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 몽골의 잔재?

순대는 우리나라 전통음식이다. 돼지 내장을 이용해서 끓이기도 하고 머리고기를 이용해서 끓이기도 한다. 그럼, 우리민족은 언제부터 순대를 먹었을까? 이익지 서울시립대 교수에 따르면 설렁탕, 순대, 소주가 고려 후기 몽골에서 들어온 음식이라고 한다[1]. 소주에 대한 견해는 나와 좀 다르지만 순대가 몽골에서 비롯한 음식이라는 다른 연구도 많다. 또 몽골의 게대스와 한국의 순대국을 비교한 연구도 있다. 아무튼 이런 학문적 이야기를 뒤로 하더라도 순대국은 서민에게 가장 가까운 음식이다. 내 또래라면 동내 순대국집에서 순대국 한그릇을 사와 온가족이 나누어 먹던 기억이 있을 걸로 본다. 그만큼 서민에게는 싸고 맛있으며 영양가 높은 음식이 순대국이다. 맛집이 별로 없는 충주지만 순대국집은 꽤 많다. 또 내장을 이용해 맛을 낸 순대국과 머리고기를 이용해 맛을 낸 순대국 모두 맛볼 수 있다. 따라서 오늘은 충주 순대국 맛집 3곳과 가성비가 높은 1집을 소개할까 한다. 이른바 충주 순대국 사대천왕(四大天王)이다.

내장 vs 머리고기, 순대국 주류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는 순대국이다. 순대국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블로그에 올린 순대국에 대한 글도 꽤 있다. 비트컴퓨터가 선릉역 근처에 있을 때부터 가던 선릉순대국. 할머니가 하실 땐 전국 최고의 맛집으로 꼽았지만 지금은 주인이 바뀌어 맛이 좀 변했다. 특히 할머니의 섞박지[2]는 이젠 아예 맛 볼 수 없다. 또 용산전자상가를 갈 땐 항상 방문하던 용산역 순대국. 조미료맛이 좀 강하긴 하지만 부추 다데기와 곁들인 순대국 맛은 일품이었다. 용산역 주변이 개발되며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집이다. 충주에서 서울로 가던 중 옆 자리 아주머니가 준 토종 순대[3]에 대한 기억도 있다.

순대국을 끓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순대를 살 때 함께 주는 내장을 이용해서 끓이는 방법이다. 돼지 내장을 주원료로 하기 때문에 국물이 조금 텁텁하며 냄새가 나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순대국에 포함된 돼지곱창이 의외로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먹다 보면 계속 먹게되는 순대국이 돼지내장으로 만든 순대국이다. 또 다른 방법은 내장은 조금만 사용하고 돼지 머리고기를 주로 이용해서 끓이는 방법이다. 머리고기를 이용했기 때문에 국물색이 뽀얗고 돼지 내장 순대국 보다 깔끔한 맛이 난다. 보통 우리가 순대국이라고 하면 괘거엔 돼지 내장, 최근엔 머리고기를 이용한 순대국을 말하는 걸로 보면 된다.

충주엔 이 두 종류 순대국을 맛있게 하는 집이 세 집이나 된다. 세 집 모두 어디에 내놔도 딸리지 않을 정도로 맛있다. 바로 일번지순대국2호식당, 단골식당이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충주 순대국 사대천왕(四大天王)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한다. 세 집만 이야기하면서 사대천왕(四大天王)이라고 하니 좀 의아할 수 있다. 사대천왕(四大天王)인 이유는 이 세 집 외 가성비가 좋은 조점식순대가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조점식순대가는 다른 세집에 비해 맛이 좀 딸린다. 그러나 나름 맛있고 가격이 깡패다. 점심 시간 한정이긴 하지만 푸짐한 순대국과 맛있는 보리밥을 마음껏 먹어도 고작 4900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소주도 3500원으로 다른 집에 비해 500원 싸다. 따라서 배부르게 먹고 간단히 약주를 해도 다른 집 밥값과 비슷한 8400원이 나온다. 가성비로는 전국 최고로 본다.

