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락원

판화가 이철수 선생님 댁이 근처라서 이철수 선생님과 함께 간 곳인데 빨간 쟁반 짜장이 맛이 있어서 몇 번 가본곳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빨간 쟁반 짜장'은 사천면이라고 한다. 38번 국토를 타고 제천 방향으로 가다가 다릿재 터널을 지난 뒤 백운쪽으로 빠져 굴다리를 통과한 뒤 바로 좌회전을 하면 나오는 동락원이라는 손짜장 집이다.

출발전

지난 토요일 노근리 답사가 있었지만 우리 가족은 장인 어른 생신 때문에 토요일에 서울로 올라 가기로 했었다. 20일 구글 코리아 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번이나 상경한 셈이다. 일단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에 들려서 쌈채소와 오이, 호박을 따 가기로 했다. 지지난 주 토요일에 방문해서 풀을 뽑았지만 그 사이 얼마나 자랐을지 궁금했고 또 주중에 따가면 된다는 박종호씨의 얘기 때문이었다.

일단 우엉맘에게 나머지 준비를 맞기고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기다렸다. 아파내에 있는 조그만 놀이터이고 또 아파트가 만들어진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요즘 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잘 만들어진 놀이터는 아니지만 그래도 집에서 가깝고 차가 다니지 못하게 되어 있었서 그나마 마음놓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다.

놀이터에서

놀이터에서

주말농장

우엉맘이 짐을 들고 나오자 주말 농장으로 향했다. 농장이라고 해봐야 밭이랑 두 개지만 이 두 개의 이랑에서 나오는 소출은 만만치 않다. 아이들도 쌈채소 따는 것을 좋아하고 또 흙을 밟고 산다는 것은 모든 동물에게 '가장 기본적인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1]. 지난 주에 가보고 이번에 다시 갔지만 역시 한주 만에 상당히 많이 자라있었다.

고추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지만 고추는 신기하게 모두 Y에서 열린다. 단순히 모양만 고추를 닮은 것이 아니라 나는 부위도 똑 같다.

오이

지난 주에는 손톱 만했던 오이가 아주 먹음직 스럽게 자라있었다. 볕이 다른 곳보다는 좋지 않은 듯 하지만 너무 반가워서 일단 따 먹었다.

주말 농장

오이와 호박 밭에 가서 보니 그 동안 사람들이 오리를 따가지 않은 듯 많은 오이가 달려있었고 일부 오이는 이미 '늙은 오이'가 되 있었다. 여기 저기서 오이를 따다 보니 마치 횡재한 느낌이었다. 우영이도 커다란 오이(몇몇 오이는 정말 컸다)가 재미있고 신기 한듯 오이를 따자 마자 열심히 나르고 있었다.

오이를 따고 이번에는 다시 호박밭을 확인해 봤다. 역시 호박밭에도 상당히 많은 호박이 달려있었다. 단호박도 심은 것 같아 찾아 보니 단호박도 역시 따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오이와 호박을 따다 보니 정말 작은 텃밭 하나만 있어도 가족이 먹을 먹거리는 충분히 나올 것 같았다. 본가에는 배란다에 흙을 깔아 한평도 못되는 땅에 어머님과 아버님께서 각종 먹거리를 키우셨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이와 호박

동락원

일주일 만에 와서 그런지 쌈채소도 봉투 하나에는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일단 쌈채소를 두개의 봉투에 닮고 오이와 호박을 큰 봉투에 닮아 차에 싫은 뒤 출발했다. 그런데 우영이가 배가 고프다고 해서 '백운' 근처의 '손짜장 집'(동락원)이 생각났다.

판화가 이철수 선생님 댁이 근처라서 이철수 선생님과 함께 간 곳인데 빨간 쟁반 짜장이 맛이 있어서 몇 번 가본곳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빨간 쟁반 짜장'은 사천면이라고 한다[2]. 38번 국토를 타고 제천 방향으로 가다가 다릿재 터널을 지난 뒤 백운쪽으로 빠져 굴다리를 통과한 뒤 바로 좌회전을 하면 나오는 동락원이라는 손짜장 집이다.

손짜장과 짬뽕

손짜장이기 때문에 면발의 굵기가 일정하지 않고 짜장면의 맛은 옛날 짜장과 비슷하다. 지난 번에는 사천면을 먹었지만 이번에는 뒷사람이 먹고 있는 짬뽕을 보고 짬뽕을 시켰다. 우영이는 짜장면, 우엉맘과 다예는 짜장면 곱배기.

