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여행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낸다. 그래서 주말에 약속 잡는 때는 많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주말에 시간을 잡아도 대부분 가족과 함께 간다. 따라서 가족과 함께 갈 수 없는 자리는 피하는 편이다.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 시작한 것은 스티븐 코비 박사의 '성공한 사람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부터이다.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 부터 실천하기 때문에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는 얘기에 따라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로 한 것이다.

지난 주 토요일도 사무실에 출근했다. 탄금대에서는 권태응 문학제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아이들과 이런 문학제에 참석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 좁은 공간에 몇천명은 몰릴 것이라고 하니 일단 사람이 많아서 가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아이들과 우엉맘을 오라고 하고 어디로 갈지 물었다. 미리 갈 곳을 잡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의견이 없었다. 날씨가 너무 더운 것 같아 해수욕장이 생각났고 따라서 다시 한번 부산에 가기로 했다. 시간이 점심때라 일단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하고 칠금동 씨마트 옆의 놀부 부대찌개로 갔다. 놀부 부대찌개 옆에는 정글짐이라는 아이들 놀이방이 있는데 놀부 부대찌개와 이 놀이방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좋기 때문이다.

일단 부대찌개 두개와 우영이가 먹을 돈까스를 시켰다. 잠시 뒤 부대찌개가 나왔고 이 사이 부산에 가면 혹 미투에서 알게된 분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부산에서 번개를 하겠다고 SMS로 미투에 글을 올렸다. 올리는 글에 휴대폰 번호가 있으면 검색엔진에서도 검색되기 때문에 일단 미투에 글을 올리고 답글이 달리면 이 답글에 답장을 보냄으로서 휴대폰 번호를 남길 생각이었다.

미투 설정에서 한시간 이내에 달리는 답글만 휴대폰 문자로 오도록 설정해 두었기 때문에 관건은 '한 시간 이내에 누군가 답변을 다는 것'이었다(당시에는 이랬다). 다행이 우리팬님이 '어랏! 부산 오신다고요!?'라는 답글을 달아 주셨고 이 답글에 답장을 보내 휴대폰 번호를 미투로 날렸다.

그리고 놀부 부대찌개 옆의 C마트에서 아이들 과자와 가면서 마실 물을 산 뒤 충주를 출발했다. 지난번 부산에 갈 때는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탄 뒤 올라올 때는 중앙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왔었는데 중부내륙을 타는 것이 중앙 고속도로를 타는 것보다는 시간이 덜 걸린 것 같아 이번에도 괴산 IC에서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하다 보니 '#2212 번호'로 문자를 보내면 미투에 글이 올라가기 때문에 답글로 받은 전화번호('#2212-200010')로 보내면 내가 휴대폰으로 미투에 올린 글에 답글로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굳이 답글을 기다리지 않아도 번호만 알면 답글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확인하기 위해 이 번호로 '조금만 더가면 부산입니다'라는 글을 보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부산 동래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문자가 오지 않았다.

해운대로 갈지 우리팬님이 추천한 기장(일광 해수욕장)으로 갈지 고민하다가 일단 아이들이 배고플 수 있으므로 우엉맘에게 부산 동래의 롯데 백화점에서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라고 하고 나는 PC 방에서 지도를 확인하기로했다. 미투에 접속하니 내가 휴대폰 번호를 날린 답글은 미투가 바싹 바싹한 튀김을 만들어 먹어 버린 뒤였다. 하나의 메시지도 받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일광 해수욕장에 가는 길도 물어 보고 시간이되면 한번 볼 생각으로 우리팬님께 연락 했지만 우리팬님이 시간이 없어서 기장으로 가는 길만 물어 보고 말았다. 예전에 해운대에서 송정으로 가는 길이 상당히 멀었다. 당시에는 송정을 가려고 한 것이 아니라 태종대를 가려고 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송정으로 가게됐는데 이 때문에 길을 돌아 간 것 같았다. 동래에서 기장 가는 길을 확인해 보니 동래에서 기장으로 가는 길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아 일단 가본적이 있는 해운대로 향했다.

