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맛집이란?

사람이 많아서 인지 12시 10분이 되도 짬뽕은 나오지 않았다. 주덕에서 터미널까지 가는 거리를 생각하면 늦어도 12시 20분에는 식당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조금 초조해졌다. 그리고 12시 20분이 거의 다되서 나온 짬뽕. 6000원 짜리라고 생각하기 힘들정도로 해물이 적었다. 원래 짬뽕은 해물이 많이 들어간다. 여기에 해물짬뽕 전문이라는 타이틀까지 있었다. 그런데 막상 나온 짬뽕에는 그 싼 오징어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마른 홍합이 조금 보일뿐. 짬뽕은 국물이 중요한데 짬뽕 국물의 색깔도 맛도 별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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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 아시아와 가족 여행에 대해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날짜에 따라 분리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리프트 아시아에 대한 글은 이 여행기와 별도로 참관기를 따로 작성할 생각입니다.

요 사이에는 글을 통 올리지 못했다. 휴가를 간것으로 생각한 분도 있다. 그러나 휴가를 간 것이 아니라 지난 주 일정이 조금 빡빡했다. 먼저 9월 3일부터 9월 6일까지는 다음과 제주도에서 주최한 리프트 아시아 2008을 참관했다. 그리고 9월 6일부터 8일까지는 장모님 회갑 때문에 가족이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충주에서 청주, 청주에서 제주, 제주에서 광주, 광주에서 무주, 무주에서 풍기, 풍기에서 사북, 사북에서 강릉으로 지난 일주일간 우리나라 각지를 돌아다닌 셈이다. 잠을 잔 곳과 이동한 곳을 따지면 경기도를 제외한 8도를 모두 돌아다닌 셈이다.

얼마 전 다음으로 부터 리프트 아시아 취재 요청이 들어왔다. 여기서 취재라고 표현한 이유는 블로거 기자 자격으로 참관하며, 실제 티켓도 프레스로 발급되었기 때문이다. 또 리프트 아시아는 9월 4일 오후 2시부터 시작했지만 오전에는 바캠프가 있고 바캠프까지 참석하기 위해 9월 3일 오후 세시 청주발 제주행 비행기로 제주에 가기로 했다.

충주 맛집이란?

과 이야기 하면서 오후 세시 이후 비행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착오로 비행기는 오후 2시 45분 비행기가 예약되었다. 오후 3시 이후의 비행기를 요청한 이유는 충주 터미널에서 청주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오후 2시에 있고 청주 공항까지 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일정을 다시 바꿀까 생각했지만 이미 한번 바꾼 상태라 조금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짬뽕.

충주는 맛집이 별로 없다. 맛있다고 소문난 곳도 막상 가보면 맛이 없는 곳이 많다. 맛있다고 소문난 집도 맛이 없는 이유는 진짜 맛있는 음식을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맛이 조금만 있으면 맛집으로 소문나곤 한다. 그래서 충주 사람들이 맛있다는 집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찾아 가는 편이다.

리프트 아시아에 가려고 하니 갑자기 우엉맘이 어제 이야기한 짬뽕집이 생각이 났다. 주덕에 있는 집인데 평상시에도 발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전작 때문에 조금 얼큰한 것이 먹고 싶어서 짬뽕을 먹고 가기로 했다. 우엉맘이 와서 함께 주덕으로 출발했다.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고 했지만 주덕이 그리 큰 동네가 아니기 때문에 찾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충주의 중국집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서울처럼 XX반점, XX향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짜장면이 맛있기로 소문난 상촌식당처럼 XX식당이라는 이름을 주로 사용한다. 이 집도 마찬가지였다.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해물짬뽕 전문이라는 이름처럼 짬뽕을 주로 하는 집이었다.

