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 13. 두 번째 애완견 - 럭키 by 도아
럭키, 두번째 애완견
럭키는 다른 강아지들 보다는 영리했지만 역시 케리만큼은 되지 못했다. 다만 럭키는 한번 죽을 고비를 넘긴 뒤 상당히 오랜 시간 함께 살았다. 럭키가 한 6개월 정도 됐을 때 일이다. 녀석을 데리고 아침 산책을 갔는데 갑자기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확인해 보니 뒤에서 딴 짓을 하다가 내가 보이지 않자 차길을 건너려고 무단 횡단을 하다 차에 친 것이었다.
멍청한 애완견
케리를 잃어 버린 뒤에도 여러 번 개를 키웠다. 그러나 처음 키운 개가 워낙 똑똑했기 때문에 다른 개들은 양에 차지않았다. 처음에는 모든 개는 다 똑똑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봐온 개(영화 포함) 중에서 케리보다 똑똑한 개는 없었다. '밥 먹을 때는 개도 건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밥 먹을 때는 건드리지 말라는 얘기 같지만 밥 먹는 개를 건들이다가는 물리기 쉽상이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특히 식탐이 강한 개(멍청한 개)는 설사 주인이라고 해도 밥먹을 때 옆으로 오면 으르렁 거린다.
그런데 케리는 먹고 있는 밥그릇을 치워도 으르렁 거리지 않는다. 물론 다른 사람이 건드리면 당연히 으르렁 거리지만 주인이 건드리며는 주인을 처다보며 꼬리를 친다. 이런 개를 키우다가 다른 개를 키워보니 모두 멍청했다. 웬 식탐은 그리 많은지 먹을 것을 더 주려고 가도 으르렁 거리기 일쑤였다.
따라서 케리 이외의 개는 별로 정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겨울 방학 때 작은 할아버지 댁을 방문한 뒤 강아지 한마리를 얻어왔다. '메리 새끼의 새끼가 케리'이고, 이번에 가져온 강아지는 '메리의 새끼'이기 때문에 촌수로 따지면 케리의 이모뻘된다. 참고로 메리 새끼들은 모두 똑똑했다. 물론 메리도 보통 개 이상으로 똑똑했다. 보통 잡종 개는 새끼를 많이 낳는다. 메리는 한번에 10마리까지 나은 적도 있다.
그런데 가끔 한 마리, 또는 두 마리 정도로 적게 나을 때가 있는데 이때 나은 '새끼들이 보통 똑똑하다'고 한다. 평상시에는 대여섯마리씩 새끼를 낳던 메리가 이번에는 새끼를 두마리 났는데 한마리는 '힌색 백구'고, 또 한마리는 '황구'였다. 두마리 중 어떤 녀석을 데려갈까 고민하다가 서울에서는 황구보다는 백구가 어울린다고 해서 데려온 녀석이 럭키이다.
럭키, 두번째 애완견
럭키는 다른 강아지들 보다는 영리했지만 역시 케리만큼은 되지 못했다. 다만 럭키는 한번 죽을 고비를 넘긴 뒤 상당히 오랜 시간 함께 살았다. 럭키가 한 6개월 정도 됐을 때 일이다. 녀석을 데리고 아침 산책을 갔는데 갑자기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확인해 보니 뒤에서 딴 짓을 하다가 내가 보이지 않자 차길을 건너려고 무단 횡단을 하다 차에 친 것이었다.
요즘에는 애완견을 차에 치었으면 차주가 욕을 먹었겠지만 예전에는 개주인이 욕을 먹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럭키를 데리고 집으로 와서 치료해 주었다. 치고 도망간 차주가 원망스러웠지만 방법은 없었다. 다행이 큰 상처가 아니라 얼마 뒤 회복했지만 이 일이 있은 뒤 럭키는 차길을 건너는 방법을 제대로 배웠다.
당시에는 장안동(동대부고 뒤)에 살고 있었고 어머님의 가게는 장안 아파트 2단지 중간에 있었다. 럭키도 풀어놓고 키웠고 럭키의 새끼를 옆집 가게에 분양했기 때문에 럭키는 장안동 집에서 장안 아파트 2단지까지 혼자서 갔다 오곤 했다. 중간에 건널목이 많은데 어떻게 갔다오는지 궁금해서 자전거로 녀석을 쫓아 가봤다.