순대국 사대천왕 지도

순대국 사대천왕 위치다. 2호식당만 멀리 떨어져 있고 나머지 세집은 시청을 중심으로 양 옆에 있다. 일번지순대국조점식순대가는 지도상으론 붙어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골목이 다르다. 정확한 위치는 일번지순대국, 2호식당, 단골식당, 조점식순대가를 클릭하기 바란다.

㉦ 일번지순대국, 중독성있는 시래기 순대국

충주에서 처음 맛본 음식들이 꽤 된다. 충주의 특색있는 음식으로 소개한 묵밥, 민물회, 올갱이 해장국 모두 충주에서 처음 맛봤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서 종종 먹던 음식인데 아주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온 음식이 바로 시래기 순대국이다. 난 순대국에 시래기를 넣은 음식을 충주에서 처음 먹어 봤다. 물론 첫 인상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지금은 시인의 공원 근처가 모두 개발됐다. 그러나 내가 처음 충주에 왔을 땐 시인의 공원을 중심으로 도로쪽은 개발이 됐고 안쪽은 허름한 1층 집이 많았다.

이길에 정말 허름한 1층집에서 순대국을 팔고 있었다. 처음부터 갈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우엉맘이 가자고 해서 방문했다. 아무 생각없이 순대국과 머리고기를 시켰는데 거의 최악이었다. 맛없는 내장만 가득하고 시래기가 잔뜩있는 시래기 순대국이었다. 선입견 때문인지 몰라도 맛도 정말 없었다. 그리고 나온 머리고기. 머리고기는 더 최악이었다. 머리고기가 아니라 그냥 비게 삼겹살이었다. 그래서 결국 먹다가 남기고 나왔다. 그래서 맛없는 순대국 1호로 꼽은 집이 바로 이집이었다. 그러던 중 오막집에 대한 글에 중앙시장에 순대골목이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 댓글을 읽고 찾은 집이 바로 2호식당이다.

이야기가 옆길로 샌 것 같지만 아니다. 충주에는 희한하게 시래기 순대국을 하는 집이 많다. 무학시장, 자유시장 등 전통시장에 가면 아예 시래기 순대국 골목이 있다. 또 짬뽕도 홍합짬뽕을 하는 집이 정말 많다[4]. 중국집 대부분이 홍합짬뽕을 한다고 보면 된다. 충주가 이런 특색을 가진 이유는 과거 시래기 순대국으로 크게 성공한 집, 또 홍합짬뽕으로 크게 성공한 집이 있기 때문이다. 시래기 순대국으로 크게 성공한 집은 일번지순대국이다. 내가 처음 방문했던 시래기 순대국집에 대한 평은 아주 좋았다. 워낙 장사가 잘되서 주변 건물을 모두 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즉, 과거에는 아주 대단한 맛집이었는데 주인 내외가 나이가 들면서 순대국집하는 걸 아주 귀찮아 할 때 내가 방문한 걸로 보였다. 그리고 이 집은 개축 공사로 사라졌다. 그리고 한 참 뒤 우연히 이 집 근처에 일번지순대국이라는 시래기 순대국집이 있는 걸 알았다. 원래 할아버지 내외분이 하던 걸 아들이 물려받았다고 한다. 또 30년 전국맛집이라는 평까지 있었다. 내가 방문한 집과 일번지순대국이 같은 집인지 아직도 모른다. 그러나 전후 맥락을 살펴 보면 같은 집일 가능성이 많다.

사설이 좀 길었다. 아무튼 이렇게 찾아간 집이 일번지순대국이다. 순대국 두 주류 중 돼지 내장을 이용해서 순대국을 끓이는 집이다. 곱창이 상당량 들어있기 때문에 국물은 텁텁하며 돼지 특유의 냄새가 나야한다. 그런데 일번지순대국은 텁텁함과 냄새를 시래기로 잡았다. 따라서 돼지곱창을 쓴 순대국 치고는 상당히 시원하며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또 돼지곱창 맛은 꽤 중독성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꼭 한번씩 먹고 싶어지는 순대국이다. 가격은 8000원이고 워낙 장사가 잘되서 점심시간이면 항상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집이다.

