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과연 소통일까? by 도아
연인과 댓글
인터넷에서 구한 짤이다. 모든 직장인들이 공감한다는 일러스트다.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작가 히노 에이타로, 일러스트 양경수)에 등장하는 표지 일러스트다. 댓글도 이 일러스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포털 사용자들이 제목만 읽고 다는 댓글은 소통이 아니라 싸지르기라고 생각한다.
댓글과 소통
내가 처음 아라님을 알게 된 것은 트랙백을 통해서였다. 내 블로그에 달린 트랙백을 보고 방문한 블로그가 아라님의 블로그였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아라님의 블로그는 댓글을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처음 블로그를 방문했을 때 든 생각은 '뭐 이런 놈이 다 있어?'[1]였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나 역시 당시에는 댓글이 소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소통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먼저 '댓글이 과연 소통일까?'하는 댓글 소통론에 대한 의문이다. 내 블로그에도 가끔 악플이 달린다. 이렇게 악플을 다는 사람의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악플을 다는 악플러(누리개)의 거의 90%는 네이버를 통해 접속한다. 9%는 다음, 1%가 다른 소스다. 두번째 공통점은 모두 Internet Explorer 6을 사용한다. 'Internet Explorer 6'을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가 누리개는 아니지만 누리개는 거의 99% Internet Explorer 6을 사용한다.
얼마 전 네이버에서 티맥스 주가라는 키워드로 블로그에 접속한 누리개가 하나 있다. 처음부터 반말을 찍찍하며 헛소리를 해서 차단 통보를 한 뒤 차단했다. 그러자 이 누리개는 하루가 멀다하고 아주 찌질한 글을 계속 남긴다. '티맥스'에서 운영체제를 발표한다고 '주가'를 찾는 것을 보면 초딩은 아닌 것 같은데 글 쓰는 수준은 '초딩' 이상으로 보기는 힘들다.
그래서 예전부터 생각한 누리개 추적 플러그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누리개를 필터링했다.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가관이다. 차단되자 먼저 IP를 바꾼다. 역시 차단되자 다시 이름을 바꾼다. 그래도 차단되자 이번에는 IP와 이름을 함께 바꿨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누리개는 IT를 이용할 줄은 알아도 IT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런 삽질을 한다.
다만 IP가 재미있다. 하나는 경희대 수원 캠퍼스 넷스팟 IP이고 나머지는 국내 IP가 아니다. 또 이런 IP 여러 개를 사용하고 있지만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KT에서 망관리에 관련된 업무는 하는 아주 찌질한 직딩으로 보인다. [출처: [텀블 - 네이버에서 온 누리개]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누리개는 대부분 '포털의 댓글 문화' - 싸지르고 사라지는 댓글 문화 - 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IT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IT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Internet Explorer 6과 ActiveX의 문제점은 알고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포털은 악플러의 산지다'. 하나의 아이디만 있으면 모든 언론사 기사에 댓글을 달 수 있다. 여기에 문맹에 가까운 한글 이해도로 하이에나가 먹이를 찾아 헤메듯 악플을 달고 다닌다. 오로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슬렁 슬렁 글을 읽는 습관이 몸에 밴 탓이다. 따라서 댓글을 다는 사람 중 읽고 이해한 뒤 댓글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알약은 이스트 소프트에서 만들지 않았다!!!라는 글은 알약을 추천하는 글[2]이다. 이 글은 기본적으로 미괄식을 사용하고 있다. 즉, 이스트소프트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먼저 쓰고, 이런 이스트소프트에서 만든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만든 회사는 비전파워이기 때문에 적당한 백신이 없는 사람은 알약을 써도 괜찮다는 글이다. 그러나 댓글을 읽어 보면 알 수 있지만이 글을 알약에 대한 추천 글로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이 글이 두괄식이 아니라 미괄식이기 때문이다.
포털에서 유입된 사용자의 공통점은 글을 읽지 않고 댓글을 단다. 이 것이 포털의 댓글 문화다. 또 설사 글을 읽는다고 해도 본문을 다 읽고 글을 쓰는 때도 거의 없다. 오히려 '내가 왜 다 읽고 댓글을 달아야 하느냐'는 황당한 누리개까지 있다. 따라서 악플이 많으면 포털에 노출된 글이라는 것을 쉽게 안다. 그만큼 포털 사용자의 악플은 심하다. 내가 네이버를 국내 누리개의 최대 산지로 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면 과연 글도 읽지 않고 올라오는 댓글로 소통하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나라에서 댓글, 특히 포털 뉴스 기사의 댓글은 배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여기에 '소통'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몰상식한 일이다. 외국 유명 뉴스 사이트 중 기사의 댓글에 어떤 거름도 없이 익명 댓글을 허용하는 예를 나는 알지 못한다.