식당에 들어가서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벌써 식당은 꽉차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들어오는 사람들. 점심때는 자리가 없다고 하는 이야기가 맞았다. 여기에 가격도 다른 중국집 보다 비쌌다. 짬뽕 한그릇에 6000원. 시골 촌동네의 다 무너져 가는 식당 치고는 가격이 비쌌다. 그러나 큰 문제는 없었다. 맛만 있다면 가격이 문제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아서 인지 12시 10분이 되도 짬뽕은 나오지 않았다. 주덕에서 터미널까지 가는 거리를 생각하면 늦어도 12시 20분에는 식당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조금 초조해졌다. 그리고 12시 20분이 거의 다되서 나온 짬뽕. 6000원 짜리라고 생각하기 힘들정도로 해물이 적었다. 원래 짬뽕은 해물이 많이 들어간다. 여기에 해물짬뽕 전문이라는 타이틀까지 있었다. 그런데 막상 나온 짬뽕에는 그 싼 오징어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마른 홍합이 조금 보일뿐. 짬뽕은 국물이 중요한데 짬뽕 국물의 색깔도 맛도 별로 였다.

여기까지 뭐하러 왔나 하는 후회가 앞섰다. 그러나 물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급하게 먹기 시작했다. 얼마나 빨리 먹을 수 있을까 싶지만 나는 원래 뜨거운 것을 빨리 잘먹는다. 때로는 뜨거운 것을 너무 빨리 먹어서 입천장을 델 때도 있다. 다먹고 나니 12시 22분 정도. 그러나 뜨거운 것을 빨리 먹지 못하는 우엉맘 때문에 식당에서 출발한 시간은 12시 25분경이었다.

제주도로!

급하게 출발, 고속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37분이었다. 아슬 아슬하게 고속버스를 타는데 성공했다. 청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 중 북청주에 들어가기 직전에 기사분께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보통 법적으로 걸리기 때문에 잘 내려 주지 않는데 다행이 청주 초입에서 기사분이 내려 주셨다. 택시를 타고 청주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발권을 하고 나니 조금 여유가 생겼다. 따스한 햇살, 맑은 하늘. 다른 것은 몰라도 비행하기에는 최적의 날씨인듯 싶었다.



청주국제공항

이름은 청주국제공항이지만 청원군에서 관리한다. 그 이유는 소재지가 청원군이기 때문이다. 국제공항과 과학단지가 있기 때문에 청주국제공항 주변에는 분당을 방불케하는 오창 신도시가 있다.

한산한 공항

평일이라서 그런지 공항은 상당히 한산했다. 제주도를 가려는 듯한 사람 몇 사람만 보일 뿐 승객은 많지 않았다. 예전에 청주국제공항의 유효성 논란이 있었는데 공항만 보면 그런 논란도 타당성이 있는 듯했다.

12시 15분 입장을 하고 검색대를 통과했다. 사무실에서 조금 급하게 출발했기 때문에 준비 상태가 미비했는데 검색대를 통과하면서 가지고 다니는 열쇠고리가 작은 맥가이버 칼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발권을 하면서 소화물로 부처야 하는데 열쇠고리가 맥가이버 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덕에 검색대에서 걸렸다. 비행기를 타면서 소화물 처리를 하고 공항으로 나섰다. 그리고 보이는 비행기. 생각보다 작았다. 아마 평일에 승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작은 비행기를 배정한 것 같았다.

생각보다 작은 비행기

원래 공항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경비하시는 분께 사진 촬영을 해도 되는지 물어 보았다. 제재하도록 되어 있지만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잽싸게 찍은 사진이다. 모두 뒷 모습만 찍혔기 때문에 초상권 문제는 없을 듯하다.

비행기는 굉음을 내며 출발했다. 지식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날개 옆자리라 조망이 좋지 않아 싫어할 사람도 많을 것 같다. 그러나 비행기에서 날개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고 있고 이런 지식 그대로 동작하는 날개의 모습을 관측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서서히 작아지는 육지. 그리고 점점 옆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구름. 불현듯 구름을 타고 다닌다는 신선이 생각났다.