지난 달에 부산에 방문해서 모텔을 잡을 때는 갑자기 뱃속이 요동치는 바람에 모텔을 확인하지 않고 잡았는데 이번에는 모텔에서 인터넷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지난 번에 묵었던 모텔 바로 옆의 드라마라는 모텔을 잡았다. 하루 숙박비는 주말 요금이 적용되서 5만원 또는 6만원이라고 한다. 5만원짜리는 조금 작다고 해서 6만원짜리를 잡았는데 막상 올라와 보니 5만원 짜리와 6만원 짜리의 구분은 없는 듯했다.

일단 모텔 시설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방은 조금 좁았지만 가족용 침대인 듯 네 식구가 누워도 넉넉한 침대가 있고 커다란 TV가 벽에 걸려있었고 그 밑에 사양이 조금 떨어지며, BIOS 설정이 잘못되어 있어서 F1을 눌러야 부팅이 되는 컴퓨터가 있었다. 그 외에 커다란 유리창으로 연결된 화장실 등 지난번 모텔 보다는 나았다.

해운대

해운대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8시라 배도 고프고 해서 지난 번 부산 방문 때 맛있게 먹은 시끌벅적한 까닭을 찾아갔다. 예전에 왔을 때는 지금보다 손님이 많아도 음식도 빨리 나오고 서빙도 훨씬 잘됐는데 일단 음식이 너무 늦게 나왔다. 보통 주문을 하면 바로 파전이 나고, 전을 어느 정도 먹을 때 쯤이면 바베큐가 나온 뒤 바베큐를 어느 정도 먹으면 팥빙수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밭빙수외에 다른 음식은 나오지 않았다.

맛있는 팥빙수

나는 팥빙수와 같은 빙과류를 즐겨하지 않기 때문에 이 팥빙수는 먹어 보지 않았다. 그러나 우영이와 다예는 맛있는 듯 아예 머리를 팥빙수 항아리에 박고 먹고 있다. 우영이는 오른손 잡이고 다예는 왼손 잡이이다. 그런데 녀석들은 음식을 함께 먹을 때 꼭 이렇게 앉아 먹는다. 따라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먹어도 두 녀석 모두 먹는데에는 지장이 없다.

팥빙수가 나오고 맥주를 1000cc 정도 마셨고 우리 가족보다 늦게온 테이블에 전과 안주가 나가는 것을 보고 우리가 시킨 것은 언제 나오는지 물어봤다. 잠시 뒤 주인이 헐레벌떡 소금 구이 바베큐를 가지고 나왔다.

도아: 오늘은 아주 정신이 없으시네요.
주인: 예.

도아: 지난 번에는 이보다 사람이 많아도 훨씬 빨리 나오던데요.
주인: 직원이 한명 안나와서요.

도아: 전에는 전이 먼저 나오던데요.
주인: 예. 전도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손님이 더 적은데도 서빙이 원할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전에 있던 직원이 나오지 않아 신입 직원 한명은 서빙을 하고 주인은 서빙을 하면서 음식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소금 구이 바베큐

1'3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닭고기가 조금 적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닭고기가 나오기 전에 먼저 맛있는 해물 파전이 나오며, 닭고기를 먹고 있으면 항아리 팥빙수가 나오기 때문에 가격은 오히려 싼 편이다. 아울러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숯불로 바싹 구웠기 때문에 기름이 모두 빠져 바싹하며 고소하다. 찍어먹는 소스는 양념 소스, 겨자 소스, 소금 세 가지가 제공된다. 해운대에 가면 꼭 한번 가보기 바란다.

간단히 술한잔을 하고 아이들과 해운대 해변으로 향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해운대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쌍쌍이다. 속옷이 보일 것 같은 짧은 치마에 허리가 훤히 드러나는 티, 그리고 그 허리를 감싸 않은 연인의 손. 아울러 조금 나이 드신 아주머니, 아저씨도 쌍쌍이었다.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아이들은 어두운 밤 해변가에서 모래놀이를 즐겼고 이런 모습을 보다 보니 부산에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도아: 부산에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공기 좋고, 주변에 이런 바다가가 많고.
우엉맘: 충주에 사는 아줌마 중 부산에 살다온 아줌마가 있거든.
우엉맘: 그런데 그 아줌마 말로는 부산이 살기 가장 좋았데, 아이들도 좋아하고.

