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만에 자전거를 배울 수 있을까? by 도아
10분만에 자전거를 배운 다예
자전거를 타는 것은 쉽다. 자전거가 쓰러질 때 중심 이동만 잘하면 바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자전거다. 그런데 자전거를 가르쳐 보면 의외로 이렇게 못하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은 관성에 의해 움직이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제 둘째 다예에게 자전거를 가르쳤다. 배우고 싶은 욕망이 강한 것인지 아니면 아이라 관성에 의한 움직임이 덜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딱 10분만에 자전거를 배웠다. 그리고 오늘 확인해 보니 어제 보다 실력이 더 늘어있었다. 따라서 오늘은 오랜 만에 가족에 대한 글을 올린다.
자전거를 타고 싶은 자존심 강한 꼬마 숙녀
얼마 전 다예가 찾아 왔다. "아빠, 바퀴 떼줘". 확인해 보니 큰 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때 사준 자전거였다. 당시 큰 아이는 처음에는 보조바퀴를 달고 타다가 나중에 보조바퀴를 떼고 탓다. 보조바퀴를 달고 타면 쉽게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탄 년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꼭 쉬운 것은 아니다. 보조바퀴 때문에 자전거에 가장 중요한 균형감각을 빨리 익힐 수 없기 때문[1]이다. 따라서 큰 아이는 보조바퀴를 떼고 한 30분 정도 자전거의 특성을 배운 뒤 두발 자전거를 탄셈이다.
그런데 다예는 세발 자전거도 탄적이 없다. 오빠가 타던 세발 자전거가 있었지만 다예는 타지 않았다[2][3]. 따라서 바로 자전거를 탈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예, 자전거 탈줄알아?"
라고 묻자 녀석은 수줍게 얼굴을 숙이며
"아니"
라고 한다.
도아: "그럼, 보조바퀴 달고 타고 브레이크 잡는 것이라도 배운 뒤 바퀴를 떼는 것이 낫지 않을까?"
다예: "싫어, 바퀴 떼죠"
자전거를 한번도 타본적이 없는 다예가 보조바퀴를 떼달라고 하는 이유는 뻔했다. 자전거는 타고 싶다. 그런데 초등학교 2학년이나 된 아이가 꼬맹이들[4]처럼 보조바퀴를 달고 타는 것은 자존심[5]이 허락하지 않는다. 아무튼 보조바퀴를 떼주었다. 그런데 보조바퀴를 떼주어도 다예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한번도 볼 수 없었다. 매일 자전거 옆에 가서 자물쇠를 잠궜다 푸는 것이 전부다.
10분만에 자전거를 배운 다예
알톤(Alton)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알톤도 품질이 상당히 좋은 국산 자전거다. 특히 삼천리에 비해 '가격이 훨씬 착하다'. 위의 자전거는 옥션에서 자전거 가격만 8'2000원, 흙받이 6000원, 배송비 6000원, 옥션 할인 6000원을 받아 8'8000원에 구입한 자전거이다. 동네에서 구입했다면 15~20만원 정도는 줘야 한다. 따라서 손재주가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지난 주 큰 아이 자전거를 새로 사줬다. 또 큰 아이에게 자전거를 사주고 다예에게는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것 같아 다예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
도아: "다예, 자전거 탈줄 알아?"
다예: "아니"
도아: "아빠가 자전거 타는 걸 가르쳐 줄까?"
다예: "응, 아빠, 빨리 가르쳐 줘"
따라서 지난 주에 다예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줘야 했다. 그런데 점심 시간에 쟁반짜장을 먹으면서 이과두주를 마신 덕에 다예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지 못했다. 그러자 다예는 매일 매일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달라고 졸랐다. 결국 어제 다예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 주기로 했다. 우영이가 타던 자전거는 한 4년동안 방치한 상태라 바퀴에 바람이 빠져 있었다. 아이 엄마에게 자전거에 바람을 넣은 뒤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그리고 다예와 함께 다예가 다니는 초등학교로 갔다. 학교 운동장이 장애물이 없어서 자전거를 배우기 적당하기 때문이다. 학교 운동장으로 올라간 뒤 일단 다예에게 자전거를 타도록 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자전거를 타는 방법은 상당히 쉽다.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패달을 밟고, 자전거가 쓰러지려고 하면 몸의 중심을 핸들과 함께 쓰러지는 쪽으로만 살짝 이동시키면 된다. 이렇게 해야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그런데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들은 자전거가 쓰러지려고 하면 쓰러지는 반대쪽으로 몸을 튼다. 이때 핸들도 쓰러지는 반대쪽으로 틀린다. 이러면 자전거는 달리지 못하고 바로 쓰러진다. 따라서 자전거를 처음 가르칠 때는 쓰러진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몸의 중심을 쓰러지는 쪽으로 이동시키도록 훈련을 시킨다. 처음 자전거를 타고 겁이 많은 다예는 서있는 자전거에서도 무조건 쓰러지는 반대쪽으로 몸을 틀었다.
