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마중 by 도아
점심 한끼, 4시간 대장정
모든 사람이 다 똑 같지는 않지만 먹는 것에 목숨을 거는 사람도 많다. 이 때문에 맛집으로 소문나면 장소가 어디든 찾아 가는 사람도 많다. 나도 비슷하다. 맛집이라고 하면 상당히 먼 거리도 찾아 간다. 오늘 소개하는 마중도 비슷하다. 퓨전 한정식집으로 청원군 낭성면 호정리라는 산속에 있는 한정식집이다. 한정식 치고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으며 맛도 있다. 또 호정리외에 청남대에도 분점이 있다고 하니 청남대 근처에 산다면 그곳을 방문해도 된다.
목차
- 맛집 찾아 70Km
- 퓨전 한정식, 마중
- 마중 주차장에서 바라본 한정식집
- 마중 간판
- 꽉찬 주차장
- 오솔길 처럼 꾸민 통나무길
- 콘크리트 건물
- 실내 장식
- 한정식 메뉴
- 전채 요리
- 팥죽
- 약밥과 단호박
- 드레싱
- 해파리 냉채
- 해파리 냉채
- 낙지무침
- 녹두전
- 석쇠구이
- 떡산적
- 밀병
- 버섯튀김
- 새우튀김
- 무쌈
- 미역국
- 버섯잡채
- 버섯볶음
- 홍합
- 본 요리
- 1식 7찬
- 도라지 튀김
- 된장국
- 누릉지
- 매실차
- 4시간의 대장정
알림
구글에서 마중을 검색하면 '완전히 폐쇄된 장소'라고 뜬다. 그런데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다. '마중'은 이름을 '호정'으로 바꿨다. 호정리에 있기 때문에 '호정'으로 바꾼 것인지 아니면 사장이 바뀌었기 때문에 호정으로 바꾼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호정 한정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호정한정식.kr이라는 홈페이지까지 운영하고 있다. 구글의 폐쇄 메시지는 마중이라는 음식점이 호정이라는 음식점으로 바뀐 것을 고려하지 않고 '폐쇄'로 표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맛집 찾아 70Km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 채소를 좋아하는 사람,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등. 또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 양식을 좋아하는 사람, 중식을 좋아하는 사람 등 정말 취향은 각양각색이다. 나는 한식을 좋아한다. 중식도 가끔 먹고, 양식도 가끔 하지만 모임은 역시 굽고 지지는 곳에서 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다 보니 자주 가게 되는 곳도 한식집 또는 한정식집이다. 충주에는 원주 어머니 밥상이라는 싸고 맛있는 한 정식집이 있다. 완전한 한정식이라기 보다는 조금 싼 한정식집으로 보면 된다. 가깝고 싸고 맛있지만 사무실을 옮긴 뒤로는 거리가 조금 멀어 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오늘 우엉맘이 사무실로 왔다. 비도 오고 기분도 꿀꿀하니 영화나 보자는 것. 충주 TTC 영화관에서 볼만한 영화를 찾아 보니 요즘 상영하고 있는 영화 중에는 볼 만한 것이 없었다. 그나마 볼만한 영화가 추격자인 것 같은데 우엉맘은 1시 30분에 상영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그래서 결국 가기로 한 곳이 오늘 소개하는 마중이라는 퓨전 한정식집이다. 퓨전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한정식집이지만 한식만 나오는 것이 아니고 중식과 양식도 함께 나오는 집이다. 우엉맘이 요리를 배울 때 요리 선생님이 알려 주신 곳이라고 한다. 우엉맘도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곳에 가자고 하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서 점심을 이곳에서 먹기로 했다.
충주에서 거리는 70Km밖에 되지 않지만 길이 좋지 않아 걸리는 시간은 의외로 한시간 반이 걸렸다. 충주에서 3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주덕 오거리에서 청주로 가는 36번 국도로 갈아 탄다. 36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백마령 터널을 지난 10Km 정도 더 간 뒤 동부우회도로 삼거리에서 우회전한다. 표지판에서 미원 방향으로 계속 가다가 미원 삼거리에서 청주 방향의 국도를 타고 산을 넘으면 된다.
퓨전 한정식, 마중
산을 넘는 길이라 길은 상당히 꼬불 꼬불하다. 그리고 이 산길을 넘어 청주 방향으로 계속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마중이라는 한정식집이 나온다. 주의할 것은 마중 건물이 보이지 않으며, 왼쪽에는 마중이 유명해지자 주워먹기로 세워진 것으로 보이는 한정식집만 보인다. 이 집도 한정식집이며 주차장이 넓기 때문에 주의하기 바란다.