수도 분리에 대한 글을 쓸 때만 해도 부산이 이렇게 발전했는지는 사실 몰랐다. 가본지 이미 10년이 더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만에 가본 부산 해운대는 서울 강남과 비슷할 정도로 빽빽히 건물이 들어서 있었고, 강남보다는 훨씬 운치있고 사람이 많이 찾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미리 우영이와 다예에게 약속을 받고 왔지만 역시 아이들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빤짝이는 물건을 팔고 있었는데 다예가 또 사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다예: 잉~~잉~~ 저거 사줘.
도아: 아빠랑 약속했지.

다예: 잉~~ 싫어 사줘.
상인: 그러면 사주니. 막 엎어져야 사주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아이에게 엎어서져서 떼쓰라고 가르쳐 주는 어른. 아무리 장사라고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니 사줄 마음이 싹 가셨다. 빤짝이는 장난감을 지난 번 부산에 왔을 때 사줘봤지만 딱 하루도 쓰지 못하고 망가졌다. 인터넷에서 천원이면 구입하는 싸구려 물건을 오천원, 만원에 팔고 있으니 사주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다예를 앉고 가다보니 여기 저기서 폭죽을 터트리며 놀고 있었다.

장난감 보다는 폭죽이 재미있을 것 같아 폭죽을 파는 사람을 찾아 봤지만 의외로 폭죽을 파는 사람은 없었다. 우엉맘이 폭죽을 파는 사람을 발견하고 "오빠 저기서 폭죽 팔어"라고 외치자 한 아주머니가 폭죽 두개를 가지고 왔다. 하나씩은 팔지 않고 '두개에 오천원'이라는 것이었다. 아마 외지 사람인 것을 우엉맘이 소리치는 것을 듣고 바로 안 것 같았다. 폭죽을 가지고 우영이와 폭죽에 불을 붙이려 바다가로 내려갔다.

사실 폭죽은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에는 상당히 위험한 물건이다. 따라서 폭죽은 꼭 어른들이 통제한 상태에서 불을 붙여야 한다. 우영이와 다예 둘에게 폭죽을 단단히 잡도록하고 폭죽에 불을 붙였다. 잠시 뒤 하늘로 솟구치며 폭죽이 터졌다. 불꽃이 더 크다면 훨씬 멋있겠지만 그정도까지 바라기는 무리였다.

두번째 폭죽은 첫번째 폭죽과는 조금 달랐다. 첫번째 폭죽은 불꽃이 그냥 하늘로 날아가는데 이 폭죽은 하늘로 날아간 뒤 다시 하늘에서 사방으로 터지는 폭죽이었다. 폭죽을 모두 쏘고 옆을 모니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폭죽을 하나씩 들고 폭죽을 쏘고 있었다. 문제는 네 아이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불을 붙였지만 한 아이는 폭죽이 터지고 있었고 나머지는 폭죽이 터지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불을 붙였는데 자신의 폭죽이 터지지 않자 몇명이 폭죽을 들여다 봤고 이때 아이 옆을 지나 폭죽이 날라갔다. 상당히 위험한 순간이었다. 또 이런 폭죽은 아래쪽으로 쏘다가는 지나가는 사람이 맞을 수도 있는데 통제 하는 사람이 없어서 인지 위험하게 아래쪽으로 폭죽을 쏘고 있었다.

누가 아이들에게 폭죽을 팔고 불을 붙여 주었는지 모르겠지만 위험한 물건을 너무 안이하게 판것 같았다. 아마 이런 사람들 때문에 순찰차가 돌면서 폭죽을 쏘는 사람을 관리하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우영이는 폭죽을 쏘고 모래놀이 밖에 하지 못했지만 우영이는 해운대가 무척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12시가 넘은 시간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모텔로 향했다. 모텔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서 술과 다음 날 모텔에서 끓여먹을 라면과 김치를 사고 모텔로 돌아왔다. 참고로 라면에 볶은 김치를 먹어도 맛있다. 따라서 김치 상품중 '라면에 볶음 김치'라는 상품도 있다. 컴퓨터로 미투에 접속하니 우리팬님의 안타까운 글이 올라와 있었다.

