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이야기 9 - 청풍 문화재 단지 by 도아
https://offree.net/entry/Chungju-Stories-9-Cheongpung-Cultural-Complex
환상, 금월봉 기암괴석
주변의 산세와는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바위산이 보인다. 마치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하는 기암괴석 군락이 나타났다. 바로 금월봉이다. 원래 땅속에 뭍혀있던 것을 우연히 발견, 개발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변 풍광과는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가보면 알 수 있지만 꼭 촉산에 나온 중국의 기암괴석을 축소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바위들이 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었다. 이 이국적인 풍광 때문에 고개를 넘는 사람들은 모두 내려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여기서 우영이와 다예의 사진을 찍었다.
출발, 청풍 문화재 단지
지난 일요일 청풍 문화재 단지에 다녀왔다. 지난 3월 5일 가려고 했지만 비가 부슬 부슬 온덕에 포기하고 귀가 했던적이 있지만 풍광이 수려하다는 입소문 때문이었다. 일요일이라 조금 늦게 일어났고 우엉맘의 준비가 늦어 출발 시간이 늦어졌다. 동네 김밥집에서 사온 김밥은 적당한 곳에서 먹기로 하고 출발하려고 하니 1시 30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랐지만 일단 출발했다.
청풍 문화재 단지는?
정부의 4대강유역 종합개발계획으로 충주다목적댐 공사가 1978년 6월부터 시작하여 1985년 10월준공되기까지 수몰지역내의 산재되어 있는 문화유산을 1983년부터 3년여에 걸쳐 1만 6천평의 부지위에 원형대로 이전 복원하여 1985년 12월 23일 개장하였습니다.
청소년 역사의 산교육장으로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으며, 지금은 8만 5천평의 규모로 확대 개발되어 우리시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관광지로 발돋음하고 있습니다. 보물 2점(한벽루, 석조여래입상), 지방유형문화재 9점(팔영루, 금남루, 금병헌, 응청각, 청풍향교, 고가4동), 지석묘, 문인석, 비석등 42점과 생활유물 2천여점이 보관되어 명실상부한 옛 남한강 상류의 화려했던 문화의 산실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곳 문화재는 직접 생활하거나 사용하던 것으로써 타 지역과 차별화되고 있으며 계속하여 놀거리, 볼거리, 먹거리장을 보완하고 있습니다.[출처: 청풍 문화재 단지]
일단 모르는 길이라 국도 보다는 고속도로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안내 지도에는 남제천 IC에서 82번 국토를 타고 오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충주 연수동, 38번 국도, 제천 IC, 남제천 IC, 82번 국도로 길을 잡았다. 38번 국도를 타면 김밥을 먹을 만한 곳이 없을 것 같아 38번 국도를 타기 전 옆길로 샛다. 원래는 조그만 개울이 있고 사람이 앉아서 김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면 무조건 내려 김밥을 먹으려고 했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이러다가 청풍까지 가는 시간 보다 밥먹을 장소를 찾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다시 제천 방향으로 차를 돌린 뒤 계속 찾아 봤다.
김밥, 만고의 진리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개울이 흐르고 풀이 자란 곳이 있어서 일단 여기에 내려서 김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일반 풀밭이라 유행성 출열혈도 걱정되고 해서 단단히 주의를 준뒤 김밥을 먹었다. 두진 아파트 앞의 작은 김밥집에서 사온 천원짜리 김밥인데 나름대로 맛이 괜찮았다.
밥을 먹은 뒤 제천으로 방향을 잡아 가다가 다릿재 근처에서 다시 38번 국도로 올라 섰다. 제천 IC에서 중앙 고속도로로 갈아 탄 뒤 남제천 IC에서 나와 우회전해서 82번 국토를 탔다. 처음 가는 길이라 헤메지 않을까 싶었지만 가는 길은 간단했다. 계속 82번 국토를 타고 가면 됐기 때문이다.
