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서
어른 두명이 패달을 밟고 아이들은 앞자리에 앉힐 수 있는 자전거다. 위에 그늘막도 있고 경적, 브레이크도 있지만 조금 오래된 자전거였다. 따라서 패달을 밟아 보면 밟기가 상당히 힘들다. 또 핸들도 잘 듣지 않는다. 한눈 팔다가는 경포에 수제를 지낼 수도 있다.
주말 여행
우리가족은 주말 여행을 계획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모든 주말 여행이 다 이런식이었다.
우엉맘: 오빠. 날도 좋은데 부산에 가자!!
도아: 그래.
이렇다 보니 준비를 하고 가는 때는 거의 없다. 일단 떠나고 보고 여행을 간 곳에서 적당히 관람할 곳을 찾는다. 이런 여행이다 보니 의외로 좋은 장소를 자주 발견한다. 부석사도 이렇해서 가본 곳이고 아침 바다 펜션도 이런 주말 여행 때문에 알게된 펜션이다.
비용낭비가 심하지 않을까 싶지만 어차피 차에 코펠과 버너를 가지고 다니면서 모텔에서 밥을 해먹는 때도 많기 때문에 숙박비를 빼면 드는 돈은 많지않다. 야영도 생각하고 있지만 차가 작아서 큰 텐트를 가지고 다니기 힘들기 때문에 아직까지 야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어제 일이다. 전작 때문에 또 일찍 일어났다. 블로그에 가족사진을 올리고 사무실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전화가 왔다.
우엉맘: 오빠. 강릉가자.
도아: 지금? 지금갔다가 언제 오려고?우엉맘: 오늘 갔다가 오늘 오지뭐. 날도 좋은데.
도아: 그래.
우리가족은 주말 여행을 따로 계획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라도를 제외한 주변 대부분의 지역이 두시간 생활권이기 때문이다. 강릉도 비슷하다. 설사 막히는 한 여름이라고 해도 충주에서 강릉은 두 시간이면 간다. 설사 여름 성수기라고 해도 충주에서 강릉으로 가는 길은 막히지 않는다.
충주에서 제천까지는 38번 국도를 타고 간다. 제천에서 문막IC까지는 유령 고속도로로 불리는 중앙 고속도로를 타고 간다. 영동 고속도로를 타본 사람은 알 수 있지만 문막IC를 지나면 거의 막히지 않는다. 따라서 강릉쪽에서 사고가 나 차가 막히는 때가 아니면 거의 두 시간이면 강릉까지 갈 수 있다.
오전 9시 30분쯤 아이들과 우엉맘이 왔다. 주말 여행을 워낙 자주 가기 때문에 주말 여행을 싫어하는 우영이와 다예도 웬일인지 즐겁게 왔다. 아침을 먹지 않아서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을 달래 일단 38번 국도를 탓다. 다시 제천에서 중앙 고속도로를 타고 첫번째로 나타나는 휴게소에서 일단 아이들에게 밥을 먹였다.
짜장면을 좋아하는 우영이는 짜장면. 매운 것을 좋아하는 다예는 라면. 나는 시원한 김치라면으로 시켰다. 다이어트에 목숨을 건 우엉맘은 다예가 남긴 것을 먹겠다고 한다. 이 휴계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때웠다.
다예는 사진찍는 것을 좋아한다. 우엉맘과 사진을 찍어 주려고 하자 열심히 자세를 잡는다. 평상시에는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하는 우영이도 샘이 났는지 우영이도 찍어 달라고 한다. 뒷 배경 때문인지 예상보다 사진이 잘나왔다.
경포대
강릉을 지나 강릉에서 가장 가까운 경포대로 향했다. 성수기에는 사람이 많아 가지도 않을 곳이지만 역시 사람이 없을 때는 경포대가 가장 좋다. 일단 바가지가 없고 주변이 깨끗하다. 아울러 너른 경포도 마음에 든다.
다예: 아빠. 그냥 해수욕장 가는 거야? 호텔 해수욕장 가는거야?
도아: 그냥 해수욕장은 뭐고, 호텔 해수욕장은 뭐야?
우영: 그냥 해수욕장은 해수욕만 하는 거고 호텔 해수욕장은 호텔에서 하룻밤 자는 거야
주말 여행을 가면 모텔에서 하룻밤을 자기 때문에 다예는 자고 올 것인지 아니면 바로 올 것인지가 궁금한 듯했다. 다음날이 월요일이라면 하룻밤 자고 오는 것도 괜찮지만 월요일에 우영이가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로 오는 것으로 했다.