해운대에서 기장 넘어가는 길을 찾는게 그리 어렵지 않으셨을꺼 같은데...-- 저 같은 경우엔 일광에서 해운대까지 걸어서 간 적도 있습니다.--; 일반 시내버스도 다니기 때문에 버스만 따라가도 들어갈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담번엔 기장 꼼장어, 혹은 아나고회 아님 일광서 꼭 아구찜 드시기 바랍니다.--+ 근데 해운대 모텔이면... 인터넷에서 쿠폰 프린트해가면 할인되는 곳이 많이 있다는... --;;; 왜 이런 정보가 뒷북이 되었는지.-_-;;;

해운대에서 기장까지 가는 길을 찾는게 어려워서 해운대에서 머문 것은 아니었다. 일단 초행길인데 밤길이라 조금 꺼려했고 기장쪽의 숙박 시설이 어떤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다음 날 기장으로 가기로 하고 해운대에 숙박을 한 것이었다.

다음 날 라면을 끓여 먹고 해운대에서 기장 가는 길을 찾아 봤다. 그런데 의외로 해운대에서 송정이 아주 가까웠다. 지난 번에는 태종대를 가다가 길을 잘못들어 송정으로 갔는데, 해운대에서 중동 사거리를 지나면 바로 송정이 나오고 송정에서 울산 방향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기장이 었다. 지도를 다시 검색해 보고서야 '우리팬님이 일광 해수욕장에서 해운대까지 걸어왔다'는 사실이 이해가 됐다.

일광 해수욕장

일단 일광 해수욕장을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해운대에서 출발 중동 사거리에서 송정 방향으로 길을 튼 뒤 조금 가니 바로 송정이었다. 지난번에는 원동 IC쪽으로 가다가 송정으로 빠졌기 때문에 가까운 길을 돌아서 온 것이었다. 송정에서 울산 방향으로 한 10여분 올라가니 기장이 나왔다. 어차피 광관지라면 이정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울산 방향으로 계속 올라갔다. 기장 군청을 지났지만 일광 해수욕장은 보이지 않았다. 의외로 기장군인데 뜬금없는 시청 이정표[1]만 보였다.

도아: 군인데 무슨 시청이지.
우엉맘: 저기로 가면 시청이 나오는 모양이지.
도아: 군에 무슨 시청이 있어?

군청을 지나 한 5분 정도 더 내려가자 일광 해수욕장이 나왔다. 아치형의 간판을 지나면서 봤지만 해수욕장이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가다보니 결국 기장 해변도로를 타게됐다. 그리고 뒷편으로 보이는 해수욕장. '너무 쓸쓸했다'. 아울러 해변이 너무 좁았다. 명색이 해수욕장이라면 해변에 텐트칠 자리는 있어야 하는데 텐트칠만한 공간도 별로 없는 듯 했다.

차를 돌려 다시 일광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해운대나 송정과는 달리 방문하는 사람이 없는 듯 했다. 해수욕장으로 개발하기 위한 공사가 여기 저기 진행 중이었다. 아이들과 해변으로 내려왔다. 해변이 너무 좁아 물이 많을 때는 이 해변까지 바다물이 오는 듯 모래에는 수많은 조깨 껍대기가 널려있었다.

보통 해변에서는 맨발로 다니지만 맨발로 다니기에는 조개 껍대기 때문에 너무 아팠다. 아울러 주변에서 미역 양식을 하는 듯 곳곳에 마른 해초가 널려있었다. 특히 보기에 좋지 않은 것은 해변 가운데에 자리한 콘크리트. 무대로 사용하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흉물스러웠다'. 쌀쌀한 날씨 탓에 더 흉물스러웠다.

일광 해수욕장

백사장의 길이는 긴편이다. 그러나 백사장 곳곳에 해초들이 널려있고 해초 냄새가 상당히 많이 났다. 백사장에는 각종 쓰레기와 조개 껍질이 있어서 신을 신지 않고는 걸어 다니기 힘들었다. 가운데 콘크리트가 있는 양옆은 이 콘크리트 구조물 때문에 양쪽 옆이 더 많은 파도를 맞은 듯 수심이 꽤 깊었다. 이 구조물에서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수심도 얕고 물도 따뜻했다.