시골 짜장면 집 치고는 손님이 상당히 많았다. 홀에도 상당히 많은 사람이 있고 또 연신 배달하고 있었다. 상촌 식당과 비교하면 상촌 식당이 더 맛있다. 그러나 이 집 짜장은 주인장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짜장이었다.

다시 38번 국도를 타고 장호원쪽으로 출발했다.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감곡 IC가 나오는 데 이 감곡 IC로 빠지는 길을 몰라 매번 국도를 타고 서울로 갔었다. 다행이 이번에는 감곡 IC를 정확히 찾았다. 밥을 먹고 출발한 상태라 조금 졸린 것 같아 여주 휴게소에서 냉커피를 두잔 사서 우엉맘과 나누어 마셨다. 그런데 커피맛은 별로다.

처가집

토요일이지만 시간이 이르고 가는 방향이 반대라서 그런지 길은 별로 막히지 않았다. 일단 본가에 들려서 오이와 호박을 어머님께 드렸다. 쌈채소도 드리려고 했지만 배란다 텃밭에 많기 때문에 필요 없다고 하셔서 쌈채소는 모두 처가집에 가져다 드렸다.

다시 처가 집으로 가서 보니 장모님이 계시지 않았다.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서 짐을 부리고 가져온 쌈채소를 먹기위해 동네 마트에서 고기를 사왔다. 우엉맘이 처가집에 오이 소배기와 알타리 김치를 해준다고 해서 도곡 시장에서 알타리 무를 사왔다. 그런데 알타리가 들어가는 시점이라서 그런지 알타리 무를 파는 곳은 많지 않았다.

처가집이 조금 좁아서 고기를 구워먹기 힘들 것 같았고 또 처가집은 집에서 먹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아 부르스타도 없는 상황이라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버너를 이용해서 고기를 구웠다. 문제는 처가집에 있는 불판은 모두 부르스타용이라 버너에 올리기는 조금 힘들었다. 그래서 결국 후라이팬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가스 버너의 화력은 정말 좋았다. 버너의 가스를 최소로 하면 거의 부르스타의 화력을 최고로 한 것과 비슷했다.

고기를 다 굽고는 알타리 무를 다듬었다. 처제와 장모님이 도와 주시려고 하셨지만 역시 이런 일은 나와 우엉맘이 더 잘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머님이 시켰기 때문(장래의 며느리를 고생 덜 시키기 위해)에 배추와 무를 다듬는 일은 우엉맘 보다 빠르고 잘했다. 우엉맘이 김치를 다 담그고 다시 맥주를 한잔한 뒤 잠이 들었다. 그런데 서울은 역시 더웠다. 충주는 낮에는 더워도 밤에는 서늘한데 서울은 밤에도 더웠다.

강릉집

다음 날이 장인 어른 생신이라 롯데 백화점 근처의 강릉집에서 가족들이 모여 밥을 먹기로 했다. 대치동 강릉집은 처음 가본 곳이지만 강릉집이 체인이고 충주 강릉집에서 먹어 봤으며, 또 맛도 괜찮았기 때문에 이 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강릉집은 '우럭 회무침'을 주로 하는 곳으로 체인점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들깨를 먹인 미역국이 먼저 나온다. 이 미역국은 들깨 맛 때문에 아주 고소하다. 다먹고 더 달라고 하면 더 주기 때문에 계속 시켜도 되지만 더 시키는 때는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다 먹기 전에 본 요리인 우럭 회무침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럭 회무침연어알과 양념이 발라진 깻잎이 함께 나온다. 우럭 회무침을 깻잎에 싸서 먹으면 연어알의 씹히는 맛과 우럭 맛, 그리고 야채의 맛이 어울어져 새콤하면서 맛있다. 김도 함께 나오는 데 김에 싸먹는 것 보다는 깻잎에 싸 먹는 것이 더 맛있었다.

우럭 회무침

이 사진은 대치동 강릉집에서 찍은 사진이 아니라 충주 강릉집에서 찍은 사진이다. 장인 어른, 장모님, 처제, 처제 남자 친구까지 있는 상태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나서기 힘들었기 때문에 강릉집에서는 사진 한장 찍지 못했다.

