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소독차

장마철이 가까워져인지 아파트에 소독차가 왔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도 우리의 어린 시절처럼 소독차를 쫓아 다닌다. 시대는 달라져도 아이들은 마음은 똑 같은 것 같다.

요즘 서울에서도 이런 소독차가 다니는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이 소독차의 뒤를 쫓아 이동네에서 저동네로 뛰어다닌 기억이 있다. 소독차 한대가 지나가면 온 동네의 아이들이 소독차의 뒤를 쫓는다.

이 동네에서 저동네로 가면 그 동네 아이들까지 가세해서 소독차의 뒤는 온통 아이들로 북새통이된다.

자동차 보기도 힘들었던 시절.

온 동네는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유치원도 없고, 학원도 없다. 공부는 학교에서만 한다.

방과 후 골목 골목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한다. 딱지치기 열중인 녀석도 있고, 다방구를 하는 녀석. 여자 아이들의 고무줄 놀이를 함께 하는 녀석도 있다. 날카로운 칼로 고무줄을 끊고 다니는 녀석도 가끔 있다.

어느덧 해가 뉘엇뉘엇 저물면 여기 저기서 아이들을 찾는 소리가 골목 골목 퍼진다. 잠시 후 한산함에 지친 거리에 또 다시 한녀석 두녀석 나타난다.

공부하라는 부모의 성화에 못네 책을 편 녀석의 눈동자도 온통 동네 거리를 향하고, 쫑긋세운 귀로 나갈만한 핑계거리를 찾는다. 친구가 부르는 소리에 얼른 일어나보지만 무서운 부모님의 눈초리에 이내 희망은 사라진다.

호야...

암호다. 그냥 부르면 부모님께 걸리니까 나름대로 생각해낸 암호.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기어가는 목로리로 호야... 해본다.

그렇게 동네 골목길의 하루가 저문다.

여느 날처럼 동네 골목길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술래가 유리한 경우는 바로 이때다. 동네 어귀에서 향기 그윽한 소독약 냄새가 풍기며, 요란한 발통기 소리가 들린다.

소독차다!!!

누군가 외치면 너나 할 것없이 하던 것을 멈추고 소독차의 뒤를 쫓는다. 쫓다가 넘어진 녀석도 너무 빨리 뛰다 소독차에 부딪히는 녀석도 소독차가 이동네서 저동네로 또 다시 그 뒷동네로 갈 때까지 소독차를 따라 뛰어 간다.

소독차는 우리에게 가끔 오는 최고의 놀이였다.

가끔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공부보다는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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