그러나 부산에 사는 사람들이 추천한 곳이라면 나름대로 장점이 있을 것 같아 신을 신고 바지를 올린 뒤 물에 들어갔다. 막상 들어가 보니 해변의 푹푹 빠지는 모래와는 다르게 이곳의 모래는 뻘에 가까운 모래였다. 따라서 밟아도 딱딱한 느낌이었다. 물속을 들여다 보니 곳곳에 게 구멍이 보였다. 그런데 물은 오히려 송정 해수욕장이 더 깨끗한 것 같았다. 물 자체는 모르겠지만 일광 해수욕장은 해초들 때문에 지저분해 보이고 뻘처럼 고운 모래가 파도가 칠 때마다 일어나서 오히려 더 탁해 보였다[2].

일광 해수욕장 게

우영이가 꽃게가 있다고 해서 보니 바로 이 녀석 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 무턱대고 만지는 다예도 게 앞발이 무서운지 전혀 만지지 못하고 있었다. 바다속에서 갑자기 백사장으로 내팽겨쳐졌지만 그래도 녀석은 방향 감각은 잊지 않고 있었다. 정확히 바다쪽을 알고 바다로 게걸음을 치고 있었다.

쓸쓸한 일광 해수욕장

곳곳에 수리 중인 썰렁한 풍광, 좁은 모래톱, 지정분한 백사장, 흉물스런 콘크리트 구조물, 여기 저기 널린 해초, 음산하게 부는 바람 때문에 오히려 동해안의 겨울 해변이 연상되었다. 다예가 추워해서 우엉맘은 이미 차로 갔고 이 곳에서는 우영이와 놀기도 힘들어서 일단 우리도 차로 이동했다.

도아: 여기 아구찜이 맛있다고 하는데 어디가 맛있는지도 모르겠고.
도아: 또 점심때까지 여기 있기도 힘드니까 차라리 송정으로 가자.
우엉맘: 그래.

일광 해수욕장에서 다시 송정으로 갔다. 송정은 역시 좋았다. 도로에 주차하고 나니 날씨도 조금 풀렸다. 바람은 여전하지만 해가 떠서 놀기에는 적당했다. 그런데 이 해변에서도 눈쌀 찌뿌리는 광경이 목격됐다. 바로 애완견을 데리고 온 부부.

해변의 애완견

사실 사람이 모이는 공공 장소에 애완견을 데리고 와서는 안된다. 이런 애완견들은 모래 곳곳에 오줌을 싸고 똥을 싸대기 때문이다. 이런 애완견이 싼 똥, 오줌 때문에 백사장이 개 벼룩으로 다시 오염된다.

아울러 애완견을 데리고 이런곳에 오고 싶다면 최소한 똥을 치울 비닐 장갑과 비닐 봉지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러나 이 부부는 이런 생각이 없는 듯 했다. 데려오면 안되는 장소에 애완견을 데리고 와서 풀어놓고 당당하게 걸어 가고 있었다. 애완견도 키울 줄 아는 사람이 키워야 한다[3].

우영이와 다예도 개를 키우고 싶어하지만 개를 사주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개를 키울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예뻐하고 끌어 안을 줄 아는 것 만으로는 그런 자격이 생기지 않는다. 개를 키우려고 하면 개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엉맘: 오빠.
도아: 왜?

우엉맘: 저기 해변좀 걷다가 오자.
도아: 혼자 갔다와.

우엉맘: 걸으면 좋은데.
우영: 엄마, 나랑 갈래.
우엉맘: 싫어.

지난번에 왔을 때 해변 처음부터 끝까지 걸은 적이 있는데 우엉맘은 그때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었다. 일단 신발을 벗고 모래 사장을 거닐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불가사리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파도가 세서 그런지 불가사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우영이는 바다물에 들어가 놀고 싶은 모양이었다. 어차피 갈아 입을 옷이 있기 때문에 바다에서 놀도록 해주었다.