따지고 보면 기류를 타고 나르는 비행기를 탔으니 "내가 신선"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형형이 움직이며, 때로는 성내듯, 때로는 웃으며 다가오는 구름. 언제 이런 구름을 이렇게 가까이서 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비행기는 완전히 천공으로 솟구쳤다. 옆에 있던 구름들은 까마득한 아래쪽에서 점점이 운해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심한 덜컬 거림. 옆으로 눞는 날개. 비행기가 작다 보니 이런 움직임이 더 큰 진동으로 다가왔다.

보통 국내선은 비행기가 떳다 가라앉으면 끝이다. 그래서 비행요금은 서울에서 타든 청주에서 타든 같다. 비행시간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고작 몇 십분을 타려고 몇 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비행기이지만 구름이 만들 내는 천상의 구름쇼는 그런 비용을 아깝지 않게 만든다.

날개 옆 좌석

바로 날개 옆이다. 따라서 구름을 보든 아래쪽을 보든 날개가 시야를 가린다. 그러나 이착륙시 날개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이 자리가 더 좋았다.

구름산

옆으로 퍼진 구름이 아니라 마치 산처럼 솟아 올랐다. 한번 만저 보고 싶고 또 솜사탕처럼 먹어 보고 싶은 그런 구름이 바다를 이룬다.

동영상 삭제 알림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뒤 제 출연분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동영상을 SBSi에서 저작권 위반으로 신고, 유튜브 계정이 잘렸습니다. 이 탓에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강좌 대부분이 사라졌습니다. 복구 가능한 동영상은 페이스북을 통해 복원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드라마 백동수에 대한 글의 남은 이야기를 보기 바랍니다.

우영이에게 보여주려고 찍은 동영상

비행기 이착륙 원리를 알려 주기 위해 찍은 동영상이다. 이륙시에는 동영상에서 보이는 것처럼 작은 날개가 더 나온다.

까마득히 멀어진 육지

손 내밀면 바로 잡힐 것 같았다. 육지는 이제 까마득히 보인다. 그 위에 독도처럼 점점히 떠있는 구름. 신선이 따로 없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작은 구름섬

꼭 그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에 떠 있는 섬같다. 무인도는 없다고 하는데,,, 저 구름에는 누가살까? 구름을 보니 아이적 동심이 그대로 살아 난다.

육지의 끝

언제 바다가 나타날까 싶었다. 꽤 오랜 시간 바다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타난 바다. 점점히 떠있는 작은 섬. 그리고 그 바다를 질주하는 배.

드디어 도착한 제주

먼 곳으로 알고 있던 제주는 막상 비행기를 타보니 정말 가까웠다. 육지의 끝까지는 상당히 긴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잠깐 바다가 보인 뒤 저멀리 제주가 보였다.

비행기는 다시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아울러 동체에 큰 울림이 전달됐다. 그리고 역시 다시 날개를 펴는 수평날개. 그런데 비행기가 하강하고 있다는 느낌 보다는 반대로 상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기를 몇차례. 쿵하며 동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비행기는 서서히 속도를 줄여 나가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멈추자 사람들은 급하게 자신들의 짐을 챙겼다. 작은 비행기이고 또 좌석이 여기 저기 비여있지만 막상 나가려고 하니 상당히 긴 줄이 생겼다. 아마 가운데 통로가 하나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았다.

제주도

공항에서 나와 보니 제주 공항은 제주라는 그 이름 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붐비고 있었다. 숙소가 중문 관광단지 근처에 있기 때문에 먼저 중문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 버스 노선도 모르고 중문이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제주 관광지도를 찾았다. 관광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지도는 한장이 아니라 세권이었다. 지도와 주변 숙박시설, 음식점이 안내된 책자였다.

이국적인 제주

중학교 때 처음 여수를 방문했다. 여수도 남도이기 때문에 열대 식물이 도로 가운데에 심어져 있다. 서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때문에 아직도 기억이 선하다. 그러나 제주는 여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이런 열대 식물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제주에 오면 항상 여기가 우리나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또 순수한 제주말은 외국어에 가깝다.

