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가짜다 1 - 미국의 법률가 by 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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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OS.com 회원의 연령층과 직업군은 상당히 다양하다. 운영체제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나이드신 분도 없고 컴퓨터에 대해 잘아는 사람만 있을 것 같지만 아니다. QAOS.com의 분위기가 다른 커뮤니티와는 사뭇 다르다 보니 나이드신 분도 꽤 많다. 몇 년전엔 칠순이 다되신 분이 글을 올린적도 있고 오프 모임에는 연세가 65세 이신 건축회사 이사분이 나오신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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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OS.com 회원의 연령층과 직업군은 상당히 다양하다. 운영체제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나이드신 분도 없고 컴퓨터에 대해 잘아는 사람만 있을 것 같지만 아니다. QAOS.com의 분위기가 다른 커뮤니티와는 사뭇 다르다 보니 나이드신 분도 꽤 많다. 몇 년전엔 칠순이 다되신 분이 글을 올린적도 있고 오프 모임에는 연세가 65세 이신 건축회사 이사분이 나오신 적도 있다.
직업군도 상당히 다양하다. 학생도 있고 현재 PC방을 하시는 분, 컴퓨터 119처럼 컴퓨터 AS를 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이런 분들 외에도 변호사처럼 컴퓨터와는 무관할 것 같은 분들도 회원중에 상당히 많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QAOS.com의 회원이며, 국제 변호사이신 김무상 변호사님이 쓴 '미국은 가짜다'라는 책의 일부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미국을 싫어한다. 양키라는 어렸을 적 별명의 영향도 있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에 대한 학창 시절의 인식, 매판 자본에 기인한다. 따라서 미국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미국을 폄하한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미국에 대한 이러한 인식을 상당수 되돌린 책이다.
책은 저자가 미국에서 경험한 소소한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우리와는 다른 견해, 다른 문화를 가진 미국을 어느 정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처음 넥서스에서 출판됐지만 저자분은 저작료를 한푼도 받지 못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PDF 파일 자체를 네이버에 올려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의 모든 내용을 블로그에 올려도 좋다는 승락을 받았다.
따라서 자주는 아니며, 목차와 무관하게 인상에 깊게 남아 있던 글들을 블로그에 올리도록 하겠다. 첫번째로 올릴 글을 미국의 법률가이다.
미국의 Lawyer
미국의 Lawyer 즉 법률가의 성격은 우리 나라에서의 그것과 다르다.
법대에 입학한 첫날 법대 학장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의 입학을 축하하면서 "여러분은 이제 일반가(generalist)로서의 자질과 지식.기술을 배우기 위해 첫걸음을 시작했다. 이제 법이 우리 인간에게 왜 필요하며 어떻게 인간을 도우는 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이 이런 주제를 어떻게 다룰 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인상 깊은 축사였다. 인상 깊었던 이유가 이 사회는 법률가를 전문가(specialist) 로 규정하지 않고 사회일반사를 두루 다루는 '일반가'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우리 나라의 인식과 판이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법을 전공한 사람 하면 판사, 검사, 변호사, 기타 행정공무원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런 직업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공부 잘하는 사람으로 법대에 입학해서 머리를 싸매고 노력하여 고등고시에 합격한 후 사회의 가장 성공한 분야의 직업인으로서 한정된 분야에서 일하게 되는 법률 '전문가'로 인식된다.
이렇듯 사회 인식이 다르니 법률가를 양성하는 방법도 다르다. 로스쿨(law school)로 불리는 법대의 입학 자격은 일반 학부 과정을 이수한 자 즉 학사 자격을 가진 자이다. 따라서 법대를 다니는 학생들은 인문과학, 사회과학, 이공대, 의대, 미대 등 학부에서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 일반적으로 법대의 학비가 비싸기 때문에 학부를 졸업한 후 일자리를 구해 학비를 저축하여 입학하는 학생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대학원 보다 평균 연령도 높다.
