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충원의 공식입장

며칠 전에 국립서울현충원에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이 사진전시관에서 빠진 이유가 공식입장으로 올라왔다. 노무현을 지운 현충원의 어이없는 답변라는 글에서 이미 설명했지만 국립서울현충원의 공식입장에는 아예 어이가 없다. 여러 가지 볼 것도 없이 다음 문장 하나면 명색이 국립서울현충원이 어떤 생각으로 운영되는 곳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사진: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49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헌화한 뒤 분향하는 노무현 대통령. 사진 출처>

며칠 전에 국립서울현충원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이 사진전시관에서 빠진 이유가 공식입장으로 올라왔다. 노무현을 지운 현충원의 어이없는 답변라는 글에서 이미 설명했지만 국립서울현충원의 공식입장에는 아예 어이가 없다. 여러 가지 볼 것도 없이 다음 문장 하나면 명색이 국립서울현충원이 어떤 생각으로 운영되는 곳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국립서울현충원 사진전시관에 대한 고객님의 의견에 우선 감사드립니다.

현충원을 방문하는 사람은 고객이 아니다. 또 현충원은 고객에게 입장료를 받고 동물을 구경 시켜주는 동물원이 아니다. 현충원(顯忠院)에 사용된 한자 - 나타날 현(顯), 충성 충(忠), 집 원(院)자 - 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에 대한) 충성을 드러내는 곳이며, (국가에 대한) 충성을 드러낸 사람이 묻힌 곳이다. 그런데 홈페이지 관리자는 이런 '현충원을 동물원 취급'을 한다[1]. 그래서 돈을 받고 순국영령을 구경 시키는 곳으로 이해하고 있다.

네티즌의 비난이 거세기 때문인지 몰라도 국립서울현충원은 공식입장을 올린 다음 날 국립서울현충원 사진전시관 관련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기본적으로 네티즌이 원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이 왜 빠졌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국립서울현충원에는 이런 네티즌의 요구에는 이명박 정부처럼 '딴청피기'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공지에 급조한 듯한 사진한장을 달랑 올려놨다.

사진전시관을 조정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식 연설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참여정부의 ‘통일을 향한 노력의 발자취’를 추가하여 붙임과 같이 전시하였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사례가 일어나지 않도록 전시관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지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빠진 이유는 설명할 생각도 없고 또 이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해 반성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더 재미있는 것은 국립서울현충원측의 반응이다. 지난 16일 한 네티즌이 화가나서 국립서울현충원에 항의 전화를 하니 국립서울현충원의 여직원이 "노무현씨건"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내가 직접 전화한 것은 아니고 국립서울현충원의 참여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이라 사실과 조금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국립서울현충원의 공지를 보면 그럴 개연성은 충분히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네티즌이 항의차 현충원에 전화해서 노무현대통령 얘기를 꺼내니까
전화받는 여직원이 대뜸 하는 말이 노무현씨건 말이죠라고 했다던데
당신네들 정말 정신이 있는 사람입니까? 출처 - 그리고 전화받은 여직원이 노무현씨라 했다던데...

먼저 지난 16일 네티즌이 올린 글은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삭제했는지 아니면 올린 사람이 스스로 삭제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현재 원본 게시판은 찾을 수 없었다. 위의 글은 다행이 다른 네티즌이 글을 읽고 올린 글이다. 다만 쿠키뉴스의 기사에 따르면 국립서울현충원도 이 문제에 대해은 억울해 하고 있다고 한다.

현충원측은 사진전시관 운영에 소홀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사진이 부착된 통일정책 관련 코너는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제작된 것으로 노 전 대통령 사진이 실릴 수가 없었고, 이명박 대통령 사진이 실린 곳은 현 정권을 소개하는 코너라 이 대통령 사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현충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추진된 사진전시관 리모델링 계획이 연기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이 실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적어도 3개월 안에 리모델링이 추진되면 다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공식입장을 이렇게 설명했다면 많은 네티즌이 국립서울현충원에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1년 반동안 준비하지 못한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을 네티즌의 원성이 자자하자 단 하루만에 올린 것을 보면 시간이 없어서 못올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누군가의 지시로 안올린 것은 아니라고 해도 노무현 대통령을 예우할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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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명박 정권이 고객의 항의에 대응하는 방법이 '고객님, 사랑해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