관광안내 책자를 봤지만 버스 노선도는 없었다. 이럴 때 가장 편한 것은 역시 안내인. 제주 공항에서 교통을 정리하던 아가씨(위의 사진의 붉은 색 유니폼을 입은 아가씨)에게 중문으로 가는 노선을 물어봤다. 공항 옆의 600번 리무진 버스를 타면 된다는 안내를 받고 차에 올랐다. 버스에 오르다 보니 가격이 너무 비쌌다. 3900원.

또 돈을 넣으려고 하니 조금 이상한 표지가 붙어있었다. 요금은 검표원에게 내라는 것. 그러나 이 표지는 예전에 붙여둔 표지고 돈통에 요금을 그냥 내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뒤 웬 검표원이 들어왔다. 이미 요금을 낸 상태라 사정을 이야기하고 중문으로 향했다. 중문으로 가면서 내내 든 생각.

아니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지도상 제주는 옆으로 길쭉하게 만든 계란 후라이 형상이다. 가운데가 높기 때문에 계란 후라이를 옆으로 길쭉하게 부치면 딱 그모양이다. 중문은 제주시에서 이 길쭉한 계란 후라이의 허리 부분을 직선으로 연결한 곳에 있다. 99번 도로와 95번도로는 이처럼 계란의 가운데 부분으로 직선으로 연결된 도로다. 그런데도 의외로 시간이 한참 걸렸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놀라는 것이 작다고 생각하는 제주가 의외로 크다는 점이다.

숙소는 중문 관광단지 근처의 '그랑빌 펜션'이라고 한다. 에서 지도를 보내 주기는 했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다. 또 공항에서 받은 책자 세권을 모두 살펴봤지만 역시 그랑빌 펜션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버스에서 무심코 본 창문에서 그랑빌 펜션이 보였다.

버스에서 내려 아까 본 그랑빌 펜션을 찾았다. 외관은 상당히 깔끔했다. 또 펜션 안쪽에 작은 수영장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펜션의 이름. 강으로, 산으로, 바다로, 들로였다. 내가 배정받은 방은 들로. "예약자 이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방이 예약됐는지 알 수 없다"는 아가씨의 이야기에 26평의 가장 크고 전망 좋은 방이라고 하자 들로 301호로 배정해 주었다. 문제는 이름. 동을 안내하려고 "들로"라고 이야기하면 알아 듣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꼭 하는 이야기가 산으로 들로 할 때 그 '들로'라고 설명해야 했다.

사거리 바로 앞의 작은 공원

사거리 바로 앞의 작은 공원에는 제주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있었다. 작은 공원이지만 관광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깨끗하고 조성이 잘된 공원이었다.

그랑빌 펜션

멀리서도 잘 보이지만 입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나도 입구를 찾지 못해 식당을 통해 올라 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 삭당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작은 입구가 보인다.


깔끔한 외부에 비해 내부는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았다. 때문에 눈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 같았다.

일단 짐을 부리고 컴퓨터에 앉아 블로그 방문자 수를 확인했다. 재미있는 것은 블로거뉴스에 노출되지 않은 구글 크롬의 문제점이라는 글이 조회수가 4000번이 넘는 것이었다. 무슨 일일까 확인해 보니 구글 크롬은 구글 OS의 신호탄라는 글이 이슈 트랙백 메인에 노출됐고 이글의 꼭지로 달린 것. 그런데 구글 크롬은 구글 OS의 신호탄라는 글의 조회수는 의외로 1000밖에 되지 않았다.

불현듯 에서 보낸 문자 메시지가 생각이 났다. 아파치 서버에 이상이 있어서 서버를 다시 부팅했다는 것이다. 설치형 블로거는 절대 베스트 블로거 기자가 될 수 없다!!!라는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구글 크롬은 구글 OS의 신호탄라는 글이 이슈트랙백 메인에 걸리고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죽는다. 측에서는 DOS 공격으로 인식, 다음 블로거뉴스의 트랙백을 차단하고 접속이 되지 않자 신고가 다음에 접수됐다. 그리고 내 글은 메인에서 내려온 것 같았다. 확인해 보니 역시 다음 블로거뉴스 카운터는 7000을 가르키고 있었다.

