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장사로 전업합니다. by 도아
배추장사
작년 봄입니다. 트럭이 와서 열심히 배추를 싣고 있었습니다. 흔히 목격하는 광경이지만 조금 이상한 점이 엿보였습니다. 배추밭의 주인이 보이지 않고, 뽑아 가는 배추 역시 조금 마구 잡이식으로 뽑아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매형한테 배추가 출하되는 것인지 물어 봤습니다. 배추 가격이 너무 싸서 팔기도 힘들고 하니까 업자한테 뽑아가라고 한 것이라고 합니다.
작년의 일입니다. 작년 초부터 매형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매형이 사는 곳이 충주시에서는 조금 떨어진 촌이다보니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논과 밭입니다.
작년 봄입니다. 트럭이 와서 열심히 배추를 싣고 있었습니다. 흔히 목격하는 광경이지만 조금 이상한 점이 엿보였습니다. 배추밭의 주인이 보이지 않고, 뽑아 가는 배추 역시 조금 마구 잡이식으로 뽑아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매형한테 배추가 출하되는 것인지 물어 봤습니다. 배추 가격이 너무 싸서 팔기도 힘들고 하니까 업자한테 뽑아가라고 한 것이라고 합니다.
정성들여 지은 농사, 흔히들 자식 같다고 합니다. 가격이 싸서 팔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그대로 두면 다음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업자에게 연락한 것이라고 합니다. 농민회에 계시는 동네분의 얘기로는 "업자에게 뽑아 가도록 하는 것보다는 갈아 업어야 한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이 분의 얘기가 맞습니다. 업자에게 공짜로 뽑아 가도록 하면 이 배추는 또 헐값에 팔리고 결국 배추 값을 다시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작년 가을에 똑 같은 현상이 또 벌어졌습니다.
작년 봄에 밭떼기로 판 사람은 그래도 약 3000 포기에 75만원씩에 팔아 그나마 투자한 품과 투자금을 건질 수 있었지만 배추 3000 포기에 10만원씩하는 가격에 울상인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판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매형은 배추 2000 포기를 200원씩에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구입한 배추를 서점 식구, 서울에 계시는 일가 친척에게 배달했습니다. 저 역시 이때 배추 배달을 했습니다. 산지의 배추 가격이 포기에 33원이지만 서울에서 팔리는 가격은 1000원~2000원 사이였습니다.
매형은 2000 포기를 구입하느라 40만원 정도의 사비를 썼지만 저나 매형 모두에게 참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33원을 받고 팔아야할 사람들은 최소한의 투자비와 품값을 건질 수 있었고 서적 식구와 친척은 포기당 1500원씩에 구입해야할 배추를 공짜로 구입했기 때문입니다.
매형이 투자한 돈은 40만원에 불과하지만 농가에는 40만원의 이득을 줬고 서점 식구와 친척들에게는 300만원 정도의 이득을 준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농사를 지은 분은 최소 334000원을 손해보고 서점 식구와 친척도 300만원을 손해봤을 것입니다.
농민과 가족 모두에게 손해보는 일이 딱 40만원 덕에 모두 이익을 보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우리 나라의 유통 구조의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 나라의 유통을 유통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유통 괴물이라고 합니다. 뼈빠지게 일한 농민도 손해를 보고 하루 하루 살기도 힘든 소시민도 손해를 보고 오로지 중간 판매상만 이득을 보는 유통 괴물...
이런 유통 괴물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은 독수리 오형제나 로보트 태권 V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입니다. 아파트 부녀회에서 나서 한 아파트 당 하나의 농촌과 계약을 하면 됩니다. 그러나 말로는 간단하지만 실제 실행하기는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올 김장 때부터는 저 역시 배추 장사로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 동안 저를 도와주었던 형들과 친구, 그리고 친척들한테 배추를 사서 배달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산일지도 모르다"는 걱정, 할 필요도 없습니다.
열심히 일한 분들께는 그 만한 댓가가 지불되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는 제 지인들께는 좋은 선물이 되는...
그래서 잠깐씩 배추 장사로 전업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