일번지순대국

순대도 들어있다. 순대국에 순대가 들어있는게 뭐가 이상할까 싶지만 아예 순대가 없는 순대국도 많다. 순대국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비닐 순대와 집에서 만든 듯한 토종 순대가 들어있다. 따라서 다른 순대국집 보다 순대양이 많은 편이다. 또 토종 순대, 비닐 순대 모두 맛있다. 따라서 순대를 싫어한다고 순대를 빼고 시키는 우는 범하지 말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난 순대국을 먹을 때 꼭 '다데기'+'새우젓'+'들깨'+'청양고추 다데기'를 추가한다. 이렇게 먹어야 일반적으로 맛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번지 순대국을 먹을 땐 '새우젓'+'청양고추 다데기'만 추가해서 먹는다. 일단 다데기는 나올 때 적당량 들어있다. 따라서 추가로 넣을 필요는 없다. 돼지고기를 비롯한 고기류에 아주 잘 어울리는 들깨는 넣지 않는다. 들깨가 돼지 내장 순대국의 특유의 맛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물론 순대국에 무엇을 더 넣어 먹을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알아서 적당히 넣어 먹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돼지 내장을 이용한 순대국은 처음 먹을 땐 맛을 잘 모른다. 따라서 처음 먹고 "뭐 별것없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돼지 내장 순대국에 포함된 돼지곱창은 상당히 중독성 있다. 쫄깃한 식감도 좋고 맛도 좋다. 처음 먹을 때와 두번째 먹을 때, 세번째 먹을 때 맛이 다르다. 따라서 일번지순대국을 방문할 사람은 이런 점을 고려하고 맛 보는게 좋다. 음식을 가리는 큰 아들과 처음 이곳을 갔을 때 상황도 비슷하다. 그런데 녀석도 이젠 종종 일번지 순대국을 가자고 한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단골식당도 있고 조점식순대가도 있지만 가장 자주가는 이유다.