공포의 여교수
내가 졸업한 콜롬비아 대학의 또 다른 특기 사항은 법률가를 지망한 여성이 거의 40%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거의 반이 되는 수업 분위기가 나에게는 무척 독특하게 느껴졌고 이들과의 상호 접촉은 여성에 대한 나의 인식의 많은 부분이 편견이었음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법대의 수업은 교수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소크라테스식 교육법이 통용되고 있다. 미리 예습했음을 전제로 실제 수업에서는 예습한 과정에서 막힌 것을 뚫어 주는 문답식 교육이다. 그래서 예습을 안한 경우 수업에 들어가 봤자 먼 나라 얘기로 들릴 뿐 교수의 질문에 대답도 못하고 망신만 당하게 된다. 내가 아직도 떠올리는 기억은 Contract law(계약법) 수업의 공포감이다.
사법의 근간이 되는 계약법은 법대생의 필수과목이다. 대형 강의실에 120명의 학생들이 자리잡고 열기를 품는데 자리는 강의 첫 시간에 자신이 적어 낸 좌석으로 지정석이다. 교수는 학생 사진과 이름이 붙여진 좌석 배치도를 강단 위에 놓고 수시로 호명하여 질문을 한다. 이 과목은 중요하고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학점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학생 들간 경쟁이 치열하다.
수업 두 시간 동안에 두세 개의 case를 공부하게 되는데 미리 case(사건 개요)를 읽고 숙지하여 법률적 쟁점을 알고 수업에 임해야 한다. 하루의 수업 범위는 십 내지 이십 쪽으로 적지 않은 분량이다. 하루에 서너 과목 강의가 있으니 학과가 끝난 후 보통 적게는 육십 많게는 백 이십 쪽을 읽어야 하는데 영어가 외국어인 나로서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나 요령을 터득하게 되었는데 그 요령은 별개 아니다. 미련과 두려움 없이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계약법 시간의 여교수 강의는 날카롭고 지명에 의한 교수의 질문과 학생의 대답이 연이어져 그 시간이 다가오면 전날 악몽을 꿀 정도다. 으레 첫 번째 질문은 그날에 공부할 case의 대강을 지명된 학생이 말하는 것이다. 간단한 교수의 보충이 있고 다음에는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의 동기는 무엇이었는가 질문이 있게 마련이다. 그 동기는 교과서에 있는 긴 사건 개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계약의 전제가 되는 거래 관계와 연관되는 직종에 있어 본 사람이면 그런 상황의 뒷배경을 잘 알고 계약 내용에 나타나지 않는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관계 직종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상상력에 의존할 수 밖에 별 도리가 없다.
다행히도 법대 강의실에는 다양한 직업을 가져 본 학생들이 많아서 거래와 관계되는 직종에서 일해 본 학생이 배경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의료 사고의 경우 의사인 학생이 그 직업 분야에서의 관행이나 의사들의 동기와 환자들과의 관계 등을 소개한다던가 컴퓨터 전문가가 소프트웨어의 유통에 관한 설명, 또는 소설가가 출판사와 독자들과의 관계 등을 실감나게 말함으로써 당사자의 이해 상충과 업계의 관행과 동기들이 학생들에 의해 정확히 포착되기도 한다.
우리 나라 법대 수업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법대가 학부 과정이기 때문에 사회생활의 경험을 가진 학생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case위주의 수업이 아니고 법해석위주의 수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문 직종의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모여 법을 공부하다 보니 그 발언 내용과 질문이 예리하고 실감나는 것이 법률가 교육은 어느 정도 사회 경험을 가지면서 자신이 이런 분야에 적성이 맞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에게 주어 져야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와 같이 공부만 잘하면 무조건 법대에 간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학부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적성을 알고 자신의 전공을 바탕으로 법률 공부를 하는 것이 전문화된 사회에서 일반가로서 두루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가 양성의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개인차이
여러 직업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모였다고 하나 다양한 사건과 관련되는 모든 직업군이 모인 것이 아니므로 case에 관계된 직종이 없는 경우 학생들의 상상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교수의 질문에 선뜻 손을 드는 학생이 없기 마련인데 손을 드는 사람이 있다면 여지없이 여학생이었다. 나름대로의 추리에 근거한 자기 생각으로 거래에 관계된 사람들의 동기를 말하는데 여지없이 쪽집게이다. 남자들은 침묵할 뿐 이런 기회는 거의 여자들의 독차지였다.
