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이야기 53 - 전원식당 민들레 by 도아
장작
곳곳에 장작이 보인다. 아룰러 사진처럼 장작을 피울 수 있는 큰 화덕이 있다. 또 화덕 주변에 통나무 의자에 앉아 이야기 할 수 있다. 이런 장작 화덕이 마당에 두 군데 있고 그 중 한군데에서는 이미 장작을 피우고 있었다. 수레 바퀴 왼쪽에는 일반 음식점과 비슷한 식탁이 놓여 있고 오른쪽에는 작은 방이 준비되어 있다.
충주 이야기
충주 이야기는 인기는 없지만 꽤 공들여 쓰는 글이다. 충주에 산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산좋고 물좋은 고장이라 다닐 곳도 많고 쓸 이야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은 메타 블로그에서는 별 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는 글이다.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는 뉴스로그에서 설명한 것처럼 메타 블로그에서는 이슈에 너무 민감해서 이런 일상의 소소함을 닮아 내는 글이 인기기 없기 때문이다. 미리 고백하자면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는 뉴스로그라는 글은 이 글을 쓰려고 쓴 도입부이다. 그런데 글이 너무 길어져서 결국 분리했다.
충주 이야기에서 상당히 여러 번 나오지만 충주에는 음식점이 상당히 많다. 단순히 건물 주인이 소일 거리로 하는 식당도 있고, 원주 어머니 밥상 2처럼 맛있고 정성들인 음식을 하는 곳도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땅값이 싸기 때문인지 몰라도 대형 식당도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특히 이런 곳에 식당이 있다는 것을 알까 싶을 정도로 산속 깊은 곳에 운치있는 식당이 꽤 있다.
오늘 소개하는 곳은 민들레라는 음식점이다. 한식, 양식, 국산차, 외산차와 술을 팔기 때문에 단순한 음식점으로 보기는 조금 힘들다. 충주는 충주호 주변을 상당히 잘 꾸며놓은 편이다. 충주호를 가다 보면 왼쪽으로 충원교가 보인다. 이 충원교를 건너면 지금은 모두 졌지만 충주호 벚꽃을 볼 수 있다.
전원식당 민들레
충원교를 건너 충주댐을 지나면 충주호 선착장이 나온다. 과거에 유람선에 불이나서 한번 유명세를 치룬적이 있다. 요즘은 수량이 얼마되지 않아 유람선이 다니는지, 충주호 유람선을 이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이 선착장을 지나 계속 가다보면 오늘 소개하는 민들레라는 전원 식당이 나온다.
도로 옆에 자리한 이 한식당은 실내장식이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조물을 우리의 전통 가옥 형태로 만들어 두고 있다. 마당에는 장작을 때고 있기 때문에 들어서면 향긋한 통나무 냄새가 진동한다. 마당 곳곳에서 차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탁이 있다. 또 마당에는 장작을 피우는 자리가 두곳이 있고 장작을 때면서 고구마를 구워 먹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상당히 외진곳이지만 평일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충주 토박이라고 하면 이런 곳을 잘 알겠지만 충주에 내려온지 이제 횟수로 3년이 되는 나로서는 이런 곳은 알래야 알 수도 없는 곳이다. 우엉맘과 함께 운동하는 아주머니들이 우엉맘에게 이곳을 소개한 덕에 어제 아이들을 데리고 이 곳을 방문했다.
실내 장식이나 실외 장식을 조금 더 세련되게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전통 가옥의 투박한 맛을 살린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주차장에 차를 새우니 멀리서 풍기는 통나무 냄새. 외국의 경우 집에 벽난로를 두고 장작을 때는 집이 많은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실제 장작을 때본 사람은 알 수 있지만 장작의 향기가 의외로 깊고 좋다.
주차장에서 조금 올라가다 보면 전원 민들레라는 간판과 작은 대나무로 둘러쌓인 계단이 나온다. 날이 조금 저문 상태고 곳곳에 촛불을 켜두었기 때문에 멀리서 불빛이 보인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바로 장작타는 냄새였다.
마당에는 이런 식탁이 서너개 있다. 산속이고 또 충주호에서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여름에 여기서 술한잔하면 아주 시원할 것 같았다.
곳곳에 장작이 보인다. 아룰러 사진처럼 장작을 피울 수 있는 큰 화덕이 있다. 또 화덕 주변에 통나무 의자에 앉아 이야기 할 수 있다. 이런 장작 화덕이 마당에 두 군데 있고 그 중 한군데에서는 이미 장작을 피우고 있었다. 수레 바퀴 왼쪽에는 일반 음식점과 비슷한 식탁이 놓여 있고 오른쪽에는 작은 방이 준비되어 있다.
평일이고 상당히 깊은 산속에 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마당의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는 사람, 작장불 주변에 앉아 수다를 떠는 아가씨들. 그리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사람.