㉢ 2호식당, 머리고기로 맛을 낸 정통 순대국

머리고기로 끓인 정통 순대국[5]이다. 시래기 순대국을 먹고 실패한 뒤 우연히 알게된 순대국집이다. 중앙시장 순대 골목에 1, 2, 3호까지 순대국집이 연달아 있다. 순대 골목만 알고 찾아 가서 가장 사람이 많았던 집을 찾았는데 바로 2호식당이었다. 머리고기 순대국이지만 머리고기를 아주 잘게 처서 내온다. 따라서 큰 머리고기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손 쉽게 먹을 수 있는 집이다. 충주 순대국집 중 내가 최고로 쳤던 집이 바로 2호식당이다. 순대에 대한 추억에서 이야기했듯이 선릉순대국 보다는 못해도 맛은 충주에서 최고였다. 지금은 순대국을 아주 잘 먹는 큰 아들도 2호식당에서 순대국 맛을 들였다. 따라서 큰 아들은 선릉순대국 보다 2호식당이 더 맛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맛있던 2호식당을 두번째로 꼽은 이유는 처음 갔을 때와 맛이 조금 바뀌었기 때문이다. 원래 2호식당은 할아버지 한분과 일하는 여자 분[6]이 함께 운영했다. 재료준비를 비롯, 조리를 할아버지가 담당했고 일하는 분은 거의 대부분 서빙을 했었다. 그런데 주인/종업원이라는 관계가 조금 달라보이기 시작한 건 할아버지가 풍을 맞은 뒤였다. 풍을 맞은 할아버진 가끔 가게에 와서 의자를 나르는 정도로 도와주시고 일하는 분이 재료 준비부터 주방/서빙까지 모두 담당했다. 이때까진 순대국 맛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워낙 자주 가던 집이라 종종 방문하는데 이상하게 문을 열지 않았다. 일이 있어서 며칠 쉬는 걸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며칠이 아니라 1년 반이 넘도록 문을 열지 않았다. 이렇게 장시간 문을 열지 않자 바로 옆 식당에서 꼼수를 부렸다. 골목에서 보면 X호식당인데 건물안쪽에 작은 2호식당 간판을 달고 있었. 워낙 좋아하는 집이라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지날 때 마다 들려봤다. 그런데 이번엔 문이 열려있었다. 이 시점이 2019년인 걸로 기억한다. 또 내가 방문했을 때가 가게를 다시 연지 한 6개월 정도 됐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지만 음식맛은 여전했다. 그런데 문을 열고 약간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그 중하나는 바로 파의 크기였다. 처음 2호식당은 중파를 상당히 잘게 썰어 내왔다. 그런데 문을 다시 연 뒤 2호식당은 대파를 상당히 크게 썰어 왔다. 그리고 최근에 방문했을 때 또 바뀌어 있었다. 예전에 순대국을 시키면 선반에 내오던 김치, 깍두기[7], 새우젓 등을 모두 상에 비치해 두었다. 따로 더 달라고 할 필요가 없어졌고 아주머니 혼자서 주방과 서빙을 담당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맛이 또 약간 변했다. 여전히 맛은 있지만 미묘한 차이가 났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2호식당은 머리고기로 끓인 순대국이다. 순대도 비닐 순대는 사용하지 않고 토종 순대만 사용한다. 머리고기와 파 모두 잘게 썰어 제공하기 때문에 파를 싫어하는 사람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뽀얀 국물에 그릇 가득 순대국을 내온다. 따라서 바로 밥을 말기 보다는 일단 순대국을 그냥 좀 먹고 밥을 말아야 국물이 넘치지 않는다. 2호식당 순대국을 먹을 땐 다데기 두 숟가락, 새우젓 한 숟가락, 들깨 두 숟가락, 청양고추 다데기 두 숟가락을 넣어 먹는다.

2호식당

이렇게 먹는 걸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애엄마도 그렇고 큰 아들도 비슷하다. 그런데 내가 먹는 순대국을 한 숟가락 떠 먹어 보곤 나와 비슷하게 먹는 사람이 많다. 파를 먹지 않아서 파를 건저내고 먹던 큰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아빠, 한 숟가락 먹어도 돼"라고 물었다. 파 없이 순대국만 먹던 녀석이 내 순대국이 맛있어 보였던 것 같다. 그리고 한 숟가락을 먹더니 "아빠, 아빠 순대국은 되게 맛있어"라고 한다. 그리고 파를 건저내던 습관을 버리고 나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나와 비슷하게 다데기, 새우젓, 들깨를 넣고 먹는다. 매운 걸 싫어하기 때문에 청양고추 다데기는 넣지 않지만.

아무튼 내가 최고의 순대국으로 꼽았던 선릉순대국과 가장 가까운 맛이 난다. 선릉순대국이 깊은 맛이 더하지만. 돼지 사골의 고소함, 머리고기기의 다양한 식감과 맛. 여기에 다데기와 들깨, 파가 어울어져 깊고 푸른 맛(?)을 낸다. 그래서 한때는 가장 즐겨먹던 순대국이었다. 사무실이 문화동에 있을 땐 일주일에 서너번, 사무실을 연수동으로 옮긴 뒤에는 두주에 한두번은 가던 집이다. 맛이 변한 건 조금 아쉽지만. 참고로 2호식당이 장사가 잘될 땐 2시 정도면 밥이 다 떨어졌었다. 가격은 얼마 전 7000원으로 올랐다.