네비게이터로 가다보면 위치가 마중과 정확히 같게 나온다. 그러나 마중은 이집 건너 편에 있다.
청원군 낭성면에도 있지만 청남대 근처에도 있다고 한다. 모두 퓨전 한정식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12시에 출발 1시 30분에 도착했다. 평일이고 위치가 산속인데도 불구하고 주차장은 상당히 많은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통나무길을 오솔길처럼 꾸며 두었다. 왼쪽으로 장작용 통나무가 보인다. 한정식집과 커피를 마시는 홀도 있는데 이 홀에서 장작을 때는 듯했다.
많은 사람이 찾는 음식점 건물로 보기에는 외부 장식이 너무 허접하다. 아마 외부 장식에는 도통 신경을 쓰지 않은 듯했다. 식당 건물은 그래도 외부 장식이 되어 있지만 커피숍으로 사용되는 건물은 가건물 처럼 보였다.
밖에서 보이는 건물과는 달리 실내 장식은 상당히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한정식 메뉴
일단 들어갔다. 의외로 상당히 많은 방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점식을 먹고있다. 한정식으로 술안주가 될지 의문이었는데 이미 술 판을 한판 벌이고 있는 팀도 있었다. 자리를 잡고 둘러 보니 창호지로 만든 문이나 한지로 바른 벽등 한정식 식당 다운 실내 장식이었다. 따로 메뉴판은 없었다. 그 이유는 식단이 너무 간단하기 때문이다. 주문할 수 있는 것은 A정식 2'0000원, B정식 1'7000원, 안창1접시 1'0000원, 석쇠구이 1'0000원이었다. 여기에 인원수대로 주문 가능합니다(어린이 제외)라는 문구가 있는 것으로 봐서 어른 수대로 주문하면 되는 것 같았다.
수저와 젓가락을 놓을 수 있는 바닥지. 메뉴가 간단하기 때문에 여기서 고르면 된다. 기타 다른 술종류도 있지만 주메뉴가 아니기 때문에 아예 메뉴판이 없는 듯 하다. 술은 계산서에 표시되어 있으므로 술을 마시기 위해서는 주문을 한 뒤 계산서를 보고 주문하면 된다. 참고로 B 정식은 수정되어 있다. 얼마 전까지는 1'5000원이었는데 1'7000원으로 최근 올린 듯 하다.
전채 요리
일단 A 정식 두개를 시켰다. 지금 부터는 정식이 나온 순서대로 사진과 맛깔스런 설명을 첨부하도록 하겠다.
가장 먼저 팥죽이 나온다. 갑작스레 많은 음식이 들어가면 위가 놀랄까봐 주는 듯했다. 팥죽의 양은 상당히 적지만 나중에 나오는 음식을 모두 먹어야 하기 때문에 간단히 먹으면 된다.
손가락 두게를 접으면 될 정도의 작은 약밥과 단호박이 사람 숫자대로 나온다. 약밥은 평범하다. 그러나 단호박은 맛있다.
싱싱한 야체가 나온다. 오른쪽에 감자처럼 보이는 것은 감자가 아니라 파인애플과 키위를 갈아 얼린 자연 아이스크림이다. 야채를 여기에 찍어 먹으면 새콤하면서 싱그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해파리와 싱싱한 야채가 새콤 달콤하게 무쳐나온다.
동부묵으로 만든 탕평채. 그러나 그리 즐겨 먹는 음식이 아니라 맛을 말하기는 힘들다.
약간 매운 맛이 있고 새콤하다. 홍어 무침과 비슷하기 때문에 불현 듯 홍어 무침이 생각이 났다. 그러나 낙지는 어떤 방법으로 먹어도 맛있다. 마중은 비교적 맛이 강한 음식이 없는데 그 중 매운맛이 강한 음식이었다.
녹두가 살살이 씹힌다. 크기는 작지만 맛은 좋다. 따라서 금방 접시를 비울 수 있다.
다른 음식도 괜찮지만 개인적으로 석쇠구이가 가장 맛있었다. 통나무불에 석쇠로 구운 듯 나무향이 은은하게 배어나왔고 고기는 아주 부드러웠다.
떡뽁기와 버섯을 이쑤시게로 꿰어 만든 떡산적. 간장으로 가볍게 간을 해서 구웠기 때문에 맛이 상당히 깔끔하다.
밀병인지 찹쌀떡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상당히 쫄깃 쫄깃하지만 특이한 맛은 없었다.
각종 버섯을 녹말 전분으로 옷을 입힌 뒤 튀겨서 나온다. 그러나 역시 강한 맛은 없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맛은 아니었다.
깐풍기와 비슷한 맛이다. 새우를 중국식 양념으로 튀겨냈기 때문에 비슷한 맛이 난다.
