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딸 by 도아
천상 여자
처음으로 가진 아이 때문에 거의 매일 하던 밤샘을 그만두고, 꼭 집에 들어와 자기전에 녀석의 얼굴을 보며 흐뭇해하던 때가 생각난다. 둘째 다예는 조금 늦게 가졌다. 주변에서 왜 둘째를 갖지않냐고 성화가 극에달하던 차에 다예가 태어났다. 다예는 우영이와는 달리 잘 울지 않지만 조금만 안아주면 방긋 방긋 잘 웃곤했다. 성격도 우영이 보다는 느긋해서 바로 울기보다는 조금 떼를 써보다가 통하지 않으면 운다. 이런 다예를 보며 다들 저 녀석은 천상 여자라고 한다.
우리집은 종가집이다. 아울러 나는 종가집 종손이다. 따라서 학창 시절에 항상 듣는 소리 중 하나가 '넌 돈 많이 벌어야 겠다'였다. 외아들에 종가집 종손한테 시집올 여자는 없으니 돈 냄새라도 풍겨야 장가를 가지 않겠느냐는 뜻이었다. 그러나 막상 여자를 사귀어보면 종가집 종손이라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여자는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미팅을 하던 소개팅을 하던 집안 내력을 숨겨본적은 없다.
이십대 후반까지 결혼하라고 성화를 부리시던 부모님은 30대가 넘어서자 포기를 하셨는지 결혼 얘기는 별로하지 않으셨다. 그러다 결국 서른 다섯이라는 나이에 결혼을 하고 나은 첫 아이가 우영이 였다. 종가집이고 또 외아들이라 딸을 나으면 어떻게할까 걱정하던 애 엄마도 첫 아들을 낳고 안도의 숨을 쉰 것 같다. 부모님들은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다고 하셨지만 종가집, 종손에게 시집온 애 엄마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담이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가진 아이 때문에 거의 매일 하던 밤샘을 그만두고, 꼭 집에 들어와 자기전에 녀석의 얼굴을 보며 흐뭇해하던 때가 생각난다. 둘째 다예는 조금 늦게 가졌다. 주변에서 왜 둘째를 갖지않냐고 성화가 극에달하던 차에 다예가 태어났다. 다예는 우영이와는 달리 잘 울지 않지만 조금만 안아주면 방긋 방긋 잘 웃곤했다. 성격도 우영이 보다는 느긋해서 바로 울기보다는 조금 떼를 써보다가 통하지 않으면 운다. 이런 다예를 보며 다들 저 녀석은 천상 여자라고 한다.
오늘 아침의 일이다. 아침 식사를 하라는 애 엄마의 소리에 일어나 탁자로 가고 있었다. 탁자 옆에서 놀던 다예는 식탁 아래의 의자를 뒤로 당긴 후 손바닥으로는 의자를 두르리며
아빠 앉아
하는 것이었다. 덤비고 발로 차고, 항상 재미있게 놀아주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우영이와는 달리 다예는 참 여성스럽다. 조심성도 많고 애교도 많다.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면 이내 달려와
아빠~~, 아빠~~
하며, 옆에 붙어앉아 얼굴을 들이민다.
왜?
다시 물으면 자기 볼을 갖다대며
아빠~ 뽀뽀
라고 한다. 우영이는 안아주는 것을 싫어했는데 다예는 안아주면 찰싹 붙어서 꼭 품에 안긴다. 한손으로는 안아준 사람의 어깨를 두드리며...
아들과 딸의 차이인지 아니면 첫째와 둘째의 차이인지 모르겠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진다고 한다.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경험하기로는 여자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 같다.
다예가 애교를 부릴 때 자주하는 까꿍 그러나 까궁이라는 말보다는 우기끼라고 한다.
우기끼의 두번째 포즈
여성 스럽기는 해도 장난기는 우영이를 능가한다. 얼굴에도 장난기가 그대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