㉩ 단골식당, 깔끔 시원한 순대국

충주 순대국집 중 비교적 최근에 알게된 집이다. 원래 사무실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한번 가보려고 했지만 순대국 외에 다른 메뉴가 많아 꺼려했던 집이다. 서울에서 아는 형이 내려와 가까운 음식점을 찾다가 술 한잔하려고 술국을 시켰다. 그런데 의외로 술국이 아주 정갈하고 맛있었다. 단골식당2호식당과 마찬가지로 머리고기를 끓여 순대국을 만드는 집이다. 고기를 칼질 한번으로 썰어낸다. 머리고기를 시키면 나오는 고기가 그대로 순대국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순대국과 가장 비슷한 순대국을 내온다. 다만 순대국을 끓일 때 콩나물을 함께 끓인다. 그래서인지 국물이 아주 시원하다. 얼핏 소사골로 착각할 정도. 여기에 순대국에는 잘 넣지 않는 당면도 들어있다. 고기가 돼지 고기가 아니라면 소고기 국밥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맛은 순대국 중 가장 정갈하며 깔끔하다. 돼지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 돼지 냄새 때문에 순대국을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집이다. 참고로 2호식당에서는 다데기, 새우젓, 들깨를 넣어 먹지만 단골식당에서는 새우젓과 후추만 넣어 먹는다.

단골식당

앞서 얘기했던 일번지순대국, 2호식당, 이어서 얘기할 조점식순대가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김치가 맛없다"는 점이다. 2호식당 김치는 정말 맛없다. 일번지순대국 김치는 2호식당 보다 낫기는 하지만 도긴개긴이다. 세 집 중 조점식순대가 김치가 그나마 낫지만 역시 맛있는 김치는 아니다. 그런데 단골식당 김치는 상당히 맛있다. 섞박지 크기의 익은 깍두기 맛도 괜찮고 익지 않은 배추 김치도 맛있다. 내오는 반찬 대부분 맛있다.

단골식당은 순대국 외에 다데기를 미리넣고 끌인 얼큰 순대국도 판다. 그러나 난 얼큰 순대국은 거의 먹지 않는다. 순대국에 고추기름을 더한 듯한 맛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내 딸은 매운 걸 좋아해서 항상 얼큰 순대국만 먹는다. 얼큰 순대국이 맛없다며 "저런 걸 왜 먹냐?"던 큰 아들도 요즘은 얼큰 순대국을 종종 먹는다. 또 먹다 보니 맛있다고 하는 걸 봐서 나름 중독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골식당은 순대국 외에도 파는 메뉴가 많다. 술국, 찰순대, 머리고기처럼 순대국 관련 메뉴도 있지만 오징어불고기, 돼지불구이, 닭발구이처럼 순대국집과 전혀 관련없는 메뉴도 꽤 있다. 재미있는 건 순대국 외에 이런 메뉴도 맛이 좋은지 평이 상당히 좋다. 또 주인 아주머니가 아주 친절하며 "손님의 마음을 읽는 서비스를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큰 아들과 함께 순대국을 먹다가 큰 아들 녀석 고기가 부족한 것 같아 고기를 준적이 있다. 이걸 아주머니는 내가 비게를 싫어하는 걸로 생각하신 듯

"비게가 싫으시면 주문하실 때 미리 얘기해 주세요"

라고 하신다.

신(腎)이 무엇인지 아시나요?라는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내가 못먹는 음식은 두 가지다. 없어서 못먹는 음식안줘서 못먹는 음식. 따라서 머리고기에서 내가 싫어하는 부위는 없다. 참고로 내가 먹는 이야기를 하면 "몬도가네하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 만큼 엽기적인 음식사가 많다. 신(腎)도 이런 음식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단골식당에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있다. 단골식당은 머리고기를 삶을 때 돼지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신료를 사용하는 걸로 추정하고 있다. 이 향신료 냄새가 미세하게 순대국에 남아 있다. 이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은 단골식당 순대국도 싫을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도 고려하기 바란다. 단골식당 순대국의 가격은 7000원이다.

