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은 부임초 부터 언론 장악에 상당한 신경을 써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하수인이라고 할 수 있는 최시중 방통위원장, 언론 특보를 지낸 구본홍 YTN 사장, 그리고 KBS의 사장까지 교체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연합스도 특보 출신으로 갈아 치웠다. 이렇다 보니 바른 말을 하던 시사 프로그램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미래는 예상할 수 있다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장면을 연출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의 모습을 담은 YTN의 돌발영상, 광우병의 위험성을 방영한 EBS의 지식채널 e, 항상 다양한 시선으로 시사문제를 다루어왔던 시사 투나잇 모두 사라졌다.

시사 없는 시사 프로, 시사 360

그리고 지난 17일 부터는 시사 360이라는 새로운 시사 프로그램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시사 투나잇이 종용한 것은 알았지만 새로운 시사 프로그램이 방영 중인 것은 몰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1회 방영분과 2회 방영분을 봤다. 1회 방영분에서 기억에 나는 것은 얼마 전 절필을 선언한 경제논객, 미네르바님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런 프로에 과연 시사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미네르바님이 옳은지 정부가 옳은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누가 옳은지는 이미 각종 경제지표가 말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네르바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양측의 주장에 대해 기계적인 중립을 고수하고 있었다. 아니 어두운 화면에서 글을 쓰는 장면은 마치 미네르바님을 괴담을 유포하는 사람으로 보이게끔 편집했다. 사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기계적인 중립은 중립은 대부분 중립이 아니라 편파다. 그런데 더 중요한 점은 핵심은 싹 빼버렸다는 점이다. 미네르바님의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미네르바님이 옳고 정부가 틀렸기 때문이 아니다.

이제 마음 속에서 한국을 지운다.라는 글 때문이다. 이 글을 읽어 보면 알 수 있지만 압력으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사 360에는 가장 중요한 이 부분이 아예 빠져있다. 한 개인이 공권력의 압력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공권력의 개입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개입이 정당했는지를 알려 주어야 한다. 공권력의 부당한 남용을 견제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2회분에서는 최근에 불거진 문근영씨에 대한 색깔론을 방영했다. 주제만 보면 시사 프로그램 비슷하다. 방영 내용은 간단하다. 문근영씨가 인터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지만원씨의 주장만 아주 충실히 다루고 있다. 지만원씨는 "한 인터넷 방송사에서 문근영씨의 기부를 칭찬하면서 문근영씨의 외조부를 통일 운동가로 소개했기 때문에 그런 글을 썼다"는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지만원씨의 주장을 검증하는 부분은 아예없었다. 얼핏 들으면 지만원씨의 주장대로 문근영씨의 외조부가 아주 골수 빨치산이며 꼭 빨치산을 통일 운동가로 미화한 것처럼 보인다.

너무 기계적인 중립만 취하다 보니 시사 프로의 꽃인 고발 정신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예전 시사 투나잇 같았으면 한꼭지 판소리와 함께 역어서 나왔을 법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선거 때 무슨 얘기를 못하나. 그렇지 않은가. 표가 나온다면 뭐든 얘기하는 것 아닌가. 세계 어느 나라든지")도 예상대로 아예 보이지 않았다.

사실 이정도라면 시사 360이라는 이름이 아깝다. '인터뷰 365'으로 제목을 바꾸고 365일 우익 인사 인터뷰나 방송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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