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법 판사회의가 있었다. 그리고 정치판사 신영철 대법관이 재판의 독립을 침해했다고 만장일치로 동의해다. 상식이 있는 나라라면 애시당초 벌어질 수 없는 일이지만 이미 몰상식상식이 되어 버린 나라이니 이런 '정치판사'까지 나오는 듯하다. 고법 판사회의의 분위기는 신영철 대법관의 행위는 '위법'이며 '사퇴'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또 직접적으로 사퇴를 촉구하지 않았지만 "사법부 신뢰회복을 위해 신 대법관의 용기와 희생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촛불재판 개입으로 청치판사로 알려진 신영철 대법관이지만 신영철 대법관은 나름대로 소신있는 재판을 한 판사였다.

조계종 사태시에는 종교관련 재판이라는 부담에서도 소신있는 판결로 사태를 해결했으며, 조직폭력배에 대해 가차없는 무거운 형량을 구형, 악명 높은 판사로 불리기도 했다. 또 서울고법 부장 판사 시절에는 한총련 활동에 대해 상당히 관용적인 판결을 내렸고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바 있다. 대법관 1순위였지만 항상 최종 임명에서 탈락 세번의 고배를 마셨다[출처:신영철 대법관 사태 요약 정리].

그러나 신영철 대법관이 살아온 이력은 지금 시점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신용철 대법관은 촛불재판에 관여함으로서 법관으로 지켜야할 가장 숭고한 가치인 '사법부 독립'을 스스로 훼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촛불시위 과정에서 휴교 문자 메시지를 보낸 혐으로 기소됐다가 1, 2심에 무죄선고를 받은 장모씨는 재판 기피 신청을 냈다. 촛불시위 관련 재판에 개입한 신영철 대법관에게 재판을 받을 수 없으니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한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재판 기피 신청을 받았을 때 신영철 대법관은 사퇴했어야 한다. 재판 기피신청법관의 권위, 법관의 공정성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의사 표현이기 때문이다. 평생 법관으로 산 신영철 대법관에게 이보다 더한 수치는 없다. 적어도 그가 "법관은 존경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사퇴했어야 옳다.

그러나 신영철 대법관은 판사들의 사퇴요구가 불거지고 촛불재판 개입이 사법파동으로 이어질 상황이지만 아직도 용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정치법관이 된 이유는 바로 대법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신영철 대법관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다. '포기'다. 물론 포기하는데도 용기는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법관 이력에 더 이상 오점을 찍고 싶지 않다면 대법관 직을 포기하는 것이 최선이다.

얼마 전 신영철 대법관은 친박연대의 서청원 대표를 비롯한 세명에 대해 국회의원 상실에 해당하는 실형을 선고했다. 친박연대의 문제는 이전부터 불거진 것이며 양형 역시 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 부분은 정치판사로서 정치적인 결정을 했다기 보다는 올바른 판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재판을 신영철 판사가 했다는 이유로 친박연대측에서는 정치적인 결정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촛불로 무너진 공정성은 이제 더 이상 찾을래야 찾을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 가시자 이제 시선은 노무현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그 와중에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났다. 5명의 대법관(박시환ㆍ이홍훈ㆍ김능환ㆍ전수안ㆍ김영란)이 배임으로 판결했고 6명의 대법관(김지형ㆍ박일환ㆍ차한성ㆍ양창수ㆍ양승대ㆍ신영철)이 배임이 아닌 것으로 판결했다.

대법관으로서 아주 모욕적인 일이겠지만 이제 사퇴한 뒤 '먹고 살 걱정'까지 덜었으니 사법부의 권위를 위해 이제는 포기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알림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 가시기 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뒤 경황이 없어서 올리지 못하다가 관련된 정보를 조금 더 추가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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