성수기 때처럼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더운 날씨 때문인지 의외로 사람이 많았다. 재미있는 것은 그토록 더운 날씨인데 경포대는 아주 시원했다. 다예는 오히려 춥다고 했다.
처음에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뒷면에 프로펠라가 달려있다. 돈을 주고 타는 것인지 동호회에서 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경포대 하늘에는 이런 패러글라이더가 많았다.
모래와 물을 싫어하던 다예
그러나 이제는 모래와 물이 좋은 듯했다. 출발하기 전에 수영복 비슷한 것을 이미 입어둔 모양이었다. 갑자기 들이친 물에 빠져 눈에 바닷물이 들어갔지만 그래도 좋은 모양이었다.
바닷가를 보니 비키니를 입고 있는 아가씨가 있었다. 날이 조금 덥기는 했지만 일광욕을 즐기기에는 조금 추운날이었다. 그런데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아가씨가 있었다.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지만 외국인이다.
물에 가서 놀고 싶지만 옷이 젓을까 걱정인 우영이.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기에는 챙피한 듯했다. 결국 물에 들어가서 놀고 옷은 빨아서 다시 입혀 주기로 했다.
경포대에서 우영이는 물놀이를 했다. 다예는 물이 무서운 듯 모래놀이에 열중이었다. 시간이 오후 2시를 조금 더 지난 것 같아 일단 밥을 먹기로 했다. 경포대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우리가족이 자주갔던 강문 해수욕장이 있다. 강문 해수욕장 근처에는 초당 순두부집이 많기 때문에 강문 해수욕장 근처로 가서 초당 순두부를 먹기로 했다.
딸기밭
경포의 바깥쪽 도로를 타고 가다 보니 딸기를 파는 곳이 있었다. 또 딸기를 그냥 파는 것이 아니라 직접 따먹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자동차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가격을 물어 보니 한 바구니에 만원이라고 한다. 딸기를 보면 가격은 조금 비싼 듯했지만 직접 딸 수 있다고 해서 바구니 하나를 사서 딸기 밭으로 들어갔다.
딸기를 먹기는 했어도 직접 따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영이와 다예도 딸기를 직접 딴다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는 듯했다. 모든 딸기가 싱싱한 것은 아니었지만 직접 따는 딸기라서 그런지 맛은 좋았다.
딸기를 따다 보니 아주머니께서 이쪽 밭에는 딸기가 없으므로 안쪽 딸기 밭으로 가라고 하신다. 안쪽 딸기 밭으로 와보니 딸기는 더 없었다. 아주 오래되서 상한 딸기, 시커멓게 변한 딸기. 아무튼 이쪽 밭에 딸기가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밭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 봤지만 먹을 만한 딸기는 많지 않았다.
곁눈으로 힘끔 보니 아주머니들이 내가 처음 딸기를 딴 밭에서 딸기를 따서 손님에게 팔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 밭 끝쪽으로 가서 딸기를 따 봤다. 정말 크고 싱싱한 딸기가 많았다. 먹어 보니 맛도 아주 달콤했다. 미루어 짐작컨데 직접 딸기를 따는 사람들이 딸기 밭을 망칠까봐 좋지 않은 딸기만 있는 곳으로 인도한 듯했다.
먹는 것이 남는 것이라 딸기를 따면서 계속 딸기를 먹었다. 농약을 얼마나 했는지 알길이 없지만 이런 싱싱한 딸기를 바로 먹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딸기를 먹는 것도 따는 것도 재미있는 듯했다. 큰 딸기를 따고 좋아하는 우영이. 어떤 딸기를 딸 줄 몰라 아빠만 졸졸 따라 다니는 다예도 이런 간단한 행사가 좋은 듯했다.
아주머니들의 딸기밭에서 크고 싱싱한 딸기를 바구니 하나 가득 땃다. 역시 싱싱한 딸기라 쉽게 상하기는 했지만 딸기 맛은 아주 좋았다. 차로 이동하는 도중 배고픈 아이들이 절반 정도를 먹어 버렸다.
