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 다는 것. 그것은 잘 알던 주위 사람을 하나, 둘 보내는 것이다. 남은 자의 슬픔을 떠나는 사람이 알까마는 그 슬픔이 한동안 주위를 감싸면 이제 내가 정말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 항상 슬픈 일들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또 지속적인 새로운 만남을 인도한다. 이러 새로운 만남은 일순간의 인연일 수도 있고 또 죽기 전까지 이어지는 영원한 인연일 수도 있다. 만나고 떠나는 것. 오면 가는 것. 세상의 가장 간단한 이치이다. 그래서 보낼 때는 애달고 만날 때는 설렌다.
작년에 막내 처제가 시집을 갔다. 우엉맘과의 나이차가 8살, 우엉맘과 처제의 나이차가 6살이니 막내 처제와는 14살 차이가 난다. 막내 체제는 요즘 유행처럼 2살 연하의 남자랑 혼례를 치뤘다. 따라서 막내 동서와는 16살 차이가 난다.
막내 처제의 출산 예정일은 지난 27일이었다. 지난 주에 이미 3.3Kg를 넘었기 때문에 지난 주라도 산통이 오면 바로 오라고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난 주 내내 소식이 없었다. 예정일이 지나도 산통이 오지 않으면 27일에 유도분만을 한다고 해서 지난 주말에 올라 가려고 했지만 일정이 다시 연기 되었다고 한다.
지난 주말 겸사 겸사 인천에서 사귄 분을 방문했다가 혼인 선물로 주기로 한 금 한냥을 건네 주고 내려왔다. 27일에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지만 별 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자 29일에 유도분만을 했다. 그리고 오후 한시 정도에 연락이 왔다. 막내 처제가 유도분만으로 4시간 만에 귀여운 딸을 출산했다는 소식이었다.
막내 처제의 첫 출산이고 처가집으로는 4년만의 출산이라 우엉맘과 일산으로 이동했다. 허유재 병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Nate Drive로 길을 찾아 일산에 도착하니 오후 7시 정도 였다. 개인 병원으로 생각했는데 8층 짜리 건물에서 총 7층을 사용하는 상당히 큰 병원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면서 들은 얘기로는 병원비도 상당히 비싸다고 한다.
병실에는 처제가 밥을 먹고 있었도 처제에게는 상당히 살갑게 대하는 막내 동서도 와있었다. 이런 저런 궁금한 점을 물어 보고 언제 아이를 볼 수 있는지 물어보니 오후 7시 30분에 잠깐 아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온 처가집 식구들이 기다린 아이고 막내 동서네의 경우 집안에서 첫 아이라 다른 무척 보고 싶은 것 같았다. 신생아실에서 산모의 이름을 보여 주니 보로 쌓은 아이들 들고 나왔다.
지난 주에 3Kg를 넘었다는 아이였지만 막상 낳은 아이는 2.9Kg라고 한다. 보통 3.3Kg를 넘으면 아이들이 살이 포동 포동한 편이고 다예처럼 4Kg이 넘는 아이는 볼에 오동통한 살이 붙어 있는데 이 아이는 3Kg이 되지 못해서 그런지 피부가 조금 쪼글 쪼글했다. 막 낳았을 때는 양수가 묻어있어서 더 이상했다고 한다.
장인 어른과 근처 동태찜 집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처가집에서 하루를 묵은 뒤 오늘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카메라로 담아둔 사진을 보니 역시 귀엽다. 처음 아이를 낳은 엄마는 아이를 날 때 고통 때문에 다시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귀여운 아이의 웃음 때문에 그 고통도 있고, 또 이 아이의 재롱 때문에 또 그 고통을 감내하고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남자로서 여자들의 분만의 고통을 알 수 있을까? 이런 고통이 하나의 생명을 만들고 인류라는 종족이 그 고통을 통해 명맥을 유지해 간다. 그래서 새로운 탄생은 언제나 반갑고 또 설레인다.
(세째나 가질까)
남은 이야기
다예는 아이를 본다고 하자 간난 아이가 아니라 우유빛 피부가 뽀송 뽀송한 아이를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이를 간호사가 데리고 오기 전까지 아이를 보겠다고 떼쓰던 다예는 작고 붉은 얼굴 빛에 머리가 이상한 아이가 싫은 모양이었다. 결국 "간난아기가 싫다"고 울음으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