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irm.to
정확하지 않지만 confirm.to
와 비슷한 도메인 이름을 사용했고 회원 가입이나 로그인과 같은 절차 없이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SMTP 서버 주소에 confirm.to라는 도메인 이름만 추가하면 됐던 서비스였다. 예를들어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SMTP 서버 주소가 smtp.kornet.net이라면 SMTM 서버 주소를 smtp.kornet.net.confirm.to로 바꿔 주면 자동으로 수신 확인이 되는 서비스였다.
추억의 오르지오
어제 주말 여행을 다녀왔다. 처음부터 주말 여행을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우영이가 나온 김에 자고 가자고 졸라서 의외로 긴 주말 여행을 다녀왔다. 영주 [부석사에서 내려 오는 길에 가판에서 팔고 있던 인삼 동동주를 한병 사가지고 왔는데 이 인삼 동동주를 서울에 올라갔을 때 사온 용두동 쭈꾸미와 함께 마셨다. 그리고 조금 일찍 일어나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불현듯 예전에 자주 사용하던 오르지오라는 메일 서비스가 생각났다. 오르지오가 막 생겼을 때 가입을 했기 때문에 상당히 짧은 ID를 여러 개 등록해 두었고 가끔 이 전자우편 주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오르지오에서 사용하던 ID는 doa@orgio.net, q@orgio.net, z@orgio.net이었다.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가입할 때 ID 글자수 제한이 없어서 이렇게 짧은 ID를 사용할 수 있었다. Gmail을 사용하기 전에는 그나마 가끔 접속했지만 Gmail을 사용한 뒤에는 거의 잊혀진 사이트였다. 국내에서는 오르지오가 처음으로 수신 확인 메일 서비스를 한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오르지오 보다 먼저 수신 확인 메일 서비스를 제공한 곳이 있다. 도메인 이름은 정확하지 않지만 수신 확인 메일을 사용하는 방법도 오르지오 보다는 훨씬 간단했다.
정확하지 않지만 confirm.to
와 비슷한 도메인 이름을 사용했고 회원 가입이나 로그인과 같은 절차 없이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SMTP 서버 주소에 confirm.to라는 도메인 이름만 추가하면 됐던 서비스였다. 예를들어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SMTP 서버 주소가 smtp.kornet.net이라면 SMTM 서버 주소를 smtp.kornet.net.confirm.to로 바꿔 주면 자동으로 수신 확인이 되는 서비스였다.
수신 확인하는 방법은 오르지오와 같이 웹 버그(Web Bug)를 이용했다. 다만 SMTP 주소를 위처럼 바꾸고 메일을 보내면 메일은 일차적으로 confirm.to로 전송된다. confirm.to에서는 smtp.kornet.net이라는 원 SMTP 서버를 찾아내고 사용자가 보낸 메일에 웹 버그를 심어 전송한다. 메일을 받은 사용자가 메일을 읽으면 웹 버그에 의해 읽었다는 사실이 confirm.to 서버에 기록되고 메일 수신을 확인한 confirm.to 서버에서 처음 메일을 보낸 사용자에게 수신 확인 알림 메일을 보내주는 구조였다.
따로 회원 가입할 필요도 없고 SMTP 서버의 주소만 바꾸면 되고, 수신 확인은 메일로 알려 주기 때문에 상당히 편리한 서비스였다. 오르지오 보다 더 먼저 생겼지만 오르지오와 특허 분쟁으로 곧 사라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르지오에서 자신의 기술이라고 특허를 출원했던 수신 확인 메일은 오르지오의 독자적인 기술이 아니다. 당시 인터넷에서 알게 모르게 사용되던 웹 버그를 활용한 기술에 불과했다. 웹 버그는 한때 방문자의 정보를 방문자 몰래 서버에 기록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던 기술로 모 윈도우 커뮤니티에서 웹 버그 논라를 불러왔던 적이 있다.
웹 버그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웹 버그는 웹 페이지에 사용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코드를 심어 사용자의 정보를 서버에 기록하는 방법을 말한다. 한 예로 다음과 같은 HTML 코드를 보자.
<img src="https://qaos.com/check.cgi?id=artech" width="0" height="0">
IMG 태그를 사용하면서 width, height를 0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방문자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IMG 태그로 cgi 프로그램을 호출했기 때문에 서버측에 있는 check.cgi는 사용자의 ID와 HTTP를 통해 전송되는 모든 접속 정보를 서버에 기록할 수 있다. IMG 태그를 사용했지만 IMG 태그 외에 파일을 자동으로 호출할 수 있는 모든 태그(예: SCRIPT 태그)에 사용해서 사용자 정보를 모을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웹 버그였다.
