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淫談悖說)이라는 단어는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다.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유행하던 은어는 영문 이니셜을 한글로 대치해 의미를 부여했다. 예를들면 이렇다.

IBM: 이미 베린 몸
EDPS: 음담패설

지금이야 컴퓨터에 관한한 누구에게도 뒤지지않을 자신이 있지만 대학교 새내기였던 나는 EDPS라는 말을 오로지 음담패설의 약어로만 알고 있었다. 하루는 응용 통계확과에 다니는 친구집(중화동)을 방문했다. 이 친구의 집에서 EDPS 강좌라고 되어 있는 전단지를 보게되었다.

'야... 음담패설도 강좌를 다하네'

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목차를 확인했다.

Keyword: 아... 음담패설을 모두 기억하기 힘드니까 중심어를 알려주고 이걸로 쉽게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것인가 보다
Data Processing: 아니 단순히 가르쳐 주는게 아니라 내용을 가지고 응용하는 방법도 알려 주나보네...

이런식으로 대부분의 목차를 이해했다. 그러고는 음담패설을 강의하는 놈이 이런걸 들으려고 전단지를 가지고 오는 놈이나 이해가 되질 않아

야. 요즘은 EDPS도 강좌를 하니?

그러자 친구놈이 외계인을 처다보듯 처다보면서 얘기했다.

야. 임마. 전산계열은 다 하잖아

음담패설이 전산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서

음담패설과 전산이 무슨 관련이 있어?

하고 되 물었다. 그러자 상황을 파악한 친구놈이

Electronic Data Processing System. 데이타를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니 컴퓨터지... 이 무식한 놈아...

졸지에 무식한 놈이 되어 버렸다. 벌써 20년이 지난 이야기이다. 난 그렇게 무식한 대학 새내기 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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