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는 '근혜', 말만 많은 '명박'을 잡다

2009/04/30 10:13

참혹한 한나라당

어제 429 재보선이 있었다. 박희태 대표는 3대 0 승리를 낙관했다. 인천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주시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고 전라북도에서 정동영과 신건이 이겼다면 아마 박희태 대표의 예상이 딱 맞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발표됐다. '5대 0'. 과거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희동구 별명을 이제는 한나라당이 물려 받은 셈이다. 국회의원만 놓고 보면 5대 0이지만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시도의원까지 포함하면 한나라당의 성적표는 정말 참혹하다.

참혹한 한나라당

어제 429 재보선이 있었다. 박희태 대표는 3대 0 승리를 낙관했다. 인천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주시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고 전라북도에서 정동영과 신건이 이겼다면 아마 박희태 대표의 예상이 딱 맞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발표됐다. '5대 0'. 과거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희동구[1]의 별명을 이제는 한나라당이 물려 받은 셈이다. 국회의원만 놓고 보면 5대 0이지만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시도의원까지 포함하면 한나라당의 성적표는 정말 참혹하다.

국회의원
인천광역시부평구을민주당홍영표
울산광역시북구진보신당조승수
전라북도전주시완산갑무소속신건
전라북도전주시덕진구무소속정동영
경상북도경주시무소속정수성
기초단체장
경기도시흥시민주당김윤식
시도의원
서울특별시광진구제2선거구한나라당최준호
강원도양양군제1선구거무소속김양수
전라남도장흥군제2선거구민주노동당정우태
구시군의원
광주광역시서구다선거구민주노동당류정수
충청북도증평군나선거구민주당연종석
전라남도염암군라선거구민주당최병찬
경상북도경주시마선거구무소속이철우
경상북도경주시아선거구무소속박승직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보궐 선거정보 시스템]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시도의원, 구시군의원을 통털어 '한나라당이 승리한 곳'은 시도의원을 뽑는 '서울특별시 광진구제2선거구'가 유일하다. 전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보선이 끝난 직후 높은 투표율 때문에 어느 정도 한나라당의 참패를 예상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높은 투표율이 부른 참패

이번 재보선은 여느 재보선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보통 재보선의 투표율은 30%를 넘지 못하는 때가 많다. 그리고 투표율이 30%를 넘지 못하면 역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수구 불변의 법칙이다. 그런데 이번 재보선의 투표율은 40.8%로 최종 집계됐다. 작년 총선때 투표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친박을 표방한 정수성 후보와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가 맞붙은 경주시는 투표율이 무려 '53.8%'에 달했다.

이번 재보선은 여당의 실정에 대한 심판적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이런 높은 투표율이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높은 인천광역시와 경주시에서 민주당과 무소속에 패했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재보선 후유증은 향후 정국 운영과 계파 싸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재보선 최대의 수혜자, 한나라당

재보선 최대의 수혜자를 참패한 한나라당이라고 하면 "쥐 풀 뜯어 먹는 소리"로 들을 사람이 많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아니다. 이번 재보선은 민심의 향방을 보여준 바로미터였다. 소통을 먹통으로 아는 정부에게 소통이 아닌 힘을 보여준 것이다. 한나라당이 항상 자랑하던 것은 바로 가장 높은 정당 지지율이었다. 30%의 정당 지지율에 젖어 정부와 한나라당은 소통 그 자체를 외면하고 민심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할 수 있었고 들불처럼 일어난 촛불에도 강경진압으로 일관할 수 있었다. 경제난국에 서민경제가 초토화되도 '괜찮다'는 낙관론만 이야기했다. 좋지 않은 여론을 인터넷 탓으로 돌리며 했다. 를 일으켰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용산참사를 강호순으로 덮으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이런 일들을 꺼리김없이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한나라당의 높은 지지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지지율은 높은 지지율이 아니다. 살인마 전두환을 지지한 그 표가 그대로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 뿐[2]이다. 그러나 변함없는 지지율에 한나라당은 민심을 읽는데는 실패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재보선 참패로 나타난 것이다. 즉, 한나라당은 이제 민심을 깨달을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선거의 여왕, 박근혜

경주시의 투표율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53.8%에 달한다. 투표율만 보면 거의 대선 수준이다. 경주시 선거에는 '박근혜 계열의 정수성 후보'와 '이상득 의원의 최측근인 정종복 후보'가 맞붙었다. 그리고 결과는 정수성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18대 총선에서 친박을 표방한 김일윤 의원에게 패한 정종복 후보는 또 다시 '선거의 여왕' 앞에 무릅을 꿇었다.

