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국 명소였던 수안보 온천

극심한 바가지와 맛없는 음식으로 인심을 잃은 수안보. 살면서 가장 맛없는 삼겹살을 여기에서 맛봤다. 이젠 지역 사람들 조차 잘 찾지않는 곳이 됐다. 여름 성수기에도 거리는 한산하다. <사진 출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배경 이곳 부활하나>

수안보 삽겹살

꽤 오래전의 일이다. 동생 내외와 함께 충주에 있는 매형을 방문했다. 도착한 시간이 저녁때였고 상당히 배가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밥을 해먹는 것보다는 수안보 근처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처음에는 날도 덥고 해서 보신탕 집으로 가기로 했지만 보신탕 집에서는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하나도 없어서 결국 누나네 동네 분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수안보의 삼겹살 집[1]으로 갔다.

혹시 몰라 삼겹살 2인분과 갈비 2인분을 먼저 시켰다. 삽겹살 1인분에 9000원이니 서울 시내에 정말 맛있다고 하는 삼겹살 집보다도 비싼 집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관광지이니 그 정도는 받을 수 있지 하면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막상 나온 삽겹살은 생삼겹이 아니고 냉동 삽겹이었다. 그것도 냉동된 지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고 한 몇 달은 냉장고에 계속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보기에도 맛없어 보이는 고기를 할 수 없이 불판에 올려놓고 구웠다. 냉장고에 오랫동안 있었던 음식 특유의 냄새,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범벅이 되서 나고, 한점 들고 먹자 고기를 씹는 맛이 아니라 무슨 종이를 씹는 듯한 느낌과 썩은 듯한 맛이 나는 것이었다. 결국 어른 6명에 아이 6명이 삼겹살 2인분과 갈비 2인분을 다 먹지 못하고 남기고 나왔다.

삽겹에 비해 양념을 한 갈비는 그보다 조금 나았지만 십시일반이었다. 이 일이 있은 뒤 우리 가족에게 맛없는 삼겹살의 기준은 수안보 삼겹살이 되었다.

도아: 오늘 고기 정말 맛없데...
동생: 얼마나 맛없는데, 수안보 그 집 보다 맛없어?

그런데 얼마 전 이와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 요즘은 매형과 함께 일을 하다 보니 계속 충주에 와있었다. 일이 있어서 인천으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애 엄마가 내려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지난 주의 일이다. 그때도 애엄마가 인천에서 충주로 내려왔다. 매형과 누나는 일이 있어서 다른 곳에 들려서 오기로 하고 우리 내외만 먼저 매형 집으로 갔다.

용천 삼겹살

고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애 엄마가 갑자기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매형한테 근처에 삼겹살을 파는 집을 물어보자 매형은 3번 국도를 타고 수안보 방향으로 가다가 월악산을 가기 위해 좌측으로 꺾어지는 차도 옆에 있는 용천 식당을 추천하는 것이었다.

매형: 충주에서 제일 맛있는 삼겹살을 파는 곳이야

나도 이 집에서 사온 고기를 맛있게 먹은 기억도 있고, 또 이 식당에서 음식도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이 집에서 삼겹살을 샀다. 두 근을 샀는데 24,000원을 달라고 하는 소리를 듣고 삼겹살이 오르긴 많이 올랐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계산을 치루고 집으로 왔다.

매형 집에서는 고기를 먹을 때는 대부분 두께가 7~8cm 정도 되는 대리석에 굽곤 한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돼지고기는 이 대리석 석판으로 구우면 정말 맛있기 때문이다. 일단 공업용 알콜에 불을 붙이고 대리석을 달군 뒤 비게를 찾아 불판을 잘 닦았다. 그리고 고기를 꺼내 굽기 시작했다.

고기를 구우면서 계속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삼겹살을 사왔는데 삽겹살은 찾아 보기가 힘들었다. 목살처럼 보이는 고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는 비계는 전혀 없고 순 살코기만 붙어있는 것도 있고, 주물럭을 만들 때나 사용되는 자투리 고기도 많았다. 그래도 맛만 있으면 군소리하지 않고 먹었겠지만 고기가 너무 질겼다.

우영이와 다예는 씹다가 삼키지 못하고 뱉고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조카도 한 두 점 먹더니 삼겹살이 아닌 것 같다고 하며 더는 먹지 않았다. 허긴 내가 씹기에도 부담스러운 고기가 태반인데 아이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결국 구운 고기의 대부분을 남기고 다음날 김치와 두루치기를 해 먹었다. 그런데 두루치를 해도 질기고 맛이 없었다.

매형이 그렇게 맛있다고 한 집에서 그렇게 맛없는 고기를 그렇게 비싸게 판 이유는 간단했다. 고기를 사면서 동네 사람인 티를 내지 않자 월악산으로 놀러 온 뜨내기로 봤기 때문이었다.

충주에 있다 보니 수안보를 자주 간다. 음식 먹을 곳을 이곳 저곳 찾아 보지만 가는 곳은 새나라 치킨 하나 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집을 제외하고는 맛있는 집이 없기 때문이다. 수안보 주변 사람들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는 사람이 없다. 외지 사람이야 어쩌다 한번 와서 울며 겨자먹기로 먹고, 욕을 바가지로 하고 가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요즘은 이마저도 없는 편이라고 한다.

얼마전 충주시에서 각 가정에 전달한 전단지를 보면 '수안보를 살리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내용을 봤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수안보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은 없다고 본다. 수안보의 맛없는 삼겹살과 용천 식당의 맛없는 삽겹살이 한 예이기 때문이다.

작년, 제작년에 간 봉평에서도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으려고 봉평면에서 삽겹살을 산적이 있다. 가격은 한 근에 9000원이니 당시 시세보다 비싼 편이었다. 그러나 9000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관광지에서 가격이 조금 비싼 것은 흔한 현상이다. 그러나 수안보처럼 맛없으면서 바가지를 씌우는 동네는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수안보는 관광지로서의 기능을 이미 사라졌다고 본다. 썰렁한 시내에 여인숙 같은 숙박시설, 맛없는 음식점, 비싼 물가와 바가지, 동네 사람들도 찾기 꺼리는 그런 곳에에 과연 외지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한번 온 사람은 절대 올 수 없도록 아주 인상적으로 장사하는 저런 분들이 있는한 수안보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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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블로그에 올리려고 조카 휴대폰으로 그 맛없는 삼겹살을 찍었었다. 그런데 녀석이 필요없는 사진인 줄 알고 지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