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아의 AS 상경기

2007/09/11 07:40

엽기적 AS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BIOS 업데이트 때문이다. 처음에 하드 디스크가 인식되지 않은 부분은 다른 문제일 수 있지만 부팅이 되지 않는 문제는 @BIOS로 업데이트하면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POST가 나타나기 전에 하드 디스크에서 찾고 있다는 메시지나 BIOS를 복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플로피 디스크로 부팅한 뒤 나타난 메시지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메인보드의 메모리 슬롯을 교체했다고 하고 증상이 똑 같은 것으로 봐서 AS를 한 뒤 부팅 테스트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보낸 듯했다.

뜬금없는 컴퓨터 오류

지난 금요일의 일이다. 컴퓨터를 다시 켜자 '디스크 오류가 떳다'. BIOS에서 확인해 보니 시스템에 물린 세개의 하드 디스크를 모두 인식하지 못했다. BIOS를 기본값으로 초기화하고 컴퓨터를 다시 켜면 하드 디스크를 인식하지만 BIOS 설정을 바꾸면 역시 하드 디스크를 인식하지 못하고 디스크 오류가 발생했다.

결국 컴퓨터를 새로 켜고 BIOS 설정을 변경하지 않고 부팅했다. 이런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일단 BIOS를 업데이트 시켜보기로 하고 Gigabyte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메인보드는 'GA-965P-DS2 Rev. 2'였고 BIOS의 버전은 'F8' 이었는데 홈페이지에는 'F12'가 올라와 있어서 F12를 내려받았다.

Gigabyte는 꽤 오래 전부터 Windows 환경에서 BIOS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BIOS를 제공한다. 따라서 @BIOS를 내려받아 BIOS을 업데이트하려고 하자 버전이 맞지 않는 다는 오류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결국 @BIOS의 BIOS 찾기 기능을 이용해서 업데이트를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BIOS를 지울 수 없다는 오류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BIOS의 업데이트가 진행됐지만 마지막에 오류가 발생했다(추측하기로는 이때 BIOS가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운영체제가 Vista 64이고 @BIOS가 Vista와 호환이 되지 않을 수도 있어서 이번에는 플로피를 이용해서 BIOS를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평상시에는 @BIOS보다는 플로피를 이용한 업데이트를 좋아지만 지난 번에 구입한 블랙도아 2006에는 플로피가 없기 때문에 @BIOS를 사용했다.

플로피가 없기 때문에 플로피를 흉내내주는 VirtualFDD를 이용해서 BIOS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먼저 BIOS 업데이트에 사용할 이미지를 만들고 VirtualFDD를 이용해서 시스템을 다시 시작했다. 조금 뜬금없는 일이지만 POST 화면이 나타나기 전 하드 디스크를 찾고 있다는 메시지가 출력됐다. 처음에는 플로피의 BIOS 업데이트 파일 때문인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BIOS가 이미 손상됐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으로 보인다.

아무튼 BIOS를 복구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출력된 뒤 전원이 나갔다. 그 뒤 전원 버튼을 눌러 다시 전원을 인가했지만 이 뒤로는 계속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토요일은 처제 혼례라 AS를 가기도 힘들것같고 또 AS를 받아야하는 메인보드가 많아서 월요일에 한번에 AS를 받기로 했다.

찾기 힘든 빅빔

일단 AS를 받아야 하는 제품은 블랙도아 2006을 구입하기 전에 사용한 'Abit의 NFS-7 보드', 요즘 사용하고 있는 'Gigabyte의 GA-965P-DS3 Rev. 2', 매형의 베어본 PC에서에서 사용한 ASUS 보드였다. 이중 Abit과 Gigabyte는 국내 AS처를 알고 있었지만 ASUS는 AS처를 모르고 있었다.