㉧ 조점식순대가, 가성비 깡패 순대국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알고 있으면서 가보지 않은 집이다. 충주에 처음 이사왔을 때부터 조점식순대가라는 순대국집이 있는 걸 알았다. 사무실에 출근하기 위해 아파트에서 사무실로 가는 동선에 있기 때문이다. 조점식순대가를 볼 때 마다 "어, 처음보는 순대국집이 있네, 다음에 가봐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가본 건 2018년이 처음이었다. 처음 조점식순대가를 방문했을 때 혼란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순대국을 6000원으로 알고 방문했다. 점심 때 고기류를 먹으면 반주로 소주를 먹기 때문에 소주까지 먹었다. 계산하고 사무실에 복귀한 뒤 영수증을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만원(순대국 6000원, 소주 4000원)이 결제되야 하는데 예상 외로 8400원이 결제됐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으로 계산해도 왜 8400원이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다시 방문해서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순대국밥, 뼈해장국, 얼큰국밥, 토종순대 4가지 메뉴는 점심 시간(11~15시) 한정으로 4900원이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는 걸 알았다. 또 소주도 다른 집과는 달리 3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따라서 8400원은 점심 할인을 받아 나온 가격이었다. 그런데 조점식순대가를 자주 가다 보니 또 희한한 일이 생겼다. 일부 사람들은 기본 요리가 나오기 전에 보리밥을 먹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메뉴를 시켜야 보리밥이 나오는지 알 수 없어서 이번엔 모든 메뉴를 돌아가며 시켜봤다[8]. 그러나 어떤 메뉴를 시켜도 보리밥은 나오지 않았다.

기본 음식이 나오기 전 먹는게 궁금해서 주변을 살펴보다 "보리밥 셀프" 문구를 봤다. 보리밥은 먹고 싶은 만큼 알아서 먹는 메뉴였다. 보리밥은 무생채가 맛있기 때문에 간단히 그리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다. 보리밥이나 무생채는 전혀 먹지 않았던 아들 녀석에게 조점식순대가를 알려준 뒤 보리밥 때문에 조점식순대가를 방문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맛이 괜찮다. 순대국은 나머지 다른 세집에 비해 좀 떨어진다. 그러나 어설픈 순대국집 보다는 확실히 맛있다. 조점식순대가는 순대에 들어간 고기도 좀 무른 편이고 반찬도 전반적으로 무른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식감은 좀 떨어진다.

조점식순대가

순대국밥 외에 뼈해장국, 얼큰국밥 모두 먹어봤다. 얼큰국밥은 다데기를 미리넣고 끓여내오기 때문에 순대국밥에 다데기를 넣고 먹는 것과 큰 차이는 없다. 다데기를 넣고 끓였기 때문에 순대국에 다데기를 넣은 것에 비해 맛이 걷돌지 않는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뼈해장국은 뼈다귀가 세개정도 나오며 맛은 먹을만한 정도다. 그런데 점심 때 먹는 것과 주인아저씨가 없는 새벽에 먹는 맛에 차이가 있다. 나오는 반찬들은 모두 정갈하며 깔끔하다. 깍두기, 김치, 양파로 순대국과 딱 어울리는 반찬만 나오며 필요하면 직접 추가할 수 있다. 점심 시간을 피하면 손해보는 것 같지만 저녁 시간에 시키면 돼지 편육이 서비스로 나오기 때문에 저녁에 먹어도 괜찮다. 가격은 점심 시간엔 4900원, 그 외에는 6000원으로 충주 순대국 사대천왕(四大天王) 중 가장 싸다.

마지막으로 순대국집이지만 특이하게 회도 팔고 있다. 순대국집으로 바뀌기 전 횟집이었던 걸로 기억[9]한다. 주인아저씨가 횟집을 하다 순대국으로 전환한 것인지 횟집을 순대국집으로 리모델링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남은 이야기

감자탕 횟집 전설
내가 자주가던 감자탕 집도 어울리지 않게 회를 팔았다. 중랑교 근처 상봉동에 있던 왕개미식당이다. 불고기와 김밥 밖에 먹지 못하던 우엉맘은 이 집에서 감자탕 맛을 들였다. 감자탕 집으로는 최고로 꼽는 왕개미식당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종종 가던 집이다. 고등학교 동창 모임도 항상 이 집에서 했었다. 왕개미식당은 상봉동에 3~4평 정도 크기로 시작했다. 값이 싸고 맛이 좋아 이 작은 가게는 항상 꽉찼다. 그래서 3교대로 24시간 식당을 운영했었다.

