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경찰 3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하니 작은 사건은 아니다. 또 올림픽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이니 만만디 중국 정부도 오금이 저릴 것 같다. 중국이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을 허용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순수 한족이 사는 지역은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는 중국으로서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위구르라고 하면 다른 것 보다는 김용의 '서검은구록'이 떠오른다. 김용의 처녀작인 서검은구록의 배경이 위구르이기 때문이다. 사실 김용은 처음부터 무협작가는 아니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대만인지 중국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비무대회가 열렸다. 후권(?)의 문주와 모파의 문주가 시비가 붙어서 열린 비무대회라고 한다. 비무대회는 일방적으로 끝났지만 이 비무대회에 갖는 온 중국인의 관심에 착안, 김용의 경쟁사에서 무협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한다. 당시 명보 주필이었던 김용은 경쟁사와의 경쟁 때문에 무협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어디선가 읽은 것이라 정확하지 않음).

서검은구록(書劍恩仇錄)[1]에는 반청복명의 홍화회의 총타주인 진가락과 진가락의 형으로 어렸을 때 궁으로 들어간 건륭제, 그리고 위구르 회족의 공주였던 향향공주(청향비)가 등장한다. 출중한 외모덕에 진가락과 건륭제의 사랑을 받는 위구르족 공주. 김용 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무협 소설이라고 해도 역사 소설의 형식을 따르며 역사적 설정을 바꾸지 않는다. 따라서 이 소설의 결말 역시 향향공주가 건륜제의 비(청향비)가 된다.

그런데 서검은구록에는 아주 재미있는 설정이 하나있다. 바로 건륭제이다. 건륭제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황제로 꼽히는 강희제, 옹정제에 이어 황위에 올라 청나라의 통치를 영구이한 황제다. 오랑캐의 청나라가 결국 중국의 마지막 황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로 이어진 3대의 선정때문이다. 아울러 이러한 선정은 이때 다수의 한족이 등용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검은구록은 여기에 하나의 장치를 더한다. 옹정제의 딸과 문연각 대학사로 있던 한족 진세관의 아들을 바꿔치기 하고 이렇게 바꿔치기한 아들이 바로 건륭제라는 설정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허구라고 한다.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고 주변국은 오랑캐라는 중화사상. 그래서 중국인은 남만, 북적, 동이, 서융으로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나라는 모두 오랑캐라고 칭한다. 이런 사고 방식을 가진 중국인으로서 중국 역사상 가장 못마땅한 왕조는 아마 청나라일 것이다. 반청복명의 기치를 높게 들었다. 그러나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를 거치면서 반청복명은 꿈일 수 밖에 없는 현실로 바뀐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생각해 낸 꼼수가 바로 건륭제에 대한 전설이고 이 전설을 토대로 쓰여진 것이 바로 서검은구록이다.

국내에서 인기있는 김용의 작품은 영웅문(사조영웅문, 신조협려, 의천도룡기)이다. 나는 소오강호녹정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그외의 작품은 모두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기억이 별로 없다. 천룡팔부는 김용의 역작이라고 하지만 다른 작품에 비해 내용이 조금 중구난방[2]인 것 같았다. 또 처녀작인 서검은구록도 영웅문 시리즈와 소오강호, 녹정기에 비해 떨어진다. 그래서 유일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내용이 거대한 모래바람속에서 싸우며 사랑을 키워가는 진가락과 위구르의 공주뿐인 것 같다.

관련 글타래


  1. 국내에서는 청향비(향향공주)라는 제목으로 고려원에서 출간했다. 
  2. 주인공이 한명이 아니라 세명이다. 이 세 주인공 각각의 사연을 따로 따로 풀고 필요에 따라 셋이 함께 등장하는 소설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만 극복하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무협소설이 천룡팔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