환상, 금월봉 기암괴석
그런데 이 82번 국도도 상당히 꼬불 꼬불했다. 청풍호 주변의 산 등성이를 깍아 길을 놓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 겠지만 충주호 주변보다 훨씬 더 꼬불 꼬불했다. 굽이치는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곧 정상에 다다를 것 같았다.
그런데 아니 이게 웬일?
주변의 산세와는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바위산이 보인다. 마치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하는 기암 괴석의 군락이 나타났다. 바로 금월봉이다. 원래는 땅속에 뭍혀있던 것을 우연히 발견, 개발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변의 풍광과는 완전히 다른 풍광으로 보인 것이다. 가보면 알 수 있지만 꼭 촉산에 나온 중국의 기암 괴석을 축소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바위들이 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이국적인 풍광 때문에 고개를 넘는 사람들은 모두 내려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여기서 우영이와 다예의 사진을 찍었다.
한때는 연예인 못지 않게 사진을 잘찍던 우영이지만 이제 조금 크다보니 사진 찍는 것이 조금 쑥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덕에 가까운 거리에서는 사진을 찍는 것이 쉽지 않다.
자주 가본 사람은 흥미가 없겠지만 처음 본 사람에게는 정말 신기하다. 특히 땅에서 판 것을 알고 간 경우라면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이런 사실을 모른 사람들은 주변과는 완전히 다른 만물상 같은 괴석에 놀란다.
도착, 청풍 문화재 단지
휴계소쪽으로 가다 보니 장길산이 무예를 수련하는 장면을 찍은 촬영지가 있었다. 별것도 아니지만 촬영지를 찾는 사람들 때문에 그대로 둔 모양이었다. 금월봉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찍고 다시 청풍 문화재 단지로 향했다. 길을 따라 조검 더 내려가자 또 너른 주차장이 나타났다. 들릴까 말까 고민하다 주차를 하고 보니 청풍랜드였다.
높은 곳에서 줄을 매고 뛰어 내리는 '번지 점프', 그네에 매달린 채 원형으로 비행하며 낙하는 '박스윙', 의자에 앉으면 40M 상공으로 쏘아 버리는 '이젝션 시트' 등의 놀이 기구가 있었다. 다들 스릴있는 놀이 기구라 생각같아서는 모두 타보고 싶었지만 아이들과 같이 가는 것이라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청풍호만 보고 다시 출발했다.
올라오는 길도 꼬불 꼬불하지만 내려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82번 국도를 타고 계속 가다보면 길이 청풍호와 맞다을 쯤 '청풍대교'가 나타난다. 이 청풍대교를 건너 조금만 가면 바로 청풍 문화재 단지가 나타난다. 한가지 주의 할 것은 청풍대교 바로 앞에 턱이 있고, 청풍 대교가 끝나는 지점에 또 턱이 있으므로 속도를 꼭 줄여야 한다.
청풍 문화재 단지는 좁은 도로변에 바로 붙어있다. 따라서 청풍대교를 건넌 뒤 주차된 차가 많은 곳을 만나면 청풍 문화재 단지로 보면된다. 사람이 많을 때는 이 좁은 공간에 어떻게 다 주차할 수 있을까 싶지만 여기는 청풍 문화재 단지의 후문이고 조금 더 내려가면 넓은 주차장의 정문이 나온다. 아울러 대형 하키 장도 있다.
수몰 지역에서 가져와 복원한 팔영루이다. 보초로 서있는 포졸들이 진짜 사람같아 보이는지 우영이는 계속 장난을 쳤다. 이 팔영루 왼쪽에 매표소가 있고 이 매표소에서 표를 끊은 뒤 팔영 아래 통로를 통해 입장하면 된다.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이라 7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청풍 문화재 단지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수몰지구에 있던 문화재의 일부를 옮겨놓은 것으로 생각했지만 청풍 문화재 단지에는 의외로 많은 문화재와 볼거리가 있었다. 먼저 발 밑으로 보이는 촌락. 민속촌처럼 사람이 사는 것으로 생각해서 일단 이 곳으로 향했다.