더우기 박근혜 의원은 정수성 후보를 돕기 위해 선거 유세전에 얼굴 한번 비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정수성 후보는 박근혜라는 이름 하나로 국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는 거대 여당 후보를 물리쳤다. 이 결과는 이제 한나라당에서는 18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공천이 친이의 손에 좌우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결국 '형님당'을 만들어 당을 지배하려던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도 더 이상 힘을 얻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한마디로

말없는 박근혜가 말만 많은 이명박을 잡았다

체면차린 민주당

지지기반인 전라북도에서 모두 패했지만 민주당으로서는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가장 격전지였고 FTA 전도사인 홍영표 후보를 내세움으로서 반이명박 연대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광역시 선거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또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예상외로 '김윤식 후보가 승리'함으로서 수도권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믿었던 전주완산갑 선거의 패패가 뼈아프겠지만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말처럼 3대 0이 될 상황에서 간신히 0패는 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희희낙낙할 이유는 없다. 여전히 답보 상태인 민주당의 지지율을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민주당은 야당으로 이미 야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격차가 가장 줄었을 때는 MB 악법 저지를 위해 다른 야당과 국회의사당을 점거했을 때 뿐이었다. 즉, 민주당은 몸으로 막는 것외에 다른 정치적 역량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 준 꼴이기 때문이다.

전라도의 패자, 정동영

대선 후보까지 출마했던 정동영의 이번 재보선 출마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동영의 재보선 출마에는 조금 달가운 마음이였다. 그 이유는 민주당 지도부가 제1야당으로서 아무런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정동영 후보를 공천에서 배제한 것 부터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한나라당에 계속 끌려 다니다 몸으로 저항하는 능력밖에 보여주지 못한 '민주당에는 분명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 역시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자신이 출마한 전주시덕진구야 자신의 텃밭이기 때문에 놓칠 가능성은 없었다. 그러나 무소속 연대의 신건 후보는 투표전 지지율을 봐도 이기기 힘들었다. 즉,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였지만 실패한다면 정치적 비난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신건 후보가 승리했다. 투표전까지 밀리던 지지율을 극복하고 개표 초반부터 계속해서 민주당 이광철 후보를 압도했다. 정동영이 김대중에 이어 전라도의 패자로 우뚝서는 순간이다. 또 민주당의 지역 기반이 전라도 이지만 정동영이 없는 민주당은 "앙꼬없는 진빵"이고 한나라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진정한 결실, 진보신당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진보의 분열은 너무 빨랐다. 힘찬 날개짓을 바랬는데 그 날개가 나기도 전에 둘로 쪼개졌다. 여기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마저 신인에게 졌다. 강기갑 체제의 민노당은 그나마 선전하고 있지만 원내의석을 하나도 가지지 못한 '진보신당은 말그대로 이름만 진보신당'이었다. 울산은 전통적으로 민노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사전선거 운동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조승수 전의원이 의원 배지를 단 곳도 울산이다.

그러나 진보신당과 민노당이 후보 단일화를 하지 못했다면 울산은 아마 한나라당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민노당의 양보인지 진보신당의 선전인지 알길이 없다. 그러나 '분열이 아닌 단합이 진정한 진보의 갈길이라는 것'을 이번 재보선에서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지금은 민노당과 진보신당 그 어느쪽도 지지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진보는 분열이 아닌 단합할 줄아는 진보이기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

재보선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지난 4월 13일 부터 [재보선429]라는 말머리를 모든 글에 달았다. 또 재보선 3일 전부터는 '[D-3]'처럼 디데이를 표시했다. 그리고 어제 재보선 투표가 끝난 오후 6시 [D-0] 말머리를 지웠다. 일단 가장 반가웠던 것은 '높은 투표율'이었다. 투표율이 올라가면 한나라당이 패할 가능성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총선의 낮은 투표율을 보고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희희낙낙한 것도 바로 이런 맥락때문이다.

한나라당 참패
정말 재보선 사상 그 유래가 없는 최악의 참패였다.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시도의원, 구시군의원 선거 중 한나라당은 시도의원 하나를 건졌다. 재보선이 모든 민심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집권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지닌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의미있는 결과였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은 이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드리고 민심에 귀 기울이는 공당과 대통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관련 글타래


  1. 히딩크의 한국식 이름이다. 
  2. 수구 표 30%는 한나라당과 선진당으로 갈렸기 때문에 20% 정도 수구표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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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순, 김대중, 미국산 쇠고기, 민주노동당, 민주당, 박근혜, 박희태, 수구 불변의 법칙, 신건, 용산참사, 이명박, 재보선, 전두환, 정동영, 정수성, 정종복, 조승수, 진보신당, 촛불집회, 한나라당, 홍영표, 희동구, 히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