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정보통신 사용자 포럼 세미나 by 도아
정보통신 사용자 포럼
얼마 전 정부 산하기관인 정보통신 사용자 포럼의 세미나에 패널 참석 요청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는 단체였지만 다루는 주제가 마음에 들어 참석했다. 정보통신 사용자 포럼 세미나에서 이번에 다루고 있는 주제는 "인터넷 오용과 역기능의 방지 및 피해 구제방안 모색"이었다. 아울러 내가 패널로 다룰 분야는 악플이었다. 정부 단체와는 그리 친한 입장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 악플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최진실씨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이른바 "최진실법"까지 들고 나온 상황이라 내 생각을 따로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했다.
정보통신 사용자 포럼
얼마 전 정부 산하기관인 정보통신 사용자 포럼의 세미나에 패널 참석 요청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는 단체였지만 다루는 주제가 마음에 들어 참석했다. 정보통신 사용자 포럼 세미나에서 이번에 다루고 있는 주제는 "인터넷 오용과 역기능의 방지 및 피해 구제방안 모색"이었다. 아울러 내가 패널로 다룰 분야는 악플이었다. 정부 단체와는 그리 친한 입장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 악플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최진실씨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이른바 "최진실법"까지 들고 나온 상황이라 내 생각을 따로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했다.
이 세미나는 건국대 김우봉 교수를 좌장으로 방통위 나현준 팀장님, 건국대 문종범 교수님, 경인교대 임상수 교수님, 한국소비자원 박경희 팀장님, 한국정보문화 진흥원 한상필 팀장님, 한국인터넷 진흥원 강안구 팀장님, 한국정보보호 진흥원 정연수 팀장님을 패널로 모시고 지난 11월 21일에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일단 패널 명단을 받고 느낀점은 일개 블로거가 참석할 자리는 아닌 듯 싶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세미나는 오후 6시까지 4시간 동안 거의 휴식없이 진행됐다.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현 ITUF 이사장)님의 인사, ITUF 박영일 회장님의 축사, 패널 발표와 자유 발제로 이어졌다. 양승택 전장관님의 이야기 중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2050년 국민소득'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국의 조사를 근간으로 2050년 각국의 국민소득을 예측한 자료였는데 2050년에는 미국의 국민소득은 9만불로 1위, 한국도 9만불로 2위, 일본은 6만불로 4위라며 한국이 2위인 이유는 정보 강국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였다. 나중에 다시 자료를 찾아봐야 할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사회가 농업 사회, 산업 사회, 정보 사회, 고도화 정보사회로 진행된다는 것과 우리나라의 IT 인프라를 생각하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이야기였다.
전임 장관과 회장님의 인사로 시작되고 1회 세미나는 국회에서 했고 2회 세미나 역시 국회에서 하려고 했지만 국회는 요즘 워낙 차량이 붐벼서 프레스센터에서 세미나를 한다고 한다. 따라서 일반인은 참석조차하기 힘든 세미나였다. 물론 방청은 신청만 하면 할 수 있다. 아무튼 세미나는 전직 장관님의 인사와 ITUF 박영일 회장님의축사에 이어 각 패널의 발표로 이어졌다.
인터넷 실명제와 본인 확인제
먼저 방통위 나현준 팀장님이 인터넷 역기능 예방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30분 정도 발표했다. 방통위의 입법 활동에 관한 내용이라 큰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그러나 일반인의 상식과 다른 점이 한가지 있어서 이자리를 빌어 소개한다.
