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될 나무는 떡 잎부터 안다?

우리 속담에 '잘될 나무는 떡 잎부터 안다'는 속담이 있다. 정말 그럴까? 그러나 또 반대되는 이야기도 많다. '사람은 자라면서 서너번 변한다'는 이야기이다. "잘될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는 속담보다는 "사람은 자라면서 서너번 변한다"는 이야기를 더 믿는다. 괄목상대(刮目相對)라고 때로 사람은 정말 많이 변하기 때문이다.

일진 지니

우리 속담에 '잘될 나무는 떡 잎부터 안다'는 속담이 있다. 정말 그럴까? 그러나 또 반대되는 이야기도 많다. '사람은 자라면서 서너번 변한다'는 이야기이다. "잘될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는 속담보다는 "사람은 자라면서 서너번 변한다"는 이야기를 더 믿는다. 괄목상대(刮目相對)라고 때로 사람은 정말 많이 변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일로 기억한다. 우리 반에는 학교 짱이었던 지니(가명)라는 녀석이 있었다. 집안 환경은 괜찮지만 쌈박질로 허구허날 사고만 치고 다니는 그런 녀석이었다. 쭉 찢어진 눈, 주먹코, 사각턱. 얼굴부터 한가닥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배포도 크고 보스 기질이 있었다. 따라서 이 녀석 주변에는 항상 비슷한 녀석들이 어울려 다니곤 했다.

지금이야 일진이니 뭐니 해서 교내 폭력 조직이 많이 있지만 당시에는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을 정도교권막강한 때였다. 따라서 이런 조직은 학교내에서 발 붙이기 거의 힘들었다. 그러나 이 녀석은 자신에게 모여든 아이들을 이용해서 비공식 교내 최고의 조직을 이끌었다.

퇴학 당한 지니

이 지니는 선생님도 무서워 하지 않았다. 수업 중에 다른 친구와 장난을 치다 선생님께 불려 나갔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겁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녀석은 선생님의 훈계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서 딴짓을 했다. 선생님이 조금 대가 센편이라면 바로 구타로 이어졌겠지만 조금 무른 탓에 훈계만 주고 교실 문을 나섰다.

그러자 녀석은 "씨팔"하면서 칠판을 한대쳤다. 교실 밖에서도 분명히 들렸겠지만 선생님은 모른척 그냥 가버렸고 애꾿은 칠판에는 녀석 주먹 크기만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당시 담임 선생님은 한 성격하는 분이셨고 녀석도 담임 선생님은 무서워하는 편이라 종례 시간에 누가 구멍을 뚫었는지, 그리고 왜 그랬는지를 물었다. 장난치다가 그랬다는 답변에 지휘봉으로 머리를 한대 때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던 것 같다.

얼마 뒤 지니는 퇴학을 당했다. 내가 중학교를 다니면서 본 유일한 퇴학생이 녀석이었다. 사건 전말은 이랬다. 녀석 파에 대항하는 파벌이 하나 형성됐는데 이 파벌을 응징한 것이다. 응징하는 방법도 교묘했다. 양지의 패싸움을 하면 녀석 실체가 드러나기 때문에 한밤 중에 상대 파벌의 아이들을 하나씩 불러내서 패는 음지의 각개 격파를 한 것이었다.

이일이 알려지고 각개 격파를 단행했던 녀석 친구들은 모두 정학을 먹었지만 녀석은 아무런 일이 없었다. 그 이유는 각개 격파를 했을 때 녀석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패싸움으로 정학을 먹은 적이 있어서 다시 정학을 먹으면 퇴학이 될 상황이었다. 그래서 짜낸 계책이 각개격파였던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이 이 일에 참여한 녀석들을 심문하는 도중 이 모든 계획이 지니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이 밝혀졌고 결국 녀석은 중학교 3학년 때 퇴학을 당했다. 지니와 친한 친구 중 '자니(가명)'라는 녀석도 있었다. 지니와는 다르게 공부도 잘하고 학교에서도 모범생으로 꼽히는 녀석이었는데 같은 학교를 다니다 전학간 뒤 지니와 마찬가지로 퇴학을 당했다.

하루는 집으로 가려고 교문을 나서는데 교문에 많은 아이들이 모여있었다. 무슨 일인가 확인해 보니 '지니'와 '자니', 그리고 상당히 많은 패거리들이 교문 앞에 진을 치고 아이들을 잡아 두들겨 패고 있었다. 확인해 보니 퇴학 당한 것을 상대 파벌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퇴학 당한 뒤 다시 아이들을 모아 상대 파벌의 아이들을 구타한 것이었다.

지니나 자니 모두 절친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빨리 집으로 가라는 충고를 듣고 집으로 갔던 적이 있다. 아마 학창 시절에 지니와 자니를 본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일을 시작한 지니

그 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렸을 적 꿈이었던 전자공학과를 진학했다. 당시 집 앞 종점에서 53번이나 54번을 타고 시청까지 간 뒤 갈아타고 학교를 다녔다. 따라서 거의 매일 53번을 타고 가는데 여기서 '지니'를 만났다.

