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거의 부활

2008/04/23 08:42

다예는 왼손 잡이이다. 오른손도 사용할 수 있지만 글을 쓰는 것도 왼손이고 밥을 먹는 것도 왼손이다. 오른손 잡이를 양손 잡이로 만들기는 힘들다. 그러나 왼손 잡이를 양손 잡이로 만드는 것은 비교적 쉽다. 따라서 다른 것은 몰라도 글씨오른손으로 쓰도록 하고 있다. 글을 오른손으로 쓰도록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는 왼손 잡이용 용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왼손으로 글을 쓰면 모든 사물을 반대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다예가 '아빠 이름'이라고 이름을 써왔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도 내 이름같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왼손잡이는 글을 반대로 쓴다. 보통 김을 쓰기 위해서는 ㄱ ㅣ ㅁ 순으로 쓴다. 그러나 왼손잡이는 ㅣㄱㅁ 순으로 쓰고 기역의 방향도 뒤집아서 쓴다. 글자를 거울에 대고 보면 보이는 형태로 쓴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아래의 그림을 보면 된다. 이렇다 보니 왼손으로 글을 쓰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다. 그래서 글씨는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시키고 있다.

왼손을 쓴다는 것이 이렇게 차이가 있는지 몰랐다. 다예는 지금도 7자를 반대로 쓴다. 또 글을 쓰는 순서도 반대다. 위에서 아래로 쓰지않고 아래에서 위로 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지 않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다. 왼손과 오른손 정말 차이가 난다.

둘째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타고난 성격인지 모르겠지만 다예는 사물의 특징을 아주 잘 잡아낸다. 또 손이 섬세해서 아주 작은 물건도 잘 다룬다. 우엉맘과 우영이가 열지 못하는 뚜껑도 아주 잘 연다. 최근에는 냉온수기 꼭지가 부러졌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부러진 냉온수기 손잡이 부분을 뒤로 젖혀서 물을 마신다.

종이접기도 비슷하다. 다예가 여섯살 반을 다니고 있지만 나이는 다섯살이기 때문에 조금 복잡한 종이접기는 거의 따라하지 못한다. 그러나 자기 마음대로 접은 종이접기지만 종이를 접은 뒤의 특징을 그래도 살려 정말 비슷하게 접는다.

얼마 전의 일이다. 왼손으로 여기 저기 돌려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무엇을 그린 것인지 보니 사람을 그린 것이었다. 누군지 물어보니 다예오빠라고 한다. 그런데 역시 남자와 여자의 특징을 그대로 잡아내서 그림을 그렸다.

요즘 우영이는 미술을 배우고 있다. 함께 미술을 배우는 아이 집에 있는 화이트 보드를 다예가 무척 부러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옥션에서 두개를 주문했다. 하나를 주문하면 서로 싸우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와서 보니 또 다예가 그림을 그려 두었다. 가장 왼쪽은 아빠, 가운데는 다예, 마지막이 우엉맘이라고 한다. 우영이가 "오빠는 없다"고 투덜 거리자 자기 아래쪽에 오빠도 추가했다.


화이트 보드에 사용되는 펜이 검은색과 빨간색밖에 없어서 검은색으로 그리고 빨간색으로 색칠을 했다. 눈을 모두 빨간색으로 칠해 조금 이상하다. 그러나 역시 특징은 잘 잡아내고 있다.

남은 이야기

냉온수기 꼭지가 망가져서 역시 옥션에서 주문했다. 그리고 오늘 온수와 냉수의 꼭지를 교체했다. 그러자 다예가 하는 말.

다예: 아빠. 정말 예쁘다. 정말 예뻐.

다예장점 중 하나는 바로 "말을 예쁘게 한다"는 점. 그래서 같은 말을 해도 우영이 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다.

관련 글타래

Tags

다예, 솔거, 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