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 열무김치 - 배려와 상술 by 도아
한울 김치
눈에 뛴 김치가 바로 한울 꼬마 김치였다. 다른 매장에서는 찾기 거의 힘든데 유독 편의점에 많은 김치가 한울 꼬마 김치였다. 여기서 꼬마 김치를 고른 이유는 볶음김치였기 때문이다. 라면에 볶음김치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어설프게 익은 김치 보다는 볶음김치가 훨씬 맛있다. 그 이유는 볶음김치는 대부분 신김치로 만들기 때문이다.
한울 김치
내가 한울 김치를 알게 된 것은 벌써 8년전이다. 당시에는 동양공전 창업보육 센터에 있었다. 동양공전이 구로역 근처에 있기 때문에 밥을 먹을 때는 주로 구로역 주변에서 먹었다. 그리고 역대로 가장 맛없는 음식을 모두 동양공전 주변에서 맛봤다. 멀건 물에다 고추기름을 타서 나온 육개장. 검은 면에 바지락과 시래기로 국물을 우려낸 짬뽕. 국에는 항상 바퀴벌레로 간을 하는 집, 동태찌게에 조기를 넣어 환상적 엽기를 추구하는 집.
이렇다 보니 주변 식당가를 돌아 다니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또 CJ 푸드에서 운영하던 구내식당, 교수식당도 맛이 없다. 결국 구내매점에서 컵라면을 사먹었다.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 라면에는 역시 김치. 그것도 신김치가 맛있다. 반면에 신기하지만 칼국수에는 겉절이가 맛있다. 김치를 고르려고 하니 고민이 생겼다. 신김치를 골라야 하는데 날짜가 한달 이상된 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눈에 뛴 김치가 바로 한울 꼬마 김치였다. 다른 매장에서는 찾기 거의 힘든데 유독 편의점에 많은 김치가 한울 꼬마 김치였다. 여기서 꼬마 김치를 고른 이유는 볶음김치였기 때문이다. 라면에 볶음김치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어설프게 익은 김치 보다는 볶음김치가 훨씬 맛있다. 그 이유는 볶음김치는 대부분 신김치로 만들기 때문이다.
꼬마김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김치의 양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러나 신김치를 볶아 만들었기 때문에 맛은 상당히 좋다. 크기가 작기는 하지만 라면 하나에 먹기에는 딱이다. 내가 처음 본 제품과는 포장이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아무튼 이 김치가 처음 맛본 한울 김치다.
이때부터 라면을 먹을 때는 대부분 한울 꼬마 김치를 사먹었다. 그 이유는 신김치이고 크기가 혼자서 라면 하나 먹기에는 딱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울 김치는 시중에서 찾아 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김치 매장에 가보면 종가집과 같은 유명 제품이나 마트에서 자체 생산한 김치가 대부분이 었다.
꼬마 김치 한울, 모니터링 2기 요원
그런데 얼마전 한울 김치에서 운영하는 김치 블로그에서 꼬마 김치 한울, 모니터링 2기 요원을 모집했다. 3개월간 매달 2종의 김치를 5Kg씩 총 30Kg을 무료로 제공하며, 한울 쇼핑몰에서 김치 구매시 최대 17%까지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행사였다. 김치를 받으면 김치에 대한 글을 올리는 조건이었다.
나름대로 한울 꼬마 김치 때문에 한울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터라 냉큼 모니터링 요원을 신청했고 신청자가 많지 않아서 인지 나 역시 모니터링 요원에 뽑혔다.
그리고 지난 25일 기다리던 김치가 배송됐다. 26일 받았지만 26일에는 일이 있어서 개봉을 하지 못하고 오늘 아침 개봉했다.
26일 받았지만 어제 개봉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사이 김치가 익은 듯 김치 봉투가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있다.
처음에는 열무김치라고 해서 무까지 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김치를 잔 열무로 담근 듯 무는 하나도 없었다.
