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매 의적단 by 도아
그림자 도둑 일지매
일지매는 이른바 그림자 도둑이다. 해가 뜨면 군중속에 나타나 해가지면 사라지는 그림자 도둑. 그래서 그 어느 누구도 그의 정체를 모른다. 때로는 술을 파는 아낙으로 때로는 기생으로. 남녀를 가리지 않고 변한다. 혼자서 도둑질을 하는 그는 필연적으로 변신술의 귀재이다. 보통 여성을 안심하는 심리 때문에 여성으로 변하는 때도 많다.
일지매 의적단
일지매 도입부
털려는 집의 지도를 놓고 도둑들이 모여 작전 회의를 한다. 불가능하다. 철옹성이다. 포기해라가 주된 의견이다. 그러나 한 복면인 그 철옹성을 턴다. 그리고 남은 것은 매화 가지가 그려진 헌겁 한조각. 철가면을 쓴 사람. 그러나 그 역시 일지매는 아니다.
일지매 의적단이라는 것 부터가 일지매 같지가 않다.
바로 얼마 전부터 방영한 SBS의 퓨전 사극 일지매이다. 그러나 첫 장면부터 내가 알고 있는 일지매와는 사뭇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에서 의적이라고 하면 허균이 만든 홍길동, 쥐박이를 닮은 서림의 배신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임꺽정. 황석영이라는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가 되살린 장길산이 있다. 모두 SBS에서 방영한 적이 있는 의적들이다.
그러나 일지매는 이런 의적과는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 이들 의적 모두 무리를 이끄는 도둑의 수령으로 있는자의 재산을 털어 없는 자에게 배푼다. 일지매도 이런 의적이기는 하지만 일지매는 무리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한다는 점이다.
임꺽정, 홍길동, 장길산은 이름이 있지만 일지매는 이름이 없다. 오로지 그가 도둑질한 뒤 그가 남기고 간다는 그의 상징물, '매화 가지 하나'(일지매: 一枝梅)가 그의 이름이다. 일지매의 이런 의적 활동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일지매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림자 도둑 일지매
일지매는 이른바 그림자 도둑이다. 해가 뜨면 군중속에 나타나 해가지면 사라지는 그림자 도둑. 그래서 그 어느 누구도 그의 정체를 모른다. 때로는 술을 파는 아낙으로 때로는 기생으로. 남녀를 가리지 않고 변한다. 혼자서 도둑질을 하는 그는 필연적으로 변신술의 귀재이다. 보통 여성을 안심하는 심리 때문에 여성으로 변하는 때도 많다.
그래서 작전회의를 하고 칼 싸움을 벌이는 일지매가 낯설다. 화려한 액션이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할 수 있지만 그림자 도둑이라는 일지매와는 너무 다르다. 고우영이 그린 일지매에서 일지매는 일본의 닌자술을 배운 것으로 나온다. 그 이유는 그가 그림자 도둑이기 때문이다. 있는 듯 없는 듯 나타났다, 사라진다. 사라진지는 것은 일지매와 재물, 나타나는 것의 그의 신물인 매화 가지 하나(一枝梅)이다.
설사 일지매에게 이용당한 사람도 자신을 이용한 사람이 일지매인지 모른다. 그래서 일지매는 잡을 수 없다. 일지매를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주막 봉노방에서 주모와 살곶이를 하는 허름한 보부상, 대가집 마님의 꿈속에 나타난 귀공자. 그 모두 일지매이지만 어느 누구도 그가 일지매인줄 모른다. 아마 일지매 스스로도 자신의 얼굴을 모를 수도 있다.
일지매가 일지매일 수 있는 이유는 세상 사람이 그를 아는 유일한 정보가 바로 매화 가지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도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그가 남긴 유일한 상징 일지매(一枝梅)외에는.
SBS에서 방영한 일지매는 내가 알고 있는 일지매와는 너무 달랐다. 털어갈 날짜를 알리고 화려한 무술로 격투를 벌인다. 혼자서 벌이는 범행이라는 점만 빼면 일지매 보다는 얼마 전에 KBS에서 종영한 홍길동과 더 닮아 있다.
미리 그려둔 그림일 수 있지만 저런 그림을 남기는 사람이 일지매라면 몸수색을 하면 바로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일지매는 잡지 못하다. 일지매의 신물 매화 가지는 대가집 마님의 비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지매는 물건을 훔치고 난 뒤 매화 가지 하나를 두고 떠난다. 사라진 것이 재물이라면 남는 것은 일지매이다. 그런데 매화 가지 대신에 SBS는 매화 그림을 선택했다. 꽃이 달린 매화 가지는 사시사철 구할 수 없는 물건이다. 그래서 일지매 제작진은 이런 점을 들어 매화를 그린 그림으로 대치한 듯하다. 그러나 매화 그림이 그려진 헌겁은 화려할지 모르지만 일지매의 운치가 남지 않는다.