일단 아무곳에서 길을 건너지 않는다. 보통 강아지들은 도로 한 가운데로 나서는 때가 많은데 럭키는 항상 건널목에서 건넜다. 따라서 건널목을 만나면 쪼그려 앉아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신호가 정확히 녹색으로 바뀌면 일어나서 건널목을 건넜다. 가게까지 가는 동안 나타나는 건널목을 신기하게 '신호를 보고 건너는 것'이었다.
개는 색맹이라고 한다. 따라서 색을 구분하지 못할 텐데 빨간불에서 녹색불로 보행자 신호가 바뀌면 정확히 일어나 건너는 것을 보니 무척 신기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신호를 보고 건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건너는 것이니는 것을 알았다.
럭키, 여우가 된 애완견
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럭키도 케리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똑똑했다. 아울러 럭키는 사람과 함께 한 7~8년을 넘게 살았다. 이렇게 사람과 함께 살다 보니 이 녀석은 아예 여우가 됐다. 사람의 희노애락을 모두 다 읽는다. 아울러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주인이 불러도 잘 오지 않는다.
도아: 럭키야!
럭키: (귀찮은 듯 처다 보지도 않는다)도아: 럭키야~~~
럭키: (귀찮은 듯 힘끔 쳐다본다)도아: (열받아서 신발을 들고 던지려고 하면서) 럭키야!
럭키: (귀찮은 듯 꼬리를 내리고 천천히 온다)
사람의 희노애락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귀찮을 때는 그냥 부르면 오지 않는다. 목소리에 화가 난 것을 알아야 어슬렁 거리며 오곤했다. 럭키는 힌색 개이고 털이 예뻐서 깨끗하게 씻어 주면 아주 귀엽다. 그런데 이렇게 씻어 주어도 꼭 온몸에 흙을 묻히고 다닌다. 집에서 밥을 줘도 밥도 안먹고 쓰레기 통을 뒤지고 다녔다.
따라서 꼭 병걸린 개처럼 힌 색털은 누렇게 보이고 빼싹 말라 보였다. 그래서인지 녀석도 풀어 놓고 키웠지만 개장수는 아예 잡아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또 당시 쓰레기통에는 쥐약이 많았었는데 이런 쥐약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쓰레기통을 그렇게 뒤지고 다니는 녀석이고 자기 새끼들까지 끌고 다니며 쓰레기통을 뒤졌지만 단 한번도 쥐약을 먹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럭키, 새끼도 똑똑한 애완견
럭키를 얘기하다 보면 럭키 보다는 '럭키 새끼에 대한 얘기'를 해야한다. 럭키는 풀어놓고 키웠기 때문에 주인도 모르게 새끼를 배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발바리와 접이 붙었는지 새끼를 나아놓고 보니 럭키보다는 훨씬 못생기고 다리가 짧은 강아지가 태어났다.
당시 지물포를 하던 부모님께서 지물포 바로 옆집 아저씨게 이 새끼를 분양을 했는데 이 럭키의 새끼가 아주 똑똑했다. 석달 정도 키운 뒤 분양을 했는데 가끔 가게를 찾아가보면 예전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나와서 꼬리를 치곤했다.
강아지를 옆집에 분양했지만 옆집 아저씨는 강아지를 얻어오기는 해도 키울 생각은 없는 분이었다. 따라서 옆집에서 계속 구박을 받던 럭키 새끼는 옆집 보다는 예전 주인인 우리 집을 좋아해서 매번 가게에 와 있었다. 그러나 아버님께서는 이 럭키 새끼를 싫어해서 올 때마다 쫓아 버리셨다.
아버님이 럭키 새끼를 쫓으면 녀석은 살그머니 문 옆으로 간 뒤 앞발로 문을 슬쩍 민다. 그리고 아버님의 표정을 슬쩍보고 아버님이 처다보고 있지 않으면 살며시 앞발을 내려놓고 다시 어머님 근처에 와서 누워있곤 했다.
이외에도 지물포에 불이 날뻔한 것을 녀석이 알고 뛰어 나와 뒷집 연탄 가게로 가서 열심히 짖어 준덕에 불이 날뻔한 것을 막은 적도 있고, 옆집에 나중에 분양되어온 세퍼트 새끼가 밥을 먹지 못하자 인근에서 뼈다귀를 물어다 이 녀석에게 주기도 했다.
