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과 노무현

얼마 전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됐다. 마치 전혀 새로운 안인 것처럼 발표됐지만 그 핵심을 짚어 보면 세종시 "원안에서 행정부처 이전을 빼고 대신에 기업, 학교를 다수 내려보내는 것이 전부"다. 즉,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을 다음 하나의 그림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원안에 비해 과학, 연구 단지, 대학, 기업을 더 많이 내려 보내는 것에 불과하다. 작년 말 삼성 이건희 회장의 단독특별사면 역시 이 수정안에 삼성을 포함시키기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세종시 수정안과 노무현

얼마 전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됐다. 마치 전혀 새로운 안인 것처럼 발표됐지만 그 핵심을 짚어 보면 세종시 원안에서 행정부처 이전을 빼고 대신에 기업, 학교를 다수 내려보내는 것이 전부다. 즉,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을 다음 하나의 그림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원안에 비해 과학, 연구 단지, 대학, 기업을 더 많이 내려 보내는 것에 불과하다. 작년 말 삼성 이건희 회장의 단독특별사면 역시 이 수정안에 삼성을 포함시키기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

행정부처를 이전하는 대신에 재벌에게 조성 원가의 5분의 1도 안되는 금액으로 토지를 제공해서 10년내 자족도시를 만들겠다는 안이다.

자족기능

세종시 문제를 지적할 때 항상 등장하는 문제는 도시의 자족기능이다. 세종시 역시 자족기능을 갖추도록 설계되어 있다. 단순히 자족기능 뿐 아니라 세종시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이 세종시로 돌와 살 수 있는 방안까지 마련되어 있다. 다만 세종시의 자족기능은 단순히 몇년안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세종시는 기본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설계된 도시다.

세종시가 전국에 깔린 혁신도시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지역이 균형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세종시는 자연적으로 자족기능을 갖추어 가는 형태다. 따라서 세종시의 자족기능은 몇년만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과 함께 자족기능을 갖추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종시의 자족기능 확보는 한세대(30년)가 걸린다. 그런데 이것을 몇년만에 자족기능을 갖추겠다고 억지로 만든 안이 현재의 수정안이다.

이 '수정안에는 재벌에게 갖은 특혜를 준다는 내용외에 아무 것도 없다'. 원주민도 살 수있겠다고 하지만 원주민에 대한 대책은 이미 세종시 원안에 가지고 있는 내용이다. 또 농지를 잃은 원주민이 세종시 청사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이미 민간회사 두개까지 설립된 상태다. 다만 문제는 현재의 세종시 수정안은 조성원가 227만원의 토지를 재벌에게 36~40만원에 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정작 원주민에게 가야할 개발 이익 대부분이 재벌에게 간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시장 시절 청계천 상인들에게 같은 약속을 했다. 가든파이브를 만들면 청계천 상인에게 원가에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계천 상인 중 상당수는 가든파이브의 입주를 포기했다. 분양가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재벌에게 원가 이하에 공급한 것도 아니지만 청계천 상인들이 입주하기에 너무 비싼 분양가 였다. 그런데 조성원가 227만원의 5분의 1도 안되는 가격에 재벌에게 토지를 공급하면 그 손해는 누가 볼까? 굳이 묻지 않아도 뻔한 이야기이다.

공간제약

얼마 전 MBC 100분 토론에서는 이 수정안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기존의 세종시 문제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세종시의 자족기능과 공간제약이다. 따라서 100분 토론에 나온 국무총리 실장 권태신은

제가 안보장관회의 멤버입니다. 작년에 북한에서 핵실험했을때, 미사일 쐈을때,서해교전 일어났을때, 30분만에 청와대 벙커회의를 가야 합니다. 제가 150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으면 무슨 수로 청와대로 갑니까?

라며 공간제약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묻고 싶다. 과연 세종시 원안을 읽어나 보고 이야기한 것인지?

행정부처가 분리되면 각 지역의 공무원들이 일 하나 처리하기 위해 세종시에서 서울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같은 문제를 한명숙 구하기 블로거 간담회에서 참여정부 총리를 지낸 이해찬 전총리께 물어봤다. 이해찬 전총리의 답은 하나였다.

