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알았다. 무당벌레가 새라는 것을... by 도아
무당벌레는 Ladybird
둘째 영어 카드를 맞추다 보니 조금 이상한 것이 발견됐다. 바로 무당벌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무당벌레는 영어로 'Ladybird'다. 벌레 이름이 Lady(숙녀)와 Bird(새)다. 왜 이런 이름이 붙어 있을까? 무당벌레는 다른 벌레들과는 달리 아이들이 좋아한다. 또 농작물을 해치는 '해충'이 아니라 벌레를 잡아 먹는 '익충'(좋은 벌레)다. 'Ladybird'라는 이름은 벌레를 잡아 먹는 무당벌레에 대한 농부들의 고마운 마음이 담겨있는 이름이라고 한다.
잘 적응한 다예
처음 다예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걱정이 많았다. 다예의 생일이 빠르고 말을 잘하기 때문에 네살반이 아니라 다섯살 반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몇 개월의 차이가 크다. 따라서 다예는 또래 중에는 큰 편이지만 역시 다섯살 짜리와 비교하면 작다. 특히 얼굴도 작고 몸도 야리 야리하기 때문에 더 작아 보인다. 그래서 유치원에 보낸 뒤에는 가끔 유치원을 몰래 가서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 '며칠이나 갈지 궁금하다'는 주의 사람들의 말이 많았지만 다예는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유치원에 갔다. 오히려 가지 않아도 되는 토요일까지 유치원에 가고, 몸에 열이 펄펄나는 비오는 토요일까지 유치원에 가겠다고 해서 오히려 난감한 적도 있었다.
우엉맘도 다예가 유치원에서 생활을 잘하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우엉맘과 선생님의 대화
우엉맘: 안녕하세요. 선생님. 다예가 생활을 잘하나 해서요.
선생님: 예. 아주 잘해요. 잘웃고 말도 잘들어서 아주 귀여워요.우엉맘: 요즘은 영어를 아주 열심히 하더라고요.
선생님: 다예는 뭐든 열심히 해요. 특히 언니 역할을 하는 것을 좋아해요. 아이들이 다예에 자리에 있으면, "얘들아 거기 내 자리야"하며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우는 아이는 달래주고.우엉맘: 그래요. 다행이네요.
선생님: 그런데 자기 소유욕이 강해서 다른 사람이 자기 물건을 만지지 못하게 합니다.
보통 둘째들이 자기 소유욕이 강하다. 그리고 물건도 아껴쓰고 잘 잃어 버리지도 않는다. 선생님과 우엉맘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다예는 요즘 영어에 아주 열심히다. 모든 사물을 영어로 어떻게 부르는지 물어보고 간단한 단어는 외우고 있다.
무당벌레는 새?
특히 컴퓨터로 지니잉글리쉬라는 사이트에 로그인 해주면 배우지도 않았지만 마우스로 클릭하고 끌어 놓고 하면서 열심히 영어를 배운다. 지니잉글리쉬는 다예가 처음 접속하는 인터넷 사이트이고 따로 컴퓨터를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우영이 보다 컴퓨터를 더 잘 사용한다. 이러다 보니 다예와 주로 하는 것이 낱말 카드. 낱말 카드를 보여주면 다예가 이름을 맞추고 내가 영어로는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러다 오늘 발견한 사실은 무당벌레는 영어로 Ladybird라는 것이었다. 벌레의 명칭에 새에 해당하는 Bird가 붙어 있어서 무당벌레라는 이름에 대한 유래를 찾아 봤다.
무당벌레와 Ladybird의 유래
곤충을 접할 기회가 드문 요즘도 무당벌레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예쁜 곤충은 어쩐지 친근하기까지 하다. 귀여운 녀석의 이름이 왜 무당벌레가 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말 그대로 ‘무당+벌레’. 색과 무늬가 무당의 옷과 닮았다고 해서 무당벌레다. 뭔가 다른 것을 기대했을 이들은 조금 허망할 것이다.
영어 이름은 ladybird 혹은 ladybug이다. 이런 이름이 붙여진 까닭을 살펴보자. 중세 유럽인들은 벌레를 농작물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존재로 여겼다. 농부들은 피해를 막고자 우리가 기우제를 지내듯 성모 마리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기도를 올렸고, 이에 대한 답이었는지 곧 무당벌레가 나타나 농작물을 망치는 벌레들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이를 본 농부들은 무당벌레를 The Beetles of Our Lady(성모 마리아)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차츰 lady beetle이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었다. 빨간 날개는 성모 마리아의 외투를 상징하고, 검은 점은 그녀의 기쁨과 슬픔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쯤 듣고 보니 녀석이 우리나라에서 무당벌레라 불리는 이유도 알 것 같다. 우리네 농부들에게도 애써 기른 농작물을 망치는 해충들은 골칫거리였을 테고, '살아 있는 농약'이라 불릴 만한 이 곤충의 존재가 신기하고 고마웠을 것이다. 생김새에서 무당이 고운 빛깔의 옷을 입고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지내는 모습을 떠올렸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무당벌레든, ladybird든 녀석들의 이름은 농부들에게 고마운 존재였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무당벌레의 다른 이름
농민들 사이에서는 무당벌레가 됫박벌레라고 불리기도 한다. 되 대신 쓰는 바가지를 됫박이라고 하는데, 무당벌레의 모양이 됫박을 뒤집어놓은 것 같다고 하여 생긴 이름이다. 그래서 한자로는 '표주박 표'(瓢)자에 '벌레 충'(蟲)자를 써 표충(瓢蟲)이라고도 한다. 풀이나 나무의 위쪽으로만 기어오르는 습성과 고운 빛깔에 앙증맞은 모양이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것 같다고 하여 일본에서는 천도(天道)라 한다. 북한에서는 무당벌레라는 이름이 연상시키는 미신적 요소 때문인지 최근 들어 점벌레라고 부른다.
- 무당벌레가 처녀의 손 위에 내려와 앉으면 곧 결혼할 징조다. - 스웨덴
- 무당벌레는 풍년을 의미한다. - 영국
- 무당벌레가 아픈 사람의 몸에 앉았다가 다시 날아갈 때는 병을 다 가지고 간다. - 프랑스
- 무당벌레가 집 안에 들어왔다면 얼른 점이 몇 개나 있는지 세어보라. 곧 그 수만큼 달러를 소유할 테니
- 겨울철 집 안에 찾아든 무당벌레는 행운을 의미한다.
[출처: [자생 1호] 내 이름은 왜?- 무당벌레]
이름이 생김새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농부의 고마움이 깃든 이름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울러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몇 안되는 벌레 중 하나가 무당벌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