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병역특례로 한달간 군사 훈련을 받은 뒤 동기생과 신촌에서 만나 술 한잔 할 때 일인 것 같다. 만나기로 한 곳은 연세대 앞 독다방이었고 연락된 사람들은 대부분 나오기로 한 상태였다. 독다방에서 기다리다가 어느 정도 사람들이 모여서 모 호프 집에서 맥주를 마시게됐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꽁꽁 언 생맥주 잔에 맥주를 담아온 것이었다. 지금은 일반적인 풍경일지 모르지만 10여년 전에는 절대 일반적인 풍경이 아니었다.
물론 강남의 고급 클럽에서 꽁꽁 언 맥주잔을 주는 것은 몇 번 봤다. 그러나 호프집에서도 꽁꽁 언 맥주잔을 주는 것은 처음 봤기 때문에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맥주는 맥주 보다는 잔이 차거워야 맛있다. 따라서 이 집 맥주도 상당히 맛있게 먹던 기억이 있다.
맥주잔을 얼려서 먹는 사람들 때문에 맥주잔 사이를 냉매로 채운 컵을 팔기도 했다. 나도 이 맥주잔을 구입해서 얼린 뒤 맥주를 마시곤 했다. 한때 한집에서 시작한 얼린 맥주잔은 요즘은 보통잔을 가져오면 맥주집을 나온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보편화됐다.
색상은 다르지만 아마 이런 컵이었던 것 같다. 컵 가운데 냉매가 있어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시원함을 유지했다[1].
그림 출처: 아이스컵 웨버
그런데 오늘 이 맥주잔과 비슷하지만 나름대로 다른. 그러나 훨씬 더 시원할 것 같은 소주잔을 발견했다. 바로 얼음 소주잔. 원래의 용도는 술잔이 아니라 음료수 잔이지만 소주잔으로 활용해서도 괜찮을 것 같았다. 특히 찬 소주가 없을 때는 딱인 것 같았다.
얼음으로 만든 잔이다. 그림은 음료수 또는 색소를 사용했기 때문에 색깔이 다양하다. 그냥 얼음을 얼려 잔을 만들면 소주에 물을 탄것 같을 수 있다. 따라서 조금 독한 소주를 마실 때는 딱인 것 같았다.
그림 출처: 손끝까지 시원해지는 cool ice tray
제품 상세 설명 중에는 소주를 얼려 맥주에 담궈 마시는 폭탄주 세트도 있었다. '살까 말까?'
- 이 컵을 두개 사서 두개를 얼린 뒤 사용했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카스 맥주의 맛이 변했다.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하루는 하이트 맥주를 사와 마셔봤다. 그런데 하이트 맥주도 맛이 이상한 것 같았다. 결국 확인해 보니 다른 맥주잔을 사용하면 이상한 맛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결론은 맥주잔의 냉매가 새서 발생한 일이었다. 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