그 뒤 왕개미식당은 상당히 큰 매장으로 옮긴다. 작은 가게에서 큰 가게로 이전하면 한동안 손님이 확준다. 그런데 이 집은 워낙 장사가 잘되서 큰 매장으로 옮긴 뒤에도 줄을 서야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고교 동창 모임은 대부분 왕개미식당에서 하곤했다.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왕개미식당에서 모임을 잡고 방문했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감자탕 맛이 변해 있었다. 또 감자탕만 팔던 집에 뜬금없이 갈매기살을 팔고 있었다. 그런데 감자탕도 맛없고 갈매기살도 맛 없었다. 일하는 사람도 바뀌었고 주인도 바뀌었다. 그냥 간판만 왕개미식당이었다.

결국 왕개미식당이 폐업한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뒤 다시 왕개미식당에서 모이자는 연락이 왔다. 연락을 준 녀석에 따르면 같은 골목길으로 한 50m 정도 중랑천 방향으로 올라가면 왕개미식당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왕개미식당을 방문해 보니 예전에 보던 주인 아저씨/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해 줬다. 그런데 특이하게 감자탕집에서 회도 팔고 있었다. 감자탕에 어울리지 않는 회를 팔고 있어서 사연을 물어봤다.

장사가 잘되자 주인집에서 계약 기간을 무시하고 왕개미식당을 쫓아 냈다고 한다. 이 덕에 손님들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문을 닫았다고 한다. 점포 없는 세입자의 설움을 때문에 점포와 집이 붙어있는 점포 주택을 구입했다. 그런데 왕개미식당 주인이 구입한 점포 주택이 이전엔 횟집이었다고 한다. 횟집 인테리어를 다 들어내고 감자탕집만 하자니 횟집 인테리어가 아까워 수족관처럼 횟집에 필수적인 인테리어는 그대로 두고 원하는 손님에게 활어만 팔고 있다고 한다[10].

감자탕

왕개미식당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어서 감자탕 사진으로 대치했다. 왕개미식당 감자탕과는 비주얼이 좀 다르다. <사진 출처: 창원 청기와 감자탕 호불호 없는 맛으로 가정의 달 맞이 가족 모임 손님 급증>

이전한 왕개미식당도 여전히 잘됐다. 그리고 불고기와 깁밥 밖에 먹지 못하던 우엉맘을 끌고 전국 맛집을 돌 때 이 집도 갔었다. 처음 보는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큰 우엉맘은 처음엔 국물만 한 숟가락 먹다가 결국 감자 뼈다귀를 뜯었다. 감자탕을 처음 맛본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감자탕집이었다. 최근에도 영업을 하나 싶어서 상봉동 왕개미식당으로 찾아봤다. 상봉동 왕개미식당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었다.

또다른 맛, 돼지곱창 순대국
돼지곱창만으로 끓인 순대국도 있다. 돼지곱창만 썼기 때문에 국물은 상당히 텁텁하며 돼지 냄새가 진동한다. 그런데 이 부분만 극복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순대국이 돼지곱창 순대국이다. 순수하게 돼지곱창만으로 끓인 순대국은 살면서 두 집에서 먹어봤다. 한번은 강남역 비트컴퓨터에 강의하면서 순대국집을 찾다 가게된 집이다. 딱 한번 가봤기 때문에 위치도 이름도 모른다. 두번째로 먹은 집은 사무실이 중앙초등학교 근처에 있을 때다. 아주 허름한 집이고 밥을 먹으러 가보면 나와 주인 할머니, 할아버지 친구분들만 있던 손님이 많지 않은 집이다. 돼지곱창만으로 만든 순대국도 맛있기 때문에 이 집도 꽤 자주 방문했었다. 그러나 사무실을 문화동으로 옮기고 1~2년 뒤 방문해 보니 폐업한 뒤였다.