막상 내려와 보니 이 곳은 SBS에서 만든 세트장이었다. 세트장을 만들고 그 뒤에는 관리하지 않은 듯 여기 저기 낙하물 주의라는 푯말과 출입 금지 푯말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이 세트장에서 처음 본 집을 보고 무척 반가웠다. 가장 왼쪽에 부엌이 있고, 문풍지가 발라진 방문 두개, 그래고 그 문 앞의 툇마루. 부엌이 왼쪽에 있다는 것만 빼면 내가 태어난 시골집과 정말 똑 같았다.
이 집을 보는 순간 정말 반가웠다. 이런 집에 살아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나는 바로 이런 집에서 태어나서 6살 때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살게된 중학교 때까지 여름, 겨울 방학이면 들린 곳이다. 부엌이 왼쪽에 있다는 것만 빼면 내가 살던 집과 정말 똑 같다.
우엉맘: 오빤 저런집에 살아봤어?
도아: 살아봤지? 부엌 위치만 바꾸면 태어난 곳이랑 똑 같은데.우엉맘: 언제까지 살았는데.
도아: 할아버지, 할머니를 중학교 때 모셔왔으니까 초등학교 때까지는 방학이면 가던 곳이야.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우영이는 여기 저기 기웃거리고,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고리를 당겼다 놨다 했다. 그러나 정식으로 만든 집이 아니고 임시로 만든 집들이고 관리를 하지 않아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우영이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역시 아이들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좋은 분위기를 망치는 소리. 바로 이 세트장 뒤쪽에 있는 '흥부네 주막'과 '청풍주막'에서 손님을 끌기위해 경쟁적으로 틀어놓은 노래 소리였다. 분위기에 맞게 국악 연주를 틀어 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뽕짝을 경쟁적으로 크게 틀어 놓아 듣기 싫었다.
이 세트장을 구경하며, 세트장 뒷편으로 가장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이 흥부네 주막. '맛으로 승부한다'는 문구야 어디서나 보는 것이지만 이런 주막에서 동동주에 도토리 묵을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단 주막내 평상에 자리를 잡고 동동주와 도토리 묵을 시켰다.
동동주 맛은 일품이라고 하기는 힘들어도 맛은 괜찮았다. 그런데 문제는 도토리묵. 일단 오래됐다. 그래서 젓가락질하기 힘들 정도로 잘 부서졌다. 묵을 무치지도 않고 묵 위에 양념을 얹어 나왔는데 이 양념은 더 맛이 없었다. 보통 소금으로 간을 하고 미원을 넣어도 조금만 넣어야하는데 맛소금으로 무치다 보니 미원의 양이 많아 먹으면 먹을 수록 느끼했다.
결국 묵 서너 조각을 먹고 먹는 것을 포기했다. 이렇게 하자 이제는 동동주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묵대신 함께 나온 시금치를 안주 삼아 먹었는데 이 시금치도 맛소금으로 무친 덕에 몇개 집어 먹자 역시 느끼해졌다.
우엉맘: 해물 파전이라도 시킬까?
도아: 냅 둬라. 음식 나오는 것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겠다.
결국 동동주를 마시기 위해 김치 한 접시를 얻어 이 김치로 동동주를 마셨다. 그리고 우영이와 다예를 데리고 세트장을 돌아 나왔다. 볼 것은 다 본 것 같아 이제는 청풍 문화재 단지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망월 산성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향교만 아니었으면 정말 또 오고 싶은 곳이 청풍 문화재 단지였다. SBS 세트장, 복원한 망월 산성과 망월루, 체험 학습장, 고가와 지석묘, 금월봉과 청풍랜드. 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들과 이것 저것 구경하면서 시간도 보내고 역사도 알아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곳이었다. 그러나 이 청풍 향교 때문에 완전히 기분을 찹쳤다.