다만 베어본 PC는 이 PC를 맞춰준 매형 친구분에게 가있어서 일단 Abit 보드와 Gigabyte 보드만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Abit 보드의 국내 대행사인 빅빔에 연락을 해보니 보드만 가져오는 것 보다는 CPU와 메모리를 함께 가져가는 것이 낫다고 해서 CPU와 메모리까지 챙겨서 사무실을 나섰다. 그런데 메인보드에 CPU와 메모리까지 꼽아서 가지고 다니자 의외로 무게가 상당했다.

아무튼 오전 10시 동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고 일단 동서울로 갔다. 동서울에서 내린 뒤 지하철로 용산까지 이동하려다 생각해 보니 강변북로를 타고 가면 금방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트 드라이브로 확인해 보니 16Km. 택시요금이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아 택시를 타고 용산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거리는 16Km인데 요금은 상당히 많이 나왔다. 1,1500원.

원효대교에서 전자랜드 쪽으로 접어들었다. 빅빔의 AS 센터가 원효대교 북단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빅빔의 AS 센터로 전화를 해서 길을 물었다.

도아: 지금 원효대교에서 전자랜드 쪽으로 가고있거든요. AS 센터를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나요?
상담원: 여기는 원효대교 북단인데요.

도아: (압니다.) 예. 북단 어디죠?
상담원: 왼쪽으로 오면 됩니다.

도아: 여기는 전자랜드가 오른쪽에 있고 왼쪽 상가와 연결되는 고가가 있는 지점입니다.
상담원: (짜증스럽게) 압니다. 그러니까 왼쪽으로 오면된다고요.

도아: (어이가 없어서) 여기서 왼쪽이면 도로거든요. 왼쪽 도로를 무단 횡단하라는 얘기인가요?
상담원: 옛날 유니텍 건물 아세요?

도아: 예. 유니텍 건물에서요? 건물 이름이라도 알려 주세요.
상담원: 유니텍 건물 뒷편 도로로 (...) 주유소 (...) 10층 건물 (...)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길안내는 해본적도 없는 상담원인 것 같아 유니텍, 주유소, 10층 건물이라는 키워드만 가지고 빅빔의 AS 센터를 찾아 갔다. 원효대교 북단은 전자랜드가 있는 차도가 아니라 뒷편 차도이기 때문에 일단 뒷편 길로 가서 주유소를 찾았다.

원효대교 북단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니 차길 건너편으로 SK 주유소(태성 주유소)가 보였다. 그리고 이 주유소 옆에, 옆에 건물로 10여층 정도 되보이는 건물이 보였다. 문제는 이 건물에는 세란 치과 외에 다른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건물 정면에도 아무것도 보지이 않았고 마치 빈 건물처럼 보였다.

찾기 쉬운 제이씨현

결국 저 건물일지 아닐지 확신이 서지않아 네이트 드라이브로 빅빔을 검색해서 찾아봤지만 정확한 위치는 찾을 수 없었다. Gigabyte의 국내 수입처인 제이씨현은 주차 빌딩 옆에 있기 때문에 찾기 쉬울 것 같아 먼저 제이씨현을 찾아 갔다. 생각했던대로 제이씨현은 비교적 찾기 쉬워서 일단 제이씨현에 메인보드를 맞겼다.

상담원: 오후 세시 이후로 오셔야 하는데요.
도아: 그렇게 많이 걸려요?

상담원: 예. 오늘 접수가 많이 밀려서요.
도아: 그래요. 부팅이 안되고요. (여차저차 해서) BIOS 문제인 것 같습니다.

도아: 혹 빅빔 AS 센터를 아세요?
상담원: 잘 모르는데요. 한번 인터넷으로 찾아보겠습니다.