아무려면 인간사의 욕망과 그 변덕을 여성들이 더 잘 알고 있을까. 그러나 이런 현상은 다른 수업, 다른 주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남성들과 비교해 뒤떨어지는 것이 없지만 이렇게 추리가 동원되는 분야는 오히려 여성들이 돋보였다.
이밖에도 내가 여성들에 가졌던 인식들이 편견이라고 느낀 것이 많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감성적이어서 사물을 볼 때 감정을 앞세운다.' '여성들은 아기자기한 사고에 능숙해서 큰 틀은 남성이, 그것을 채우는 것은 여성이 할 일이다.' '여성은 멀리 내다보는 눈이 남성에 못 미친다.' 등등이다.
반대로 '감성이 보다 요구되는 분야는 남성이 여성보다 못하다.' '남성은 여성보다 섬세할 수 없다.' 등등은 내가 남성들에 가진 편견이다. 한마디로 여성이 감성적이고 남성이 이성적이다 라는 이분법적인 도식은 잘못된 것이다. 이것은 여성과 남성의 차이라기보다는 개인 차이에 불과한 것인데 사회의 구조와 인식이 여기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에 고착화된 것이라고 보고 싶다.
물론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는 생각보다 심한 것이 아니고 환경에 의하여 과장된 것이라는 것이다. 완전하지 않지만 여성에게 남성 못지 않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에서 키워지고 교육받은 미국의 여성은 남성적이고 이런 환경에서 사는 남성은 여성적이다.
한국인으로서의 내 눈에는 여성의 남성화, 남성의 여성화가 일어난 듯이 보인다. 즉 여성들에게서 남성과 같은큰 선을 느낄 수 있고 남성에게서는 여성과 같은 감성과 예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남성과 여성의 평등화와 함께 감성과 이성의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이런 점은 미국 생활에서 배운 점 중 가장 큰 것 중의 하나이다. 우리 나라도 여성의 지위가 상승해서 남성과 같은 기회가 주어지면 이렇게 변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즉 남성의 여성화, 여성의 남성화 그리고 이성과 감성이 조화되는 계기가 되어 보다 높은 차원의 남녀 분업이 이루어지고 개인의 창의성이 향상되리라.
졸업식날 '여러분은 이제 일반가로서의 첫걸음을 시작하게 되었다. 콜롬비아 대학의 명예를 빛내기를...' 학장의 축하 메시지가 뿌듯했다.
이렇듯 미국의 법률가는 일반가이다. 사회 각 분야 두루 법적 문제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가이다. 이런 배경에는 미국 사회가 법을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필수 도구로 인식하고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대로 하자.'하면 삭막하게 들리지만 미리 법대로 하면 분쟁의 소지가 없어지는 것이니 법은 인간의 삶이 험악해지지 않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우리의 생활 필수품인 것이다.
남은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었던 부분은
여러분은 이제 일반가(generalist)로서의 자질과 지식.기술을 배우기 위해 첫걸음을 시작했다. 이제 법이 우리 인간에게 왜 필요하며 어떻게 인간을 도우는 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이 이런 주제를 어떻게 다룰 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라는 콜롬비아 대학 총장의 축사였다. 아무런 느낌없이 전문가로 치부한 법률가가 미국에서는 여러 방면에 대한 지식을 알아야 할 수 있는 일반가라는 사실에 놀랐다. 고시를 치루기 위해 십여년씩 책과 씨름하고 그 씨름 속에서 고리타분한 법리해석이나 한 뒤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서 떵떵 거리며 사는 우리네 법률가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 충격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법률가는 법에 사람을 맞추려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법은 사람에 맞추어 바뀌어야 한다. 이 것이 법의 민족이었던 로마인의 법 정신이다.
참고로 미국 변호사는 2년에 한번씩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이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변호사 자격이 박탈된다고 한다. 즉, 변호사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위해 사후 관리까지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