세트장에서 망월 산성쪽으로 오르다보면 이런 '출입 금지' 간판이 또 나온다. 그런데 출입 금지 간판은 길이 아니라 향교 출입문 앞에 있었다. 그래서 그냥 올라가는데 향교에서 연기가 올라왔다. 그래서 향교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있나 해서 우영이와 향교 옆길을 따라 걸어갔다. 그때 찢어지는 듯한 할아버지의 목소리.
노인: (찢어지는 목소리로)들어오지 마세요. 출입 금지 안보여요?
도아: (놀라서 방향을 바꿨다)노인: (역시 찢어지는 목소리로)담부터는 간판좀 보고 다녀요?
도아: (들어 가지는 못했지만 블로그에 올리려고 휴대폰을 들었고 사진을 찍으려하자)노인: (다시 찢어지는 목소리로)찍지 마세요.
도아: 사진 찍지 말라는 얘기는 없는데요?
노인: (열받아 찢어지는 목소리로)찍지 말라면 찍지마.
들어가지는 못한다고 해도 사진 조차 찍지 못할 향교를 왜 이 문화재 단지에 두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이 양반 때문에 청풍 문화재 단지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
요즘 부쩍 많이 먹는 우영이는 출발할 때 김밥을 먹었지만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그래서 망원 산성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매점에서 컵라면과 우동을 사먹었다. 관광지 매점이라 컵라면만 사면 알아서 물을 부워오고, 김치도 주었다. 단 가격이 조금 비쌌다. 컵라면 하나에 1500원.
식탐이 늘은 우영이는 우동을 다예에게 주지 않으려고 하고 오빠가 하는 것은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다예는 우동을 달라고 졸랐다. 포크를 사용하면 될텐데 어른 흉내를 내고 싶은 다예는 꼭 젓가락을 사용한다. 젓가락질도 못하면서 어떻게 먹을까 싶지만 의외로 잘먹는다.
망월 산성으로 가는 길은 꽤 가팔랐다. 원래의 산성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복원한 듯 돌들은 상당히 깨끗했다. 청풍 문화재 단지에서는 가장 높은 지역이지만 우영이도 다예도 신이난 듯 올라갔다.
산성에 오르니 산성 주변에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산성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주의 푯말만 있고 추락을 방지하는 난간은 없었다.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니 망월루가 보였다. 망월루 역시 복원한 것 같았다.
망월루에서 내려와 청풍 문화재 단지로 향했다. 전체가 문화재 단지지만 실제 문화재가 있는 곳은 자연 학습원 안내판을 지나 올라가면 나오는 문화재 단지이다. 첫번째로 맞이한 것은 청풍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관청이다. 따라서 건물안에는 밀납인형이 자리하고 있었다.
응청각에서 조금 더 가면 한벽루가 나온다. 다른 곳은 들어가 볼 수 없지만 한벽루는 신발을 벗고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 보지 않았지만 우영이와 다예, 우엉맘은 올라가서 사진을 찍었다.
사랑방이 있는 것을 보면 그대로 꽤 이름있는 집 같았다. 이 고가는 관광객이 들어가서 볼 수 있었다. 대청 마루에는 가마가 전시되어 있었고 부엌도 예전 행태로 복원되어 있었다.
고가 외에도 문화재를 모아놓은 박물관이 있었지만 해가 저물고 있고, 우엉맘의 운전 실력이면 고개길이 조금 힘들 것 같아 문화재 관람은 뒤로 미루고 청풍 문화재 단지를 출발했다. 올 때는 고속도로를 타고 왔지만 갈 때는 같은 길로 가면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아 충주, 월악산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문화재 단지를 출발해서 조금만 지나면 상당히 큰 마을이 나온다. 아마 청풍면인 것 같았다. 이런 산속 오지에 이런 마을이 있을까 싶지만 수몰 후 이 지역으로 마을을 옮긴 것이라고 한다. 82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수산을 지나 3번 국도를 타고 귀가했다.
남은 이야기
이렇게 어디를 갔다오면 꼭 빠지지 않는 것이 한잔이다. 이 번에는 새로 생긴 임꺽정 숯불촌에서 한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