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초를 남기고 터진 동점골

딱 7초를 남기고 동점골이 터졌다. 기적이 일어났다. 20초에 한골씩 넣어야 가능한 기적이 여자 핸드볼 팀에서 일어났다. 아니 여자 핸드볼 4강 자체가 기적이다.

여자 핸들볼

남자 핸드볼은 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어제 벌어진 여자 핸드볼 준결승 전에서 우리팀은 세계 최강 노르웨이를 맞아 정말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 1분정도를 남겨 두고 3점을 뒤진 상황. 패했다고 보는 것이 나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1분 동안 여자 핸드볼 팀은 무려 3점을 추적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5초. 원래 중앙선에서 공을 던지고 나와야한다. 그런데 우왕좌왕하는 사이 공을 받은 노르웨이 선수가 슛을 날렸다. 그리고 경기는 종료. 종료 직전 공은 골대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감사관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골을 인정하고 사라졌다. 정말 극적인 역전승이 연출될 수 있는 순간 우리 여자 핸드볼 팀은 패하고 만 것이다.

1분 6초 남은 상황. 점수차는 3점.

누구라도 노르웨이의 승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동점을 내려고 하면 20초에 한꼴씩 넣어야 한다. 단 한점도 주지 않은 상황에서. 동점은 기적이었다. 노르웨이 선수들의 여유있는 표정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7초를 남기고 터진 동점골.

딱 7초를 남기고 동점골이 터졌다. 기적이 일어났다. 20초에 한골씩 넣어야 가능한 기적이 여자 핸드볼 팀에서 일어났다. 아니 여자 핸드볼 4강 자체가 기적이다.

남자 핸드볼

그러나 나는 8강에서 좌절한 남자 핸드볼 팀이나 4강에서 좌절한 여자 핸들볼 팀 모두 자랑스럽다. 성적 지상주의가 판치는 나라에서 8강과 4강이 뭐 그리 대단할까 싶다. 그러나 아니다. 아테네 올림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자는 8강에서 좌절하고 여자는 은메달을 땄다. 8강에서 좌절한 남자 대표팀 주장의 이야기가 아직도 귀에 생생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업팀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우리도 메달을 딸 수 있었습니다.

관련 자료: '메달색'이 무슨 상관이랴 - 한겨레21 2000년 08월 30일 제324호

구기종목사상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최강'으로 군림한 것은 오로지 핸드볼과 하키였다. 특히 여자 핸드볼은 88년과 92년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96년에는 은메달을 따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남자 핸드볼도 88년 은메달을 따고 92년에는 6위를 차지했다. 여자 실업팀 4개에 남자 실업팀 2개, 전체 등록선수가 1천명 안팎인 한국의 핸드볼이 수만명 가운데 뽑힌 유럽선수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는가? 핸드볼 인기가 높은 유럽에서는 한국의 이런 성적을 두고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2000년에 그나마 두개 남아 있던 남자 실업팀이 2004년에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던 것 같다.

이것이 비인기 종목 핸드볼의 현실이었다. 당시 남자 핸드볼 팀은 올림픽 경기가 열리기 얼마 전 각자의 직장을 그만 두고 태능 선수촌에 모였다.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모두 핸드볼 선수가 아닌 직장인으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핸드볼에 대한 미련, 실업팀이 단 하나도 없는 현실을 후배들에게 물려 주기 싫어서 태능 선수촌에 모였다. 그리고 이들이 이룬 성과는 8강이었다. 여자 핸들볼 처럼 매달을 따지 못했지만. 이것 조차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한데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은 한데볼이라는 핸드볼에 대한 관심을 되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핸드볼은 올림픽 구기 종목 중 최고의 효자 종목이다. 그러나 언제나 올림픽이 끝나면 '한데볼'이 되었다. 아테네 올림픽의 성과로 연이어 실업팀이 창단되었다. 현재 여자 핸들볼 팀 9개, 남자 핸들볼 팀 5개로 실업팀이 늘었다. 직장을 때려 치고 올림픽에 참가, 8강의 쾌거를 이룬 남자 핸드볼 팀. 편파 판정으로 승부 던지기 까지 간뒤 아깝게 덴마크에 패한 여자 핸드볼 팀이 이루어낸 성과였다.

2008년 남자 핸드볼 팀은 2004년과는 확실히 달랐다. 남자도 메달을 자신했다. 국내파와 국제파의 조화는 88올림픽 은메달의 영광도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장미빛 청사진은 남자 핸드볼이 조 1위로 본선에 진출함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남자 핸드볼 팀은 8강전에서 스페인에 아깝게 패한다. 남자 핸드볼 팀의 경기를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경기 내내 남자 핸드볼 팀은 일종의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는 듯 보였다. 신장의 열세도 아니었다. 비인기 종목, 선배들이 어렵게 일군 핸드볼의 업적을 후배들에게 물려주려는 몸부림. 어렵게 얻은 이 기회를 꼭 살리고 싶은 절박함. 이런 중압감이 결국 경기 결과로 나타났다.

남자는 8강, 여자는 4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나는 우리나라 핸드볼 팀이 정말 자랑스럽다. 마지막 1분을 남기고 동점까지 가는 투혼을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니다. 아무도 알아 주지 않는 핸드볼, 한데볼이라는 핸드볼. 졸업한 뒤에는 먹고 살 걱정을 해야하는 핸드볼. 그런 한데볼을 끝까지 사랑한 그들이 자랑스럽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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