키워보지는 않았지만 어머님이 해주신 얘기로는 예전의 케리만큼 영리하다고 했다. 다시 데려다 키우고 싶었지마 이미 분양한 상태라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이 '럭키 새끼는 굶어 죽었다'. 매번 우리 가게에 와 있는 것이 못마땅했던 옆집 아저씨가 개줄을 채우고 밥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럭키, 씨받이를 거부한 애완견
이 럭키 새끼를 좋아한 사람은 우리 집보다는 우리 가게에 자주 오시던 손님이셨다. 개를 워낙 좋아하셨는데 너무 똑똑한 럭키 새끼를 보고 옆집 아저씨께 돈은 달라는데로 줄테니 팔라고 사정을 했었다. 그런데 옆집 아저씨가 기르지도 않을 강아지를 팔지도 않고 굶겨 죽인 것을 보고 무척 화가난 모양이었다.
럭키 얘기를 하다가 럭키 새끼 얘기를 하고 또 럭키 새끼를 사려고한 아저씨 얘기까지 한 이유는 나중에 럭키를 이 아저씨게 팔았기 때문이다. 럭키는 우리 집에서 10여년 가까이 함께 살았다. 따라서 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럭키를 팔게된 것은 갑자기사람을 물어댔기 때문이었다.
새끼를 밴 것도 아니도 다른 이유도 없는데 갑자기 사람을 무는 일이 잦아졌다. 그렇다고 해서 풀어놓고 키우던 개를 다시 묶어 두기도 힘들었다. 또 럭키가 나이를 많이 먹었고 새끼 두 마리는 우리집에서 키우기로 한 상태였기 때문에 팔아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 결정적으로 럭키 새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아저씨가 '씨받이라도 하겠다'며 럭키를 계속 팔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럭키를 럭키 새끼를 좋아했던 아저씨께 팔았다. 그리고 며칠 뒤 학교에서 와보니 럭키가 개줄을 목에 건채로 집에서 새끼와 놀고 있었다. 개는 팔아도 보통 주인을 찾아 오기 때문에 럭키를 데려간 아저씨도 럭키가 주변을 보지 못하도록 컴컴한 곳에 가두고 데려갔고 간곳도 장안동에서 상당히 떨어진 구리시였는데 줄을 끊고 용케 다시 찾아온 것이었다.
녀석을 다시 보니 녀석이 불쌍하기도 했지만 이미 판 상태라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다시 그 아저씨가 오셔서 럭키를 데려갔고 그 뒤로 럭키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역시 럭키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컷다. 럭키는 새끼들을 데리고 쓰레기통을 뒤졌지만 단 한번도 쥐약을 먹은 적이 없었는데 럭키가 팔린 뒤 얼마되지 않아 럭키의 새끼 두 마리 모두 쥐약을 먹고 죽었다.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난 뒤 어머님께 럭키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어머님: 럭키가 불쌍하게 죽었데.
도아: 어떻게요?어머님: 줄을 끊고 도망을 치자 아저씨가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세퍼트 줄로 묶어두었다는 구나.
어머님: 그러자 그 날부터 아저씨만 보면 울고 한달 동안 밥을 먹지 않다가 죽었다는 구나.도아: 그러면 그냥 돌려 주시지.
어머님: 그러게 말이다. 말이라도 해줬으면 다시 데려왔을 텐데.
가슴이 아팠다. 왜 녀석을 팔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길렀으면서.
럭키 이후에도 꽤 여러 마리의 강아지를 길러봤지만 럭키 정도로 영리한 강아지도 찾기 힘들었다. 특히 사람들이 깍고, 자르고, 거세한 미니어처(애완견, 개가 아니다)중에는 머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이있는 녀석도 찾기 힘들었다. 처가집에서 요크셔를 길렀었고 처가집에서는 이 요크셔가 똑똑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내가 본 강아지 중에서 가장 멍청한 강아지였다.
이런 얘기를 하면 애견인들이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애견인처럼 개를 기르면 개는 더 멍청해 진다'. 개도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자신의 본성을 유지하며 자랄 수 있으며, 더 건강하고 더 영리하게 자란다.
설명 추가
이 글에서 사용된 애견인에 대한 설명을 추가합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애견인'은 개를 키울 줄 모르면서 개를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개를 사랑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인위적으로 인간의 기준에 맞추어 깍고, 자르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두번째로 중성화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저는 거세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많은 분들이 중성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봐서 거세 보다는 중성화가 더 일반적인 표현으로 보고 중성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중성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중성화를 선택한다고 하지만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중성화를 하는 것을 자주 봐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중성화도 나비님처럼 어려운 선택일 수 있기 때문에 중성화를 가지고 더 이상 애견인을 공격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