앞에서 설명했듯 고우영의 일지매는 일본의 닌자술을 배운 것으로 나온다. 또 매화 가지는 일지매가 사용하는 암기 중 하나이다. 매화 가지 모양의 표창으로 떠나면서 그 상징을 던지고 떠난다. 그래서 일지매가 왔다 간 것을 알게 되는 것은 바로 사라진 재물과 남은 일지매 때문이다.
나는 SBS 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는다. 아마 SBS 드라마로 처음부터 끝까지 본 드라마는 1995년 SBS 창사 특집으로 방영한 모래시계 정도가 전부다. 모래시계는 다시 봐도 재미있다. 또 드라마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모래시계를 만든 김종학 PD, 송지나 작가의 최신작, 태왕사신기보다 낫다.
만든지 10년이 더 된 드라마이지만 지금 다시 봐도 재미있다. 10여년전에 만든 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사진은 광주 5.18 민주 투쟁 당시 공수 부대가 시민을 구타해서 잡아가는 장면이다.
유치한 SBS
모래시계 뒤에 등장한 SBS 드라마 중 성공한 드라마는 상당수가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많았다. 배우와 제작진을 보유하지 못한 SBS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 있다. Mr.Q를 비롯한 상당수의 드라마가 만화를 원작으로하고 있다. 이런 성공 때문인지 몰라도 그 뒤 SBS 드라마는 만화적 과장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지 않은 드라마도 만화적 과장이 차고 넘친다. 그래서 SBS 드라마는 현실감이 떨어진다. 아울러 배우의 연기가 과장되어 있다.
우리시대 최고의 작가인 황석영의 장길산을 SBS에서 방영한 적이 있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원작으로했지만 정말 재미없었다. 그 이유는 드라마에 나온 배우들이 모두 지나치게 과장된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웃을 때는
하~ 하~ 하~
라고 웃고 말을 할 때는
이~놈~들~
이라고 말한다. 마치 만화책 주인공같다. SBS 대부분의 드라마가 이런식이었고 그래서 SBS 드라마는 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주 우연히 일지매를 봤다. 시작부터 내가 알고 있는 일지매와는 달랐다. 그러나 이 일지매를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그 이유는 이 드라마에는 만화적인 과장과 억지가 별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지매가 물건을 훔치고 매화 가지를 그린 그림을 던져 주고 나간 뒤 드라마는 일지매의 어린 시절부터 다시 시작한다. KBS에서 얼마 전 끝마친 홍길동에서 고관 대작의 집을 턴 뒤 다시 홍길동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구성이었다. 그러나 이런 구성은 홍길동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 아니다. 상당히 많은 영화, 드라마에서 시도된 방법이기 때문에 딱히 꼬집을 만한 부분은 없었다. 도입부가 알고 있는 일지매와는 다르다는 점은 빼면.
특히 SBS는 방영분을 늘리기 위해 원작에 없는 어린 시절을 질질 끄는 경향이 강한데 일지매는 어린 시절을 1회로 아주 빠르게 마무리했다. 그래서 첫날 방영된 일지매를 보고 이 드라마가 SBS 드라마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오는 배우들 모두 자신의 배역에 충실했다. 그래서 모래시계 이후 처음으로 SBS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에 방영된 일지매 2회를 보면서 역시 SBS 드라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지매에게 접근해서 춘화를 파는 남녀의 모습은 홍길동에서 엉터리약을 파는 허이녹과 허이녹의 할아버지와 너무 닮았다. 아마 춘화를 파는 스님 역시 무림의 고수일 것으로 생각된다. 또 춘화를 파는 것과 성인 용품을 파는 모습은 홍길동에서 배경은 과거이지만 내용은 모두 현대적으로 패러디한 부분과 너무 닮아있었다.
너무 유치한 구성 때문에 처음에는 보지 않았던 홍길동. 그러나 회가 거듭될 수록 그 유치함에 마음이 끌렸다. 적절한 패러디와 너무 진지한 이창휘 때문인 듯했다.
퓨전 사극이기 때문이라고 강변할 수 있지만 아니다. 아무리 퓨전 사극이라고 해도 시대의 배경은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태왕사신기도 퓨전 사극이고 홍길동도 퓨전 사극이지만 홍길동과 허이녹, 담덕과 수지니라는 남녀 주인공 중 여주인공의 성격을 빼면 비슷한 점을 찾기 힘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을 코믹하게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1편처럼 배역에 녹아나는 연기를 펼치는 연기자가 사라져 버렸다. SBS 드라마의 최대 단점인 만화적 과장이 화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2편만 보면 일지매는 홍길동 속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도둑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 같다. 그러나 홍길동과 일지매는 의적이기는 하지만 행동하는 방법이 서로 다르다. 그러나 작전 회의를 하고 주변 인물들이 일지매를 돕는 설정은 일지매스럽다기 보다는 홍길동스럽다. 앞에서 설명했듯 일지매는 그림자 도둑이다. 있는 듯 없는 듯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가 나타난 자리에는 일지매가 놓여있다. 일지매가 왔다 갔다는 것은 사라진 재물 대신 놓여있는 일지매를 봐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지매를 홍길동처럼 만들어 버렸다.