갑자기 저혈당 증세가 왔다. 먹을 것을 하나도 사오지 않은 상태라 마트나 편의점을 찾았다. 그런데 주변에는 마트나 편의점이 아예없었다. 확인해 보니 '펜션 앞 사거리에서 400m 정도 걸어가면 해성마트가 있다'는 것. 해성마트까지 걸어갔다. 400m라는데 가도 가도 마트는 나오지 않았다. 리프트 아시아에 참석하면서 예전에 장모님이 사주신 구두를 처음으로 신었는데 구두 뒤축이 발 뒤꿈치를 깍아서 잘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저혈당 증세가 와서 식은 땀이 절절 흐르는 상황. 그런데 400m가면 있다는 마트는 가도 가도 나타나지 않았다.

중문시내를 가려고 하면 바로 앞에 작은 언덕이 나타난다. 이 언덕을 넘기 바로 직전까지 걸어 가자 해성마트가 나타났다. 평상시 같으면 저녁때 먹을 술까지 샀겠지만 발 뒤꿈치가 까져 피가 나는 상황이고 저혈당이 온 상태에서 술까지 챙기기는 힘들었다. 일단 초콜릿 두개와 라면 두개, 김치를 산 뒤 바로 펜션으로 돌아왔다.

구루님과의 즐거운 동숙

라면을 끓여 먹고 나니 저혈당 증세는 사라졌다. 잠시 TV를 보고 실내 사진을 찍었다. 이미 해는 저서 어둑 어둑한 상황. 실외는 상당히 신경을 쓴 펜션이라 밤에도 상당히 예뻤다. 창 밖으로 나가 펜션을 바라봤다. 푸른색 조명이 은은히 수영장을 비춘다. 이국적 열대 식물이 서로의 자태를 뽐내며 때로는 우뚝, 때로는 다소곳이 바라본다. 야경만 보면 한국인지 외국의 어느 섬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랑빌의 야경

외관에는 상당히 신경을 썼기 때문에 야경도 상당히 멋있다. 다만 작티가 디카 기능은 떨어지기 때문에 야경을 찍기 상당히 힘들다. 일반 모드로 놓고 찍으면 너무 어둡고, 야경 모드로 놓고 찍으면 흔들린다.

26평의 넓은 펜션이다. 방이 두개에 화장실과 상당히 넓은 거실이 있다. 이런 방에 혼자 있자니 조금 심심했다. 잘하는 것이 술, 여자, 도박인데 이중 여자와 도박은 끊은지 오래라 남은 것은 술 밖에 없었다. 술을 사기 위해 다시 해성마트로 가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해성마트에서 술과 안주를 구입했다. 문어다리로 알고 먹었지만 원산지 표시로 문어다리로 표시할 수없게된 페루산 오징어 다리. 1600cc짜리 맥주 두병과 1000cc짜리 맥주 두병, 똥그랑땡. 해성마트에서 다시 펜션까지 긴 여정을 또 시작했다.

그리고 급작스레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다음 기업커뮤니케이션팀의 '이용욱'님이었다. 내가 '리프트 아시아 2008'에 참석하게 된 것은 이벤트에 당첨됐기 때문이 아니다. 다음 블로그 이벤트와는 별도로 다음 기업홍보팀의 초청으로 간 것이다. 전화로 본 '이용욱'님은 아주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분이었다. 차분한 말씨, 그 차분함에서 배어 나오는 깍듯한 예의. 100년을 더 산다고 해도 나는 배우기 힘들 듯 했다.

이용욱님의 이야기는 출발이 조금 늦었고 따라사 조금 늦게 인사를 오시겠다는 것이었다. 하는 일도 없고 너른 방에 혼자있는 것도 심심했다. 또 나와 같은 방을 쓰기로한 구루님도 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시면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이야기하려고 기다렸지만 의외로 상당히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용욱님 한분이 아니었다.

