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이라는 괴물이 만든 배추 가격

얼마 전 동네마트를 방문했다가 배추 한포기 만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방문한 이마트. 배추가 100g에 5000원이었다. 가격만 따지만 소고기 가격 보다 비싼 배추였다. 그럼 배추값이 이렇게 폭등한 원인은 무엇일까? 원인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진 경작지도 크게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한포기 만원

얼마 전 동네 마트에 갔다. 마트에 놓인 배추를 보니 배추 한포기에 3천원이라는 기사가 생각났다. 아무 생각없이 아이 엄마에게 "요즘, 배추 한포기에 3천원이라며?"라고 물었다. 그러자 "한포기 3천원이요? 무슨 소리예요. 요즘 한포기 만원이예요"라는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배추 한포기 만원. 아무리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해도 비싸도 너무 비싸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장바구니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 몸으로 느끼지는 못했다. 주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제는 오랜 만에 이마트에 갔다. 원래 삼성과 그 계열사는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마트에 가는 때는 정말 드물다. 어제 이마트에 간 이유는 신세계 상품권 때문이다. 위드블로그 리뷰 베스트 상품으로 받은 것이다. 충주에는 신세계 백화점이 없다. 그러나 신세계 상품권은 이마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상품권으로 잡화를 사기 위해 방문했다. 3층부터 1층으로 내려오다 가장 놀란 것은 역시 배추였다. 트위터에 올렸지만 이 쥐씨알만한 배추 한포기의 가격이 무려 5천원이다.

한포기 5천원인 배추

배추 포기가 크다면 비싸다고 해도 이렇게 놀랍지는 않을 것 같다. 한포기라고 하지만 폭이 한 10cm가 조금 더되는 작은 크기였다. 100g에 5000원이라는 가격표처럼 무게를 달면 정말 100g 밖에 나오지 않을 것 같은 크기였다. 그런데 이 배추의 가격은 5000원이었다.

올 추석 물가는 여느 해 보다 비쌌다. 또 여기에 여느 해와는 달리 폭우까지 쏟아졌다.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은 돌아가신 지 수백년 만에 또 한번 수전을 치뤘다. 상황이 이런 상황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아침마당이라는 프로에 출연, 눈물을 흘리는 쇼를 했다. 비싼 추석 물가에 한번 울고, 물난리에 두번 울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서민에게는 애시당초 관심이 없었다.

4대강으로 사라진 경작지

요즘 채소값은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채소가 아니라 금채라고 부른다. 채소값이 이렇게 오른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날씨가 있다. 봄에는 이상저온 현상이 있었다. 또 여름에는 폭우와 폭염이 심했다. 따라서 채소값은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이 부분은 정권의 책임으로 보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다. 아무리 독재자라고 해도 날씨를 쥐락펴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소값이 오른 것은 날씨의 영향만은 아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4대강'이다. 일반적으로 가을 채소는 노지(露地)에서 경작하는 채소가 많다. 또 대표적 노지채소 경작지는 역시 하천 부지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밀어 붙이며 4대강 주변의 하천경작지를 갈아 엎었다. 여기에 이번 출하시기까지만 공사를 늦춰달라는 농민의 요청까지 묵살했다. 오로지 임기내 4대강 완수에만 매달렸다.

수확을 포기한 채소밭

▲ 16일 오후 부산광역시 사상구 낙동강 하구 삼락둔치에서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한 채소밭 부근에서 굴삭기가 땅을 파헤치고 있다. [출처: 시금치 없는 잡채 먹기는 또 처음이네요]

실제 4대강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낙동강 주변에 사는 분들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다음은 며칠 전 블로그에 실비단안개님이 달아준 댓글이다.

낙동강역과 삼랑진역 사이가 12공구 13공구 현장이었는데, 그곳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채소와 딸기밭이었답니다.

추석에 채소값이 엄청났습니다.
날씨탓도 있지만, 부분은 낙동강을 비롯 4대강 유역의 채소밭 등이 갈아 엎어졌기에 영향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이런 부분에 관심이 없지요.

블로그의 댓글이라 신뢰가 가지 않는다면 추석 채소값 대란, 장상환 교수는 4월에 예측했다라는 기사나 이상 기후 탓으로 묻힌 4대강 '물가 폭탄'라는 기사를 읽어 보기 바란다. 모두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장상환 교수의 주장을 담고 있는 글이다. 앞 기사의 중요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4월 장상환 교수는 4대강사업과 농촌피해 발표대회에서 하천둔지 경작지가 줄면 시설채소 재배면적이 20% 감소할 것이며, 이로인해 채소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세계적으로 식량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경지 축소는 옳지 않은 정책방행"이라고 지적하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4대강 사업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과 농업 피해에 대한 면밀한 조사 및 연구를 통해 4대강 사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추석 채소값 대란, 장상환 교수는 4월에 예측했다에서 발췌 요약]

즉, 올 추석의 채소값 대란은 4대강 공사로 하천경작지를 갈아 엎을 때부터 예측된 사실이라는 점이다. 또 가을 채소는 노지채소가 주를 이루며, 노지채소 경작지의 대부분이 하천경작지라는 점을 생각하면 추석 채소값 대란의 주원인은 4대강 공사로 갈아 엎은 경작지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북한과의 관계까지 악화되서 북한에서 수입하던 채소마저 수입하지 못했다.

즉, 올해 채소값의 폭등은 날씨, 4대강, 대북관계의 세박자가 만든 괴물이다. 그러나 가을 채소값 폭등은 4대강의 영향이 크며, 4대강과 대북관계는 분명히 이명박 정권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부분이다.

남은 이야기

우리나라 언론은 이런 사실은 보도하지 않는다. 이명박 부부 내외를 불러 아침부터 쇼는 해도 진실은 보도하지 않는다. 언론의 이런 작태는 비단 채소값에 국한되지 않는다. 광화문 앞 이순신 장군이 수백년만에 수전을 치뤘다. 그러나 역시 언론에서 문제의 원인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은 2007년 완료했어야 할 치수 계획을 무시했다. 그리고 이젠 치수가 아니라 이수라며 한강 르네상스에만 열을 올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6년 뒤 단 하나의 배수 펌프장도 건설하지 않았다(서울시자료). 그런데 주류 언론사 중 이런 오세훈 시장의 책임을 들고 나온 언론사는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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