돼지곱창 전골

돼지곱창 순대국과 맛은 좀 다르겠지만 음식 색깔은 비슷하다. 야채와 당면을 들어내면 비슷한 색상이 나올 것 같다. <사진 출처: 얼큰하고 구수한 돼지곱창 전골 황금레시피>

돼지곱창 순대국은 텁텁한 맛과 냄새 때문에 필수적으로 양념을 추가해서 끓인다. 따라서 일반 순대국처럼 하얀 국물이 아니라 빨간 국물로 나온다. 그런데 주류가 아니며 냄새와 텁텁한 맛 때문에 주변에선 어지간히 찾기 힘든 집이다. 강남 돼지곱창 순대국집은 꽤 유명한 집인 듯 점심 때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따라서 상호만 알면 다시 찾아 가보고 싶지만 상호를 몰라 찾아갈 엄두를 못내는 집이다. 비트컴퓨터를 중심으로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볼까 하는 생각도 가끔한다. 그만큼 중독성있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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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이익지 교수가 한 말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패널 대부분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혹시나 싶어 찾아보니 ‘차이나는 클라스’ 이익지 교수, “설렁탕·순대·소주는 고려 후기 때 몽골에서 들어온 음식” 라는 기사에 같은 내용이 나와있다. 
  2. 깍두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깍두기 보다 훨씬 크게 썬다. 이렇기 때문에 깍두기와 섞박지를 같은 음식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난 섞박지와 깍두기를 구분한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시각적인 맛 차이도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섞박지는 썰어 담글 수도 있고 쪼개 담글 수도 있다. 이 순대국집 할머닌 무를 써는게 아니라 쪼개서 섞박지를 담근다. 칼로 깨끗히 자른게 아니기 때문에 울퉁불퉁 다양한 모양의 먹음직스런 섞박지가 나온다. 요즘 식당 중 이런 섞박지를 내오는 곳은 거의 없다. 
  3. 당시 터미널의 위치, 순대맛을 생각할 때 오늘 소개하는 2호식당에서 사 온 걸로 추정하고 있다. 
  4. 홍합짬뽕을 하는 집이 많은 이유도 일번지순대국과 같다. 홍합짬뽕으로 전국 맛집으로 뜬 주덕 단골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가본 단골식당은 왜 사람이 많은지 알 수 없는 그런 집이었다. 원래하시던 할아버지/할머니가 나이들어 맛이 없는 짬뽕을 정말 정말 성의없게 내오지만 사람은 많은 집이었다. 
  5. 요즘 많이 팔리는 주류 순대국이라는 뜻이다. 순대국에 정통과 사이비가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6. 처음에는 일하는 분으로 알았다. 부부로 보기엔 나이차가 많고 부녀도 보기엔 가족의 끈끈함, 정다움이 없었다. 
  7. 2호식당 김치, 깍두기는 순대국집 중 가장 맛이 없었다. 그래서 순대국을 먹으며 꼭 김치를 먹는 내게는 2호식당 김치가 고역이었다. 그런데 최근 김치맛이 좋아졌다. 맛있는 김치는 아니지만 먹을만한 김치로 바뀌었다. 
  8. 주인에게 묻는게 가장 빠르다. 그러나 난 묻기 보다는 직접 경험하길 더 좋아한다. 이래야 기억에 더 오래 남기때문이기도 하고 내 성격이기도 하다. 
  9. 조점식순대가 간판을 보면 업력이 20년이 넘는다. 따라서 10여년전에 이사온 내가 조점식순대가 이전에 횟집이었다고 기억하는 부분을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이사온 건 10여년 정도지만 지인 때문에 30년 가까이 이 지역을 방문했고 당시 시인의 공원 주변은 워낙 자주 가던 곳이다. 
  10. 기억을 토대로 재구성한 내용이라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또 이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도 없어서 오류를 수정하기도 힘들다. 이런 점을 고려하고 읽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