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픈전 의류 쇼핑몰 컨설팅 할때 일이다. 상품의 이미지 컷을 만들기 위해 피팅모델을 섭외 한적이 있었는데 섭외 한 피팅모델이 약속을 어기고 펑크를 낸것이다...
사진 촬영날에 맞춰 장소 섭외(30만원)와 차량 렌트비(6만원), 그리고 사진 장비와 그날 모델이 입고 찍을 의류등... 그날 하루 들어간 비용이 50만원 정도 였는데 연락도 안되고 아무말도 없이 버로우 타버린 것이다...
피팅 모델 측에서야 몇시간 손해 본것에 불과 하지만 업체측에선 촬영날에 맞춰 많은 준비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사실 피팅 모델 때문에 겪는 이런 사례는 비일 비재 하다...
피팅 모델이 고등학생, 대학생들 사이에선 잠깐 동안만 일하고 많은돈을 벌수 있기 때문에 명품 알바로 통한다...피팅모델 보통 시급이 최하 2만원에서 4만원선이고 이름 좀 있다 싶으면 5~6만원씩 하기도 한다. 시간당 말이다.. 하루 일당 식으론 15만원에서 ~ 30만원까지니 엄청나게 비싼 알바가 아닌가..보통 알바는 시급 3~4천원 정도고 많이 줘봐야 만원을 넘지 않는데 반해 피팅모델은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사진 몇컷만 찍어 주면 몇만원씩 벌어들일수 있으니 몸매좀 되고 얼굴좀 되는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러나 문제는 터무니없이 책정된 이런 피팅모델 가격이다. 쇼핑몰이 수없이 생겨나고 특히 그중 여성의류 창업이 많이 생겨 나면서 피팅모델 수요가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피팅모델 카페나 그와 관련한 커뮤니티에 사진 몇컷 올려 놓고 시간당 2~3만원씩 받는것이다. 그렇다고 시급 2~3만원씩 받을만한 스타일도 아니고 오크족(이쪽에선 그렇게 표현) 딸래미 처럼 생겼는데도 기본 2만원은 써놓는다는 것이다..
피팅 모델 시급이 2만원, 3만원, 4만원 뭐 그 이상이든 피팅 모델들이 그만한 자질과 능력이 있다면야 크게 상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지껏 내가 만나본 피팅 모델들은 공구리로 쳐서 두시간 정도 말린 시멘트 조각물 처럼 뻣뻣하게 그냥 서있거나..포즈라는 개념조차 없는 머릿속에 온통 스타벅스와 섹스엔더시티만 생각하는 된장녀들 뿐이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일부가 그렇다면 그러려니 웃고 넘어가겠지만 이거는 대부분이 그렇다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어떤 경우는 프로필에 경력 2년 이렇게 기재 해놓고 "호호 처음이라 너무 어색하네요..호호" 이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개념에 밥 말아드신 된장녀들한테 시간당 2만원 3만원씩 줘야 한다.
그렇다고 사진 촬영전에 면접이나 테스트 촬영이라도 볼라치면 "저는 딴데서 할때 그런거 안보고 하거든요..호호" 사진 딸랑 몇 장 보고 판단할수 밖에 없는것이 이쪽의 현실이다..의류의 경우 몸매나 얼굴만 된다고 이쁘다고 해서 그 옷을 소화할수 있는것이 아니다..
그 옷을 소화할수 있는 스타일과 포즈가 상당히 중요하다. 사진 몇장에 옷이 몇벌 밖에 안 나가느냐 몇백벌 나가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의류 쇼핑몰은 사진과 모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내가 아시는분은 시외 쪽으로 야외 촬영을 갔는데..이 피팅 모델이 전날에 클럽에서 밤새 뒹굴다 왔는지 눈은 흐리멍텅 풀려 있고..이동하는 내내 잠만 자고 경력이 3~4년이라는데 너무 어색한 포즈에 결국 촬영을 중단 할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피팅모델은 무개념인지.. 미안함 마음좀 가져보라고 시급을 줬더니 "호호 고맙습니다." 이건 뭐 생각이 없는건지 뇌가 없는건지 모를 일이다..