쇠고기를 무로 싸고 다시 깻입으로 쌌다. 이 것을 간장에 찍어 먹는데 월남쌈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역국 다음에는 조금 느끼한 음식들이 이어진다. 그래서 인지 이 시점에서 미역국이 나온다. 미역국은 시원했다.
맛은 유산슬과 비슷한 것 같다. 강한 맛이 없기 때문에 맛은 깔끔하다.
매운 양념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스테이크 소스로 볶아낸 것 같았다. 스테이크를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역시 맛은 평하기 힘들다.
홍합을 굴 소스로 버무렸다. 홍합이 상당히 싱싱한 듯 홍합 자체의 맛만 해도 상당히 맛있었다.
본 요리
밥이 나오기 전에 이처럼 7가지 반찬이 나온다. 김치, 호두 조림, 조개젓, 얼가리 배추 무침, 파래 무채, 콩, 멸치. 김치는 맛이 없다. 아무 맛도 없는 느낌이다. 그러나 나머지 반찬은 다 맛있었다. 멸치와 호두 조각을 조린 음식은 처음 먹어 봤다. 조개젓은 마중의 음식 중 강한 맛은 내는 몇 안되는 음식인데 '짜고 맛있다'. 얼가리 배추를 된장으로 무친 배추 무침도 맛이 깔끔하다. 파래 무채는 새콤 달콤, 콩은 고소하고 멸치는?
처음에는 더덕을 튀겨 나온 것으로 생각했지만 먹어 보니 도라지 튀김이었다. 도라지는 생으로 먹기는 힘든데 이렇게 튀김으로 먹어 보니 맛은 괜찮았다.
미역국만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된장국도 나온다. 막된장으로 간을 한듯하며 강한 맛이 없기 때문에 첫술에는 조금 밍밍한 느낌이지만 먹다 보면 맛있다.
이 정도를 가마 솥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겠지만 조금 두터운 가마솥 형태의 솥에 직접한 밥이 나온다. 또 검은 쌀을 섞었기 때문에 밥색깔이 조금 검다.
밥을 떠내고 함께 주는 주전자의 물을 부으면 바로 맛있는 누릉지가 된다. 나는 누릉지도 좋아하기 때문에 누릉지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우엉맘과 나는 음식남녀라고 할 정도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 1식 7찬의 반찬이 나왔지만 밥이 나오기 전에 반찬을 모두 비운 덕에 반찬을 새로 받았다. 그 반찬까지 김치를 빼고 다 먹었다. 배가 터지는 것 같다. 숨쉬기가 힘들다. 그래도 맛있다.
밥을 다 먹으면 후식으로 매실차가 나온다. 보통 후식은 달라는데로 주는 편인데 마중은 몸에 좋지 않은 커피는 아예 취급을 하지 않는 듯했다.
4시간의 대장정
SBS에서 2003년에 방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2003년에 방영됐다고 해도 이 산속에 있는 집을 사람들이 찾아 오는 것을 보면 역시 "맛있는 소문 천리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음식은 강한 맛이 없다. 따라서 강한 맛을 즐기는 사람은 조금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나오는 음식들의 맛은 대부분 괜찮았다. 개인적으로는 석쇠구이와 조개젖이 가장 맛있었다.
일단 배부르게 먹고 다시 집으로 오기 위해 길을 나섰다. 36번 국도를 타고 오다가 동부우회도록 삼거리를 따라 온 뒤 산을 넘는 것 보다는 청주가 가깝기 때문에 청주에서 36번 국도를 타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일단 청주로 길을 잡았다. 미원 삼거리에서 산을 넘을 때는 그래도 꽤 고도가 되는 산을 넘었기 때문에 길도 멀고 길도 상당히 꼬불 꼬불했다.
그러나 마중에서 청주쪽으로 넘는 길은 더 심했다. 일단 넘는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산길을 180도 회전해야 하는 곳이 10곳이 더 됐다. 90도, 270도 회전도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한 20분 산을 넘어가자 바로 청주 동물원이 나왔다. 청주 동물원은 예전에 와본 곳이라 청주 동물원에서 다시 36번 국도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돌아온 시간은 오후 4시. 밥한끼 먹기 위해 무려 4시간의 대장정을 소화한 셈이다. 그러나 우엉맘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한껏 기분이 좋아져 다이어트를 하러 갔다. 물살모의 애환인 듯.
위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대부분 젓가락을 대기 전에 찍었다. 그 이유는?
술을 마시지 않아서. 한정식이 술안주가 될까 싶어서 술을 시키지 않았는데 술안주로 먹을 수 있는 찬이 아주 많았다. 지금도 후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