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뼈솟까지 공돌이이다. 12살 때 인두를 처음 잡았다. 500원짜리 전기인두를 처음 잡았을 때 희열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아버님에 내게 준 첫 선물이었고 내가 공학을 전공하게 끔 만든 내 인생의 이정표 같은 선물이 바로 전기인두다. 12살 이후로 나는 다른 것은 생각해 본적이 없다. 오로지 공학 하나만 생각했고 그래서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침묵을 노래하는 새는 천년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모 유명 만화작가의 도굴꾼에 대한 만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평생 공학만을 알던 나는 이 단 한문장을 통해 역사에 관심을 갖게된다. 학창시절 내 관심은 그래서 공학과 역사였다. 나중에 다른 글로 올리겠지만 엔지니어는 기술자와 다르다. 똑 같은 현상에 대해 똑 같은 처방을 내리지만 기술자는 "이렇게 하면 그렇게 된다"는 것만 알 뿐 "왜 그렇게 되는지"는 모른다. 반면에 엔지니어라면 당연히 "이렇게 하면 그렇게 된다"는 것과 "왜 그렇게 되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공학이라는 학문은 기본적으로 기술에 과학이 접목된 학문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또 다른 모습은 바로 철학이다. '왜?'라는 물음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철학과 과학이 나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공학을 하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진 것이 바로 철학이었다. 원래 책이라고 하면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1년에 300권에 달하는 독서량은 독서광이라고 해도 부족했었다. 이렇다 보니 공학을 전공하지만 공학 이외의 것에도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내 주변의 공학도와 이야기해보면 대부분의 공학도는 공학 이외의 것에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남자라면 서너번은 읽어 봤을 거라는 삼국지도 한번 읽어 보지 않은 사람이 많다. 공학도의 이런 특성 때문에 공학도라는 이름 보다는 '공돌이'라는 말을 더 흔하게 한다. IT도 비슷하다. 또 이런 IT 블로거를 찾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런 성향이다. 따라서 IT 블로거는 글이 조금만 좋으면(사실 좋을 필요도 없다. 빠르기만 해도 된다) 수많은 구독자가 모인다.

그러나 이런 IT 블로거가 정치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그 이유는 독자층의 취향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공학을 전공한 사람은 세상의 작은 소리에는 별 관심이 없다. 또 복잡한 정치 이야기도 원하지 않는다. 얼리어댑터블로그면 얼리어댑터 다운 제품 리뷰만 원한다. 따라서 IT 블로거가 정치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독자를 내쫒는 것과 같은 행위가 된다.


두개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정치색을 드러낸 글에는 꼭 험담이 달린다. 아울러 다른 사이트에 가서 차단해 줄것을 요구한다. 다음 Lens에 내 블로그가 어떻게 등록된 것인지는 나도 알 수 없지만 최근에 올린 글 때문인지 필터링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또 "정치색을 내 보였을 뿐 너무 강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받아드리는 사람들은 '너무 강한 정치색'으로 받아드린다. 물론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세상사에는 관심이 없고 나만 중요하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그래서 나는 공돌이인 내가 싫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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