바다물에서

우영이와 다예 모두 겁이 많다. 특히 다예는 워낙 겁이 많다 보니 물 근처에서 만 놀았다. 우영이도 조금 깊은 물은 무서운 듯 앉아서 파도를 맞으며 놀았다.

연파는 아저씨

백사장을 걸으려고 나서다 보니 웬 아저씨가 노란색 바구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놓았다. 가서 보니 얼래였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연날리기 좋기 때문에 바로 좌판을 벌린 듯 했다.

파도타기

해변을 걷다보니 웬 아가씨가 파도를 타려고 바다로 가는 것이 보였다. 저 정도 파도에 파도 타기를 뭐하러 하나 싶었다. 나중에 알게됐지만 송정 해수욕장에는 파도타기 학교가 있었다. 따라서 잔잔한 파도에 파도타는 연습을 하기위해 나선 것이었다.

바다에서 노는 것이 재미있는 듯 우영이는 더 놀고 싶어했다. 한 30분 정도 더 놀도록 한 뒤 송정 해수욕장을 나섰다. 이때가 한시 정도라서 바로 출발하면 아이들이 배고플 것 같아서 일단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했다. 그러나 지난번 해물탕의 경험 때문에 체인점이 아니면 가지 않기로 하고 체인점을 찾아봤지만 체인점을 찾을 수 없었다.

해운대 신도시에는 체인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해운대 신도시로 다시 왔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아파트에 비해 체인점은 찾기 힘들었다. 결국 해운대역 근처에 차를 세우고 음식점을 찾았다. 해운대역 주변은 구 시가인 듯 길이 상당히 좁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것 같았다. 그러나 해운대역 주변에도 체인점은 많지 않았다. 결국 발견한 것이 놀부 부대찌개. 그러나 놀부 부대찌개는 전날 먹었기 때문에 선뜻 택하기 힘들었다.

그러다 발견한 음식점이 미다래. 예전에 목동 오피스텔에 있을 때 일식 돈까스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미다래에서 점심을 먹기로했다. 처음에는 돈까스를 먹을 생각으로 들어왔지만 막상 메뉴를 보니 볶음밥과 함께 나오는 미니 돈까스가 먹고 싶어졌다. 우영이도 돈까스와 볶음밥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그래서 미니 돈까스 두개와 우엉맘이 먹을 비빔 모밀 국수, 우영이가 처음 들어올 때부터 먹고 싶어했던 주먹밥을 시켰다.

그러나 막상 미니 돈까스가 나오자 후회가 됐다. 그냥 돈까스를 시킬 것을. 맛은 복음밥은 먹을 만 했지만 돈까스는 소스가 조금 느끼해서인지 작은 돈까도 다 먹기 힘들었다. 주먹밥은 김과 깨, 참치를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나름대로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충주로 출발했다. 일단 원동 IC로 길을 잡고 대구 부산간 고속도로, 경부 고속도로,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식후 바로 출발한 것이라 졸리면 휴게소에서 잠깐 쉬고 화장실 가고 싶으면 또 쉬고, 우영이가 다른 것을 먹고 싶다고 하면 또 쉬고.

문강 유황온천

이러다 보니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어느 덧 '괴산 IC'가 보였다. 괴산 IC를 보자 가는 길에 '문강 유황온천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아이들은 모두 바다물에서 놀다가 모래만 털어 온 상태라 모두 소금에 절여있고 우엉맘도 피곤한 것 같아서 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가기로 했다.

따로 온천에 올것을 염두에 두지않아 속옷과 양말이 없었지만 일단 온천으로 향했다. 우영이와 다예 모두 오랜만에 오는 온천이 즐거운 듯했다. 목욕을 하다보니 다예는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다예: 아빠. 계란.
도아: 우리 다예가 배고픈 모양이구나.
도아: 아빠가 조기 나가서 사줄께 조금만 기다려.

다예는 송정에서 출발하자 마자 잠이 들었다. 따라서 점심을 먹을 때도 식당 의자에서 잤고 어쩐 일인지 온천에 올 때까지 깨지 않아 밥을 먹지 못했다. 온천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우영이와 다예에게 음료수와 계란을 사주었다. 나는 맥반석으로 구운 계란보다는 삶은 계란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보관의 문제 때문에 요즘 목욕탕에서는 삶은 계란은 팔지 않는다. 배가 고픈 다예는 계란을 두개를 먹었다. 그러고는 더 먹고 싶은 모양이었다.