잠시 뒤 처제가 사온 케익을 올리고 우영이와 다예와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드렸다. 이런 자리가 꽤 오랜만이기 때문에 장인 어른도 상당히 마음에 드신 듯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나왔다. 바로 포도주였다. 케익에 생일 축하노래가 나오자 주인 아주머니께서 포도주를 보내신 것이었다.

일단 케익을 자르고 일부는 주방에 가져다 드렸다. 그리고 포도주를 마시다 보니 일반 시중에서 싸게 구한 포도주는 아닌 듯 했다. 술은 좋아해도 포도주의 맛은 모르기 때문에 단순한 추측일 수 있지만.

아무튼 소주 서너 병을 비운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제는 장모님과 가고 장인 어른은 친구분을 만나러 가셨다. 그런데 우영이가 양재천에서 놀고 싶어했다. 그래서 떠오른 생각이 이천에 가서 놀자는 것이었다. 때문에 한자를 조금 아는 우영이는 양재천과 이천을 같은 개울로 생각했고 이찬이라는 친구가 유치원에 있는 다예는 이천을 이찬으로 듣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으로 알고 좋아했다.

비가 약간 내리지만 충주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러나 또 백숙이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롯데 마트로 가다 보니 롯데 마트로 가는 긴 행렬. 들어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이마트로 가보니 이마트 또한 옥상까지 차가 가득 주차되어 있었다. 비오는 주말에는 마트가 붐빈다고 하더니 사실인 것 같았다. 이마트에서 시골닭을 하나 사고 보니 RED 맥주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RED 맥주 큐팩 세개를 사면 커다란 컵 두개를 끼워 주었다. 끼워 주었다기 보다는 이렇게 패키징해서 팔고 있었다. RED 맥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패키지를 하나 사서 집으로 왔다[3].

남은 이야기

꽤 오래 전에 수위 아저씨가 동의서를 받으러 다닌 적이 있다.

수위: 아. 잠시만요. 여기에 서명좀 해주세요.

도아: (잠시 훝어본 뒤) 아니.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 놀 공간이 없는데 아이들 놀이터를 주차장으로 쓴다는 것이 말이되요?
도아: 놀이터 반을 줄인들 차를 몇대나 더 주차하는데요?

그랬다. 아파트에 주차장이 부족하자 놀이터를 줄여서 주차장으로 만들자는 동의서였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놀이터를 반으로 줄여야 고작 10대 미만의 차가 주차할 수 있다. 단순히 10대의 차를 더 주차하기 위해 가뜩이나 부족한 아이들의 놀이 공간을 줄인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아줌마들. 동의서를 읽지도 안고 서명한 덕에 이미 상당히 많은 사람이 찬성에 서명했다는 것이다. 물론 우엉맘도 이미 찬성에 서명한 상태였다.

관련 글타래


  1. 예전에 목동에는 중소기업 백화점(LG 백화점)이 있었다. 아울러 이 백화점 옥상에는 아이들을 위한 동물원이 있었지만 막상 가본 동물원에는 단 한마리의 동물도 없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동물들이 모두 죽었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럴 법도 했다. 땅을 밟고 살아야 하는 동물을 하늘 위 옥상에 두었으니 잘 산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것 같았다. 아울러 하늘 위의 집이 더 비싼 것을 보면 인간은 정말 환경에 적응을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일반적으로 중국 음식 중 사천 음식이 우리 입 맛에 잘 맞는다고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당 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멸망한 뒤 백제의 귀족층을 사천에 유배해서 살게했다고 한다. 따라서 오늘 날 사천 음식은 백제 귀족 음식(전라도 음식)과 사천의 토착 음식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음식인 셈이니 우리 입 맛에 잘맞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참고로 사천면은 들어가는 재료는 다소 다르지만 짬뽕에 전분을 섞어서 짜장면처럼 만든 것이다. 따라서 짜장면에 비해 훨씬 매콤하며, 기름기가 덜 하다. 
  3. 물론 백숙에 소주 한병을 마시고 자다가 12시 쯤 다시 일어나서 카스 한병과 이때 사온 RED 맥주 한병을 또 비웠다. 이때 KBS에서 한 영화, 브라더스를 보게됐는데 영화가 아주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이 얼마나 잔인한 인류의 악인지 또 한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