우리 내외도 마당의 식탁에 일단 자리를 했다. 그리고 보니 날은 점점 어두워져 갔고 일교차가 심한 충주에서 밤바람을 쐬면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 것 같아 밥은 방에서 먹기로 했다. 그리고 주방 왼쪽으로 길게 늘어선 방에 가봤다. 내가 어렸을 때 살던 초가집과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툇마루에도 문이 있다는 정도였다. 가구는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어렸을 적 고향에서 많이 보던 그런 물건들이 많았다.
난방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겨울 난방을 위해 툇마루에 문이 있다는 것을 빼면 예전에 살던 초가집과 비슷했다. 툇마루에 문을 달았기 때문에 툇마루라는 인상보다는 복도 라는 인상을 더 준다. 그리고 한쪽 벽에는 꽤 오래된 듯한 문갑이 놓여 있었다. 방도 시골의 진흙집처럼 꾸며놓았다.
음식을 시키기 위해 메뉴판을 받아 왔다. 그런데 음식값이 상당히 비쌌다. 식사 중 가장 싼 돈까스가 9000원이었다. 술중에 가장 싼 동동주(소)는 6000원. 차는 대부분 5000원이었고 술안 주는 도토리묵이 1'1000원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술이었다. 산사춘과 같은 약주, 복분자와 같은 기능주만 있고 서민의 대표술인 소주는 없었다. 주인을 불러 물어봤지만 역시 독한 술은 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돼지 김치 전골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나 술안주로 먹기 위해 돼지 김치 전골(소), 우영이 밥을 먹이기 위해 돈까스, 그리로 김치 전골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동동주를 시켰다. 그리고 잠시 뒤 돈까스가 나왔고 김치 전골이 나왔다. 그런데 김치 전골의 양이 너무 많았다. 분명히 작은 것을 시킨 것 같은데 나온 것은 중자 전골 냄비 하나 가득 담겨 있었다.
돼지 김치 전골이라고 하지만 돼지 고기는 많지 않았다. 대신에 싱싱한 버섯과 두부, 그리고 정말 많은 신김치가 있었다(글을 쓰는 지금도 침이 넘어간다). 처음 여기에 오면서 우엉맘이 분위기는 괜찮은데 음식맛은 별로라고 했다. 그래서 음식맛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방문했다. 다른 모든 음식을 먹어본 것이 아니라 음식맛에 대해 평할 수는 없지만 김치 전골은 꽤 맛있었다.
또 양이 아주 많았다. 작은 것을 시키면 기본적으로 공기밥 두개가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어른이 두명이라 공기밥이 두개가 나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1'5000원짜리 김치 전골에 공기밥 두개가 함께 나왔다. 양이 워낙 많아서 동동주까지 먹기는 힘들 것 같아 동동주는 일단 취소했다.
그리고 먹다 보니 신김치의 새큼한 맛과 마늘과 고추가 어우러진 매운 맛 때문에 상당히 맛있게 느껴졌다. 또 딱 소주안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1'5000원짜리가 이정도로 나온다면 어른 네명이서 밥을 먹고 술안주로 먹어도 될 듯했다. 특히 냄비 가득 나오기 때문에 조금 끓인 뒤 짜지면 다시 물을 붓고 끓이면서 먹었다. 결국 밥 한공기로는 모자라 다시 밥 한공기를 추가로 먹었다.
먹을 때는 맵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마늘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계속 땀이 났다. 또 먹어도 먹어도 끊이 없었다. 물 보다는 두부, 버섯, 김치의 양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또 김치가 상당히 시다. 따라서 나처럼 신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소주 안주로 정말 좋았다. 아쉬운 것은 소주를 팔지 않는다는 점.
또 아르고폰
밥을 먹고 마당의 식탁에 앉아 우영이와 아르고폰을 가지고 놀았다. 상당히 깊은 산속이라 혹 터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인터넷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 터치웹폰의 또 하나의 쓰임새를 발견했다. 바로 우영이 숫자 연습용으로 딱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폰에는 뇌온터치라는 게임이 내장되어 있다. 좌뇌와 우뇌를 발달 시키는 게임이다. 아직은 좌뇌 게임밖에는 해보지 않았지만 좌뇌 게임은 근본적으로 사칙연산을 연습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스타일러스 펜으로 숫자를 직접 쓰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렇게 게임을 하는 것이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그덕에 요즘은 산수공부는 죽어라고 하지 않던 우영이는 승부욕 때문에 열심히 게임을 했고 저녁때 자기 전에는 우엉맘이 불러주는 사칙연산을 암산하면서 잠이 들었다.
깊은 산속에서 시원한 바람과 향긋한 통나무 향기 속에 밥 한끼, 술한잔 기울이는 것도 상당히 운치가 있었다. 산속의 밤은 어둠이 빨리 찾아 온다. 민들레에 도착한 시간이 7시 정도였지만 어느 덧 어둠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풍만함과 여유가 찾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