구분 | 인터넷 실명제 | 본인 확인제 |
---|---|---|
정의 |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의 실명확인 및 실명이용을 의무화하는 제도 | 게시판 운영자가 이용자의 본인확인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로서, 1회 본인확인 후 ID나 별명 사용 가능(2007년 7월 시행) |
적용범위 |
* 게시판 및 댓글 서비스 * 적용 범위는 정책 시행시 결정할 사항 |
* 게시판 및 댓글 서비스 * 일일평균 이용자수 30만명 이상의 포털 및 UCC, 20만명 이상의 인터넷 언론 * 2008년 사업자 현황 37개(포털 - 16, 인터넷 언론 - 15, UCC - 6) |
노출정보 | 실명 | ID 또는 별명 |
근거법 |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 44조의 5 |
표에서 알 수 있지만 현재 10만명까지 확대한다는 제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인터넷 실명제가 아니라 본인 확인제라는 점이다. 아울러 인터넷 실명제는 현재 계획하고 있는 부분이 없으면 인터넷 실명제를 실행하기 전에는 사회적인 합의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실명제나 확인제 모두 악플을 줄이는 데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네이버에서는 게시물 중단 절차가 간소화됐다. 기존에는 주민등록증 사본을 보내도록 요구했지만 최근에는 SMS인증으로 이것을 대치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것이 네이버 스스로 간소화 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세미나에 참석해 보니 네이버에서 간소화한 것이 아니라 법으로 강제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인터넷 시대에 다시 각광 받는 윤리
이어 건국대 문종범 교수님의 주요 인터넷 역기능과 해결을 위한 과제 발표가 이어졌다. ITUF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기초로한 결과 발표였다. 순기능으로 국가경제, 산업발전, 국민생활처럼 경제에 관한 부분이 많았고 역기능으로는 저작권 침해, 중독, 악플, 사이버범죄로 이미 사회문제로 인식된 부분이 지적됐다. 역시 관심을 끈 부분은 직접 발표할 악플에 대한 부분이었다. 보통 악플은 포털 뉴스(인터넷 언론 뉴스),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순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종범 교수님의 발표와도 정확히 일치했다.
ITUF 포럼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주제는 경인교대 임상수 교수님의 인터넷 윤리교육의 이론과 실제였다. 과거 농업, 산업 사회에서는 법률, 기술, 윤리의 순으로 강조되던 대처방안이 정보사회로 가면서 기술, 법률, 윤리로 바뀌었고, '고도화 정보사회로 가면 윤리, 기술, 법률순으로 윤리적 대처가 더 힘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임상수 교수님의 발제가 흥미로웠던 것은 평소의 주장과 거의 일맥 상통하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조선을 평가할 때 항상 나오는 이야기는 당파싸움으로 날 센 나라였다. 그러나 은자의 나라 한국을 쓴 W. E. 그리피스는 조선을 법과 경전이 아닌 도덕으로 사회가 유지된 유토피아라고 평했다(확인중). 나 역시 법이 가지는 강제력 보다는 도덕이 가지는 강제력이 더 크며, 악플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윤리교육 - 단순히 "이런 행동은 안된다"는 평면적 윤리교육이 아니라 "이런 일이 발생함으로서 벌어지는 상황"을 통한 입체적 윤리교육 -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기술적, 법률적 대처는 모두 사후약방문일 수 밖에 없다. 법의 대처는 기술의 발전 보다 늦고 범죄가 발생한 뒤에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법률적 대처는 최후의 수단일 수 밖에 없다. 기술적 대처는 법률적 대처보다 빠르고 효과적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뚫을 수 있는 창과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는 방패는 항상 모순일 수 밖에 없다. 전근대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역사는 순환발전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21세기 윤리교육이 절실해 지는 시점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어 한국소비자원의 박경희 팀장님의 인터넷 게임 소비자 민원 현황이 이어졌다. 내용 자체가 아주 흥미로운 것은 아니지만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별나라 외계어 수준의 속어를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상담할 때 발생하는 문제,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소비자원의 노력등은 높이 사줄만 했다. 아울러 이런 분야에는 적용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기 때문에 피해자가 계속 양산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는 상당한 수긍이 갔다.