또 홍길동은 처음부터 유치, 황당함으로 홍길동을 재해석한 코믹 퓨전 사극이다. 그래서 드라마 내내 현대적인 상황을 패러디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작가인 홍정은, 홍미란 작가는 쾌걸 춘향을 통해 전통 사극을 현대적으로 해석함으로서 재미를 줄수 있다는 것을 이미 보인바 있다. 또 환상의 커플을통해 얼토당토하지 않은 유치함이 새로운 재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인 작가였다.
그리고 이 두 작품에 대한 연장선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홍길동이었다. 따라서 과거의 배경을 현대적으로 패러디한 것이나 등장 인물들의 과장된 연기는 오히려 드라마의 힘이었다. 코믹한 주인공에 비해 아주 진진한 적(이창휘)을 택한 것도 자칫 지나친 과장이 드라마의 기본적인 틀을 깨버리는 것을 막기위한 장치로 보였다.
일지매스러운 일지매
반면에 일지매의 시작은 아주 진지했다. 그래서 예전의 SBS 드라마와는 다른 재미를 느꼈다. 이런 기대를 가지고 본 2편은 실망 그 자체였다. 같은 소재에 같은 배경, 그리고 똑 같은 현대적 어법으로 접근한다면 일지매는 일지매가 아니라 홍길동의 속편이 될 가능성이 많았다.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작가와 PD다. 따라서 한 시청자가 그 드라마 전체에 대해 왈부왈가할 이유는 없다. 그 이유는 재미가 없으면 보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별 것 아니다. 지금과는 다른 드라마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했듯 일지매는 홍길동과 같은 의적이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 무리를 지어 다니지 않고 모든 일을 혼자서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분장술에 능하다. 때로는 여성으로 변한다. 그래서 여성이 봐도 아름다운 남성이 바로 일지매이다. 이런 점에서 왕의 남자에서 여장 남성으로 열연한 이준기를 그 주인공으로 뽑은 것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런 선택이 그 힘을 얻기 위해서는 홍길동 같은 일지매가 아니라 일지매 같은 일지매를 만들어야 한다. 제작진이 일지매를 제작하면 나 보다 더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나는 드라마 1편에 나온 일지매 부터 일지매 답다기 보다는 홍길동 답다는 생각이 든다. 터는 집을 사전에 예고 하고 격투를 벌여 터는 것은 도술에 능한 홍길동이 아니면 하기 힘든 행동이기 때문이다. 일지매라면 예고는 해도 격투는 벌이지 않아야 한다. 그 이유는 그는 그림자 도둑이기 때문이다.
일지매를 일지매 답게 만들어 주는 것은 간단하다. 일지매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그림자 도둑이라는 점을 부각 시키면 된다. 이점만 부각된다면 일지매는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주변의 인물과 일지매와의 관계는 작전회의를 하는 것처럼 직접적인 관계가 아니라 대부분 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한다. 주막집 주모가 못잊어 하는 보부상. 그 딸이 그리워하는 대가집 도련님. 대가집 도렴님이 푹 빠져 있는 기생, 매향. 이 모두가 한 사람이다. 일지매는 그림자 도둑이다. 그래서 항상 그 누군가의 그림자로 존재하며 해가 지면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 매화 가지 하나가 남는다.
일지매스러운 일지매
이 것이 성공 비결이다.
일지매
일지매(一枝梅, ? ~ ? )는 조선시대 후기에 살았던 도적으로 실존여부는 확실치 않다. 일지매에 대한 이야기는 조선 순조때 문인 조수삼의 저작 《추재기이》에 그의 행적이 짤막하게 언급되고 있다. 일지매는 도둑중의 협객으로, 탐관오리의 재산을 훔쳐 스스로 먹고 살 수 없는 사람들을 도왔으며, 표식으로 매화한가지(一枝梅)를 새겨 남겼다고 한다.
위키백과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일지매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다. 의적이라는 것과 매화 한 가지를 새겨 남겼다는 것이 알고 있는 전부이다. 따라서 일지매를 개인으로 볼 수도 있고 단체로 볼 수도 있다.
- 단체라면 상징 보다는 수뇌부의 이름을 사용[1]
- 홍길동, 장길산, 임꺽정등에서 알 수 있듯이 단체라면 그 단체의 상징보다는 수뇌부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일지매라는 상징만이 남았다는 것은 단체일 가능성 보다는 개인일 가능성이 더 높다.
- 일지매에 대한 이미지
- 일지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 일지매를 그리든 큰 상관은 없는 문제다. 그러나 일지매가 단체가 아니라 개인이라면 고우영 화백이 그린 일지매가 원래의 일지매에 더 가까울 것으로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개인이 물건을 훔치기 위해서는 전략, 전술 보다는 기궤에 더 능해야 하며, 많은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서는 변장에 능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 일지매는 송나라 '아래야 도둑'에서 시작해서 한일로 번진 설화이다. 흔히 우리 설화로 잘못 알고 있지만 중국 설화를 근간으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