짜식들, 이지원을 쓸줄 몰라서 그래

이지원을 이용하면 "종이가 필요없다"고 한다. 실제 이해찬 전총리 역시 총리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일주일에 한번씩 봤다"고 한다. 이지원을 이용하면 "부처간 보고가 필요 없을 정도로 모든 작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어떤 부서에서 어떤 업무을 얼만큼 처리했는지 부터 각부처에서 올라오는 각종 보고서까지 앉은 자리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또 회의를 하고 싶다면 굳이 방문하지 않고 "화상회의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서로 얼굴을 맞대고 회의 할 일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치자. 그러면 30분만에 회의를 하던 아니면 며칠 뒤에 회의를 하던 달라질 것이 있을까?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쌀사시유', '라멘사시유'라고 떠든다고 달라질 것이 있을까? 이미 벌어진 일이다. 그 벌어진 일에 호들갑을 떨기 보다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수 없도록 우리의 전쟁 억제력을 차분히 증가 시키는 것이 답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행정부처에는 국방에 관련된 부처는 포함되지 않는다'[1]. 즉, 사정이 긴박해서 바로 대책회의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아무런 공간제약없이 국방에 관련된 부처와 대통령이 함께 대책회의를 하면 된다. 나머지 부처는 국민을 위해 제할일을 하면 된다. 이 것이 별것도 아닌 일에 온 부처가 호들갑을 떠는 것 보다 낫다.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이 세종시 원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증거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해찬 전총리에 따르면 "세종시에는 헬기장이 건설된다"고 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대통령이나 행정부처 직원이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것이다. 세종시에서 헬기를 타고 서울로 오거나 서울에서 세종시로 가는 시간은 고작 30분에 불과하다. 즉, 서울에서 과천종합청사[2]를 가는 시간의 절반도 걸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과연 공간이 문제가 될까?

노무현 대통령의 세종시 유언

오늘 트위터에서 놀라운 글을 발견했다. 바로 노무현은 예언자? 국토균형발전 주장 동영상 화제라는 기사다. 독설님이 RT한 트윗에 포함된 기사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 혁신도시 기공식에 참석해서 한 연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용을 들어 보면 무서울 정도로 섬뜻하며 정확하다. '지역균형발전의 대못을 국민들의 가슴에 박는다'는 대목을 보면 세종시의 운명을 예감한 유언처럼 들린다.

노무현 대통령의 세종시 유언
mms://vod.president.go.kr/cwd/cwd/070912_11_01_1348_500.wmv

독설님의 트윗에도 다음 동영상이 링크되어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서 청와대에서 해당 동영상을 찾았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있던 지역균형발전위원회도 접속할 수 없었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자료는 모두 서버 오류로 접근할 수 없었다. 이 동영상은 검색을 통해 찾은 것이다.

흔히 한나라당에서는 세종시를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용 멘트라고 주장한다. 물론 선거용 멘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똑 같은 선거용 멘트라고 해도 이명박 멘트와는 격이 다르다. 이명박은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한 멘트였다. 그러나 이 연설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 멘트는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뚜렸한 소신이었다. 다만 이 소신이 선거에서 표로 연결된 것 뿐이다.

제주도 혁신도시 기공사 중

보통 저의 연설은 5분이나 7분입니다. 할 말이 많으면 10분입니다. 오늘은 아마 20분쯤 했을 것입니다. 왜 이렇게 길게 말씀 드렸는가 하면요. 균형발전 정책은 앞으로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멈추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또 더 심하면 되돌아 갈 수도 있습니다.

수도권은 막강한 인구와, 인재와 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동안에는 균형발전 정책을 진행을 막지 못했습니다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앞으로는 잘 알 수 없습니다.