다시 경포의 바깥쪽 도로를 타고 가다 보니 경포를 조금 벗어난 곳에 또 초당 순두부집이 나온다. 이 근처에는 초당 순두부집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강문 해수욕장 근처의 유명한 초당 할머니 순두부나 소나무집을 가봤지만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한 맛에 양이 적고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만 들었다. 따라서 시간을 들여 굳이 그 집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이 집에서 간단히 식사하기로 했다.
초당 순두부 전골. 2만원이다. 사진을 찍지 않은 것은 맛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릉에 와서 먹은 순두부 중 가장 맛있었다. 순두부, 버섯, 당면, 굴이 들어간 전부이지만 굴 때문인지 국물이 아주 시원했다. 우영이와 다예가 먹을 수 있도록 처음에는 순두부만 끊여 우영이와 다예에게 한 접시씩 퍼준 뒤 고추 가루를 넣었다. 이렇게 하자 매콤하면서 시원한 순두부 전골이 되었다. 이름이라도 기억하고 있으면 좋겠지만 처음에 들어서자 마자 잘못왔다는 생각 때문에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자전거
밥을 먹고 다시 경포대로 향했다. 그 이유는 경포대 앞에서 빌려주고 있는 가족 자전거를 타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른 두명과 아이 두명이 탈 수 있는 소형 자전거는 한시간에 만오천원이라고 한다. 또 어른 네명이 탈 수 있는 대형은 한시간에 이만원이라고 한다.
빨간색과 노란색이 있었는데 노란색이 신형인 것 같아 노란색 자전거를 빌려 경포 주변을 돌았다. 핸들이 두개가 있지만 왼쪽 핸들만 동작했기 때문에 왼쪽에 내가 앉고 오른쪽에 우엉맘이 앉았다. 그리고 힘차게 패달을 밟았다. 그런데 일반 자전거와는 달리 잘 밟히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니 바로 앞에 웬 남녀가 우리가족과 비슷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운전을 잘못해서 자전거 바퀴가 한쪽은 차도에 나머지 한쪽은 인도에 걸려있었다. 차도로 내려가면 될 일을 차도로 내려가지 않고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가더니 결국 자전거가 기우뚱했다. 남자가 얼른 뛰어 내린덕에 자전거가 쓰러지지는 않았다. 끄런데 이 모습을 보던 다예가 한마디 한다.
다예: 그 사람들. 꼴 좋다!!!
완전 의외였다. "꼴 좋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사용한 것인지 궁금했지만 다예의 예상하지도 못한 말에 우엉맘은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기가 한말에 누가 웃는 것을 보면 자존심이 상하는 다예는 계속 심술을 부렸다. 아무튼 이렇게 온 가족이 웃으며, 경포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탓다.
패달을 밟는 것은 우영이도 좋아했기 때문에 패달은 우엉맘-나, 우엉맘-우영, 나-우영의 순으로 번갈아 가면서 패달을 밟았다. 그런데 경포를 한 바퀴 도는 것은 의외로 길었다. 자전거를 빌려준 아저씨의 이야기로는 한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한시간은 부족할 것 같았다.
어른 두명이 패달을 밟고 아이들은 앞자리에 앉힐 수 있는 자전거다. 위에 그늘막도 있고 경적, 브레이크도 있지만 조금 오래된 자전거였다. 따라서 패달을 밟아 보면 밟기가 상당히 힘들다. 또 핸들도 잘 듣지 않는다. 한눈 팔다가는 경포에 수제를 지낼 수도 있다.
또 가족 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찍어 준다고 했지만 이렇게 찍으면 우엉맘의 안색이 굳어지기 때문에 사진기의 자동 셔터 기능을 이용했다. 그런데 찍고 나서 보니 머리가 짤렸다. 또 아이들이 마치 우엉맘에게 도망간 것처럼 찍혔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카메라를 의식한 우엉맘은 조금 어색하다. 반면에 오른쪽 사진은 아주 자연스럽다.
자전거를 타고 경포대에 다시 도착하니 17분 정도가 남았다. 중간 중간 쉬면서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타고 가기도 힘들어서 자전거를 대여한 아저씨게 드리고 다시 주문진을 향했다. 주문진에서 회를 사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주문진에서 회를 사야할지 궁금해 졌다. 그래서 주문진으로 가는 것은 포기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오다 보니 대관령 근처에서 아주 심한 황사를 만났다. 불현듯 과거에는 힘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던 중국이 이제는 황사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