이어 악플과 악플의 재생산이라는 주제로 직접 발표에 나섰다. 처음 세미나에 참석하기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이렇게 무거울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발표하는 내용도 무겁고 방청객의 얼굴도 무겁다. 이렇게 무거운 자리라면 발표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악플과 재생산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로 올리도록 하겠다. 주된 이야기는 악플이 무엇이고, 악플이 어디서 발생하며, 악플에 어떻게 대처하고, 사회적으로 악플을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악플 자체는 큰 위험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악플이 여러 매체(언론사)를 통해 재생산되며, 이렇게 재생산된 악플이 다시 포털이라는 공룡 공급자를 만나면 사람을 자살에 이르게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여러 번 경험했다. 이런 경험에 대한 내 작은 생각을 발표했다. 앞선 주제와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 있고, 또 11월이 조금 바쁜 달이라 준비가 조금 부족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름대로 열심히하는 정부, 그러나 동떨어진 정책
이어서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한상필 팀장님의 정보통신윤리교육 현황 및 향후 방향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윤리교육에 대한 현황 발표이기 때문에 내용상 와닿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뒤이어 한국인터넷진흥원 강인구 팀장님의 건전 인터넷 이용문화 확산을 위한 인터넷 미디어 교실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ITUF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느낀점 중 하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것 같은 정부에서 나름대로 비전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이런 일들이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채 진행된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는 인터넷 미디어 교실 240개를 운영한다.현재 각급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컴퓨터 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이런 교육은 말그대로 교육일 뿐 이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실생활에 접목하기는 힘들다. 큰 아들(우영이)도 방과후 수업으로 컴퓨터 수업을 듣고 있다. 파워포인터를 이용한 교육이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이런 교육을 받고 실생활에 적용할지는 의문이었다. 한국인터넷 진흥원에서 실시하는 인터넷 미디어 교실은 프로젝트 형식으로 교육 단계별로 각각 3개의 프로젝트(총 9개)가 있으며, 수업시 하나를 택하도록 하고 있다.
인터넷 미디어 교실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동영상을 촬영하고 동영상을 편집해서 자신만의 UCC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이런 UCC를 만들면서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이해, 게임 중독과 같은 사회 문제도 다룬다고 한다. 또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캠코더, 동영상 및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 방과후 수업료까지 지원한다. 따라서 내용만 보면 상당히 괜찮은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발표에도 나왔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 많은 초중학교 중 240개교만 우선 실시된다는 점이었다. 예산상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하지만 일부 학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보다는 더 많은 학교에 대한 폭넓은 지원이 아쉬웠다. 참고로 http://www.imucc.kr에 접속하면 인터넷 미디어 교실 교재와 참고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다.
마지막 발표는 한국정보보호 진흥원의 이강신 팀장님의 개인정보 피해사례, 대책, 그리고 KISA 역할 소개의 발표가 이어졌다. KISA라면 다른 단체 보다는 눈에 익숙한 단체였다. 보안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본 단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안이라는 어찌보면 인터넷 생활에 가장 깊숙한 곳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상당히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몇 안되는 정부단체였다.
마지막으로 방청자의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자유발제가 이어졌다. 주민등록번호 없이 가입만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본인 확인제를 확대하는 것이 악플을 막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ITUF 박영일 회장님의 양산되는 스팸을 막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역시 푸짐한 기념품
자유발제가 끝난 뒤 방청객에 대한 추첨이 이어졌다. 물론 어떤 상품이 나갔는지는 패널은 알수 없었다. 다만 좌장이셨던 건국대 김우봉 교수님의 갑작스런 제안으로 방청자 중 최우수 질문자에게는 최신형 휴대폰이 상품으로 나갔다. 계속 남아 있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질문자 전원에게도 상품이 주어진 것 같다. 또 방청객 전원에게는 4G USB 메모리가 기념품으로 제공되었다. 발표가 끝난 뒤 프레스센터 20층에서 패널분들과 함께 간단한 저녁 식사가 있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름만 비슷한 진흥원이 정말 많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