나는 익지 않은 김치는 거의 먹지 않는다. 역시 김치는 유산균이 넘치는 신김치가 제맛이기 때문이다. 다른 음식이라면 받자 마자 바로 뜯었겠지만 일단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뜯지말고 그대로 두라고 했다. 그런데 의외로 하루만에 조금 익은 듯했다. 열무김치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열무김치는 우엉맘이 가장 잘 담그기 때문이다. 우엉맘의 열무김치 솜씨는 장안에 소문이 날정도로 좋다. '칼칼하며 시원하고 깔끔하다'. 그래서 열무를 먹고난 김치 국물에 물을 타고 소면을 넣어 국수로 먹어도 맛있다. 따라서 산 열무김치가 입맛에 맞는다고 해도 우엉맘의 김치를 능가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배려 VS 상술
일단 김치는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열무는 없고 열무의 줄기만으로 만든 김치다. 원래 뿌리가 잔 열무를 쓴 것인지 아니면 크기가 작은 열무를 사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불현듯 이런 열무를 사용한 것이 고객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씨알이 굵은 열무 서너단으로 열무김치 5Kg를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쉽다. 그런데 이렇께 하면 무게는 5Kg이 나가도 실제 열무김치의 양은 얼마되지 않는다. 이렇기 때문에 일부러 씨알이 작은 열무나 뿌리가 없는 열무로 김치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반대로 싼 짜투리 열무를 이용한 상술일 수도 있다.
열무김치의 맛
우엉맘의 김치처럼 시원하며 깔끔한 맛은 없었다. 일단 고추가루가 너무 많았다. 고추가루가 많으면 맛이 텁텁해 지는데 이 김치 역시 깔끔하기 보다는 조금 텁텁했다. 또 약간의 젓깔이 들어가 있었다. 충주는 지역적인 특색상 김치에 젓갈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 이렇게 젓갈을 사용하지 않은 김치를 먹다 보면 젓갈을 넣은 김치에는 손이 가질 않는다. 내가 충주로 내려오기 전까지 잘 먹던 어머님의 김치를 요즘은 잘 먹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젓갈 때문이다.
한울 열무김치는 아주 미량의 젓갈이 들어간 것 같았다. 다만 젓갈의 양이 적어서 다른 김치처럼 젓갈 맛은 많이 나지 않았다. 보통 열무김치는 고추가루를 사용하는 것 보다는 생고추를 갈아서 만드는 것이 더 시원하다. 그러나 사먹는 김치에서 이런 것 까지는 요구하기 힘들었다.
맛은 아주 맛있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괜찮은 정도였다. 종가집이나 마트에서 사먹는 김치 보다는 나았다. 고추가루가 조금 많기는 하지만 잘 절여진 상태에서 양념을 버물여 김치에 양념 맛이 흠뻑 베어있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김치가 너무 잘았다'. 꼬마김치라는 컨셉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자칭 공주라는 다예가 먹어도 충분할 정도로 잘았다. 난 익은 김치를 좋아한다. 따라서 이 김치에 대한 맛은 푹 익힌 뒤 다시 추가하도록 하겠다.
절임의 미(味)학 - 배추김치
열무김치는 비교적 만들기 쉽다. 그래서인지 우엉맘은 혼인 초부터 열무김치를 담궜다. 가끔 실패하는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열무김치가 칼칼하며 시원했다. 그래서인지 우엉맘은 김치를 잘 담그는 것으로 소문났다. 그러나 배추김치는 역시 달랐다. 우엉맘이 지금까지 담근 배추 김치는 지난 김장을 빼곤 모두 실패했다.
열무에 비해 배추가 힘든 것은 배추김치에는 절임의 미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배추김치는 양념 맛이 아무리 좋아도 잘못 절이면 맛이 나지 않는다. '지나치게 절이면 숨이 죽어 씹히는 맛이 없어진다'. 또 '덜 절이면 배추가 살아 나서 김치에서 배추 맛이 난다'. 결국 얼마나 잘 절이냐가 중요한 관건인 셈이다.
그러나 직접 담근 김장 김치는 대성공이었다. 아삭 아삭 씹히는 배추의 맛. 시원한 뒷맛. 유산균을 먹는 듯한 새콤한 신맛. 다른 반찬이 필요 없었다. 물론 이 김치는 내가 절였다(ㅋㅋㅋ). 그래서 한울의 배추김치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다음에 배송되는 김치는 배추김치이기를...
남은 이야기
우엉맘을 사귈 때 일이다. 우엉맘이 김치 몇 통을 가져왔다. 집에서 담근 김치가 너무 시어져서 신김치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가져왔다는 것이다. 문제는 처가집에서는 시어 먹지 못하는 김치인데 우리집에서는 모두 덜 익었다고 먹지 않았다. 처가집에서는 거의 겉절이 수준의 김치를 먹기 때문이다.
내가 라면에 볶음김치를 먹는 것을 본 후배의 첫마디.
후배: 누가 라면에 볶음 김치를 먹어?
내가 먹는 볶음김치를 한 젓가락 먹은 뒤 첫마디.
후배: 어 맛있네.
그리고 후배도 그 뒤로는 한울 볶음김치를 라면 먹을 때 사서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