'텀블'과 DISQUS 그리고 소통의 참 의미
처음 텀블을 처음 시작할 때 나도 DISQUS를 달았다. 나도 댓글이 소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DISQUS'를 단 그날 다시 없앴다. 댓글이 과연 소통일까?라는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진짜 소통의 의미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DISQUS를 달고 난 뒤 텀블의 글을 확인하던 중 조금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바로 댓글 창도 없는 텀블에 댓글이 달려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댓글을 달 수 있을까 싶어서 알아 보니 텀블의 기능 중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하는 reblog를 이용하면 자동으로 댓글이 달리는 것이었다. 즉, 텀블(Tumblr)에서 댓글을 달려고 하면 상대방 텀블에 댓글을 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글을 내 텀블로 가져온 뒤 글을 올려야 댓글로 달린다(reblog).
이렇게 하면 몇가지 잇점이 있다. 먼저 니 블로그 더러워지지 내 블로그 더러워지냐며 악플을 다는 사람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읽고 생각한 뒤 댓글을 달 수 있게 된다'.
포털 사용자들이 다는 댓글은 댓글이 아니라 싸지르기이다. 여기 저기 많이 싸지르고 다닌 사람은 어디에 싸질렀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제목만 보고 댓글을 달 수 있다. 만약 텀블처럼 reblog로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한다면 이렇게 싸지르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댓글을 달려고 하면 일단 댓글을 달려고 하는 글을 내 블로그에 가져온 뒤 댓글을 내 블로그에 글을 올려야 한다[3]. 따라서 한번 더 읽고 한번 더 생각하고 글을 올릴 수 밖에 없다.
내가 '텀블'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텀블의 이런 점이 생각을 글로 옮기기 쉽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른 누군가가 내글을 'reblog'해서 평하면 블로그에 달린 댓글과는 달리 나 역시 천천히 주의깊게 읽는다. 그리고 reblog로 다시 반론을 올릴 것인지 아니면 말것인지를 결정한다. 내가 좋아하는 텀블의 철학 중 하나는 바로 'reblog를 통한 소통'이다. 적어도 이 방법이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용되는 댓글 보다는 더 나은 소통법이라고 생각한다.
'텀블'에는 댓글 기능이 없다. 트랙백도 없다. 물음표를 붙이면 'Let people answer thie'라는 선택 상자가 나타나며 선택하면 간단한 댓글을 달 수 있는 창이 만들어진다. 즉, 텀블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댓글 시스템이 이미 구축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DISQUS와 같은 댓글 기능이나 트랙백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바로 '소통의 참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이야기
최근에 상당히 여러 분으로 부터 이어 글쓰기(이하 잇글) 참여를 요청받았다. 의리님께 소원을 말해봐라는 잇글 요청을 받았고 옥토님께 편견타파 릴레이를 받았다. 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요유님께도 소원을 말해봐라는 잇글을 받았다. 원래 모두 답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세분의 잇글은 받을 마음은 있었지만 정작 글은 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 Kael H.로 부터 다시 인터넷과 소통이라는 주제의 잇글을 받았다. 그런데 이 잇글은 특이하게 정해진 주제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글을 올린 뒤 잇글을 받을 사람의 성향에 맞게 주제를 정해 주고 그 글을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내게 주어진 주제는 인터넷과 소통이었다. 이미 예전부터 소통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었다. 또 이미 텀블에 이 주제에 대해 네개의 글을 올린적이 있기 때문에 쉽게 이 잇글을 쓸 수 있었다.
내 텀블에 올린 소통에 대한 글
보통 잇글은 잇글을 받은 사람이 다음 주자를 선정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잇글을 행운의 편지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즉,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글 쓸 하나의 주제를 얻은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행운의 편지'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나는 잇글의 대상을 따로 정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다음 주제에 관심이 있는 분은 관련 글을 쓰고 글을 걸어주면 되는 것으로 잇글을 이어가는 것으로 하겠다. 또 이 주제에 대해 이미 쓴 글이 있다면 그 글을 거는 것으로도 이 잇글에 참여하는 것으로 하겠다.
- 내가 보는 미디어법
- 내 최고의 프로그램
- 나에게 블로그는 XX다
- 다음 대통령에게 바란다
- 정치인 XXX, 이래서 나는 그가 좋다
- 내 인생의 책
- 감정의 솔직한 표현일 뿐 실제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을 본 아라님은 웃겠지만 딴지거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추가한다. ↩
- 당시에는 알약을 추천했지만 이스트소프트에서 비전파워의 개발인력을 흡수한 뒤 나온 알약은 추천하지 않는다. 개발자가 같아도 개발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
- 펌에 대한 부분은 논외로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