같은 방을 쓰기로한 구루님, '이용욱'님, 역시 다음 기업커뮤니케이션팀에 계시는 '이슬기'님이 오셨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명함을 드리려고 했지만 명함이 없었다. 너무 급하게 출발한 티가 여기서도 난 셈이었다. 시간이 촉박한 일정도 아니고 다음 날 일정도 촉박하지 않은 상황이라 모두 모여서 술잔을 기울였다. 구루님은 텁텁한 인상에 상당히 다정 다감한 성품이었다. 깔끔한 외모의 수줍게 웃는 이슬기님은 젊었다면 프로포즈를 했을 법한 아가씨(혹 혼인을 하셨을 수도 있다)였다.

큰 1600cc짜리와 1000cc짜리를 번갈아 가지고 오자 이슬기님이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신 듯 했다. 내가 1600cc짜리와 1000cc짜리를 같이 산 이유는 간단하다. 1600cc를 다 마시고 술이 부족한 경우 1600cc짜리가 부담스러우면 1000cc짜리를 마실 생각으로 산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블로거들 모임의 특징 중 하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말쏨씨가 일품이라는 점이다. 그덕에 20명이 모이면 20명이 동시에 떠드는 사태도 종종 발생한다.

아쉬운 술이 떨어졌다. 해성마트까지 갔다 오기도 힘들었다. 이용욱님과 이슬기님은 숙소로 가셨다. 구루님과 단 둘이 눈만 멀뚱 멀뚱 뜨고 있는 것도 그런 것 같아 부족한 술을 더 채우기로 했다. '구루'님이 술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물은 것인데 '구루'님도 흔쾌히 찬성했다.

펜션을 나오자 난감했다. 술집 중 문을 연곳이 없었다. 마트도 없다. 유일하게 해성마트 간판만 불이 들어와 있었다. 술집이 없는 상황이라 해성마트에서 술을 더 사기로 하고 해성마트로 향했다. 그랑빌 펜션에 보면 해성마트 간판이 보인다. 따라서 그랑빌 펜션에서 해성마트는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구루님도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해성마트까지 와본 뒤에는 내가 "긴 여정"이라고 표현한 것을 이해하신 듯 했다.

그런데 문제가 또 발생했다. 해성마트에 가까워 지자 마자 해성마트의 간판이 꺼진 것. 한 2~3분 차이로 문을 닫은 것이다. 결국 생각한 것이 호텔 근처에는 밤새하는 술집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용욱님의 숙소가 하나호텔이기 때문에 일단 하나호텔까지 가서 이용욱님께 연락해서 같이 술을 마시기로 했다. 이슬기님을 뺀 것은 미인은 잠을 많이 자야하기 때문.

택시를 타고 하나호텔로 가면서 기사분께 늦은 시간에도 영업을 하는 술집이 어디있는지 여쭤봤다. 호텔 부근에는 술집이 없고 중문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결국 하나호텔로 가던 중 다시 길을 돌려 중문으로 향했다. 알고 보니 해성마트에서 고개만 넘으면 바로 중문이었다.

중문에는 밤늦게까지 문을 열고 있는 집이 많았다. 술집도 많고, 편의점도 있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중 '구루'님이 감자탕집을 발견했다. 일단 들어가 감자탕을 시키고 소주를 시켰다. 제주의 술이 한라산이라고 해서 한라산을 시키니 다시 독한술과 순한술 중 고르라고 하신다. 순한술을 시키고 감자탕을 먹다 보니 감자탕이 의외로 맛있었다. 서울에서 먹던 감자탕과는 달리 아주 깔끔하고 시원했다. 제주산 돼지뼈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예전에 끓인 돈족탕이 시원했던 것이 떠 올랐다. 아무튼 이 감자탕 집에서 새벽 두시까지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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