균형발전 정책은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이 몇가지 정책에만 있는 것이(아니라) 모든 정책에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지금은 정부에서 정책하나 만들 때, 법하나 만들 때, 심의하나 만들 때 모두 균형발전 영향평가라는 것을 거칩니다. 그래서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의 방향을 돌립니다. 그래서 대체로 정부에서 하는 사업은 훨씬 더 조건이 불리하더라도 지방으로 배치될 수밖에 없도록 그렇게 정책을 유지·운영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대단히 가지 수가 많고 복잡합니다. 잠시 한눈 팔아버리면 그냥 지나가 버리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혁신 도시 기공이라는 것도 다소 서두른 감이 있습니다. 좀 더 천천히 완전히 보상 끝나고 천천히 갈수도 있는데 왜 서두르냐? 저는 제 임기 안에 첫 삽을 뜨고 말뚝을 박고 대못을 박아 버리고 싶은 것이죠. 땅에 대못을 박는 것이 아니라 국민 여러분들의 가슴속에 이 균형발전정책이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하는 확신과 애정을 심어주어야만이 이 정책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합 부동산세가 신설됐습니다. 작년에 1조 6천억원 정도 거두었고, 올해는 3조원이상 거두게 될 것입니다. 서울은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한 종합부동산세의 26%를 되돌려 받습니다. 나머지 지방은 자기들이 납부한 종합부동산세의 3.2배를 나누어 받습니다. 종합 부동산세는 부동산 안정을 위해서 만든 세금이지만 그 세금의 배분과정에서 균형발전 정책이 그 안에 들어갔고 그래서 지방이 엄청난 혜택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성공의 관건은 지방의 역량, 그리고 균형발전정책을 지켜내는 일

이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지방세로 바꿔 버리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르지요. 언론도 모르고, 국민도 모르고... 그냥 넘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요 근래와서 다시 저희가 정부에서 강력하게 항의하고 지적하니까 다시 정책을 바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내신 반영 비율이라는것이 있습니다. 교육정책이 인구이동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내신반영 비율을 낮추면 공교육이 죽는 것이죠. 지방고등학교가 죽는 것이지요. 모두들 특목고로 가야 하는 것이죠. 당연히 특모고는 서울에 있지요.

그러나 여론조사를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대학 본고사를 부활해야 된다고 합니다. 대학 본고사를 부활하게 됐을 때 지방의 고등학교들이 어떻게 될 것이며 지방도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별생각에 없이 지방민들도 다 거기에 찬성을 하고 있는 것이죠.

연설을 길게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균형발전정책 이제 제가 이상 더 지킬 수가 없습니다. 이 앞에 앉아있는 중앙정부 장관들 열심히 균형발전 정책하고 있는 성경륭 위원장, 행자부장관, 건교부 장관 다 열심히 하지만 임기 얼마 안 남아있어요. 이제 국민여러분들이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정책을 꼭 지키겠다고 마음먹으면 지킬 수 있습니다. 이제 지역만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혁신협의회가 아니라 균형발전을 추진하는 시민조직이 만들어 지고 제2단계 균형발전 정책의 입법에 추진력을, 힘을 실어주시고 균형발전 정책이 어디 어디에 꼭꼭 숨어있는지를 전부 발굴하고 공부하고 연구해서 그 정책을 하나하나 지켜나가는 지방의 시민조직, 내지 지방의 지도자 조직들이 구성돼야 됩니다.

저는 여야가 갈라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든 야든 각기 자기 정당 안에 제주에서(?) 같이 협의하시고 같이 협력하고 연구하고 토론하고 각기 자기 정당 안에서 이 균형발전 정책을 훼손시키지 못하도록 지키는 것은 여러분들의 몫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원고만 해도 20분인데 또 원고에 없는 것 까지 달아서 말씀 드렸으니까 여러분 많이 지루하셨을 것입니다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께서 지금까지 많이 애써주시고 협력해 오셨듯이 조금 더 노력하시면 우리가 지방도, 지방도 잘 살 수 있는 시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방 사람도 서울사람 만큼 그 이상으로 대우받으면서 그렇게 살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이 얼마 안 되지만 있는 동안 하여튼 우리가 흔히 말하듯이 대못질해야 되는 것 있지요. 못질 해야 되는 대목 대목마다 빠트리지 않고 단단히 정책이 흔들리지 않게 굳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출처: 노무현, 마무리 못하고 연설을 길게하는 까닭은? 서귀포발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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