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앞에 급하게 오는 봉고를 보고 매형이 일단 멈추자 봉고가 우회전을 하려고 길에 올라섰다. 길이 약간 비탈졌고, 오가는 차를 확인하기 위해서인지 잠시 비탈길에 멈췄던 봉고가 뒤로 미끄러지면서 매형 카니발을 받았다. 큰 사고도 아니고 차가 찌그러진 정도였으므로 보험으로 처리하면 되는 일이라 차 상태를 확인하려고 일단 내리자 갑자기 봉고가 급출발을 하면서 쏜살같이 달아나는 것이었다. 바로 뒤를 쫓았지만 오후 11시 가까이 된 시간이라 시야를 확보할 수 없어서 결국 놓치고 말았다. <그림 출처: 음주운전 뺑소니로 하루에 8명 사상…사망자 한달 평균 4.6명>

음주 뺑소니

며칠 전 매형 차를 타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매형 동네 초입은 큰 도로에서 작은 도로로 갈라지고, 이 작은 도로는 다시 동네로 들어가는 길과 T자로 만난다. 또 길이 좁아 동시에 두 대가 지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오가는 차가 있으면 서로 번갈아 달려야한다.

앞에 급하게 오는 봉고를 보고 매형이 일단 멈추자 봉고가 우회전을 하려고 길에 올라섰다. 길이 약간 비탈졌고, 오가는 차를 확인하기 위해서인지 잠시 비탈길에 멈췄던 봉고가 뒤로 미끄러지면서 매형 카니발을 받았다. 큰 사고도 아니고 차가 찌그러진 정도였으므로 보험으로 처리하면 되는 일이라 차 상태를 확인하려고 일단 내리자 갑자기 봉고가 급출발을 하면서 쏜살같이 달아나는 것이었다[1][2]. 바로 뒤를 쫓았지만 오후 11시 가까이 된 시간이라 시야를 확보할 수 없어서 결국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누나와 매형이 번호판 일부(전국 번호판에서 한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알고 있어서 일단 경찰에 뺑소니 신고를 했다. 다음날 충주 경찰서 교통계를 방문해서 사고 경위서를 작성했다. 작성 중 교통계 경관분이

처벌을 원하십니까?

라고 묻는 것이었다. 인사 사고가 아니니 굳이 처벌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뺑소니를 쳤다는 것은 음주 운전일 가능성이 크고, 한번 뺑소니 쳐본 사람은 다음에도 또 그럴 가능성이 있어서

인사 사고가 아니니 처벌을 원하지는 않지만 뺑소니이니 잡기는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다시 묻는 것으로 질문에 답했다.

뻔뻔한 뺑소니범

이 일이 있은 후로 봉고 프론티어 더블 캡만 보면 번호판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제 수안보에서 매형 친구분이랑 술을 마시면서도 뺑소니 차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3], 우스갯소리로 요즘은 온 가족이 번호판만 확인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오늘 뺑소니 운전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잠시 통화하던 매형은 아주 기분이 않 좋아져서 전화를 끊었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뺑소니 운전자 얘기는

나는 사고가 난 줄 몰랐다, 왜 나한테 뒤집어 쒸우느냐[4][5]

는 것이었다. 결국, 교통계에 전화해서 보험으로 이미 다 처리됐으니 뺑소니 운전자가 쓸데없이 전화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전화를 끊는 것을 보았다. 매형이 경관한테 물어보니 이런 경우에는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사고 당시에 잡힌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의 뺑소니 여부를 증명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뺑소니처리에 대한 의지 문제이지 결코 잡지 못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6].

결국, 이 일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교통사고가 나면 뺑소니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음주 운전일 때는 뺑소니가 속된말로 장땡인 셈이다. 일단 뺑소니치고, 며칠 숨어 있다가 모르고 그랬다고 잡아때면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도 피할 수 있고, 잘하면 피해 보상도 피할 수 있다. 재수 없게 확실한 증거가 드러나면 벌금만 조금 물면된다. 음주 운전으로 면허 취소되고, 상대차 보상하고, 보험료 오르는 등 뺑소니치지 않았을 때 부작용을 생각하면 더욱 그런 것 같다.

아무튼, 우리나라 법은 참 오묘하다.

알면 알수록 모르게 되는 신기묘묘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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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주 운전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 어차피 오르막길에서 차가 뒤로 밀리는 일은 숙련된 운전자에게도 가끔 발생하는 일이므로 내려서 보험으로 처리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뺑소니를 쳤다는 것은 그 자리에서 해결하려다간 책잡힐 일이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 모르고 한 일이 아니라 알고 뺑소니친 것으로 보는 이유는 우리가 내리자마자 급출발해서 쏜살같이 달아났기 때문이다. 
  3. 매형 친구 분 얘기로는 "뺑소니를 신고하면 보상이 있다"고 한다. 정말인지 모르지만 내용은 상당히 타당성이 있었다. 뺑소니를 신고하고 나중에 교통사고를 내면 벌점을 감해준다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말이 되지 않는 소리 같지만 뺑소니가 가지고 있는 악질성이나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생각하면 아예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았다. 
  4. 뺑소니 운전자 얘기처럼 모르고 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모르고 갔다면 음주 운전일 가능성이 더 커진다. 운전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자신이 운전하는 차에 약간 충격만 있어도 운전자는 이러한 사실을 바로 인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상대 차량 뒤 범퍼와 미등, 차체 뒷부분이 완전히 찌그러질 정도로 충격을 주고도 몰랐다는 것은 음주 운전이 아니라면 힘들기 때문이다. 
  5. 이 말을 들어보면 그동안 뺑소니 경험이 상당히 많다는 것, 따라서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울러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인정했다. 다만, 사고가 난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6. 외국은 뺑소니는 반드시 잡아서 처벌한다고 한다. 뺑소니는 그 범죄 유형이 악질적이며, 습관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