다예: 아빠. 저거 반 줘.
도아: 안돼. 저거는 오빠꺼야. 너는 벌써 두개 먹었잖아.

우영: 다예야. 계란 더 먹고 싶어.
다예: 응.

우영: 그럼, 이거 먹어. 그런데 다예는 계란 나눠 줄꺼야?
다예: 응.

우영이는 마음이 여려서 이런 경우 양보를 잘한다. 반면에 다예는 전혀 양보하지 않는다. 다예가 양보하는 때는 자기보다 어린 아이가 달라고 할 때이다. 이런 다예가 밉지만 피는 못속이는지 배고픈 다예를 위해 우영이가 양보했다. 그리고 다예가 오빠한테 잘 나누어 주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시 다짐을 받은 것이었다. 다예가 계란을 거의 다 먹자 "이건 오빠가 먹을께"하면서 다예가 약속을 지키는지 확인까지 했다.

목욕을 하고 나오니 시원한 바람과 향긋한 풀냄새가 났다. 여행으로 피곤해진 몸을 온천수로 씻고 나니 하늘도 날아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참고로 문강 유황온천은 피부에 아주 좋다. 다예는 아토피 때문에 몸에 오돌톨톨하게 난 것이 많은데 이 온천만 갔다오면 이런 것들이 싹 없어진다. 아울러 한 며칠은 세수를 하지 않아도 비부가 매끈 매끈하다. 그래서 2주에 한번씩 가기로 한 온천이다. 아울러 주변 상촌에서 왔다고 하면 5000원의 입장료는 4000원으로 깍아준다. 따라서 동네 목용탕에서 목욕하는 것과 요금이 비슷하다.

여행의 마무리는 술로 하기 때문에 역시 우엉맘에게 백숙을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우엉맘도 피곳한 듯 싫다고 해서 집 근처의 양평 해장국에서 내장탕에 소주를 한병마시고 집에 와서 맥주 세병(700ml)을 마신 뒤 주말 여행을 마무리 했다.

휴게소에서

즐거운 모래 놀이

즐거운 모래 놀이(동영상)

처음에는 모래놀이만 했다. 아이들은 모래를 좋아하기 때문에 모래놀이도 충분한 놀이가 된다. 우영이와 다예가 판 모래 구멍 반대쪽에 또 구멍을 파서 땅 밑으로 연결 시켜 주자 우영이는 아주 즐거운 모양이었다. 아울러 물을 끌어 들이기 위한 수로까지 만들어 놓았다. 물론 물은 올라오지 못하지만.

남은 이야기

자기전에 CSI 마이애미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웬지 호레시오 반장이 불쌍해 보였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은 부산의 모텔에서 CSI를 보면서 호레시오 반장이 좋아하던 델코의 누나 마리솔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더 안타깝고 힘든 일을 하기 때문인지 좋아하는 여자 하나 만나기 힘든 반장의 모습 때문이었다.

관련 글타래


  1. 일광 해수욕장을 가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기장군도 부산시였다. 부산은 직할시가 된지 오래됐기 때문에 도시로 알았지만 부산도 도농 통합도시였다. 
  2. 바다 속을 걷다보니 하얀 둥근 물체가 보였다. 주워보니 골프공이었다. 이런 골프공이 상당히 많았다. 콘크리트 구조물 한쪽 해변에서만 무려 다섯개를 주웠다. 주변 골프 연습장에서 바다로 빠진 뒤 파도에 쓸려 여기까지 밀려 온듯했다. 
  3. 예전에 목동 오피스텔에 근무할 때 일이다. 이런 공동 주택에서는 애완견을 키워서는 안된다. 그런데 바로 옆방 아가씨가 애완견을 키우고 있었고 이 아가씨가 없을 때는 애완견이 울어 대서 일을 할 수 없을 정도 였다. 몇번 얘기했지만 소귀에 경읽기 였다. 심할 때는 복도와 엘리베이터에 똥, 오줌을 싸대서 결국 오피스텔 관리인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 키울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키우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