제이씨현은 오로지 메인보드만 받았다. 따라서 가지고간 CPU와 메모리는 가지고 다녀야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빅빔의 AS 센터가 원효빌딩 5층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용산의 지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단순히 지번(홈페이지에 지도가 없음)만으로 위치를 찾기 힘들어서 네이트 드라이브를 이용해서 찾아 갔다. 네이트 드라이브를 이용해서 찾아가다 보니 아까 오면서 봤던 주유소 옆 건물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네이트 드라이브 상에는 주변에 경찰서, 국민은행, 우체국 표시가 있었는데 국민은행을 제외한 다른 건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건물 정문에서 문을 열려고 당겨 보니 1층은 비어있었다. 아울러 창문에 엷게 남은 표식을 보고 여기가 예전에 국민은행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큰 도로쪽에는 들어가는 입구가 없어서 결국 건물 뒷편으로 가니 입구가 있어고 여기에 5층 빅빔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었다. 아무튼 고생해서 찾아온 AS 센터에 메인보드를 맞겼다.

도아: 얼마나 기다려야하죠?
빅빔: 조금 기다리셔야 하는데요.

도아: 시간이 걸리면 밥을 먹고 오려고 하거든요.
빅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빅빔에서 AS 해주길 기다리고 있는데 제이씨현에서 AS가 끝났다는 연락이 왔다. 잠시 뒤 빅빔에서 AS 기사가 나와 고장은 맞지만 AS는 해줄 수 없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유상 AS 기간을 초과했다는 것이다. 무상 1년, 유상 2년인데 2003년에 구입한 보드이기 때문에 2006년에 AS 기간이 지났다는 것이다. 분명히 올초에 전화로 물었을 때는 CPU와 메모리까지 택배로 보내달라고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따라서 계속 항의하자 AS는 가능하지만 비용이 비싸다고 다시 둘러대는 것이었다. AS 비용을 물어보니 3만원 정도 나온다는 것이었다. 3만원이면 보드를 살 수 있는 비용이기 때문에 AS 가능업체를 물어보고 빅빔의 AS 센터를 나섰다.

제이씨현의 옆기 발랄 AS

제이씨현으로 와서 메인보드를 찾았다. 메인보드를 AS한 기사분과 직접 얘기하고 싶었지만 기사분과는 직접 얘기를 하지 못하고 접수대의 아가씨하고만 얘기를 했다.

도아: 어디가 문제죠?
상담원: 메모리 슬롯에 문제가 있어서 갈았습니다.

도아: (조금 어이가 없어서) 메모리 슬롯의 문제로 BIOS에 문제가 될 수 있나요?
상담원: (귀찮다는 듯) 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히 BIOS 문제로 부팅이 되지 않아 접수를 시켰는데 뜬금없이 메모리 슬롯이라니. 아무튼 메인보드에는 내가 모르는 오묘한 그 무엇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하고 메인보드를 찾아 왔다.

용산에 가면 항상 들리는 순대국 집에서 순대국에 소주한잔을 마시고 지하철을 타고 동서울로 이동했다. 그런데 사람이 많을 시간이 아닌데 모든 지하철이 사람으로 넘처났다. 지하철을 타고 다시 고속버스를 타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메인보드를 연결했다. 그런데 증상이 똑 같았다. BIOS 경고음도 들리지 않고 전원 버튼을 누르면 CPU 팬은 돌아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결국 다시 제이씨현에 전화했다.

도아: 제가 사는 곳이 충주입니다. 오늘 AS를 받기위해 들인 차비만 3만원이 넘고요.
도아: 제 인건비가지 고려하면 훨씬 많이 들었겠죠.
도아: 제가 이렇게 한 것은 택배로 보내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러면 업무에 차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도아: 그런데 증상이 똑 같습니다.

상담원: 메모리를 하나만 남기시고 모두 빼시죠.
도아: CPU에 가장 가까운 메모리 하나만 남기고 모두 뺀 상태에서 확인한 것입니다.

상담원: 그래픽 카드도 빼주시겠어요?
도아: 뺐습니다.
상담원: 비프음이 들리지 않나요?
도아: 예

상담원: 그럼, 메모리를 모두 빼주세요.
도아: 모두 뺐습니다. 그러나 비프음은 역시 들리지 않는군요.
상담원: 그러면 메인보드 이상인데.