도아: 와. 반갑다. 요즘 뭐하고 지내니?
지니: 뭐하긴 직장 다니지.

도아: 어디서 일하는데?
지니: 청계천. 너는?

도아: 나는 학교다녀.
지니: 그래? 무슨과?

도아: 전자공학과.
지니: 그래? 나도 비슷한 일을 하는데 언제 한번 놀러와라.

중학교 때 퇴학을 당하고 부모 속을 상당히 많이 썩혔던 지니는 마음을 잡고 청계천에서 자니와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녀석이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시에는 고스톱 게임이 유행이었다. 원래 이런 게임은 법적으로 70% 승률을 유지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많은 오락실 주인들이 돈을 조금 더 벌기위해 승률 조작기를 오락기에 설치한다고 한다. 승률 조작기의 제작 단가는 '3000원'인데 하나 달아주는 비용으로 녀석들이 받는 돈은 '대당 3만원'이었다. 보통 오락실에는 적게는 50대, 많게는 100여대의 오락기가 있고, 하루에 50대 정도는 설치할 수 있다고 했다.

대충 계산해보니 하루에 버는 돈이 무려 '135만원'이었다. 당시 일반 공원의 월급이 철야를 해야 8만원 정도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많은 돈을 쉽게 벌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번돈으로 무엇을 하는지 물어 보왔다. 게임기 기판을 산다는 것이었다. 당시 오락기는 일본에서 정식으로 제품을 들여 오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일본에서 기판을 사오면 이 기판을 복사해서 청계천에 돌린다고 한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정말 돈이 많은 물주가 몇 천장을 찍어 청계천에 뿌린다고 한다.

이런 기판 중 인기가 있을 것 같은 게임기 기판은 다량으로 구매를 하고 나중에 이 게임이 인기가 올라가면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방법으로 다시 돈을 번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주식 투자와도 비슷하고 매점 매석과도 비슷한 그런 방식이었다. 하루에 버는 돈도 만만치 않은데도 더 많은 돈을 벌기위해 도박을 하는 셈이었다. 전자공학과에 다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라도 같이 하자는 제안을 지니가 해왔지만 경제 관념이 없던 때라 한귀로 흘려 듣고 말았다(후회막급).

유지가된 지니

이 녀석을 다시 만난 것은 대학원 박사과정 때였다. 이 지니의 절친한 친구이고 나와는 같은 동아리 소속이었던 '라니(가명)'라는 녀석 때문이었다. 라니도 지니와 비슷했다. 공부는 안하고 쌈박질로 날 새는 녀석이었다. 지니와의 차이점은 지니에 비해 훨씬 잘생겼고 보스 기질이 없다는 정도였다.

꽤 오래 전 라니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술집에서 한 녀석을 두들겨 팬 모양인데 합의금이 부족해서 온 것이었다. 결국 한밤중에 가지고 있는 돈과 어머님께 돈을 빌려 라니에게 주었다. 그런데 그 뒤로 라니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리고 몇년 뒤 빌려간 돈을 갑겠다는 연락이 왔다. 반갑기도 하고 근황도 궁금해서 동네 술집에서 만나 술한잔 하고 가던 중 우연히 길에서 지니를 만난 것이었다.

예전에 비해 훨씬 살이쪘고 당시 30대 초반이었는데 중년의 풍모가 비췄다. 그리고 녀석 뒤에는 용인대 마당과를 다녔을 법한 덩치 좋은 녀석 둘이 호위하고 그 뒤에는 또 대여섯명이 호위하고 있었다.

도아: 어. 너도 이 동네 살아?
지니: 그럼. 요 주변에 내 건물이 몇채있거든. 지금은 당구장을 하고 있고.
지니: 이 건물도 내 건물이고, 위의 당구장도 내꺼니까 가끔 놀러와.

그리고 뒤에 있던 덩치에게 인사를 시켰다. 형하고 잘아는 친구니까 보면 형처럼 대하라고... 라니에게 사정을 물어보니 청계천에서 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동네 건물 몇채를 샀다고 한다. 그리고 당구장을 차리고 당구장에 찾아 오는 동네 어깨들에게 용돈을 주면서 이미 그 지역의 유지가 됐다는 것이다.

라니의 어머님이 가장 부러워한 친구가 바로 지니였는데 그 이유는 어렸을 적에는 삐딱하게 나갔지만 나중에는 정신을 차리고 돈을 벌고 가정을 유지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참고로 라니라는 녀석은 나이 40에 장가를 갔다.

'잘될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고 한다. '싹수가 노랗다'도 비슷한 뜻이다. 그러나 잘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은 단면으로 평가할 수 없다. 지니의 모습이 성공인지 아닌지는 미루어 둔다고 해도 그 나름 자기 방식으로 부를 축적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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