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식객, 원작에서 배워라!!! by 도아
- 원작의 작의적 해석
자의적 해석이 아니라 작의적 해석이다.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면 원작의 내용이 남아라도 있지만 새로 창작하듯 해석 해 버린다. 이런 해석이 재미있으면 그나마 낫지만 대부분은 원작에 훨씬 못 미친다. 그덕에 원작을 가지고 있는 SBS 드라마를 보다 보면 원작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 때가 많다. SBS가 버린 여인천하도 그렇고 장길산도 그렇다. -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
SBS 드라마를 보면 배우들이 배역에 녹아나는 연기를 하지 않는다. 모두 연극을 하듯 붕떠있다. 한예로 장길산을 보면 모든 도적들은 "하~하~하"하고 웃고 "이~놈~들!!!"하고 말한다. 그래서 현실감이 떨어진다. SBS 드라마 중 만화를 원작으로 해서 성공한 드라마가 많은데 그 영향인 듯 만화적 과장이 차고 넘친다. - 진지함에 대한 두려움
SBS 드라마를 보다 보면 진지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따라서 거의 모든 드라마에 억지 웃음을 끼워넣는다. 허영만 화백의 역작을 원을으로 한 식객도 예외는 아니다. 곳곳에 억지 웃음을 집어넣기 위한 사전준비가 많다. - 신소재 고무줄
SBS는 드라마가 조금만 인기가 있다 싶으면 신소재 고무주을 이용해서 늘리듯 늘려버린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월탄 박종화 원작의 여인천하이다. 문정왕후와 경빈박씨의 궐내 암투가 인기를 끌자 1년 내내 문정왕후와 경빈박씨의 궐내 암투를 내보내는 옆기적인 일을 서슴치 않았다. 결국 여인천하는 여인천하가 아니라 여인주접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요즘 SBS에서는 허영만 화백의 역작, 식객 을 방영하고 있다. 허영만 화백이라고 하면 어린 시절 각시탈 부터 좋아하기 시작한 작가다. 청소년 시절에는 무당거미와 같은 만화에 열광했다. 나이 들어서는 김세영이라는 걸출한 스토리 작가와 함께 만든 오한강, 김세영 작가의 언어적 감수성이 빛나는 사랑해, 리얼리즘에 충실한 타짜까지 거의 모든 만화를 다 봤다. 그러나 식객을 역작으로 본 이유는 식객은 단순히 화실에서 그린 만화가 아니라 허영만 화백이 전국 각지를 돌며 취재를 통해 완성한 우리 음식에 대한 만화이기 때문이다.
일본 만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일본 만화를 보게 만든 만화가 있다. 바로 농구 만화인 슬램덩크이다. 슬램덩크를 통해 일본 만화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간단하다. 슬램덩크를 보면서 가장 감탄한 것은 작가가 너무 농구에 대해 잘안다는 것이다. 즉, 만화를 화실에서 그린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그렸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아는 이를 통해 물어 보니 슬램덩크의 작가가 실제 농구 선수였다고 한다.
일본에서 이런 만화는 정말 많다. 맛의 달인만 해도 음식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릴 수 없는 만화다. 미스터 초밥왕과 같은 만화는 초밥의 교과서로까지 불린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화실에서 그린 만화는 있어도 현장에서 그린 만화는 찾아 보기 힘들었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은 발로 뛰며 그린 첫 만화이다.
따라서 그 내용을 보면 운암정 경합과 같은 극적인 부분도 있지만 이런 부분은 한 에피소드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성찬을 통한 허화백의 음식 기행이다. 우리 음식에 대한 애정, 이런 애정을 바탕으로한 폭넓은 자료 조사, 그리고 전국 각지를 발로뛴 현장감. 서그래서 필자는 식객을 허영만 화백의 최고의 역작으로 꼽는다. 이런 음식 기행이 재미있는 것도 간단하다. 우리가 늘상 먹고 접하는 음식에 대한 숨겨진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만화가 영화화될 때 내심 기대를 했지만 역시 원작의 맛은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도 완결되지 않은 20편에 이르는 만화를 한편의 영화로 담는 다는 것은 사실 무리다. 또 억지로 담으려고 하면 그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영화(와호장룡)가 되버린다. 따라서 영화는 그저 영화를 본 것으로만 만족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만화를 SBS에서 드라마로 만들었다. MBC의 인기 드라마인 이산 과의 시청율 경쟁이 싫었는지 식객 은 이산이 끝난 지난 주 화요일에 1, 2부를 방영했다. 월요일에는 식객 미리보기를 방영했다. SBS에서 식객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막상 방영된 식객 1, 2부는 필자가 알고 있는 원작과 상당히 달랐다. 오히려 영화 식객을 본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더 쉬운 내용이었다. 1, 2회 방영된 식객은 식객의 극히 일부분인 운암정 승계권을 둘러싼 운주와 성찬의 경합을 다루고 있었다. 일반인은 먹어보기도 힘든 부레 요리, 맑은탕을 끓이기 위해 낙시태를 찾는 내용은 식객에도 나오지만 내용은 사뭇 다르다.
성찬이 만든 이름없는 음식. 화려하다. 맛을 보지는 않았지만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에 좋다고 맛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원작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운암정 승계권을 둘러싼 경합. 봉주, 민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찬의 음식 맛을 보고 있다.
SBS의 식객은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 비해 훨씬 화려하다. 또 극적인 요소도 더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있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이 인기를 끈 것은 그 화려함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허영만 화백의 식객은 성찬이라는 인물을 통한 허화백의 음식 기행이다. 그러나 이런 음식 기행을 독자들이 재미있게 느끼는 것은 화려함 때문이 아니다. 우리 음식에 대한 애정, 삶에 대한 성찰. 이땅의 민초들이 만든 수없이 많은 음식. 바로 우리 음식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식객의 첫편은 우리 쌀을 먹자는 농민들의 긴 행렬로 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고소하며 쫄깃 쫄깃한 생쌀(찐쌀, 올게쌀)을 찾는 여행으로 마무리된다. 우리가 매일,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먹는 쌀이 식객의 첫편이다. SBS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화려함과 억지 웃음이 아니라 우리 삶속에 녹아 있는 우리 음식. 조금 이상할 지 모르지만 허영만의 식객을 보면 화려한 궁중 음식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대장금이 생각난다. 궁중 음식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그 화려함을 넘어서는 맛과 서민의 삶, 철학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