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원의 가치 by 도아
잘가요 월드비전!
월드비젼이 어떤 단체인지 모르고 올린 글입니다. 월드비젼은 구호단체가 아니라 선교단체입니다. 또 기부금의 상당액이 통전적 선교에 사용됩니다. 마지막으로 월드비젼 홈페이지에서는 일대일 결연을 하는 것처럼 되어 있지만 일대일 결연은 없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월드비젼, 구호단체인가 선교단체인가?을 보기 바랍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지금이야 충주로 이사와서 고속버스를 타고 다닐 일이 별로 없지만 이달 초까지만 해도 인천에서 충주로, 충주에서 인천으로 고속 버스를 타고 출퇴근(일주일에 한번)을 했다. 이렇게 고속 버스로 이동하다보니 자연히 시간이 많아져서 그 동안 읽지 못했던 책을 꽤 읽었다.
책을 읽을 때 좋아하는 분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눈에 띄는 책을 꺼내 읽곤한다. 아마 책을 자주 구입하는 사람이라면 책마다 '원 + 원'이라는 미명하에 책을 한권 구입하면 다른 책을 한권 더 껴주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점에서 납품하는 책에도 이렇게 껴 들어오는 책이 많다. 지난 번에 책읽기 계주에 사용한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도 이렇게 읽게된 책이다. 이외에 또 예상치 않게 생기는 책이 있다. 도서관에 책을 납품하려면 측인을 찍는데 측인을 찍고나서 보니 같은 책이 두 권인 경우이다.
이런 책은 반품도 힘들기 때문에 서점 서가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책중 무심결에 한권 뽑아 읽은 책이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이다. 책 내용이야 오지 탐험가인 한비야씨가 월드비젼이라는 구호 단체의 팀장으로 들어가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이므로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만원의 가치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바로 '이만원의 가치'였다. 다음은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의 '나에게는 딸이 셋 있습니다'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이다[1].
방글라데시에 있는 둘째달. 열한 살 아도리의 사연은 훨씬 극적이다. 아도리의 아버지는 릭샤꾼(바퀴가 셋 달린 자전거로 손님을 싣는 인력거)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뼈빠지게 일하지만 식구들에게 하루 한 끼 먹일 수 있는 날이 드물다. 그 릭샤가 남의 것이기 때문이다. 략샤 임대료는 보통 하루 수입의 절반 정도. 자전거 수리비나 부품 값. 비 올 때 치는 비닐 지붕 값도 릭샤꾼이 내야하니 임대로 주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혹시 극빈자 동네에 반드시 있는 게 무엇인지 아는가? 고리대금 업자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집에 아픈 사람이 생기거나 결혼, 장례 등 큰일을 쳐르며면 돈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그 돈이 문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조금씩 빌린 돈이 50달러. 우리 돈 5만 원이 넘어가면 고리대금업자는 채무자의 아이 한 명을 데려 간다. 그리고 아이를 새벽부터 밤까지 죽도록 부려먹고 돈은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아이의 임금이 빌려간 50달러의 이자이기 때문이다. 원금을 갚기 전에는 이 담보노동에서 헤어날 방법이 없지만 가난한 부모에게 50달러는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내딸 아도리도 담보노동 어린이였다. 다섯 살 때부터 담배 잎 마는 일, 성냥 알 집어넣는 일을 하느라 학교는 커녕 햇빛 아래서 실컷 놀아본 적도 없는 아이다. 고사리 같은 손은 아이 손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거칠고 상처투성이였다. 담보노동에서 풀려난 지 몇 달 지난 손이 이런데 일할 때는 어땠을까 상상이 된다. 손바닥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 아직도 밤마다 손을 소금물에 담가야 진통이 된단다.
담보노동 아이가 풀려났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구조적으로 돈을 빌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아이가 다시 담보노동을 하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정기 후원은 이래서 중요하다.
내가 5만 원을 들여 아이들 풀려나게 하고, 2만 원을 보낸다고 해서 당장 아도리가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극빈자들은 애든 어른이든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총 동원해야 겨우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있는 아이는 학교에 보내지 않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선 아이가 벌어오는 만큼의 수입을 보장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젖이 나오는 어미 염소를 빌려 주는 것이다. 그 염소 젖을 팔아 아이 수입을 대체하면 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다. 게다가 어미 염소가 새끼를 낳으면 그 새끼는 이 집 것이 된다. 점점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다.
다음에는 우리가 릭샤를 사서 아버지에게 통상 임대료의 반값을 받고 빌려준다. 그리고 우리가 받은 임대료를 모았다가 아버지가 릭샤 값의 반을 낼 수 있게 되면 릭샤를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해서 아버지는 꿈도 꾸지 못했던 릭샤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릭샤 한 대, 그리고 아이가 받는 초등교육으로 드디어 이 식구는 질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내 딸의 학비는 물론 전체 프로그램에 필요한 어미 염소, 릭샤 구입 시 대여금 등이 한 달에 2만 원으로 해결된다. 2만 원이 이렇게 큰 돈일 줄 정말 몰랐다.
이외에 두 집에 대한 얘기가 더 나온다. 모두 이런 극빈자의 가정이다. 공납금 20원을 못내 울며 집으로 왔다가 다시 울면서 학교로 뛰어 가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그러나 이 아이들에 비하면 학교라도 다닐 수 있었던 내 처지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만원. 우리에게 정말 얼마 안되는 돈이 한 집안을 일으키는데 사용될 수 있다. 다음은 월드비젼에 대한 정보이다.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우리가 첫 수혜국이었다. 우리도 얼마전까지 저런 가난의 굴레를 쓰고 살았다.
월드비젼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고아와 미망인을 돕기 위해 미국 선교사 밥피어스 목사가 설립한 국제구호 및 개발기구입니다.
한국에서 첫 구호사업을 시작한 월드비젼은 현재 세계 최대의 기독교 구호단체로서 전 세계 100여 개 국에서 9천만 명을 대상으로 긴급구호사업, 지역개발사업, 옹호사업 등을 펼치고 있습니다.
월드비젼 한국은 1991년부터 수혜국에서 후원국으로 전환하여 사랑의 빵, 기아체험 24시간 등 다양한 모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약 8만 명의 정기후원자를 통해 모금된 후원금으로 국내는 물론 북한, 제 3세계 빈곤국가를 돕고 있습니다. 아울러, 사회복지단체로서 국내 사회복지 및 기부문화의 방향을 제시하여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월드비젼 관련 링크
우리가 받은 것을 주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가 조금만 아끼면 한 가족이 질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덧글: 한번 꼭 소개하고 싶었던 글이다. 마침 QAOS.com에 myblade님이 특별한 연말 선물라는 글을 올려서 이렇게 소개하게 되었다.
- 확인없이 글을 올렸기 때문에 한비야에게 철저히 낚인 셈이다. 이 부분은 지금도 반성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