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런웨이를 씹어먹은 80대 모델이 리복 광고에 등장했다]

얼마 전의 일이다. 질문많은 우영이가 또 다시 질문을 퍼붇고 있었다.

우영: 아빠!
도아: 왜?

우영: 장안동 할머니가 친할머니야?
도아: 응.

우영: 그럼. 대치동 할머니는 외할머니야?
도아: 응.

우영: 그럼. 내가 크면 아빠가 돼?
도아: 응.

우영: 그럼. 할아버지는?
도아: 아빠가 됐다가 조금 더 지나면 할아버지가 되지.

우영: 나. 할아버지 되기 싫어.
도아: 왜?

우영: 할아버지가 되면 아프잖아.

아버님은 암으로 투병하신지 9년, 하반신 마비로 거동을 못하신지 9개월만에 돌아 가셨다. 따라서 녀석이 사물을 어느 정도 인식할 때 할아버지는 항상 누워계셨고, 그래서 할아버지가 되면 아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종가집 종손이라 유난히 녀석을 아끼시던 아버님이 생각난다. 건강 관리도 잘하셨고 또 세상을 거짓없이 열심히 사셨는데 죽음이라는 열차는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는 모양이다.

건강한 할아버지의 모습보다는 아파 누워계신 할아버지를 보며 녀석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할아버지가 싫은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되는 것이 싫다"는 녀석을 보며, 녀석을 끔직히도 생각하던 아버님이 생각난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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