쇼핑몰 운영자들은 한겨울에도 이마에 송글송글 땀 맺혀가며 수많은 경쟁자와 경쟁 해가면서 갖은 고생 해서 버는 돈이다.. 편의점 알바, 주유소 알바, 서빙 알바를 해도 많이 줘봐야 시급 4천원~5천원 선이다. 한시간에 3~4만원씩 버는데 어느 정도는 프로정신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기형학적으로 생긴 자신의 몸은 생각지도 않고.. 사진이 왜 이렇게 나왔냐고 불평 불만에 옷이 보통 사이즈 보다 작게 나왔다면서 옷탓만 하고 있다..아무리 요즘 사진이 마술이라고 하지만 원본이 오크족인데 신이 아닌 이상 그걸 어떻게 사람으로 바꾸나..
물론, 업체 입장에서 가격이 쎄거나 마음에 안들면 안쓰면 그만이다.. 그러나 피팅모델을 하고자 해서 본인의 사진을 올렸다면 어느 정도 노력하는 모습 정도만이라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또 한, 업체 입장에서 피팅모델의 가격 때문에 문제 삼는걸 본적은 별로 없었다..시급이 비싼거야 옷 많이 팔아서 메꾸면 그만이다.. 더욱 문제 삼는것은 모델의 자질도 없이..아니 그전에 사람을 대하는 예의나 상식도 없이 철부지 처럼 사진만 찍으면 전부 끝나는줄 아는 개념으로 몸매좀 된다고 얼굴좀 된다고 굉장히 도도한척 한다는데 더욱 큰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전부 그렇지는 않다. 다른 의류 쇼핑몰 컨설팅때 만난 피팅 모델은 정말 자세부터 다르다고 느꼈다. 피팅모델을 6개월 정도 했다는 그분은 이쪽에서 판매할 의류의 컨셉을 미리 보고 거기에 맞춰 미용실에서 2시간정도 머리를 만지고 촬영 당일에는 메이크업에서 부터 의류와 어울리는 악세사리를 쇼핑백에 한가득 가져와 소품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야외 촬영 할땐 그 좁은 차안에서 옷 맵시를 다듬거나 화장할때 들고 다니는 화장품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촬영이 끝날 때마다 화장을 고치기도 하였다.
비록 얼굴이나 몸매는 그리 빼어나지 않았지만 어떤 옷이든 이쁘게 스타일 표현을 잘했으며 사진도 잘 나왔다. 보통 차량 이동하는 시간은 비용에서 빼거나 시급에 반만 주곤 하는데 모든 시급을 전부 맞춰 주었다. 참 예의 바른 처자다. 이럴 경우 시급 10만원을 줘도 안 아깝다.
그후에 많은곳에 소개 시켜 줬으며 이쪽 업계에선 지금 꽤나 잘나가는 피팅 모델이 되었다. 자질도 없으면서 얼굴만 이쁘고 몸매만 좋았다면 절대 소개 시켜 주지 않았을 것이다.
예전 아는 업체 사장과 통화를 한적이 있었는데 피팅모델 한테 하도 많이 데어서 요즘은 그냥 길거리에 나가서 괜찮아 보이면 "의류 업체인데요. 피팅모델 한번 해볼 생각 없으세요.." 라고 묻고 하는데 시급도 만원 정도고 경험삼아 하는거라 그런지 훨씬 열심히 한다고 했다...
피팅 모델이든 무슨 일이든...그 일을 대할때의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이 타고난 육체적인 부분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정신적으로 또한 사람으로써 갖춰야할 자세가 안되어 있다면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만 받고 욕만 먹으면서 아무짝에도 소용 없는 그런 인간이 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