오르지오의 수신 확인 메일은 바로 이 웹 버그를 메일로 활용한 것이다. 사용자가 보낸 메일을 HTML로 만들고 이 HTML 페이지에 웹 버그를 심어 메일을 보낸다. 메일을 받은 사람이 Outlook Express와 같은 메일 클라이언트를 통해 메일을 읽으면 웹 페이지가 화면에 표시된다. 이때 필요한 이미지나 스크립트를 외부에서 불러오면서 자동으로 오르지오 서버에 수신 확인 기록을 남기게 된다. Gmail이나 Outlook Express에서 웹 페이지의 이미지를 바로 표시하지 않는 이유도 웹 버그를 통해 사용자 정보를 서버에 전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르지오는 이 수신 확인 메일을 통해 사용자를 끌어 들였다. 아울러 이 기술을 독자 기술로 특허를 출원했다. 오르지오 보다 먼저 수신 확인 서비스를 제공하던 회사는 이 특허 분쟁에 휘말려 사라진다. 그러나 이 수신 확인 기술은 특허를 획득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따라서 얼마 뒤 국내의 거의 모든 메일 서비스에서 메일 수신 확인 기능을 제공하게된다.
결국 오르지오는 웹 메일과 함께 제공하던 POP3 서비스와 SMTP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고 메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용량에 차등화하면서 활로를 개척하려고 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POP3 서비스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고 제공하는 메일 서비스 역시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나는 POP3 때문에 주메일로 사용하다가 POP3가 유료화된 뒤에는 한달에 한번 정도 로그인해서 메일을 확인하는 보조 서비스로 바뀌었다.
서비스 종료
그 뒤 오르지오의 메일 솔루션을 학교나 관공서에 제공하는 방법으로 활로를 개척해 보지만 이 역시 인트라넷 기능을 제공하는 다른 메일 서비스에 밀렸던 것 같다. 그리고 넥슨에서 인수한 것 같았다. 그러나 역시 다들 무료로 제공하는 메일 서비스 만으로 운영하기는 힘든 듯했다. 오늘 오르지오를 접속하려고 하니 도메인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이미 다른 사이트에 도메인이 넘어 간듯했다. 인터넷에서 오르지오를 찾아보니 2006년 9월 20일 최정적으로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림출처: 오르지오 메일도 폐쇄 임박
오늘 오르지오 서비스가 중지됐다는 것을 알았다. 한때 수신 확인 메일로 언론의 조명을 많이 받았던 회사이지만 차별화된 기술이나 마케팅 전략이 없다보니 결국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 공지에는 오르지오를 인수할 회사를 찾고 있지만 딱히 인수할 업체는 없었을 것 같다.
1997년 7월에 생겨 2006년 9월에 문을 닫았기 때문에 약 9년 정도 서비스가 운영된 셈이다. 회원수는 200만 정도였다고 하니 중형급 인터넷 사이트가 네티앙 다음으로 사라진 셈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10년은 모든 것을 바꾸는 것 같다. 국내에 있는 사이트 중 내가 운영하고 있는 QAOS.com 보다 연혁이 오래된 사이트는 많지 않다.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이다.
참고로 오르지오라는 이름은 약"오르지오"처럼 '오르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남은 이야기
오르지오 메일을 사용할 때 일이다. doa@orgio.net은 개인 메일로, z@orgio.net은 익명 메일로 많이 사용했다. 한달에 한번 정도 로그인해서 받은 메일을 삭제하는 정도로 사용했는데 어느 날 z@orgio.net으로 오는 메일이 폭주했다. 확인해 보니 제발 스팸 메일좀 보내지 말아달라는 부탁 또는 욕설이 전부였다. 거의 사용하지 않는 메일 계정으로 무슨 스팸이 날라갔을까 싶어서 확인해 보니 스패머의 교묘한 농간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스패머가 메일을 보내면서 회신 주소로 내가 사용하는 전자우편 주소(z@orgio.net)를 적어 발생한 일이었다. 회신 주소를 내 주소로하면 스팸 메일에 관심을 둔 사람의 메일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스패머는 여기까지 고려해서 본문에 자신의 전자우편 주소를 적어둠으로서 관심이 있는 사람의 메일은 자신이 받을 수 있도록 손을 써 두었다. 즉 스팸을 받고 본문도 읽지 않고 열이 받아 회신 단추를 누른 사람의 메일은 회신 주소로 되어 있는 z@orgio.net으로 메일을 보내게되고 관심을 가지고 본문을 읽은 사람은 스패머에게 메일을 보내도록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