한지 서너달이 지나고 있지만 우리사회는 옥션 사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좋은 학습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바뀌지 않는 현실

이전 두개의 글을 통해 지적했듯이 행안부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대치하기위해 만든 G-PIN 사이트는 옥션 사태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아니 아무것도 배울 생각이 없는 듯하다. 옥션에서 사용자 정보 유출 피해가 커진 이유는 사용자의 암호를 평문으로 저장했기 때문인데 주민등록번호를 대치하려고 만든 G-PIN 사이트조차 암호를 평문으로 저장하고 있다.

또 사이트를 돌아 다니면서 암호를 바꿀려고 하면 '암호에 특수문자를 포함 시킬 수 없는 사이트가 너무 많았다'. 한 예로 다른 금융권과는 달리 ID와 암호로 로그인할 수 있는 외환은행은 암호에 특수문자를 포함시킬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암호를 사용할 수 없었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옥션의 정보유출 사건 역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채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그렇고 그런 사건으로 마무리될 것 같다.

오늘 다음에 접속해 보니 생각지도 못한 메일이 한통 와있었다. 옥션 정보유출 소송모임에서 온 것이다. 글 앞부분에서 설명했듯 나는 옥션의 소송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소송 보다는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옥션에서 정보유출이 된 직후 네이버와 다음에서 소송을 진행한다고 해서 두 카페에 가입한 적이 있는데 이 때문에 온 메일로 보였다.

똑 같은 법무법인

그런데 이 메일을 읽는 내내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 이유는 메일의 내용에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에 대한 비아냥이 담겨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구절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환불자에게 드릴 돈은 은행송금 수수료를 제외한 29,500원입니다.

이자 내라구요? 위 환불 금액에는 저희가 환불 요청자 분들의 파일을 정리하고 다시 송금하는 작업에 관한 비용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환불 해드린 분들은 회원 등급을 '활동중지' 시킬 예정입니다.

더 이상 게시판을 어지럽히는 글들이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아마 이런 메일을 보낸 속내는 쉬 짐작할 수 있다. 다른 블로거의 포스팅도 있었지만 옥션의 정보유출 소송변호사의 배만 불려준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아울러 지난 7월 26일에 방영된 MBC 뉴스후에서도 이런 집단 소송으로 변호사는 작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까지 벌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간상태다. 큰 돈 들이지 않고 소송을 제기해준다는 이야기에 소송에 참여했다가 변호사가 받는 소송비와 성공보수가 너무 크다는 것을 알고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이 늘자 취한 조치처럼 보였다.

정확한 내용은 아니지만 만원씩 받고 집단 소송을 제기한 네이버의 변호사는 1차 소송에서 10만명을 모았다고 한다. 만원씩 10만명이면 이 금액만 10억이다. 내가 메일을 받은 다음 소송모임은 3만원씩 받았기 때문에 만명만 모았다고 해도 3억을 모은 셈이다. 여기에 30%에 달하는 성공보수까지 합하면 이 집단소송으로 변호사가 얻는 수익은 정말 천문학적인 돈이된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성공보수만 받고 소송비는 받지 않는 변호사도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이다. 따라서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을 욕할 사람은 없다. 아울러 변호사가 많은 돈을 번다고 해서 그것 역시 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소송을 하면 거의 승소할 수 있는 사건에 소송비를 받고 성공 보수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모자라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런 비아냥이 담긴 메일을 보낼 필요가 있을까?

변호사도 사람이고 따라서 많은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짜증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소송으로 한두푼 버는 것도 아니고 작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을 벌 수 있다. 또 이 소송에 참가한 변호사 중 대부분은 이런 요량으로 뛰어든 사람들이다.

변호사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상층부를 구성하는 최고위 층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아니라고 해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그 얄팍함에 상술을 부릴만큼 다급한 처지는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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