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도배를 했습니다. 원래 이 아파트로 이사 올 때 도배를 해야 했었지만 전 주인이 이사 날짜를 계속 변경한 덕에 전셋집 이사 날짜와 전주인의 이사 날짜가 같아서 도배를 할 수 없었습니다. 아울러 당시 우영이가 어리고 또 낙서를 할 가능성이 커서 도배를 하지 않고 그냥 살았습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아예 편하게 낙서를 할 수 있도록 거실 벽면에 아트지를 붙여 주었습니다. 수성 사인펜으로 쓰는 경우 걸레로 쉽게 지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패션 리더, 김다예라는 글에 올린 사진의 벽면이 지저분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아무튼, 도배하기로 결정하고 벽지를 구입한 후 도배를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벽지가 발포 벽지라 도배지를 그냥 붙이면 나중에 떨어지기 때문에 벽지를 모두 뜯고 도배했습니다. 우영이를 유치원으로 보내고 거실 전체의 벽지를 뜯어냈습니다.

원래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방이 세 개에 거실이 하나입니다. 그런데 거실이 너무 좁기 때문에 대부분의 집에서 거실과 방을 터서 거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거실과 방 사이의 원래 문틀이 있던 자리를 보니 시멘트가 정상적으로 발라져 있지 않아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어져 있고, 심지어는 깨져서 보기 흉하게 된 곳도 있더군요.

시멘트를 가져다 바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나무를 깎아 집어넣는 것도 힘든 구조였습니다. 결국, 생각한 것이 혹시 모르지만 창호지를 이용해서 불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깨진 부분의 한쪽 틀을 나무로 바로 잡고 창호지 두 장을 덧대어 붙였습니다. 아울러 군데군데 구멍이 난 부분도 모두 창호지로 덧대었습니다.

한때 도배사로 일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반나절 정도면 바를 것으로 생각했는데 합지가 아니고 실크고 또 도배 도구가 없다 보니 당일 끝내지 못하고 다음날 다시 도배를 하게 되었습니다. 도배를 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창호지를 덧댄 부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마치 나무로 덧댄 것처럼 눌러지지도 않게 단단히 굳어있는 것이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온실을 만들 때 사용했다는 한지이며, 먹 감이 좋아 아시아권에 많은 수요층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단지 종이 두 장으로 이렇게 단단하게 덧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함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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