일단 안심 시키기 위해 핸들을 놓고 나를 잡도록 시켰다. 그리고 자전거가 쓰러지려고 하면 아빠를 잡고 있는 것처럼 쓰러지는 쪽으로 몸을 이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줬다. 또 쓰러지는 두려움을 없앨 수 있도록 발을 패달에 두고 잡은 채로 자전거를 옆으로 눕혔다. 그리고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 줄테니 일단 패달을 밟도록 했다. 그런데 자전거를 처음 타는 다예는 패달도 제대로 밟지 못했다. 몇번을 실수하고 간신히 패달을 밟아 자전거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 타는 자전거인데 의외로 중심 이동을 상당히 잘했다. 또 패달은 못 밟지만 핸들을 쓰러지는 쪽으로 틀어 쓰러지지 않고 달렸다. 혹시나 싶어서 살짝 손을 놓자 혼자서 한 20여 미터를 앞으로 갔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전거를 타다 뒤에서 잡아 주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뒤에 사람이 없는 것을 알고 갑자기 밀려오는 두려움에 자전거가 흔들리며 넘어진다. 다예도 정확히 이 과정을 겪었다.
도아: "야, 우리 다예 자전거 잘타네. 아빠가 손을 놨는데 이만큼이 나왔어?"
다예: "(충청도 어감으로) 진짜?"
손을 놔도 잘달리는 것을 보고 이번에는 혼자 출발하는 방법을 알려 줬다. 오른쪽 패달을 조금 높은 자리로 위치시키고 이 패달에 무게를 싫어 밟도록 가르쳤다. 역시 몇번 연습하더니 이제는 혼자서 출발했다. 아직도 패달이 익숙하지 않아 패달을 보고 밟아야 하기 때문에 몇번을 실수하며 출발하기는 하지만 이젠 혼자서도 잘 출발한다. 남은 것은 브레이크로 자전거 속도를 조절하는 것인데 이것은 타면서 숙달 시킬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10분만에 자전거를 타는 다예
아이폰으로 어제 찍은 동영상이다. 아이폰으로 찍었기 때문에 가로로 긴화면이 아니라 세로로 긴 화면이다.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아직 패달이 익숙하지 않아 출발을 잘 못한다. 그런데 일단 출발하면 제법 잘 간다.
하루만에 일취월장
아무튼 무척 신기했다. 나도 자전거를 빨리 배우기는 했지만 한 30분간 씨름한 뒤 배운 것 같다. 그런데 다예는 의외로 10분도 안된 시간에 혼자 출발하는 것까지 배웠다. 처음 타는 자전거가 재미는 있지만 다예는 무척 힘든 듯했다. 그래도 혼자서 출발하는 것까지 배웠기 때문에 일단 집으로 가기로 했다. 처음 배운 자전거가 재미있는 듯 다예는 집으로 오는 중에도 종종 인도에서 자전거를 탔다. 물론 아직 브레이크 사용법을 몰라 발로 세우고 장애물이 보이면 쓰러지지만.
자전거를 처음 타보는 다예는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도 상당히 미숙했다. 따라서 자전거를 끌고 올 때도 자전거를 감당하지 못하고 매번 쓰러졌다. 그래서 자전거를 어떻게 끌어야 하는지 알려 줬다. 오른손으로 자전거 뒤를 잡고 왼손으로는 핸들을 가볍게 잡는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자전거를 밀고 왼손으로 핸들을 가볍게 조정하면서 끄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운동신경이 없는 것 같은 다예가 의외로 말로 설명하고 몸으로 한번 해보도록 시키면 그대로 한다는 점이다.
어제 하루 종일 다예는 기분이 상당히 업되있었다. 그토록 타고 싶은 자전거를 너무 쉽게 배웠기 때문이다. 아마 다예가 이토록 쉽게 자전거를 배운 것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나름 대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예는 자존심이 강해 누구에게 지는 것을 싫어한다. 또 못한다는 소리도 듣기 싫어한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노력을 많이한다. 내가 눈으로 보기에는 10분이지만 다예는 보조바퀴를 뗀 시점부터 계속 자전거 타는 연습을 마음속으로 했을 것 같다.