이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BIOS 업데이트 때문이다. 처음에 하드 디스크가 인식되지 않은 부분은 다른 문제일 수 있지만 부팅이 되지 않는 문제는 @BIOS로 업데이트하면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POST가 나타나기 전에 하드 디스크에서 찾고 있다는 메시지나 BIOS를 복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플로피 디스크로 부팅한 뒤 나타난 메시지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메인보드의 메모리 슬롯을 교체했다고 하고 증상이 똑 같은 것으로 봐서 AS를 한 뒤 부팅 테스트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보낸 듯했다. 물론 메인보드를 AS하면서 부팅 테스트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얘기이겠지만 현재 정황상 이 것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또 AS를 받으러 몇 만원의 차비와 하루 종일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기종의 메인보드를 먼저 보내 줄 수 있는지 물어봤다. 다행이 같은 기종의 메인보드를 화요일에 보내 주기로 해서 일단 여기서 일단락 지었다. 그러나 설사 화요일에 메인보드를 보내도 메인보드를 받게되는 것은 수요일이기 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생기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들인 시간과 돈에 비해 얻은 것은 전혀 없는 하루였다. 유일한 소득이라면 자주 먹던 순대국을 먹었다는 정도 였다.

남은 이야기

오늘 다시 제이씨현의 고객 센터와 전화를 했다. 처음에는 미리 연락을 주겠다고 했는데 오후 2시가 되도 연락이 오지 않아 어제 전화했던 상담원과 통화를 했다. 이름과 연락처 주소를 묻더니 대뜸하는 말.

상담원: 보드는 보내셨나요?
도아: 아뇨. 어제 연락한 시간이 오후 7시가 지난 상태라 오늘 연락해서 내일 보내기로 했습니다.

상담원: 팩스를 보내실 수 있나요?
도아: 아뇨. 팩스를 보내야 하는 상황인가요?
상담원: 물건이 오기전에는 신분증 사본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상담원: 오늘 택배를 보낼 수 있는 곳으로 택배를 보내 주실 수 있나요?
도아: 그쪽에서 대한통운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대한통운으로 예약했습니다.
도아: 문제가 되는 것이 있나요?
상당원: 저희도 고객에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요.

도아: 일의 내막은 아시나요?
상담원: 네.
도아: 그럼, 누가 양보한 것인지는 아시나요?

조금 어이가 없었다. 보드를 택배로 보내달라고 한 것은 제이씨현의 실수를 봐주기위해 제안한 얘기다. BIOS 이상으로 보드를 맞겼는데 뜬금없이 메모리 슬롯을 교체했고 그 책임을 묻자 제이씨현 측에서는 단 한마디의 답변 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다시 AS를 받기 위해 AS 센터를 방문하기 힘들었고 그래서 메인보드를 보내기 전에 먼저 메인보드를 보내 줄 수 있는지 문의한 것이다.

AS 센터 측에서 월요일에는 보내 줄 수 없다고 해서 또 하루를 양보해서 화요일에 보내는 것까지 양보한 것이다. 그런데 제이씨현 측은 근본적으로 메인보드를 먼저 보내줄 생각은 없는 듯했다. 메인보드에 대한 송장 번호라도 확보한 뒤 보내야 겠다는 생각인 듯했다. 그래서 상담원이 하는 소리 역시 "고객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였다. 결국 '화요일까지 메인보드를 보내지 않는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얘기를 하고 상담원과의 통화를 마무리했다.

나는 Gigabyte 메인보드를 좋아한다. 그래서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Gigabyte 메인보드를 애용해 왔다. 그러나 제이씨현의 이런 AS 마인드를 보니 Gigabyte 제품을 다시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참고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ipTime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지만 ipTime은 아무런 얘기없이 제품을 먼저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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