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이야기 65 - 맛집도 망한다 by 도아
제주도에는 돌, 바람, 여자가 많아서 삼다도라고 한다. 충주에도 삼다가 있다. 학원, 식당, 주유소이다. 학원이 많은 이유는 비평준화 지역이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충주 고등학교에 목을 매는 사람이 많아서 인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이런 것을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가면 뼈저리게 느낀다. 주유소가 많은 것은 수안보와 같은 관광지로 빠지는 국도가 많고 또 상대적으로 땅 값이 싸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충주의 국도변 주유소는 전국 주유소 중 가격이 가장 싸다. 심할 때는 서울과 리터당 200원까지 차이가 난다.
학원, 주유소외에 충주에 많은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식당이다. 그러나 다른 것은 많은 이유가 이해가 되지만 식당이 많은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롯데마트에서 강의를 하는 요리 강사에 따르면 충주의 식당은 완전히 포화상태라고 한다. 굳이 요리 강사의 말을 인용하지 않아도 충주는 시규모를 생각하면 식당이 정말 많다. 먹자 골목에 늘어선 식당이야 이해 하지만 골목 골목 여기 저기 정말 식당이 많다.
문제는 이런 식당 중 맛있는 집은 찾아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딱지 않은 식탁', '먼지가 수북히 쌓인 수저통', '고추가루가 그대로 뭍어있는 수저와 젓가락'. 이런데도 영업을 몇년씩 버젓히 하는 곳이 많다. 맛없는 집은 사라지는 것이 정상인데 몇년씩 운영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 봐도 맛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아니다. 적어도 충주에서는 맛없는 집도 몇년씩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보통 이런 집은 주상복합인 때가 많고 식당은 집주인이 운영한다.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운영비 부담이 별로 없다. 여기에 충주는 지역 사회이기 때문에 맛이 없어도 아는 사람이 찾아 온다.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아는 집이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로 작은 지역 사회이기 때문에 식당의 생존 여부는 맛이 아니라 인맥에 의존한다.
반대로 맛은 있는데 의외로 문을 닫는 집도 많다. 그 이유도 역시 인맥이다. 서점 근처에는 순대국집이 하나 있었다. 다른 순대국집처럼 지저분한 식당이 아니다. 주인 아저씨의 음식 철학이 녹아 있는 듯 순대국집으로 보기에는 너무 깔끔한 집이다. 주인 아저씨도 동네 순대국집의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담배를 뻑뻑 피면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일식 주방장을 보는 것처럼 깔끔한 복장에 모자를 쓰고 일한다.
맛이 없으면 맛이 없어서 저런 다고 하겠지만 맛도 좋다. 일단 텁텁한 순대국 대신에 아주 깔끔한 순대국이 나온다. 여기에 머리고기 가득 담아 오기 때문에 한끼 식사로는 맛있고 더 없이 풍성하다. 그런데 손님이 별로 없다. 나처럼 맛있는 집만 찾아 다니는 사람이나 올까 동네에서 찾아 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집이 장어집으로 바뀌었다.
맛있고 음식이 정갈하다. 식당 역시 깔끔하고 주방도 밖에서 훤히 보인다. '안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결국 문을 닫았다. 문을 닫게된 이유는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맛이 있으면 소문이 나고 소문이 나면 사람이 와야 한다. 그러나 맛있다고 해도 맛있는 집 보다는 아는 집을 가는 인심 때문에 결국 견디지 못한 것이다. 아무튼 인맥만 있으면 맛이 없어도 생존할 수 있지만 인맥이 없으면 설사 맛있어도 생존하기 힘든 곳이 충주이다. 따라서 충주에서 식당을 개업하면서 마땅한 인맥이 없다면 프렌차이즈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명성 때문에 최소한 유지는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