오늘 아침에 밥을 먹고 나니 다예가 또 자전거를 탄다고 한다. 혼자서 출발하고 달리기는 하지만 아직 장애물이 나타나면 어쩔 줄 모른다. 이런 상황에 좁은 아파트에서 타다가 사고 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우영이에게 다예를 데리고 학교 운동장에서 타라고 시켰다. 그리고 한 30분 뒤 다예가 자전거를 잘 타는지 궁금해 초등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자전거 타는 솜씨가 또 늘어 있었다. 출발도 잘하고 이젠 어제 보다 더 잘달린다. 또 핸들 사용법도 어느 정도 익숙한 듯 운동장을 원형으로 돌고 있었다.
하루 사이에 실력이 늘은 다예
아직도 출발이 조금 미숙하지만 어제 보다는 훨씬 잘 탄다. 브레이크만 조금 더 익숙해 지고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로 속도 조절만 하면 동네에서 타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또 뒤에 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아이가 우영이다. 새로 사준 자전거 때문에 요즘은 아침 부터 증발한다.
다예를 질투하는 우엉맘
자전거를 10분만에 배운 것이 너무 신기해서 아이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아이 엄마는 같은 여자라서 질투가 나는 것인지 다예가 10분만 자전거를 배웠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엉맘: "에, 전에 배웠잖아!"
도아: "언제, 누가 알려줬는데?"
우엉맘: "오빠가 알려주지 않았어?"
도아: "오늘 처음이야!"
그러자 다른 의혹을 제시했다.
"너 전에 오빠랑 같이 가서 자전거 탓잖아?"
어제 자전거에 바람을 넣기 전까지 한 4년 넘게 방치한 자전거다. 따라서 바람이 완전히 빠져있었다. 끌고 다니는 것은 가능해도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아울러 우영이가 다예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준적도 없었다. 이런 사실을 알려주자 이번에는 또 다른 의혹을 제시했다.
"너 니 친구들이랑 자전거 탔잖아"
자전거 타는 친구들과 함께 다니는 것은 가능하다. 또 그 친구들과 함께 바람 빠진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자전거 타는 법을 다예에게 알려줬을리도 만무했다. 아무튼 아이 엄마는 다예가 10분만에 자전거를 배웠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것 같았다. 여자의 질투는 딸에게도 가는 모양이다. 아무튼
"아무리 그래도 딸이 10분만에 자전거를 배웠으면 칭찬을 해야지"
"니가 나경원도 아닌데 있지도 않은 '의혹'만 제시하니?"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아이 엄마도 다예에게 조금은 미안한 듯했다. 그리고 하는 칭찬.
우엉맘: "아, 우리 다예 참 착하다"
도아: "자전거를 빨리 배운 것에 대한 칭찬이 '착하다'이니?, 딸이 잘하는 것이 그렇게 싫어?"
자전거 투쟁 중인 우영이
우영이는 다이어트 중이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고 온다. 또 이렇게 해서 한달동안 2Kg을 뺐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침 운동도 하지 않고 매일 방에서 게임만 했다. 갑자기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이상해서 물어 보니 같이 운동하는 아이들이 모두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같이 운동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또 아이 엄마에게 물어 보니 꽤 오래 전부터 엄마에게 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른 것 같았다.
몇년 전에 중국산 자전거를 국산으로 알고 사준적이 있다. 중국산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사지 않았겠지만 국산으로 알고 속아서 샀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이 제품을 속아 사지 않도록 SK 패밀리 20인치 접이식 자전거 리뷰라는 글도 올렸다. 아무튼 이 자전거는 정말 허접했다. 타이어 부터 속된 말로 개판 오분전이었다. 글에도 있지만 타이어와 림 사이에 손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유격이 심했다. 그런데 자전거를 아파트 앞에 세워두었다가 결국 도둑 맞았다. 그리고 큰 아이 자전거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 우영이도 자전거를 타고 싶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조건 국산 제품으로 구입한 것이 위에서 소개한 알톤 자전거다. 중국산 자전거에 비해 3만2천원 비싸지만 품질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 브레이크 사용법과 속도 조절 같은 것은 보조바퀴를 달고도 익힐 수 있다. 또 오래 타면 어느 정도 균형감각이 생긴다. ↩
- 참고로 걸음마를 배울 때 보행기도 타지 않았다. 보행기에 태우면 울어서 걸음마도 보행기 없이 배웠다. ↩
- 보행기 역시 걸음마를 배울 때 필수적인 것이 아니다. 또 보행기를 탄다고 걸음마가 빨라지지는 않는다. ↩
- 다예는 스스로 언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아이들 같은 것은 상당히 싫어한다. ↩
- 다예는 물어보지 않은 것을 누가 알려주는 것도 싫어하고 부탁하지 않았는데 누가 대신해주는 것도 싫어한다. 이것을 모르면 자존심 강한 아이는 절대 다룰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